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10화 (10/300)

# 10

업그레이드 보상은...?

띠이이.... 머릿속으로 울리는 음향.

자고 있다가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도대체 몇 시야?

책상 위에 있는 자명종을 확인하니 새벽 5시다.

“미치겠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하이퍼 시스템이란 AI(인공지능)이 나와 합체된 상태란 것을 알고 있다.

생명체와 인공지능의 합체.

이 얼마나 멋들어진 말이냐?

그것을 알고 있지만 평소 생활에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것이 눈앞에 보이는 메시지가 항상 나오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시간에는 나와 합쳐진 AI(인공지능)이 일종의 후방활성화(Background Activation)이란 상태로 있다. 따라서 평소에는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새벽 5시에 머릿속을 울리는 이 음향 때문에 잠이 깬 것이다.

잠시 후 메시지가 나왔다.

<하이퍼 시스템 업그레이드 실시 중!>

업그레이드라....

하긴 AI(인공지능)이니까.

컴퓨터가 업그레이드 되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그런 건가?

도대체 무슨 원리로 어떤 식으로 되는지는 알 수조차 없었다. 얼마후에 <업그레이드 완료.>란 메시지가 나왔다.

이게 끝이야?

좀 당황한 표정으로 있을 때에 추가 메시지가 보였다.

<업그레이드 완료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하이퍼 시스템의 유저인 강민은 하나의 스킬을 선택해서 훈련할 수 있습니다.>

뒤를 이어 눈앞으로 여러 가지 메뉴창과 선택지들이 나왔다.

어떤 걸 선택할까?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그중에는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도 보였다.

지금 바로 선택해야 하나?

그런 고민이 생겼지만 생각을 달리했다.

이번에 하이퍼 시스템이 업그레이드에 들어간 것은 얼마 전에 과천경마장에서 대박 배팅을 성공시킨 것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후에도 이런 업그레이드가 계속해서 진행될 가능성도 있었다.

따라서 업그레이드 후에 주어지는 보상과 스킬의 선택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메뉴바들을 훑어나갔고 내가 찾던 것이 보였다.

<나중에 / 24시간 뒤에 선택합니다.>

역시 이거다.

곧바로 저 메뉴를 골랐다.

보상스킬이 주어진다고 아무거나 고르는 건 멍청한 짓이다.

이럴 때일수록 신중해야지.

***

“오빠, 뭐해?”

“이것저것 좀 보고 있어.”

“그래도 역시 오빠의 전공이 경영학과라서 그런지 인터넷 뉴스에서도 경제면을 주로 보네.”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원래 시사경제란 것도 알아야 하니까.”

노트북 화면을 쳐다보며 마우스를 클릭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사이트인 세이버(Saver)는 자주 들어가는 곳이다.

요즘은 이런 대형포탈에서도 인터넷상으로 각 일간지의 기사들을 제공했고 그것도 섹션별로 나누어져 있었다.

세이버 뉴스란에서 내가 많이 검색하고 찾아보는 것이 경제면이다.

그러나 정치면 쪽이나 사회면, 그리고 국제면 쪽도 틈틈이 확인하고 체크한다.

현대는 정보화사회다.

고가의 정보를 먼저 선점하고 그것을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자가 승리한다.

물론 포털뉴스란에 나오는 기사들에서 특별히 고가의 정보가 있는 건 아니다.

진짜로 돈이 되는 정보들은 대부분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신문기사나 뉴스 등의 공개된 정보들은 이후에 고가의 숨겨진 정보들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다.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런데 요즘 학교생활과 공부는 어때?”

“나름대로 하고는 있는데. 지금은 다른 아이들도 잘하는 애들이 많아서.”

지애가 대답하며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밤새 공부한 거 같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좀 있기도 하고.

지금까지 어려운 가정환경이지만 지애의 학교성적은 꽤 우수했다.

중간고사나 학기말시험에서 성적이 그럭저럭 나왔다고 대답할 때에도 기본 전교 5등 안쪽이다.

솔직히 공부머리는 나보다 지애가 더 뛰어난 거 같다.

나중에는 최소 SKY 정도쯤은 충분히 바라볼 수도 있을 거다.

그리고 나와 달리 지애의 경우에는 공부에 대한 집중도나 근성, 그리고 여러 가지가 더 좋았다.

뭣보다 지애는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천성인 거 같고.

“지애야. 이 오빠가 약속하나 해줄게. 니가 정말로 공부하는 게 좋고 외국의 명문대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싶다면 유학까지도 보내줄 수 있어.”

“......!”

지애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뭐냐? 갑자기 분위기 어색하게.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그게 아니라, 오빠가 전에는 이런 말 나에게 한 적이 한번도 없었잖아.”

