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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37화 (137/150)

〈 137화 〉 역겨움이 느껴졌다

* * *

암흑과 광명으로 뒤덥여 있는 드높은 천상의 세계.

신들의 거처라 불리는 장소이자 이 세계를 다스리는 힘과 권위의 상징들이 모여 있는 장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신성하고 장엄한 세계의 입구에 갑자기 나타난 다른 세상의 존재.

스스로를 아몬이라 칭하는 한 마리의 붉은 용은,

자신의 앞에 보이는 신들의 궁전을 응시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들의 만신전 에서도… 신들이 공포를 느낄 수 있지….”]]]

섬뜩하기 그지 없는 붉은 기운을 발하며 그 거대한 몸을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아문.

그 순간.

그자의 눈 앞에는, 단단하게 무장을 하고 있는 7명의 절대자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7계.

이 세상을 다스리는 주인이자.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들.

이 순간, 그들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한 마리의 거대한 붉은 용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셨군.”=

“당신이군요 그 아문 이라는 존재가.”

­“감히 겁도 없이 우리들의 영역을 침범한 가증스러운 녀석.”­

“아무리 우리도 개차반이라 하지만 적어도 룰은 지킨단 말이지. 규칙을 어기는 놈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으음…”

“…”

아문을 향해 한 마디씩 하면서 적개심을 내보이거나, 혹은 굳어진 표정으로 그자를 노려볼 뿐인 이들.

그때, 여러모로 험악하기 그지 없는 분위기 속에서 이들 중 실질적으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존재인 불타는 거대한 눈동자,

롸는 차분함과 경고가 담겨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아하니 네놈도 우리와 같은 절대자의 존재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거늘, 어째서 이런 짓을 한 것이지? 굳이 네놈과 연관 없는 세계에 간섭해 이렇게 까지 할 이유가 있는가?”]

무단으로 침입을 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일단 대화를 시도해 보는 롸.

그때,

그런 그를 보면서 아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역겨움이 느껴졌다.”]]]

[“…뭐… 라고?”]

진한 분노와 적의, 그리고 순수한 살의가 느껴지는 목소리.

동시에 롸를 비롯한 7계는 갑작스럽게 온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칼날과 같은 감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고…

그들을 향해 아문은 7명의 절대자 조차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운을 발하며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길었던 불쾌함을 오늘 정리하겠다. 신이라 불리는 더러운 축생들이여!”]]]

그 말을 끝으로 순식간에 천상계 전체를 휘감아 버리기 시작한 아문의 힘.

태양과 같이 찬란하면서도 너무나도 뜨겁기 그지 없는 그의 권능에,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던 7계는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속절없이 휩싸이고 말았다.

수 천 년간 이 세계를 움켜 쥐어 왔던 7계의 권력을 단숨에 무너뜨린 아문.

그렇게 단시간에 일련의 ‘작업’을 끝낸 직후.

아문은 그대로 떨어지는 벼락과 같은 기세로 다시금 지상으로 되돌아 왔다.

그의 본래 목적이었던. 이 추악한 세상을 손수 정화하기 위해서.

동시에, 그를 추종하여 왔던 종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서.

*

황도의 창공을 부유하는 거대한 용.

그것을 바라보면서 팔콘 제국 황제는 짙은 패닉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저… 저게 대체 무엇이냐? 대체 어디서 갑자기 저런 괴물이 나타난 것이야?”

크기만으로 따지며 거의 황성의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존재.

그것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면서, 황제는 그대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다급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뭣들 하는 것이냐! 어…어서… 어서 저 녀석을 막아라! 저 괴물이 황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

“ㅇ….예 폐하!”

“아… 알겠습니다!”

황제의 명에 따라 다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병사들.

그러나 아무리 그들이 나름 충성심을 지니고 있다 해도 이 순간 이곳에 있는 이들의 마음 속에는 공통적으로 한가지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거… 막을 수는 있는 건가?’

당장 크기만 해도 족히 800m는 되는 어마 무시한 존재.

녀석이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꼬리를 한 번 휘두르기만 해도 황성이 박살 나고 무수한 이들이 우르르 죽어나가리라는 것을 그들은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감당 불가능한 공포 속에서도 일단 어떻게 해서든 진열을 잡고 공격을 시도해 보려는 병사들.

그때…

­“무지한 지상의 존재들은 들으라.”­

“크으윽!”

“큭!...”

머리를 울리는 것 같은 고통을 안겨주면서 또렷하게 들려오는 광오한 목소리.

평범한 이들은 거스를 수 없는 힘이 담겨 있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중에는 강렬한 충격으로 인해 바닥에 쓰러져 괴로움을 토로하는 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모습에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하늘에 떠있는 그 붉은 용은…

그대로 거침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내 이름은 아문. 이 더러운 세상을 정화하고 새로운 진리를 세울 신세계의 신이다!”

