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43화 (43/300)

# 43

닌자펀드(Ninja Fund)

리모컨을 누르자 창문의 차양막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펜트하우스에 있는 시설들은 모두가 최고급이다.

첨단기기와 고풍스런 인테리어의 조합이 적절하게 되어있었다.

벽에는 고가의 그림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침대를 포함해서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소파등은 중세풍의 디자인이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소품들이 그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펜트하우스에 있는 각종 시설들은 최첨단을 자랑한다.

하루 투숙비만 해도 최하 2000만 원 이상으로 비싸지만 뉴욕에서 지내는 부호들이 펜트하우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고풍스런 멋과 최첨단의 시설이 공존하는 숙소기 때문이다.

차양막이 자동으로 올라가며 아침햇살이 들어왔다.

객실에서는 박광석이 데리고 있는 두 명의 후배들 배용식과 오상봉이 눈을 비비며 나왔다. 두 명다 어제 밤 새도록 작업하느라 피곤에지친 얼굴이다.

박광석의 지휘아래 그들은 월가의 교란작전을 위해 프런트(Front)로 내세운 30개의 중소형 투자은행과 투자신탁 그 외에 자금운용사들을 이용해서 서서히 자금을 풀고 있었다.

아무리 30개의 프런트(Front)를 내세워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막대한 자금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타인의 이목을 끌수 있었다.

박광석이 처음에 닌자펀드(Ninja Fund)라고 한 것처럼 내가 이번작전에 투입할 2억5천만 달러의 투자금들은 아주 조용히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 부분의 시간을 두고 30개의 프런트(Front)-들을 이용해 서서히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2억5천만 달러의 거금을 30개의 프런트(Front)-들에 쪼개고 다시 각각의 프런트당 여러 개의 개좌로 다시 쪼개어서 넣는 작업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내가 설정한 작전스케쥴에 맞춰서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진행시켜야 했다.

“어제도 밤을 새운거 같군요.”

“진짜로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자금을 물타기 수법으로 넣는 것인데 투자금 자체가 엄청나다보니 쉬운 게 아니네요.”

배용식이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이런 기회가 어디야? 2억5천만 달러의 엄청난 돈을 우리들이 돌리는 거야. 그것도 이런 멋진 펜트하우스에서 호화롭게 지내면서 말이야.”

두 명이 전의를 불태웠다.

잠시 후에 팀장인 박광석이 나왔고 그들 3명은 아침수영을 즐기기 시작했다.

펜트하우스 안에 있는 풀장의 크기도 제법 되었고 뉴욕의 아침햇살을 감상하며 즐기는 수영은 운치가 있었다.

풀장쪽에 걸터앉아 느긋하게 모닝커피를 즐기던 박광석이 말했다.

“그런데 전략실장님. 오늘은 새로운 손님이 온다고 하던데.”

“예. 김태천 씨라고 한국에서 우리 JSE-(K)의 일을 돕고 있는 분입니다. 뉴욕에 도착한지는 며칠 되었는데 다른 일을 처리하고 오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듣기로 특수부대 출신에 덩치도 크다고 하는데. 확실히 우리 쪽 분야의 사람은 아니군요.”

“하하. 아마도 김태천 씨에게 어제밤 여러분들이 하던 일을 맡겨놓으면 1시간 뒤에 노트북을 던져버리고 말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뛰는 걸 좋아하는 필드 에이젼트(Field Agent)라서.”

“무슨 뜻인지 알겠군요.”

박광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데리고 있는 조력자들은 저마다 특기분야들이 다르다.

하지만 자신들이 담당한 분야에서는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의역할은 제각기 특기가다른 인원들을 모아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태천 씨가 오는 거라면 역시 보통일은 아닌 거 같군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실력 좋은 스니퍼(정보수집가)를 스카웃하러 갈 예정입니다.”

“설마 저번에 말씀하신 그 FBI-출신의 인물입니까?”

“그렇습니다.”

“선배. FBI-출신이라니? 그게 진짜입니까?”

“와아~ 대박!”

두 명의 후배들이 놀라고 있었다.

그러자 박광석이 두 명을 쥐어박으며 말했다.

“지금 그 FBI-출신이란 사람이 뉴욕 최악의 범죄소굴에 있다는 말이다. 솔직히 브룩클린의 레드힐(Red Hill)에 대해서는 소문만 들었는데, 진짜로 그런 곳이 있을 줄이야.”

“선배. 레드힐이 그렇게 무서운 곳이에요?”

“이거봐라. 어젯밤에도 거기서 5명이 총격사건으로 죽었다고 뉴스속보가 올라왔다. 5명다 처형방식으로 뒤통수에 총상을 당해 죽었다고 하는데 이건 전형적인 갱단들의 짓이야. 갱단들의 구역전쟁으로 사망하는 주민들의 피해도 엄청나고.”

