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13)

늘 보고 있었던 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것도 보잘것 없는 라쉬 놈 하나 때문에. 가디언에 어울리지 않은 여린 심장을 가진 놈. 

사람을 죽일 때마다 자신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구역질을 하는 류 아리마사는 살육자의 심장을 타고난 그와는 정 반대의 인간이었다. 

전사로서의 능력은 엘리트였지만 물러터진 마음과 약한 정신력을 가진 주제에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버티려는 놈이 재미있었다. 

물론 그만이 아는 그 모순적인 부분 외에도 류는 매력적인 녀석이었다. 

짧은 잿빛 머리칼에 차분한 은회색의 눈동자를 가진 핸섬하고 단정한 외모. 

강한 수컷을 냄새를 풍기려는 일반 비쉬와는 달리 녀석에게는 절제되어 있는 고상함과 금욕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의 출신을 모르는 자는 라쉬들은 고위 귀족의 자제나 사생아일거라고 쑥덕거렸고 

비쉬들은 그런 소문들을 비웃으며 같잖은 시기와 치졸한 질투로 녀석을 무시했다. 

이안 스스로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늘 류를 지켜보면서 여려빠진 심장에 수없이 생채기를 내면서도 한시도 칼끝을 늦추지 않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제 3지구 출신의 고아. 국경근처의 근처에 사는 이들이 대개 그렇듯이 그의 누이도 사소한 전투의 희생자였다. 

그런 이유로 입대를 결심하다니....뼛 속 깊이 군인인 이안으로선 류의 입대 동기가 시시하고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런 별 볼일 없는 이유로 가디언이 된 녀석이....

사람을 죽이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여린 녀석이 능력자도 버티기 힘든 훈련을 3년이나 버텨낸 후 

자신의 부관이라는 지위까지 올라섰을 때 이미 류에 대한 그의 탐욕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눈을 감을 수도 시선을 돌릴 수도 없을 정도로 참을 수 없이 매혹되어 버렸다.

항상 피에 젖어 있으면서도 결코 혈향을 풍기지 않는, 자신이 빼앗은 목숨의 무게만큼 눈물을 흘리는 류라는 인간이.....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그의 모습이 더 할 수 없이 고결하고 순결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몸을 떠는 그가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 없다.

“.....차라리.....팀을 이탈 할 때 죽이지 그랬어? 왜 지금에 와서 이런 건데.....내가 아닌 샨을....어째서....

녀석은 잘못이 없어.....네게 죽임을 당할 이유가 없어. 그러니까 헛소리를 집어쳐....제대로 설명해.”

나에게 다가온 건 네가 먼저 였다. 

늘 지켜보기만 했는데 그렇게 필사적으로 버티면서까지 내 옆에 섰다. 

그래서 쳐다보기만 하는 것을 그만 뒀다. 

조금만 손을 뻗으면 손에 넣을 수 있는데 항상 일정 거리 밖에 서있는 너를 보고 있는 동안 화가 났다. 참을 수 없이 갈증이 났어. 

“이해를 못하고 있군. 류.”

“........”

우아한 회색의 눈동자가 끊임없이 눈물을 생성해낸다. 

군인이 눈물이라....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아무런 죄가 없다고? 감히 내게서 널 채어갔는데도?.”

“........”

자신의 손길이 닿은 피부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자 이안의 아랫도리가 점점 뜨거워져 왔다.

“애새끼를 배서 부풀어 오른 배를 감싸면서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꼴이 우스웠지. 그래서 그 배를 칼로 난도질 했다. 

뱃 속의 애새끼가 네 핏줄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고통없이 죽여 줬을 텐데....멍청한 놈이었어.”

“.....그만 해.”

“네가 원한 거야. 끝까지 대답해 줘야지.”

“......싫어.”

“네 이름을 부르는 게 짜증나서 폐를 살짝 찔러주자 입을 뻐끔거리면서 고통 스러워 하더군. 

그래서 피냄새를 맡고 몰려든 몬스터들에게 던져 줬다. 산 채로 뜯어 먹히는 건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을 거야. 킥.”

“...그만 둬! 그만 두란 말이야. 이 악마!!!!!”

이성을 잃은 류가 손에 수인을 맺으면서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류가 능력자였다는 것은 녀석이 이성을 잃은 상태로 몬스터를 해치우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류의 공격력은 이안의 예상을 넘은 것이었다. 

가느다란 은색의 실 같은 것이 류의 손끝에 맺혀서 파지직 거리며 빛을 내더니 순식간에 이안에게 뻗혀온다. 

그 실이 스쳐지나간 자리는 모든 것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순식간에 형체가 사라졌다. 

능력자의 공격패턴이나 그 방법 등은 개인에 따라서 다 다르지만 류가 가진 능력은 우습게도 이안과 비슷한 것이었다. 

어떤 것을 계기로 자신이 능력자 인 것을 깨달았지만 그 능력이 가져다주는 결과물을 두려워해서 

언제나 안으로 눌러왔을 게 분명했기에 갑작스럽게 폭발한 그의 공격은 거칠고 예상하기 힘들었으며 무질서했다. 

하지만 격렬한 분노를 토대로 만들어진 공격은 한계를 모르고 폭주하는 말처럼 무모하고 강한 반면 빈틈 역시 많은 법. 

이안이 심장을 향해 날카롭게 감겨 들어오는 은색 실을 피하면서 단도에 힘을 실어 류의 어깨를 향해 날리자 그는 몸을 살짝 뒤틀며 공격을 피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공격을 순간적인 본능으로 피할 만큼 뛰어난 반사 신경만은 칭찬해줄 만 하지만 

류의 털끝 하나하나까지 파악하고 있는 이안과는 달리 류는 이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 

전투 때 본 내 능력이 전부 인 줄 알았겠지. 

이안이 짧게 혀를 차며 손가락 끝으로 푸르스름한 실을 내뻗어 허공에 박히려는 칼의 방향을 살짝 조정하자 처음 노렸던 류의 어깨에 은색의 칼날이 파고 든다. 

“윽..”

연결된 실 사이로 힘을 실어 보내자 류가 고통으로 인해 입술을 깨문다. 

몸의 신경이 모두 절단 되는 느낌이겠지.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너는 나를 장밀 머리 끝까지 화나게 했어. 

깊숙이 박히는 칼날에 새빨간 피가 나오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안은 벽에 기대 있는 류의 목에 손을 감았다. 

“돌아 올 거라고 생각했다.”

“......으...”

“그래서 기다렸지.”

“....미.....친....새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정말 미친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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