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13)

뜨겁고 촉촉한 입안이 나를 끈적하게 품어 오면서 나른한 쾌감에 몸이 뒤틀린다. 

동굴 안에서 끝없이 메아리 치는 나의 음란한 신음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욕망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안의 새하얀 이가 내 끝을 살짝 물었을 때 마침내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녀석의 입안에서 정액을 쏟아냈다. 

“기분이 어때?”

“......”

“....그 녀석과...많이 다른가.”

무슨.

“달라도 할 수 없어. 넘겨 줄 생각.....없으니까.”

“........”

“잊어.”

“......”

“괴로우면 잊어라....버티지 마.”

“.....”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

“......”

달콤한 유혹.

“죄책감에 잡아먹히지 말고 그냥 잊고 살아.”

“......”

그것은 마치 이브를 유혹하는 달콤한 독이 발린 뱀의 혀와 같았다.

“네가 힘들다면 도와 줄 테니까.”

심장이 녹아버릴 것 같은 다정한 목소리.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동자. 

아이 같은 웃음.

“.......네 눈물은 나를 위해서만 존재해야 해.”

우울해 보이는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 보며 그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주문 같은 말들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며 그의 입가로 흘러내리는 미처 삼켜지지 못한 내 체액을 혀를 내밀어 그 흔적을 닦아내고 있었다. 

이안이 어떻게 나를 찾아 내었는 지 그리고 찾아낸 나를 어째서 제거하지 않는 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떤 형태로건 나는 잊고 싶었고 벌을 받고 싶었다. 

나의 부주의로 인해 고통스럽게 죽어 갔을 샨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러서 아무라도 좋으니 내게서 대가를 취하고 면죄부를 내려 줬으면 했다.

“다리를 벌려. 류.”

“......”

아무런 저항감 없이 다리를 벌리자 단단하게 흥분한 이안의 중심이 내 비문을 쿡쿡 찔러왔다. 

샨과의 관계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처음부터 비쉬였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역할은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넓게 벌린 다리 사이로 질척한 소리를 내며 이안의 분신이 내 몸을 가르고 들어오자 묵직한 고통에 몸이 덜덜 떨렸다. 

생각한 것보다 더 지독한 고통이었다. 이안은 그런 나를 끌어 세게 끌어안으면서 단번에 뿌리 까지 집어넣더니 거친 피스톤 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흑...읏....아...”

단단한 근육들이 부딪히면서 만들어 내는 열기와 쾌락에 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몸 안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안의 페니스에 극상의 쾌감을 느끼면서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져 왔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나는 이안이 거칠게 다루어 주기를 원했다. 

동료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멋대로 팀을 이탈하고 샨의 죽음을 방조한 죄를 내게 묻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내 뜻과는 달리 뇌수가 녹아버릴 것 같은 쾌감만을 주면서 내 몸속을 마구 헤집었다. 

비음이 섞인 신음과 음란하게 연결되어 있는 부위가 생생하게 느껴지면서 스스로에 대한 수치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마침내 이안이 몸을 떨며 내 안에 정액을 토해 냈을 때 나는 이미 몇 번이나 사정을 해 지친 몸으로 몸 안에 가득 찬 그의 모든 것을 흡수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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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가 끝난 후에도 그는 자신의 것을 뽑아 내지 않은 채 나를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가만히 몸을 일으켜 잠든 이안의 모습을 내려다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머리카락 색과 같은 옅은 갈색의 긴 속눈썹과 하얀 피부. 자는 모습의 그는 너무나 천진해 보여서 잔인한 그의 본성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모습이 심지어 귀엽다고 까지 생각하는 자신에게 놀라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자 하얀 정액과 함께 이안의 페니스가 몸에서 빠져 나갔다. 

음란한 그 광경에 얼굴을 붉히며 일어서는 순간 미끄덩거리는 무언가가 손에 만져 졌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피에 젖어 있는 하얀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

붉게 물들어 있는 금발머리가 심장을 뜨끔하게 찌른다. 잊으려고 했던 현실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순간 심장이 쿵쿵거리며 울리기 시작했다. 

확인하지 말아야 한다. 

저 것을 확인 하고 나면 나는 완전히 망가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본능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나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히고 있었다. 

갑자기 덮쳐올 쇼크에 대비해 숨을 참은 뒤 물어 뜯겨 있는 목을 천천히 내 쪽을 향해 돌렸다. 