박광석이 노트북 화면으로 뉴욕데일리 기사를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두 명의 후배들이 움찔거렸다. 입이 쩌억 벌어졌고 제대로 말조차 잇지 못했다.

송재동이 헬고담(Hell Gotham)이라고 말한 대로 저곳은 올해부터 벌어진 갱들의 구역전쟁으로 난장판이다.

과거 뉴욕갱들의 구역전쟁은 주로 자기들끼리 싸웠지만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다.

주변에 있는 시민들까지 말려들었고 길가다가 총맞는 경우도 꽤 있었다.

2주전에는 뉴욕에 관광온 일본인이 멋모르고 그지역으로 들어갔다가 30분만에 시체가 되었다.

때문에 저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김태천같이 현장경험이 풍부한 인원이 필요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그래서 김태천에게 지시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장비들도 가져왔다.

“혹시 생각있으면 같이 가보실 겁니까? 자리는 충분히 남을 거 같은데.”

“전략실장님. 이불밖은 위험합니다.”

“선배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

세명이 동시에 고개를 내저었다.

하긴 박광석팀은 뉴욕의 밤거리도 무섭다고 기껏해야 호텔주변만 잠시 관광하다가 펜트하우스로 돌아올 정도였다.

그런데 저것이 좋은 선택이고 안전한 방법이다. 뉴욕에서 안전하다고 알려진 타임스퀘어(Time Square)주변도 조금만 안쪽 골목길로 들어가면 우범지대가 될 정도다.

낮에는 그럭저럭 괜찮아도 밤에는 결코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뉴욕은 낮과밤의 상황이 천국과 지옥처럼 극과극의 대조를 이루는 곳이다.

얼마 후 전화벨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김태천에게 온 것이다.

“김태천 씨. 지금 어디입니까?”

“전략실장님이 계신 호텔의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부탁한 차량도 가져오셨군요.”

“물론입니다. 엔진도 튜닝을 해서 더 강화되었고 뭣보다 차체와 유리의 방탄성능은 최고수준입니다. 역시 독일 호이트펜(Hoitfen)-사의 실력은 확실하군요.”

“그렇다면 확인해보러 내려가겠습니다.”

김태천과의 통화를 끝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광석팀이 호기심을 나타냈다.

“전략실장님. 차량이라니? 새로운 차를 렌트하신 겁니까?”

“그건 아니고 방탄차량입니다. 저번에 제가 말했던.”

“정말입니까? 생각보다 빠르네요.”

“호이트펜(Hoitfen)사의 직원들이 밤낮으로 작업해서 계약기간보다 더 빨리 완성을 시켰더군요. 물론 추가비용이 더 들어가기는 했지만.”

“확실히 브루클린의 레드힐(Red Hill)같이 살벌한 동네를 갈려면 그만큼의 준비가 필요하군요.”

“그리고 김태천 씨의 현장경험과 실력까지 보태진다면 이번 일은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왠지 느낌이 좋군요.”

박광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

“어라, 방탄차라고 해서 잔뜩 기대를 했는데.”

“맞아. 저건 전략실장님이 한국에서 타고다니던 그 레인지로버의 4WD 차량하고 똑같은 거 아닙니까? 이름이 뭐랬더라?”

“랜드로버 메탈리카(Metalica).”

“맞아. 도저히 방탄차로 보이지 않는데.”

박광석팀의 후배 두 명이 황당한 표정까지 하였다. 두 명의 이런 반응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다.

보통 방탄차라고 한다면 TV-뉴스 등에서 국가원수나 대통령, 그 외에 VIP-들이 타고다니는 대형 리무진이나 롤스로이스를 생각하니까 말이다.

방탄차를 구경한다고 서둘러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왔던 두 명이 실망했다.

그러나 나는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가장 좋은 방탄차는 겉으로 보기에 방탄차가 아닌것처럼 생각되는 게 최상이다.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당연하군요.”

“김태천 형님. 그렇다면 이차가 진짜로 방탄이란 겁니까?”

오상봉이 여전히 의심하는 눈초리다.

그러자 김태천이 싱긋 웃더니 망치를 건네준다.

“이걸로 차유리를 마음껏 때려봐. 조금이라도 흠집을 낸다면 내가 너를 형이라고 부를게.”

“진짜요? 그런데 잘못해서 수억짜리 외제차 유리를 깨먹으면 어쩌지?”

“여기 전략실장님이 설마 그런 걸로 뭐라하지는 않을 건데.”

김태천의 말에 동의하며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오상봉이 나름 용기를 내었다.

몇 차례 심호흡을 하더니 망치를 두 손으로 잡았고 방탄차로 개조된 랜드로버 메탈리카(Metalica)의 정면유리를 힘껏 내리쳤다.

텅! 터텅! 대여섯번 그렇게 내리치더니 나중에는 제풀에 지쳐버렸다. 그리고는 팔에 경련이 일어나며 엄살까지 피워댔다.

