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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35화 (135/150)

〈 135화 〉 일그러진 사상에 종말을

* * *

팔콘제국의 황도에서 북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진 장소.

그곳에 위치한 야산 깊은 곳에는 적잖은 수의 병사들이 항상 지키고 있는 장소가 있었다.

강력한 마법이 쳐져 있으며, 평범한 이들은 물론이고, 황족들 조차도 함부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금단의 장소.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이는 오직 황제와 그가 직접적으로 허가를 내린 존재들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문제의 그 허가를 받아낸 장본인인 아킬레스와 그의 부하들은.

오랜 세월 엄중히 지켜져 왔던 그것을 꺼내기 위해 엄중한 절차를 거친 뒤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도 깊은 지하 계단.

그것을 따라 내려가면서, 그 사람은…

아킬레스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솔직히 상상 이상으로 쉽지 않았다.’

그에게 허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한 동안 계속 우물쭈물한 태도를 유지하며 실행을 미뤄온 황제.

그러나 이에 대해서, 아킬레스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여 그런 황제를 설득하고 구슬리면서 어떻게 해서든 그가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안에 담긴 힘은 제국의 적을 단숨에 쓸어버릴 수 있다 했습니다. 선조께서 후손인 저희들을 위해 제국을 수호하라는 의미에서 이름 붙이고 내려주신 무기. 이를 지금 사용하지 않으면 언제 쓸 수 있단 말입니까?”

“으음… 하지만, 선대께선 결코 그 힘에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 하셨네. 그리고 이는 황실에 대대로 내려오는 규율. 단지 이를 지키기만 할 뿐 그 안에 담긴 힘은 우리가 쓸 수 없는 것이라고 하셨어.”

“물론 그분들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 제국은 말 그대로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바로 어제 델포이마저 넘어갔다는 소식을 듣지 않으셨습니까? 이대로 있다간 이곳 울림푸스까지 적들이 당도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그건… 그렇겠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적을 몰아내고 승리를 거머쥐겠습니다. 각종 문언들을 통해서 수호석에 대한 연구는 이미 완벽히 끝마쳤습니다. 저것이 파괴되도록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단순히 힘만을 사용할 뿐. 저의 목숨을 걸고, 폐하께서 걱정하시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목숨을 걸고 간곡히 애원하는 아킬레스의 모습.

이를 보면서 황제는 결국 그의 충심을… 어떻게 해서든 이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그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였고,

끝내 그에게 황실 대대로 내려오던 그 열쇠를…

그것이 있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넘겨주게 되었다.

“반드시. 저 사악한 자들을 몰아내고 승리를 가져오도록 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폐하. 소인, 온 힘을 다해서. 저들에게서 승리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마침내 최후의 망설임을 정리한 황제에게 열쇠를 받아든 아킬레스.

그러나 그 순간.

주군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는 아킬레스의 마음 속에는 황제에 대한 충심 따위는 일절 담겨있지 않았다.

‘드디어 해냈군… 마침내… 마침내 이것이 내 손에 들어오고 말았어.’

황제의 손을 거쳐 아킬레스의 손에 들려 있는 오래된 백금 열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아킬레스의 손에는 다시금 그 백금 열쇠의 모습이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로 길었지… 이것을 손에 넣기 위해 일부러 전황을 조작해 황제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나에 대한 황제의 의존도를 높이느라 참으로 고생이 많았다.’

그가 지니고 있는 모든 권력과 인맥 그리고 자금을 총 동원하여 끝끝내 성사시키고만 이번 일.

그것이 드디어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 과정이 얼마나 길었는지를 떠올리며, 아킬레스는 이 순간 홀가분하기 까지 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보이는 거대한 문의 모습에, 아킬레스는 생각하기를 멈춘 뒤 그대로 문 앞에 섰다.

이어서, 황제에게 받아온 열쇠를 열쇠구멍 안에 집어넣은 뒤, 천천히 이를 돌리기 시작하는 칼레스.

그러자…

­크르르르릉…

기분 나쁠 정도로 묵직한 소리와 함께 열리는 지하실

그와 동시에, 아킬레스의 눈에는 그대로 이 이상 감출 수 없는 진한 희열의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팔콘 제국의 국보… 수호석.”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으며 크기는 거의 성인 남성 크기만한 커다란 돌.

단단하게 다져진 미스릴 재단 위에 박혀 있는 그것을 보면서 아킬레스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보여본 적이 없는 진하디 진한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이것만 있으면 정말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돌 같습니다만…”

“수호석의 힘이라면 저 더러운 마도국 녀석들도… 거기다 엘프놈들과 수인 녀석들도 모조리 끝장을 낼 수 있다 들었습니다만… 그게 정말 사실입니까?”

의문과 긴장을 담아 질문하는 부하들.

이에 대해서, 아킬레스는 천천히 그들을 돌아보며 심상치 않는 기척을 발하며 말했다.

“왜? 못 믿겠는가?”

“아…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아킬레스의 말에 자동적으로 움찔 하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 부하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 아킬레스는 그대로 천천히 수호석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하긴, 못 믿는 것도 당연하겠지. 이 수호석은 비록 그 존재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지만 이것의 정확한 역할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니까 말이야.”

