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40화 (140/150)

〈 140화 〉 NTR은 죽어야지...

* * *

“그… 그게 정말인가? 정말로 황도가?”

“예, 제가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그랬습니다.”

“으음…”

마족들과 손을 잡고 반란을 획책하고 있던 중, 갑자기 발생하게 된 예기치 못한 사태.

어딘가에서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붉은 용에 의해 화제가 끔살 당하고 황도에서 대 학살극이 벌어졌다는, 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소식.

이에 대해서, 본래라면 자이 황제의 목을 칠 계획을 하고 있던 반란 주동자 카산드라는 잠시 이 일을 어찌 처리해야 할지 짙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씨발… 아니 왜 여기까지 와서 일이 이렇게 꼬이는 건데? 기껏 헬레네도 꼬시고 마왕까지 불러왔는데 막판에 가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가…’

연회를 벌이기 위해 온갖 준비를 다 끝내고 이제 케이크에 불만 붙이면 되는데 갑자기 지진이 발행해 모든 게 뒤 엎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그렇다 해서 당장 여기서 눈에 보이는 것 만으로도 답이 없어 보이는 저 괴물이 있는 곳을 공격하러 가는 것은 말 그대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헬레나나 마왕이 강하다 해도 크기만으로 압도하고 있는 저것을 상대하라 하면 일단 거부하고 볼 가능성이 아주 높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카산드라가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 카…. 카산드라 장군님?”

“어?”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이쪽을 향해서 그 거대한 몸을 꿈틀 거리며 날아오기 시작하는 붉은 용.

이에 카산드라를 비롯한 스파르타의 병사들은 그대로 짙은 당혹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하지요 장군님?”

“서… 설마 황도에서 그랬듯이 이곳 또한 공격하려는 것일까요?”

“마…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대로 도망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일단 어떻게 해서든 살고 보는 것이…”

“도망? 이제 와서 그게 가능하리라 보나? 저 거대한 괴물이 여기까지 오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여기서 달아날 수 있는 자들이 몇이나 된다고 보나?”

겁에 질려 이야기를 하는 부하들을 향해 냉정한 현실을 이야기해주는 카산드라.

실제로 그들이 이렇게 우왕좌왕 하고 있는 사이에 벌써 용은 그 머나먼 거리를 절반 가까이 온 상황인 만큼, 그녀의 말대로 애초에 이 시점에서 도주는 절대로 불가능.

그렇게, 이도 저도 못한 채, 상황에 따라선 이 자리가 자신들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카산드라는 그래도 뭐라도 해보기 위해 일던 착용하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때.

“여기선, 일단 내가 나서보도록 하겠다.”

“! 마왕… 당신이 직접 말입니까?”

이야기를 듣던 도중 그대로 앞으로 나서는 마왕.

이에 대해서 카산드라는 약간 주저하는 듯 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그런 그녀를 향해 마왕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자는 나다. 그 말은 즉, 내가 아니면 누구도 저 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뜻. 일단 상대를 해보고 할만 하다 여겨지면 지원을 부탁하겠다. 아닐 경우 퇴각하는 것으로서 답을 하도록 하지.”

“으음…아… 알겠습니다.”

상대의 정확한 전투력을 측량해 보겠다는 말과 함께 용감하게 앞으로 나선 마왕.

이에 대해서, 카산드라는 비록 종족은 다르지만 이자가 지니고 있는 용맹이나 책임감은 역시 왕이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카산드라의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마왕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마왕의 탈을 쓰고 있는 용사 엘런은,

그런 단순한 이유 때문에 이렇게 앞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이 순간 그가 저 거대한 용과의 대면에 나선 이유.

그것은,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오직 그만이 알고 있는 한가지 비밀과 관련된 것이었다.

*

감주에 담겨 있는 마법을 사용해 용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면서,

난 머릿속이 여러 의미에서 복잡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거기다 나를 만나고 싶다니 대체 무엇 때문에…’

방금 전, 다른 사람의 귓에는 들리지 않는 오직 나의 마음 속에만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내게 말을 건 붉은 용.

문제의 그 아문 이라는 존재는, 묵직하기 그지 없는 위엄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다른 차원에서 온 인간, 너와 대화를 하고 싶으니 이리로 올라오도록.’­

“!...”

본래의 내가 빙의자라는 사실을 운운하며 대화를 요청한 아문.

이와 관련해서, 난 내가 봐도 답이 없어 보이는 저 괴물과의 대화에 일단 응할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적당한 핑계를 대면서 악신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전혀 불명.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일단 무답 무용으로 공격을 가하는 것이 아닌 대화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그나마 생존 확률이 조금이라고 올라갈 수 있다 볼 수 있긴 했다.

그렇게, 정말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짜내면서 악신 아문의 앞까지 날아간 나.