“없기는.... 그냥 비슷한 말은 한 적도 있었던 거 같은데.”

“아니. 없어!”

딱 잘라 말하네.

지애 말대로 진짜로 없다.

진짜로 저 애의 기억력 하나는 칼 같다.

이전에도 지애한테 학교생활 어떠냐? 요즘 공부하는 거 어떠냐? 이 정도 물은 적은 있어도 유학 보내 주겠다는 소리를 한 적은 없으니까. 이전까지 흙수저로 지리하게 살던 내가 그런 말을 입에 꺼낼 수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생각은 있었다.

나중에 돈 많이 벌게 되면 지애가 하고 싶은 공부 마음껏 시켜주고 싶다는 거.

지애의 꿈은 대학교 강당에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교수가 된다는 거.

아니 외국 대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교수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누구나 알만한 명문대를 졸업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리고 외국에서도 순위권 대학에서 석사 후에 박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국으로 치면 최소 하버드나 MIT를 포함해서 아이비리그쯤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공부 잘하고 똑똑해도 돈이 없으면 유학은 꿈도 못 꾼다.

운 좋게 국비장학생이나 기타 등등으로 학비를 지원받아 간다 해도 미국 같은 경우 생활비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돈 있는 집안의 상류층이 대학교수가 될 가능성이 흙수저들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나 더 높은 것이다.

돈 없으면 공부도 마음껏 못하는 세상.

그것이 지금의 한국이다.

지애는 똑똑하고 공부를 좋아한다.

차분한 성격과 학문적인 열정은 누구보다 높았고 강당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누구보다 적합하다.

그래서 저 애가 원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이다.

뭔가 오빠보다는 아버지의 마음 같은데.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나로서는 저 애한테 오빠인 동시에 아버지의 역할도 해야 했으니까.

다만 아버지의 역할 이러니까 뭔가 촌티 나고 좀 그렇긴 하네.

당황한 지애를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남자란 보통 군대 갔다 오면 철이 든다고 하잖아. 그리고 지금 하는 일도 잘 풀리고 있고 해서. 앞으로 잘되면 이 오빠가 너 하나 유학 보내주는 것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 같다.”

“확실히 요즘 오빠가 이전에 비해 좀 달라 보이기는 한데. 아참! 그러고 보니 엄마가 그러는데 오빠가 전에 하던 편의점 알바 그만두고 다른 일 한다면서? 미국에서 유학하고 온 선배랑 같이 일한다고 하던데.”

“으응. 그래. 선배가 한국에서 벤처 투자회사를 차렸는데 거기에 나도 같이 참가해서 하는 거야. 벤처다 보니 일종의 파트너십도 있고, 또한 우리가 일하는 벤처 투자회사가 더 커지고 하면 그만큼 더 큰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지.”

“와아~ 이제는 오빠가 진짜로 경영학과 전공하고 딱 맞는 일을 하는 거네. 이렇게 보니 뭐랄까 엄청나게 달라보여. 그래서 아침부터 노트북으로 경제면 기사도 보고 하는 거구나.”

“그런 셈이지.”

머쓱거리며 겨우 대답했다.

벤처 투자회사라....

처음에는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즉석에서 지어낸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괜찮은 아이디어다.

원래 돈과 재산이란 것은 금고 안에 무작정 쌓아둔다고 늘어나는 게 아니다.

돈과 재산은 돌고 돌아야 점점 더 덩치가 커지고 증가한다.

“그런데 어제 밤새도록 공부하고 아침에도 할 게 남았어?”

“저번 시험에서 영어점수가 좀 덜 나와서 이번에는 영어에 좀 더 신경 쓰고 있어.”

고등학교 내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국,영,수 과목이니까.

그중에서도 영어는 진짜로 중요하다.

단지 고등학교 때만이 아니라 대학교 가서도 영어 때문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 졸업 후에도 마찬가지다.

취업전선에서 가장 중요한 스펙 중에 하나가 영어니까.

그리고 영어에 대해서라면.

크윽! 나도 이래저래 아픈 기억이 많다.

“요즘 고등학교 영어과정은 어느 정도인 거야?”

지애가 보고 있던 고등학교 2학년 영어교과서를 슬쩍 훑었다.

허억- 이건.

고등학교 시절에 영포(영어 포기자)까지는 아니었지만 국영수 중에서 영어가 제일 약했다.

그나마 내가 속칭 인서울(In Seoul)의 중상위권 대학의 경영학과에 들어간 것도 영어에서 잃은 점수를 국어와 수학에서 만회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영어도 듣고 나름 했다고 했는데.

