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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39화 (139/150)

〈 139화 〉 뺏기지 않을 거야. 더 이상 누구에게도.

* * *

인간들이 세운 최강의 국가 팔콘 제국.

힘을 숭상하고 다산을 장려하는 이 나라에는 과거부터 관습처럼 내려오는 한가지 사상이 뿌리깊게 박혀 있었다.

힘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부도 명예도 그리고 여자도.

그리고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팔콘 제국의 백성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불륜을 부추기는 문화가 성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순결과 정조 개념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는 무능한 자들의 변명일 뿐이라는 생각이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었으며,

설령 가정이 있다 해도 본인이 끌리는 대로 다른 사람과 정분을 통하는 행위에 대해선 그런 상황을 유발할 수밖에 없게 만든 배후자의 무능을 탓하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었다.

비록 가정의 화합을 중시해야 한다는 신의 말이 있었으나.

정작 주신 넬테리온조차도 입으로는 그렇게 떠들면서 그와 관련된 신화들은 하나같이 불륜과 강간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런 만큼 오히려 이 세계의 신이라는 존재들은 욕망에 따라선 소위 암암리에 죄 라 불리는 행위를 저질러도 좋다는 명분을 안겨주고 있었으며,

이런 배경의 결과 이 세상은.

특히 가장 개방적인 면모를 지닌 인간들의 팔콘 제국은, 겉으로는 대놓고 드러나지 않더라도 성별과 나이 그리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란하기 그지 없는 일들이 성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런 배경 속에서.

스스로는 이런 문란한 풍조의 희생이 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으나, 그러한 생각이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던 한 남자는.

그의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을 둘러싼 이 추악한 세상을 뒤집고자 하는 희망을 지니게 되었으며,

마침내 그것이 성공해 가고 있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도하게 되었다.

*

아문의 힘에 의해 ‘재앙’이 내려진 황도의 모습.

눈 앞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짐승들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사실상 오늘의 이 상황을 유발한 장본인.

아킬레스의 입가에는 진한 희열의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끝났군. 이것이 내가 줄곧 바라왔던 모습… 이 세상의 정화…’

사방에서 들려오는 처참한 비명 소리와 그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

자신의 남편을 저버리거나 아내를 저버린 추악한 인간들에게 내려진 신의 형벌을 지켜보면서 아킬레스는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원한의 응어리가 풀려 나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황성 내부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황제의 죽음과 빛나는 짐승들의 습격으로 인해 난장판이 되어 있는 황성의 모습.

성안을 지키는 병사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으며.

그 안에는 오직 죽은 자들을 씹어 삼키고 있는 빛의 짐승들 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피비린내 나는 학살의 현장을 지나 황성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한 아킬레스.

그곳에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어떤 방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빛의 짐승들의 모습이 있었다.

“크르르릉…”

“들어가겠다.”

아킬레스의 말에 살짝 고개를 숙인 뒤 뒤로 물러나는 짐승들.

그렇게, 그가 올 때까지 성실하게 이곳을 지켜준 신의 세심한 면모에 감사를 느끼며, 아킬레스는 그대로 천천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 직후 그의 눈에 보이는 한 장면.

그것은, 황제가 사용하는 화려한 침실의 모습.

그리고 그 넓은 침대 위에서 몸을 떨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아…아킬레스!”

공포에 떨고 있던 와중에 그를 발견하자 마자, 다급하게 그대로 이쪽으로 달려오는 미모의 여성.

그녀를 보면서, 아킬레스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브리세스… 다친 곳은 없는가?”

“ㄴ…네. 다.. 다친 곳은 없습니다. 저 짐승들이 어째서인지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아서. 하지만 아킬레스 당신이 저를 구하러 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고맙습니다 아킬레스.”

그의 품에 안긴 채 감사를 표하는 그녀의 모습.

그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아킬레스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다른 무언가에 의해 너는 죽게 할 수는 없지. 설령 그것이 신의 권능이라 해도… 널 빼앗길 생각은 없어.”

“아…아킬레스…”

마치 사랑을 고백하는 듯한 아킬레스의 말에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하는 브리세스.

이 순간, 그녀는 목숨이 오락가락한 위기 상황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짙은 안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설마 당신을 버린 저를 위해 이렇게 까지 해 줄줄은… 앞으로 저 정말 잘 하겠습니다.”

“…”

그 말과 함께 브리세스는 그대로 아킬레스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과거 한 순간의 욕망에 이끌려 그녀가 했던 짓을 후회하면서.

앞으로는 눈 앞에 있는 이 남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다짐하면서.