“으음…”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대체 그 안에 무슨 힘이 담겨 있는 것입니까?”

아킬레스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부하들.

이에 대해서, 아킬레스는 천천히 손으로 수호석을 어루만지며 섬뜩함이 느껴지는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힘은… 그야 당연히, 이름처럼 수호하는 힘이 담겨 있지. 이 팔콘 제국을. 아니… 이 세상을 다른 거대한 존재로부터 차단하는 일종의 방어벽과 같은 힘이 말이야.”

“네?”

“….저기 점점 알 수 없는 이야기만 하십니다만, 그래서 그것으로 어떻게 전쟁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어쩐지 이야기를 빙빙 돌리는 듯 한 상관의 말에 한층 더 진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질문을 하는 병사들.

거기에 대해서. 아킬레스는 품 속에서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꺼내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승리 할 수 있겠지. 실제로 황제 폐하께는 그리 말했고, 나의 말에는 한치의 거짓도 없었다. 다만..”

그 말과 함께 품속에서 꺼낸 무언가를 천천히 수호석에 가져다 대기 시작하는 아킬레스.

그의 이런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은 일 순간 흠짓하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자… 장군…님?”

“그… 그건 갑자기 왜.”

다음 순간 그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아킬레스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병.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은 그들 또한 알고 있는 것이었다.

검은 불꽃.

과거 엘프 들의 칸나 숲을 절반 이상 집어 삼켰으며 세계수 조차 태워버릴 뻔 했다는 어마어마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무기.

애초에 그 불꽃을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이 아킬레스인 만큼 그의 속에서 그것이 나온 이 장면 자체는 딱히 이상할 것은 없었다.

문제는, 그가 있는 이 장소, 그리고 그가 그 불꽃을 가져다 대고 있는 대상이 바로 수호석이라는 것.

이러한 사살에 한 순간 무지로 인한 긴장과 더불어, 이해할 수 없지만 무언가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부하들은 눈 앞에 있는 자신들의 상관을 말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쨍그랑!

그들이 우물쭈물하고 있던 그때, 그대로 아킬레스의 손에 들려 있던 병이 까져버렸고.

이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불꽃은 그대로 수호석에 들러붙게 되었다.

이어서,

그대로 무시무시한 기세를 발하며 마치 바짝 마른 나무를 집어 삼키듯 순식간에 수호적 전체를 태워버리기 시작하는 검은 불꽃

“!!!”

“어…어째서?”

“자… 장군님? 이… 이게 대체 무슨…”

그들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에, 그제서야 뒤늦게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부하들.

그러나, 그들의 이런 모습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아킬레스는 그대로 환희로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드디어! 드디어 당신의 시간이 도래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신이시여! 전능하신 아문님이시여!”

“!!!”

“아.. 아문?”

“자… 장군님! 지금 그게….!!!”

­쿠르르르르릉!!!!

지금까지 단단히 착용하고 있던 가면을 집어 던진 채, 본래의 광신도 다운 모습을 내보이기 시작한 아킬레스.

그와 동시에, 불타는 수호석과 함께 갑작스럽게 방 전체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이에 그의 부하들은 짙은 두려움과 혼란에 사로잡힌 채 그대로 제자리에 무너지듯 쓰러지고 말았다.

“이..이게 무슨…”

“이… 일단은 빨리 도망쳐야…!!”

벽이 갈라지고 사방이 뒤흔들리는 가운데 어떻게 해서든 그곳에서 벗어나려 하는 부하들.

그러나, 그들이 거의 기어가다 싶히 하면서 이곳을 빠져나가려 하던 그때 그들이 들어 왔던 통로는 통째로 무너져 버리고 말았으며.

결국 아킬레스와 동행했던 부하들은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한 채 그대로 매몰되고 말았다.

*

수호석이 있는 장고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

그들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지진 속에서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 저… 저기 좀 봐!”

대지가 요동치는 와중에 무언가를 발견한 병사 한 명.

이에 그들의 시선은 동시에, 자신들의 바로 머리 위에 있는.

방금 전까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랬던 하늘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피로 물든 듯이 붉게 물들어 버린 하늘의 모습.

그들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도 평범하게 받아들일 수 도 없는 충격적인 장면에 병사들의 마음 속에는 그대로 묵직한 공포가 자리잡게 되었다.

그때…

­콰과과광!!!

그대로 그들의 바로 등 뒤에서 발생한 거대한 폭발.

그 충격으로 그곳에 있던 이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몰살 당하고 말았으며.

수호석을 지키기 위해 축조해 두었던 방어시설은 한 순간에 폐허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한 한 존재.

지금까지의 은백색 갑주가 아닌 붉은 갑옷을 입고 있으며심상치 않은 기운을 발하고 있는 아킬레스.

그리고, 그의 뒤쪽에서 천천히.

그 거대한 육체를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한 마리의 뱀을 연상시키는 붉은 용은.

눈 앞에 보이는 황도의 모습을 향해 섬뜩하기 그지 없는 기운을 발하며 포효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복수의 때가 도래했도다. 이 세계를 어지럽힌 더러운 신들이여. 너희들의 일그러진 사상에 종말을 고하겠노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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