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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36화 (136/150)

〈 136화 〉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후회를 하는 년

* * *

전 용사파티의 일원이자 팔콘 제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신성력을 보유한 대신관 에일린.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으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테베에 머무르고 있는 그녀는 현재 마음 속으로 짙은 절망을 맛보고 있는 중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계속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는 건데? 왜… 왜 자꾸만 상황이 나빠지기만 하는 거냐고.’

근래 들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제국과 마도국 사이의 전쟁.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토라레는 도로 데려오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를 하였으나, 그녀의 노력들은 결국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격화된 전쟁으로 인해 두 나라 사이의 모든 교류가 중단되었으며,

결정적으로 현 상황은 사방에서 협공을 받고 있는 제국 측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만약 제국 측이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면 그녀의 권한을 사용해 슈드를 압박하여 어찌어찌 토라레를 보내도록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이야기.

그렇게 점점 더 답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괴로움을 느끼고 있는 이 상황에서.

자신이 마음을 준 남자를 영영 찾지 못한 채 홀로 외로움에 사로잡혀 비참하게 발버둥 치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

에일린의 머릿속에는 어느 순간부터 갈수록 커져가고 있던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점점 더 또렷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만약… 만약 그때 내가 토라레가 아닌 엘런을 선택했다면, 용사파티의 여정에서 토라레의 꿰임에 넘어가지 않고 약속했던 대로 끝까지 엘런을 따랐다면… 이렇게 까지 비참한 꼴이 되지는 않았을 거야.’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마왕을 처치하고 나면 자신과 결혼을 하자고 약속했던 용사 엘런 세이비어

소꿉친구로서 어릴 때부터 줄곧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어왔으며.

한시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그 남자에 대해서 에일린 또한 한때는 진심으로 애정을 지녔으며, 약속대로 모든 여행이 끝나고 나면 그와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까지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짧지 않은 여정에서.

에일린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상냥하지만 말 그대로 그것뿐이며,

지나칠 정도로 순박하고 굴곡이라고는 없으며 때문에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그런 점에서 엘런은 남자로서의 매력은 그리 훌륭하다 할 수 없는,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재미없는 남자라는 사실을 에일린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남자와 미래를 약속하고 있던 입장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이 선택이 옳았는지 고만하게 된 에일린.

그때. 그런 고민을 하던 그녀의 눈앞에.

그 남자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신선하기 그지 없는 충격이자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

짐꾼 토라레.

우연한 계기로 용사파티에 참여하게 된 그는, 엘런과는 달리 고지식하지도 바보같이 착하기만 하지도 않으며,

동시에 그녀를 반하게 만들만한 화려한 언변과 그녀의 말을 세심하게 신경 쓰고 지지해주며 동감해주는 모습을 통해 단숨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신과 약혼을 한 인물인 용사와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국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돌리게 만드는데 성공한 토라레.

이어서 그의 이러한 매력은 결국 에일린의 주변에 있던 다른 용사파티의 여성들까지 하나 하나 사로잡게 되었으며,

그 결과 에일린과 용사파티의 여인들은 마침내 이 여행의 결말을 바꾸려는 계획을… 용사가 이룬 모든 것을 토라레에게 넘겨주기 위한 계획을 짜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에일린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잃어 버린 채 결국 아무것도 지니지 못하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원했던 영화도, 그녀를 사랑해 주는 남자도.

모든 것은 결국 그녀의 손을 벗어나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으며,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오직 지독한 외로움이라는 감정 과 텅 빈 그녀의 옆자리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은 결국 모두 그녀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지금의 에일린은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멋진 남자니 뭐니 하는 것은 결국 다 허상이었어…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남자가 오직 나만을 바라만 봐주는가 하는 것. 오직 나만을 사랑해주는 내 남자. 단 한 사람만이 필요했던 거야.’

용사의 불안감을 줄이고 그가 확실하게 마왕을 처치하도록 할 수 있도록 일부러 용사에게 친근함을 표시하면서 하렘을 구성하도록 계획을 짰던 에일린.

그러나, 그 와중에도 에일린은 여전히 자신만을 바라보는 용사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그녀만을 사랑해 주었던 용사 엘런..

하지만, 그녀는 그의 이런 시선과 감정을 끝내 외면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용사를 죽게 만들고 말았다.

오직 그녀 만을 바라봐 주었던 그 사람을…

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을 그런 사람을 말이다.

‘내가… 내가 어리석었어…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만 않았어도. 등신 같이 엘런을 배신하고 토라레를 고르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게, 이제 와서 아무 짝에서 쓸모 없는 후회의 감정에 사로잡힌 채 눈물을 흘리는 에일린.