나로 인한 원망에 부릅떠 있는 눈이라면 내 손으로 직접 감겨주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마주한 샨의 얼굴은 원망으로 인해 부릅뜬 눈도 아니었고 평안하게 감겨진 눈도 아니었다. 

지독하게 슬퍼 보이는 이미 초점을 잃어버런 에메랄드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 순간 날카로운 바늘이 심장을 찔러왔다. 

“....샨.”

온 몸이 잔인한 이빨에 물어 뜯겨 엉망이었지만 얼굴만은 귀여운 그 형태 그대로 남아 있었다. 

눈가에 남아 있는 눈물자국과 텅 비어 버린 슬픈 초록색의 눈동자가 나를 서럽게 한다. 

의식적으로 멈추고 있던 시간이 흘러가면서 얼마 전의 일을 다시 리플레이 시켰다. 

“........샨.”

떨리는 손가락으로 녀석의 눈을 감겨 주려고 했지만 이미 굳어버린 근육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눈동자가 담고 있는 감정 들을 읽어내기 무서워서 마지막으로 녀석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 지 아는 것이 두려워서 손바닥으로 샨의 눈을 가렸다. 

차갑게 식어 있는 피부가 내 손에 의해 천천히 녹아간다. 

툭하고 떨어진 내 눈물이 죄스러워서 손으로 그 흔적을 지우려고 얼어 있는 피부를 쓸어내려는 데 

수태로 부풀어 있던 배가 참혹하게 파헤쳐져 있는 것을 쳐다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봇물이 겉잡을 수 없이 흘러 나왔다. 

너덜너덜한 상처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깨끗한 자상.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면서 불길한 영상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을 때 부드러운 손길이 나를 끌어 당겼다.

“.....묻고 싶은 게...있어.”

목소리가.....잘 나오지 않는다. 무언가에 의해 먹혀 버린 것처럼.

두근두근.

쿵쾅쿵쾅.

심장아 차라리 터져 버려라.

“........”

“너.....언제....부터 이곳에 있었지?”

그래서 내가 더 이상 존재 할 수 없게 해줘.

생각이라는 걸 하는 머리를...뇌를....이성을 전부 망가뜨려 줘.

처음 사냥을 갔다 온 날 남아 있었던 풀숲에 남아있던 무술 유단자의 발자국. 

많이 불안해 하던 샨. 

어떤 대상에 대한 공포로 얼어버려 끝없이 안아주기를 원했던 녀석. 

하얀 몸에 남아 있는 지나치게 깨끗한 자상.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지려고 하고 있었다. 

“대답해. 이안 레이시하.”

“........”

두근. 두근.

“대답해!!!!”

“......네 눈물은 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었다.”

“.........”

흘러내리는 내 눈물을 닦아내는 하얀 손가락과 다가오는 붉은 입술에 소름이 돋았다.

“...류.....”

달콤한 목소리에 온 몸의 혈관이 미쳐 날뛴다.

“....어째서...”

“.........잊어.”

“왜 그런 거냐.”

“상관없는 녀석이야. 네가 슬퍼할 필요 없어.”

“헛소리 집어쳐!!!!!!!왜 그랬냐고 묻잖아!!!!!왜!!!!어째서!!!!!!!”

“....그걸 몰라서 묻는건가.”

“뭐?”

“넌 전부 다 알고 있잖아. 류 아리마사.”

“.....무슨.”

“단지 모르는 척 하고 있을 뿐이지.”

두근. 두근.

악마가 내 귓가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대로....설명해.”

“.......천만에. 너는 사실을 알기를 원하지 않아. 확인하기 두려운 거겠지. 이미 의식하고 있으면서 굳이 내게 설명을 요구하는 이유가 거기 있잖아. 류.”

“......”

“무서우면 도망치라고 했어. 완전히 도망치기 힘드면 도와준다고 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물러서. 네가 깨어지는 것 원하지 않아.”

“대답해.”

“.....무엇을?”

“...왜....어째서...샨을...죽인거야?”

“.......”

아무잘못도 없는 그 애를 왜...왜 그렇게 처참하게 죽였어? 대체 왜! 뭐 때문에!

“....그렇게 물으면 내가 대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

녀석의 멱살을 잡은 채 노려보자 이안은 깊이 한숨을 쉬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더니 다크 블루로 변한 눈동자로 나를 차분히 응시하며 대답했다.

“.....본능이었다.”

“...!...”

“녀석의 뱃가죽을 찌르는 순간 희열이 느껴졌지. 그 이상의 설명을 원한다면 포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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