“시…신… 이라고?”

“아문… 이라니. 그 사악한 악신이 저 녀석이라고?”

얼마 전부터 대륙 전역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던 바로 그 이름.

교국과 마도국 그리고 수인국이 제국을 침공하기 위해서 든 구실로서 지칭하고 있는 바로 그 존재.

단순히 허구에 불과한 이야기로 여기고 있던 그것이 실제로 자신들의 눈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황제를 비롯한 장수들은 진한 두려움과 당혹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저… 정화…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겠는가?”

“그야 당연히… 저희들은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불살라 버리겠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으음…”

자신이 예상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차 없이 이야기하는 신하의 말.

이에 대해서, 황제는 여기선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나서야겠다는 판단에 도달하게 되었다.

“…갑주를 가져와라.”

“ㄴ….네?”

“하… 하지만…”

“어차피 이대로 있다간 애꿎은 목숨만 날릴 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짐이 직접,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저 신이라는 자와 담판을 벌이겠다.”

“폐…폐하…”

“시간이 없다! 서둘러라. 그리고 다른 이들은 지금 즉시 마법봉화를 울려 이 사실을 제국 전역에 알려라.”

“예 폐하!”

“알겠습니다.”

황제의 명에 따라 곧바로 행동에 나서기 시작하는 신하들과 장수들.

그리고 잠시 후, 명령에 따라 황제의 갑주와 무구를 가져온 병사들은 이를 그대로 자신들의 주군의 몸에.

크라토스 3세의 몸에 착용시켰다.

“10년 만인가… 이렇게 직접 무구를 들고 선봉에 서게 된 것은.”

그렇게 나름대로 마음의 각오를 다진 직후,

황제는 그대로 무구 안에 각인되어 있는 비행의 마법을 사용해 눈 앞에 보이는 거대한 붉은 용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아문 신이여! 짐은 이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 크라토스 3세다. 그대와 긴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만 잠시 시간을 내어 줄 수 있겠는가?”

아문의 그 어마어마한 거체에 비하면 거의 개미만한 크기로 보이는 황제.

하지만 아문은 이를 어렵지 않게 알아보며 그대로 눈앞에 보이는 황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네가 이 인간들의 지도자인가.”­

“그렇다, 짐이 바로 이들의 군주이다. 아문 신이여 그대는 어째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짐의 영토를 침범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가? 혹 짐과 이 나라에 원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소위 명분 이라는 의미 아래에서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윤리라는 부분에 있어 이를 충실하게 따랐을 경우를 의미하는 것을 뿐, 사실상 이 세상은 명분이 아닌 야만적인 힘의 원리에 의해 돌아간다는 것을 황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일단 압도적인 강자로 추정되는 아문에게는 딱히 어떤 명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팔콘 제국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황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아문은 인간 중에서도 상당한 강자에 분류되는 황제를 향해 진지함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원하는 것이라면 있다.”­

그 말과 함께 황제를 바라보며 일 순간 진한 열망을 표출하는 아문.

이에 대해서 황제는 어쩌면 눈앞에 있는 이자가 의외로 말이 통하는 자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어쩌면 이 위기를 뒤집고 이자의 막강한 힘을 이용해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진한 긴장과 약간의 기대를 지닌 채 다시 한번 물었다.

“무… 무엇인가? 뭐든 말 해보라. 이야기 했듯이 짐은 이 땅을 다스리는 이 나라의 황제. 그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 줄 의향이 있다.”

흥분이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황제.

이에 대해서, 그 거대한 신은.

한 순간 섬뜩하기 그지 없는 살의를 표출하며 그대로 눈앞에 있는 황제를 보며 말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네놈들의 죽음! 이 땅의 추악한 인간들과 저 더러운 엘프들! 짐승만도 못한 수인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이다.”

“뭐… 뭐라고? 대체 어째서인가! 우리가 네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온 몸이 저릿저릿한 압박 속에서도 굳건한 의지를 발하며 항변하는 황제.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문은 마치 혐오스러운 벌레는 바라보는 듯 한 시선과 함께 황제를 보며 말했다.

­“식탁 위의 벌레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법이지.”­

“!!”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방금 전까지 네 신하의 아내를 범하고 나온 더러운 벌레 녀석. 이런 식으로 직접 나와 주어 참으로 고맙다. 그 보답으로 특별히 네놈에게 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죽음을 안겨주마!”­

“! 자… 잠ㄲ…!”

그 말과 함께 그대로 입에서 한 줄기 태양와 같은 빛을 뿜어내는 아문.

동시에 황제의 시야는 너무나도 찬란하기 그지 없는 빛으로 휩싸이게 되었고,

그것을 끝으로 팔콘제국을 다스렸던 군주이자 이 대륙에 수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들었던 폭군 크레토스 3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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