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9화 (9/300)
  • # 9

    돈이 많으면 행복한거다.

    스윽-

    통장을 은행의 ATM 기기안에 넣었다.

    통장정리 버튼을 누르자 기계음이 연속으로 흘러간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이마에 땀이 맺혔다.

    마권을 보여주고 확인되자 배당을 지급하는 창구쪽 사람들은 놀랐다.

    설마 16000배짜리 배당을 맞춘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겠지? 그 사람들 말에 따르면 1년에 한두 번 나올까말까 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긴, 매번 꼴찌와 하위권을 맴돌던 말들이 한꺼번에 1, 2, 3등으로 들어오는 상황은 진짜로 드문 경우니까 말이다.

    요즘은 마권에 당첨되어도 액수가 큰 경우에는 대부분 은행거래와 계좌이체를 통해 바로 쏘아준다.

    그래서 나는 미리 갖고 있던 은행 계좌를 보여줬다. 10억이 넘어가는 돈이 한순간에 은행거래를 통해 넘어가는 상황.

    솔직히 말해 믿기지 않았다.

    얼마후 확인해본 결과, 내가 갖고 있는 HB-한동은행의 계좌로 돈이 이체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정말로 내가 10억 이상의 금융재산을 갖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실감하는 방법은 통장을 통해서다.

    잠시 후 진행을 마친 통장이 다시 나왔다.

    곧바로 통장의 잔액을 살펴보았다.

    그전까지 이 통장에는 기껏해야 20만 원 정도의 잔액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잔액 : 1,221,636,000원>

    12억 2천만 원이란 엄청난 거금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배당률 16732배라는 엄청난 대박을 성공시키면서 내가 산 10만 원짜리 마권은 단번에 1,673,200,000원이란 거금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비록 배당금액은 16억 7천3백만 원 정도지만 실수령액은 다르다.

    로또복권에 1등으로 담청 되어도 30% 이상의 세금이 공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권도 당첨금에서 일정 부분의 세금을 떼어간다.

    그 세금의 비율이 제법 세다.

    단승식의 경우에는 20% 정도다.

    하지만 내가 엄청난 고액배당을 맞춘 삼쌍승식의 경우에는 배당금액에서 27%를 세금으로 뗀뒤에 받는 것이다.

    27%의 세금으로 뗀 돈만 해도 451,764,000원 수준이다.

    4억5천만 원 정도가 세금으로 나간 것이 무척이나 아깝게 보이지만 할 수 없다.

    그 대신 12억 2천만 원이란 엄청난 거금이 내 수중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한 번 더 숫자를 확인하며 함성을 지를뻔했다.

    지금까지 알바하면서 뭐빠지게 벌어도 내 통장의 잔고가 200만 원을 넘어가본 적이 없었다.

    흙수저에게는 1000만 원도 엄청나게 큰 돈인데, 1억이니 10억이나 하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현실이다.

    12억이란 재산이 생겼다.

    지금부터 이걸로 뭘 하지?

    그런데 갑자기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멍해진다.

    어차피 이런 고민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되는 것.

    한 가지 더, 지금은 12억이란 엄청난 거금이 생겼지만 앞으로 더 많이 벌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

    “이번 달도 힘드네.”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계부를 적고 있는 어머니의 뒷모습.

    너무나도 작아보인다.

    매일 재래시장에 나가서 장사를 하셨다. 그것도 번듯한 점포도 없이 노점상으로 겨우 버티고 계셨다.

    그런 열약한 환경 속에서도 아들인 나와 여동생인 지애까지 공부시키고 계신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누구보다 강하다고 했던가?

    그 말을 충분히 실감하고 있었다.

    과천경마장에서 16000배의 대박 배팅을 성공시킨 나에게는 12억이란 돈이 들어왔다.

    그 뒤로 며칠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나조차도 실감이 되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은행 ATM기에서 통장잔고를 확인했다.

    또한 하룻밤 자고 나면 내가 가진 12억의 재산들이 한순간에 꿈처럼 펑-하고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통장잔고에 20만 원 달랑있던 사람에게 12억이란 거금이 들어왔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것이 진짜 실화냐?라는 기분으로 현실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확실히 나의 재산은 12억이고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어머니. 요즘 장사하는 건 어때요?”

    “항상 그렇지 뭐. 그리고 이번 달은 벌이도 통 시원찮고 말이야. 나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장사하는 다른 노점상들도 모두 힘들어해.”