이놈의 영어실력이 군대를 갔다 오면서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 거 같다.

“요즘 고등학교 영어책은 내가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어려워졌네.”

“나도 독해는 그런대로 문제없는데, 영어 리스닝과 스피킹은 좀 약해. 요즘은 외국에서 생활하다 온 애들도 있는데, 그 애들은 영어를 진짜로 외국인처럼 잘해.”

뭣 때문인지 알 거 같다.

영어독해는 지애가 전교 1등의 수준일 거다.

고등학교 2학년밖에 안된 녀석이 저번에 보니 타임지(Time)나 뉴스위크(Newsweek) 같은 영어잡지도 척척 읽어나가고 있는 걸 봤으니까.

하지만 요즘 영어시험은 영어 리스닝과 영어스피킹도 반영된다.

그래서 외국에서 살다온 애들에 비해 그 부분이 좀 열세인 거다.

지금 재산이 12억이나 있는데 이참에 지애를 미국 고등학교에 보내버릴까?

미국 고등학교 보낸 뒤에 거기서 SAT(미국 대학 입학시험) 공부시켜서 바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1학년 학부생으로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인데.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내저었다.

원래 외국 유학이란 건 억지로 보내는 게 아니다.

본인이 정말로 가고 싶다고 한다면 보내는 거지.

“영어회화 학원같은 거 다니고 싶으면 말해. 그 정도쯤은 충분히 가능하니까. 지애 너 정도면 몇 달 정도만 다녀도 금방 늘 거야.”

“정말이야? 고마워 오빠. 그럼 나중에 알아보고 오빠한테 말해줄게.”

지애가 배시시 웃었다.

지금까지 돈 없어서 지애한테는 과외는 생각도 못하고 학원조차 보내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고액과외로 버프 받고 학원 다니며 버프 받은 다른 애들을 찍어누르며 전교 탑-3는 기본으로 할 정도의 실력이다.

확실히 공부머리는 뛰어난 애다.

하긴 아이큐도 150을 넘어가는 녀석이니까.

그에 반해 내가 중학교 때 검사받은 아이큐는 110이던가?

돌도래 아이큐가 80~90 사이인데 내 아이큐는 돌고래보다 겨우 20 정도 높은 거잖아!

새삼스레 내 머리가 평범하다는 걸 느낀다.

에휴~

만약에 지애가 하이퍼 시스템이란 AI(인공지능)와 결합했다면 인류최강의 슈퍼걸이 될지도 모르겠네.

지애가보던 영어책을 갖고 씨름하다가 반쯤은 포기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영어를 지지리도 못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이거야말로 영알못 ‘팩트확인’이네.

“애들아. 아침 다 되었다. 어서 먹어라.”

어머니의 말에 주방으로 향했다.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안그래도 요리 솜씨가 뛰어난 분이셨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 제대로 된 요리도 하기 힘들었고 그 때문에 자식들에게 항상 미안한 표정을 하셨다.

하지만 이제는 살림이 넉넉해지는 상황이라 어머니의 요리 솜씨가 본격적으로 발휘되었다.

“아침은 항상 든든하게 먹어야 해.”

“이 정도면 진수성찬인데요.”

쇠고기 조림과 된장찌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메뉴들까지 다양하다.

밤한공기를 단숨에 비우면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시장에서 괜찮은 점포가 나온 거 있으면 한번 알아보세요. 지금까지는 노점상으로 하셨지만 이제부터라도 가게에서 편안하게 하셔야죠.”

“하지만 전세나 월세로 한다 해도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은데.”

“일단 올해까지는 전세나 월세로 한 뒤에 내년부터는 직접 가게를 사서 해도 되고요. 지금 하는 일이 잘되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아요.”

처음에는 걱정하시던 표정이더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이전부터 재래시장에서 노점상 하시던 어머니를 보는 것이 마음 아팠다.

지금 당장 어머니한테 ‘노점상 하던 일 그만두고 집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도 이상하다.

본래부터 장사를 해오셨던 분이고 지금 하시는 일도 좋아하신다. 나름대로 장사수완도 좋으신 분이기에 재래시장에서 점포를 얻어서 하면 지금보다 더 잘하실 게 분명했다.

얼마후 어머니의 눈에 이슬이 맺히셨다.

“정말로 우리 아들이 이렇게 컸다니.”

“오빠가 말하기를 군대 갔다 와서 철들어서 그렇대요.”

지애의 말에 어머니가 눈물을 닦으시며 웃었다.

군대 갔다 와서 철든 것은 아니지만.

나로서는 벼락 맞고 살아난 뒤에 제대로 아들 노릇 해보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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