“앞으로는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면서. 당신만을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신게 맹세코. 다시는 그런 짓을…커허어어억!!!!”

그 순간.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

이에 브리세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복부에 검이 박힌 상태로 바닥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뺏기지 않을 거야… 더 이상. 누구에게도 널…”

“아… 아..킬…. 어… 어…째…ㅅ…”

“넌 오직 나만의 것이야. 브리세스… 앞으로 영원히. 오직 나만의…”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그녀를 보며 공허하기 그지 없는 시선을 내보이는 아킬레스.

잔잔하기 그지 없는 광기마저 느껴지는 그의 모습에, 브리세스는 바로 앞까지 다가온 죽음이 안겨주는 공포 이상으로, 눈 앞에 있는 이 남자에게 묵직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커흐으윽!”

이어서 그런 브리세스의 복부에서 검을 뽑아낸 뒤.

아킬레스는 무표정한 얼굴을 지닌 채 그대로 그 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커…커허..허…어…어억…”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와중에 느껴지는 생생한 고통.

맨 손으로 내장을 헤집고 찢어내면서 무언가를 거칠게 찾고 있는 그의 손길에,

브리세스는 나오지 않는 비명을 억지로 토해내며 그대로 생명의 불꽃이 빠르게 꺼져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하…. 하하… 하하하…”

갑자기 섬뜩하기 그지 없는 웃음 소리를 흘리기 시작하는 아킬레스.

이어서 그는, 더 이상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는 브리세스를 향해서, 공허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거짓말 이었어. 이 안에는 아무것도 없잖아. 황제의 아기 같은 건…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어.”

지독한 증오심을 넘어 허탈하기 까지 하게 느껴지는 아킬레스의 말.

그것을 끝으로 브리세스는 끔찍한 격통의 소용돌이 속에서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

*

황도를 휩쓸고 간 신의 재앙.

빛의 짐승들이 날뛰며 사람들을 물어 죽이는 피의 학살은, 이 거대한 도시에 살고 있던 인구 중 4할이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끊은 뒤, 그대로 작은 입자가 되어 사라지는 빛의 짐승들과.

그 사이에서 망연한 표정을 지은 채 자리에 주저 앉는 생존자들.

언뜻 보면 단순히 무차별 학살이 자행된 듯 여겨지는 상황이었으나,

이 순간 살아남은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이 살육의 장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의외로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세밀레… 난… 난 당신을 믿었는데… 어째서… 어째서 그런…”

“펠롭스… 이 나쁜 남자… 나한테 자기는 절대로 그런 거 안 한다고 했으면서…”

“하…아하하하! 꼴 좋다 오이디푸스! 그렇게 우리 엄마랑 놀아나더니 결국 천벌을 받았구나! 이 더러운 배신자 녀석! 언젠간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참으로 극단적인 방식으로 드러나게 된 배후자와 연인의 추악한 실상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배신감과 절망 속은 통쾌함으로 인해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믿고 있었다고.”

“제가 말 했잖아요. 전 그런 일 없다고.”

물론, 그 중에는 평소 알아서 처신을 잘한 덕분에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더욱 관계가 깊어진 자들도 적잖이 있었다.

그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내려진 정화의 여파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울고 웃고 있던 그 시간.

황성의 가장 높은 곳에서 아킬레스는 눈 앞에 있는 아문을 보며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아문이시여… 이렇게 저의 소망을 이루어 주셔서 참으로 감사 드립니다.”

­“올바른 목표를 지니고 나를 따르는 자들에게 응당 해줘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허면 우선 이곳의 일은 너에게 맡기고 난 잠시 다른 곳으로 가보도록 하겠다.”­

“다른 지역을 정화하려는 것입니까?”

­“아니, 그보다 먼저 만나야 할 자들이 있다. 앞으로 확실하게 이 더럽혀진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서 만나야 할 자들이 말이다. 그 동안 넌 나의 은총을 받은 이 땅을 잘 수습하고 있도록 하라.”­

“예, 알겠습니다 아문님.”

그렇게 서서히 하늘 위로 날아 올라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한 아문의 모습.

‘방향을 보면 대충 스파르타성 쪽인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문님의 뜻이라면 무언가 의미가 있겠지. 일단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는데 집중하는 수밖에.’

그렇게 아킬레스는 의문을 느끼면서도 일단은 신의 뜻에 따라 맡은바 소임을 다하기 위해 그대로 성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묵혀왔던 복수를 달성했다는 사실에 대한 성취감.

그리고 그것을 뒤 따라오는 생각 이상으로 진한 공허함이라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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