    어머니의 음성이 잦아든다.

    지금까지 어머니가 가계부를 적고 있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다.

    그 때마다 없는 살림과 돈을 쪼개 쓰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알바로 쥐꼬리만한 돈을 버는 흙수저인 내가 뭘 해볼 수도 없었다.

    기껏해야 용돈을 최대한으로 절약해서 어머니에게 보태드리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해도 매년마다 치솟는 한국의 물가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수준이었다.

    한번 흙수저는 죽을 때까지 흙수저.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금 한국사회가 그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건 대통령이 바뀌고 정치인들이 바뀐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여당과 야당들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았지만 가난한 사람은 계속 똑같은 신세다.

    하지만 지금부터 나는 달라질 것이다.

    그것을 위해 출발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어머니. 얼마나 모자른 거에요?”

    “아들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항상 저렇게 말씀하신다.

    자식에게 걱정과 불행을 떠넘기지 않으려고 애쓰시는 모습.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다.

    “아들. 갑자기 왜 울어? 사내자식이 울기는.”

    “아니에요.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가서요.”

    애써 태연한 척 대답했다.

    어머니, 이제부터 고생 끝! 행복 시작입니다.

    그동안 모자란 아들 키우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보답할 차례니까요.

    마음속으로 몇 차례 되뇌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지금 당장 어머니 손을 붙잡고 ‘아들이 12억을 벌었어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평생을 법 없이도 살아오신 어머니가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리도 없으시고.

    뭣보다 아들이 혹시라도 불법적인 일에 관련되었을까 봐 더 걱정하실 거다.

    어머니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이제 듬직한 아들이 있는데 돈 문제 때문에 혼자서 끙끙 앓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얼마 정도나 부족한 거에요?”

    나의 단호한 질문에 어머니가 잠시 망설이더니 대답을 하셨다.

    “그러니까 가장 급한 것이 이번 달 월세인데.”

    “얼마 정도 모자란 거죠?”

    “월세하고 그리고 생활비하고 못해도 100만 원은 들어가는데...”

    내가 가진 12억이란 거금에 비하면 100만 원은 진짜로 껌값이다.

    하지만 지금 어머니는 단돈 100만 원이 없어서 집주인 여자한테 비굴하게 사정까지 해가면서 겨우 버티고 계셨다.

    모든 근심을 혼자서 지고 계신 것이다.

    하아....!

    진짜로 돈이란 게 뭔지.

    어머니에게 100만 원을 드리는 건 문제도 아니다.

    아니 1억이라도 은행에서 찾아서 드리면 된다.

    하지만 어머니도 내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알고 계신다.

    그런데 아들인 내가 갑자기 엄청난 거금을 내놓는다면 놀라고 당황하실 것이다.

    오히려 더 걱정하실 건 분명하고.

    뭔가 자연스런 방법이 없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머니 저 이번 달부터 편의점 알바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게 정말이니?”

    “좀 더 진행되면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그동안 이래저래 바쁘다 보니까요.”

    “우리 아들이 판단한 것이니까 이 엄마는 괜찮아.”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신다.

    뭣 때문에 편의점 알바를 그만뒀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셨다.

    “그런데 지금 하는 일은 너무 힘든 거 아니겠지? 복학했으니 공부도 해야 하고, 이 엄마도 시장에서 노점상으로 벌고 있으니까 네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예상대로 어머니는 내가 막노동이라도 하시는 줄 아시나 보다.

    “크게 힘든 일은 아니에요. 그것보다 운이 좋아서 제가 전에부터 친하게 지내던 선배랑 같이 일하게 되었어요. 우리학교 선배인데 진짜로 대단해요. 몇 년 전에 미국으로 유학 가서 명문대인 하버드도 졸업하고 거기서 MBA(경영학 전문석사)까지도 딴 수재예요.”

    “우리 아들이 그런 대단한 선배를 알고 있다니, 이 엄마도 기쁘구나.”

    어머니의 표정이 정말로 밝아진다.

    그래. 이 방법이면 나름대로 괜찮다.

    솔직히 내가 하버드 졸업한 MBA 출신을 아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대충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이번에 그 선배가 한국에서 벤처기업으로 투자회사를 만들고 있는데, 제가 같이 참여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우리 아들이 그런 일을 하다니.”