그 직후, 아문은 그 거대한 눈을 번뜩이면서 그대로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의외로 조용한 느낌이 드는…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쁘군 다른 차원에서 온 인간… 이쪽 세계에선 엘런이라 불리는 인간이여”­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악신이 나에게는 대체 무슨 볼일이지?”

나를 보면서 무언가 흡족한 듯 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아문.

그러나, 방금 전 황도에서 있었던 참혹한 이야기를 들은 입장에서, 아울러 지금까지 이놈의 추종자들이 벌렸던 이런 저런 더러운 짓들을 통해서,

이 순간 난 눈앞에 있는 이 거대한 괴물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날이 선 반응에 대해서 아문은 이 정도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너무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 다른 자들과는 달리 지금의 난 너에게 해를 끼칠 생각 따위는 없으니까. 오히려… 나의 동류인 너에게 상당히 좋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동류…? 거기다 제안이라니… 설마 너 내 부하가 되어라… 같은 소리를 하려는 건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충 들어도 무언가 상서롭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아문.

이에 대해서 난 한층 더 경계심을 높이며 이어질 그의 말을 예측하였고…

­“용사 엘런,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는가?”­

그것은 나의 예측은 어느 정도 맞긴 했지만 살짝 다른 느낌이 드는 형태로…

부하가 아닌 동맹 같은 느낌으로 현실로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에게 떠오른 감정은 당연히 반발이었다.

“손을 잡자니… 지금 나보고 학살에 동참하라 이 말인가? 그것도 전쟁터도 아닌 곳에서 무고한 이들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일에?”

비록 마족의 편이 되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죄 없는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것에 반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

그때, 그런 나의 반응을 보면서 아문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마라, 무고한 이들에 대한 학살은 나 또한 반대하는 일이니까.”­

“…지금 그걸 변명이라 하는 것인가? 허면 방금 전에 황도에서 있었던 무차별 적인 살육은 뭐지? 그 많은 사람들이 죄인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렇다.”­

내 말에 대해 너무나도 단호하게 대답을 하는 아문.

이에 대해서, 난 이 악신이 인간인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사악한 논리를 가지고 학살을 정당화 하고 있는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인간은 그 존재 자체로 불쾌한 생물이라느니 뭐니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 놓겠지.’

그렇게 일반적인 흑막들이 주장하는 헛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난 그대로 검을 뽑을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저 더러운 것들은 사랑과 믿음이라는 감정을 철저하게 더럽혔다. 남편이 있는 여자를 취하면서 아내가 남편을 배신하도록 만드는 더러운 녀석들, 앞으로는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다른 남자를 떠올리는 걸레 같은 년들!”­

“….엥?”

당황한 헛소리를 늘어 놓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무언가 내 귀에 쏙쏙 들어 오면서 자동적으로 공감이 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 아문.

­“사랑을 모독하고 신성한 가정의 파괴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저 추악한 족속들! 그리고 이를 조장하는 이 세계의 신들과 그 추종자들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 인간도 엘프도 그리고 수인들도! 이런 추잡하고 역겨운 문화가 만연해 있는 저것들을 정화해야 이 세상은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난 자동적으로 내 눈앞에 있는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자가 왜 나에게 손을 잡자 했는지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순애물 신봉자… 이셨구나 나하고 똑같은.’

생각해 보면 이 세계는 근본적으로 NTR 장르를 위해 존재하는 NTR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것이 게임이 현실로 된 것인지 아니면 그냥 게임과 똑같은 세상이 우연히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대놓고 용사파티 내에서 까지 NTR이 성행하는 만큼 이 바닥이 상당히 더럽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눈 앞에 있는 이 아문이라는 신을 그것에 분노하고 있었으며.

그런 점에서 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니고 있던 학살에 대한 반감이 격하게 수긍이 되기 시작했다.

‘NTR 충은 죽어야지… 암. 한 사람 인생과 마음을 가지고 논 개걸레 같은 년놈들인데 당연히 처형이 정답이잖아.’

물론 진실 여부는 좀 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내 입장에선 딱히 이 아문을 적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거기다,

비록 대륙의 위기 어쩌고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아문의 행보는 대륙을 분열시키고 뒤흔드는 것으로 오히려 섬나라인 마왕국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사실에 대해 의문과 더불어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난 확인차 눈 앞에 있는 이 거대한 신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방금 전 마족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던데, 그건 왜지?”

­“그야 당연한 것 아니겠나. 이 더러운 종족들과는 달리 마족은 예로부터 순수한 사랑을 법도로 지정해 놓고 이를 충실히 지켜왔다. 보는 것만으로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는 놈들과는 달리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들을 내가 왜 벌하겠는가.”­

“으음… 역시.”

다시 한번 내 마음에 공감을 안겨주는 이야기를 하는 아문.

그렇게, 난 눈앞에 있는 존재가 나와 같은 동류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지금까지 악신이라 여겨왔던 그에게 말했다.

“손을 잡겠다. 아문 신이시여.”

­“훌륭하다. 용사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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