“으아! 뭐야? 진짜로 흠집조차 없네.”

“당연하지. 기관총탄까지도 막아낼 수준인데. 방탄유리의 성능은 SA-급이다. 물론 차체도 마찬가지고.”

김태천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호이트펜(Hoitfen)-사에 랜드로버 메탈리카의 방탄개조를 맡긴뒤에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김태천을 보냈다.

김태천이 이런 것에는 경험과 지식이 있으니까 말이다.

거기서 김태천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체크와 점검을 한 뒤에 곧바로 뉴욕으로 가져온 것이다.

차량등록은 미국에 설립한 헤지펀드인 MCU의 소속으로 하였고 여기에 대해서는 송재동이 서류와 기타부분을 처리했다.

한국에서 방탄차를 쓸일은 많이 없겠지만 여기 미국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말이다. 이후에 필요하다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잠깐 수송해 올 수도 있고 그 외에 다른 국가로 가져가는데도 유리하다.

또한 방탄차를 개인소유로 하는 것보다 회사소속으로 해놓는 것이 차량등록부터 시작해서 서류처리도 빠르고 편리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방탄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들도 꽤 되고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VIP-들은 회사소속의 방탄차를 타는 경우도 많았다.

그만큼 한국에 비해 차량개조부터 시작해서 특수차량을 소유하는 것까지 상당히 자유롭고 규제도 별로 없었다.

즉 돈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얻고 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미국이란 국가다.

“충분히 만족스런 성능이군요.”

“오늘 브루클린의 레드힐(Red Hill)에서 이 녀석을 시험해볼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우리들 3명이 시체가 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으윽. 3명이라면 결국 나도 가는 거로군.”

송재동이 침을 삼켰다.

표정은 약간 겁먹은 것 같지만 내가 방탄차를타고 레드힐(Red Hill)로 간다고하자 가장 먼저 좋아하고 들썩거렸던 사람이다.

보통사람이 방탄차를 탄다는 건 일생에 한번 올까만 상황이니까.

방탄차의 뛰어난 성능에 감탄한 박광석 팀원들도 한 번씩 타본다고 난리였다.

“이거 진짜로 방탄차네.”

“차문을 여는데 묵직해.”

“차체에도 방탄기능을 넣는다고 차량무게가 30% 정도 증가된 것이니까. 그리고 엔진에도 듀얼 터보차쳐(Duel Turbo Charger)를 사용해서 출력도 높인 상태지.”

김태천이 설명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얼마 후 준비가 완료되자 김태천과 나, 그리고 송재동은 방탄개조된 메탈리카(Metalica)를타고 출발을 시작했다.

박광석 팀원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소신.

즉 이불밖은 위험해~라는 원칙에 따라 펜트하우스로 돌아갔다.

언제 총맞고 죽을지 모르는 살벌한 레드힐-보다는 안락한 펜트하우스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게 더 좋으니까 말이다.

운전석의 김태천이 시동을 걸자 엔진음이 힘차게 흘러나왔다.

튜닝으로 엔진출력을 더 상승시켰고 듀얼 터보차져의 힘은 막강했다. 뒷좌석에 앉은 송재동이 김태천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브루클린의 레드힐로 바로 가는 것인가?”

“그것도 가능하지만 제가 뉴욕에서 알고 있는 친구에게 들으니 레드힐을 맨몸으로 가는 건 자살행위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들도 최소한 자기방어를 위한 준비는 해야지요.”

“그렇다면 역시 총기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건가? 물론 뉴욕에도 건샵(Gun Shop)들이 있기는 하지만 권총을 하루아침에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합법적인 총기구입은 시간도 걸리고 서류상 절차도 있습니다. 뭣보다 그런 식의 총기구입은 이후에 잘못될 가능성도 있고 말이지요. 뉴욕에서는 블랙마켓(Black Market)을 통해 총기를 손에넣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갱단이나 할렘을 통해 손에 넣는 건 하급이고, 신분보장 철저하고 뒤끝없게 하는 데는 따로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좀 비싸지만.”

“그런 루트를 알고 있다니? 역시 대단하군. 그럼 어디로 가는 것이지?”

“퀸즈입니다.”

“거긴 백인들이 주로 살고 있고 치안도 뉴욕에서 상당히 좋은 곳인데.”

“원래 상급의 총기 밀매상들은 그런 곳에서 장사를 하는 법이죠. 물론 고객들도 대부분 신분노출을 꺼리는 상류층 백인이거나 돈 좀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김태천 씨의 말을 들으니 우리에게는 최상의 조건인 셈이군요. 그럼 퀸즈로 갑시다.”

“알겠습니다. 전략실장님.”

김태천이 나를 향해 대답한 뒤에 악셀을 밟았다.

그러자 방탄차량인 메탈리카가 힘차게 도로를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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