그때…

­쿵쿵쿵!

“응?”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들려오기 시작한 요란한 문 두드리는 소리.

이에 대해서 에일린은 자동적으로 의문을 느끼며 일단 급하게 눈물을 닦은 뒤, 그녀를 찾는 손님을 맞이하였다.

“네 무슨 일이지요?”

“에… 에일린님! 큰일났습니다! 빨리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급하게 그녀를 찾는 병사의 말.

이에 대해서 에일린은 의문을 느끼며 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할 것을 요구했고,

그녀의 물음에 병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을 하였다.

그것은 바로…

“…!? 뭐… 뭐라고요?”

*

“카산드라 혹시나 해서 묻는 것이지만 저자가 바로…”

“맞아, 내 기억이 맞다면… 저 검은 갑주와 대검… 그리고 이 기척은 분명..”

“…과연… 확실히 거물을 만날 수 있게 되긴 했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빠르게.”

눈앞에 보이는 ‘마왕’과 그가 동행해온 네 명의 마족 전사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카산드라와 헬레네는 그녀들이 예상했던 것을 아득히 능가하는 마왕국의 지원에 약간의 당혹감과 흥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황도 인근에 위치한 도시 스파르타에서 그들을 맞이한 두 사람.

헬레네의 영지이자, 카산드라가 소집한 ‘반란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곳에서, 그들은 이번에 자신들을 도와주기 위해 친히 강림한 ‘마왕’과 그의 친위대를 일단은 최대한 미소로서 맞이하기 시작했다.

“어… 어서 오십시오 마왕폐하. 이렇게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으음….”

헬레네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마왕.

이어서 그런 그녀를 보면서 마왕의 곁에 서 있는 비교적 작은 체구를 지니고 있는 마족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이군, 제국의 성기사. 혹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는 가?”

“….그렇군요. 당신, 그때 롭에서 보았던 그…”

“그래, 잘 알고 있네. 설마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만. 아무튼 반갑다는 인사는 해주도록 하지.”

남자인지여자인지 알 수 없는 변조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그 때 그 암살자 마족.

이에 대해서, 카산드라는 일단 미소를 지으며 과거에는 적이었으나 이제는 아군이 된 그녀에게 말했다.

“서신에도 적었으니 이번 일이 잘 성공한다면 앞으로 제가 마왕국을 적대할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잘 지내도록 하지요.”

“그래, 잘… 지내보도록 하자고.”

그렇게 입으로는 웃으면서도 여전히 은근히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

그때,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던 마왕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둘 다 거기까지, 일단은 자세한 상황 설명부터 듣도록 하지.”

“으음… 알았어.”

“그리하지요.”

그렇게 마왕의 중재로 분위기가 가라 앉는 것을 느끼며 곧바로 회의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

그런데…

“!!?!!”

“뭐…. 뭐지?”

다음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무언가.

이에 대해서, 마왕을 비롯한 이들의 시선은 그대로 이곳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황도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 직후 그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장면.

그것은 바로…

*

솔직히 말하면, 난 그리 재수가 좋은 인간이 아니다.

무언가를 시도하면 꼭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지는 타입이라 할까?

그나마 이쪽 세계에 온 이후로는 이 더러운 팔자가 조금은 나아진 듯싶기도 했지만, 여전히 썩 운이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난 나의 이런 불운이 오늘 아주 날을 잡아서 제대로 터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번 일의 계획 자체는 방금 전까지는 상당히 순조롭게 흘러갔다.

민심이 흉흉해져 있는 제국에 잠입해 카산드라와 협력하여 황도를 공격하고, 이를 통해 제국을 두 쪽으로 쪼개어 버리자는 계획.

이를 위해서 난 전 용사파티였으나 이제는 완전히 이쪽 사람이 되어 버렸으며 전투력 또한 빵빵하기 그지 없는 아멜다와 테라.

그리고 다크엘프 아멜다의 주인이자 이런 일에 가장 적격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 엘리사와 냐단을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최선의 파티를 구성해 이곳 스파르타까지 온 지금 이 순간.

나와 동료들의 눈에는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생생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저것은….대체…”

황도 근처에서부터 시작해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하늘.

마치 붉은 물감 강에 흩뿌린 듯 소름 끼치는 느낌을 안겨주는 그 장면과 함께,

나의 시선은 그대로 황도 위를 천천히 유영하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한 존재 에게로…

거대한 뱀을 연상시키는 모습을 지닌, 한 마리의 붉은용에게로 향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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