    “어차피 지금은 그저 소규모로 시작하는 수준일 뿐이지만 나중에 시간 지나면 엄청나게 커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와 같이 일하는 MBA출신 선배가 미국에 아는 인맥도 많고 재산도 꽤 돼요.”

    어머니를 향해 열변을 토하면서 설명했다.

    내가 어머니를 향해 거짓말을 하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의의 거짓말이다.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선배도 저랑 친하고 지금은 일도 같이하고 있으니까, 도움을 요청하면 될 거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걱정의 뒤로하고 스마트폰을 꺼내었다.

    그리고는 전화번호를 대강 입력한 뒤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송수화기에서는 이런 메시지가 나왔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국번이오니...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지.

    일부러 어머니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재석 선배님. 저 강민인데요. 급전이 필요해서 그런데 좀 도와주세요. 예? 가능하다고요. 하하. 정말로 고맙습니다. 얼마 정도면 되냐고요? 음, 그러니까. 일단 한 천만 원 정도만 먼저 좀 해주시면 안돼요? 제가 앞으로 선배를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갚아드릴 테니까요. 예? 지금 당장 가능하다고요. 진짜로 고맙습니다.”

    통화를 마친 뒤에 어머니를 보았다.

    처음에는 걱정하던 모습이더니 이제는 놀라고 계셨다.

    아무리 친한 후배이고 같이 일한다고 하지만 천만 원을 선뜻 빌려준다니?

    그것도 즉석에서 말이다.

    “정말로 그 선배한테 너무 큰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모르겠네.”

    “걱정 마세요. 어머니. 나중에 제가 열심히 일해서 갚으면 되니까요. 선배도 진짜로 성격이 화통해서 천천히 갚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이렇게까지 말하자 어머니의 표정이 밝아졌다. 약간의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방법이 최선이다.

    “어머니 잠시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은행에 가서 돈 찾아올 테니까요.”

    “그래. 조심해서 다녀와 아들.”

    어머니를 안심시킨 뒤에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갔다. 12억의 돈이 들어있는 나의 은행 계좌는 HB-한동은행의 것인데 웬만한 동네에는 다 지점과 ATM기기들이 있었다.

    ATM기기에 카드를 넣고 현금인출의 버튼을 눌렀다.

    1000만 원중에서 100만 원은 현금으로 뽑고 나머지 900만 원은 10만 원짜리 수표로 뽑았다.

    드르륵-

    ATM 기기에서 돈이 세어지며 나오는 광경. 계좌를 확인하니 여전히 12억이란 엄청난 돈이 남아있었다.

    돈을 찾은 뒤에 집으로 가는 길에 대형마트가 보였다.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지금 동네 M-마트 앞인데요. 뭐 필요한 거 없어요?”

    “글쎄. 지금 당장은 생각이 나질 않아서.”

    “그럼 오랜만에 고기라도 구워 먹죠. 지애도 한창 클 나이인데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어머니도 그렇고요.”

    “그래도 우리 형편에 너무 비싼 고기는 좀 그렇지.”

    “그럼 삼겹살 정도로 하죠. 그 외에 필요한 거 불러주세요. 이제부터는 조금 여유를 부려도 돼요.”

    나의 말에 어머니가 전화로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불러주었다.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한 뒤에 M-마트로 들어갔다.

    가난하고 쪼들릴 때에는 여기에 엄청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어도 그저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여기 M-마트는 이전에 어머니와 함께 온 적도 있었다.

    그 때에 어머니는 없는 살림에 우리를 향해 고기라도 구워주고 싶어서 정육점 코너를 수차례 돌면서 가장 싼 고기를 찾느라고 고생하셨다.

    그렇게 산 고기도 나와 지애를 위해 다 구워주시고 어머니는 비계덩이만 한두 점 드시면서 좋아하셨던 것이다.

    지금 여기에 오니 그 때의 광경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오늘은 지애도 어머니도 마음껏 즐겁게 고기를 구워 먹을 기회가 온 것이다.

    이게 바로 돈의 힘이다.

    돈이 많아서 불행하다는 놈이 있다면 그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가지다.

    돈 많아서 불행하다고 주둥이 놀릴 시간에, 네가 가진 돈 전부 사회에 기부하거나 나눠줘라. 어차피 돈 싫다는 사람 없으니까.

    그런 걸 할 용기와 배짱도 없는 새끼가 불행이니 어쩌구 하며 지껄이지 마라.

    돈이 많으면 행복한 거다.

    이건 빼박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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