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나하고 사귀자.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 * *
다시 돌아온 그들의 눈 앞에 보이는 장면.
그것을 목도한 그 순간 엘리사와 냐단은 그대로 진한 충격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다… 당신이 여긴 어떻게.”
“네놈, 분명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하는 놈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한 순간 진한 경계심을 발산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
이에 대해서,
그들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그 남자는.
용사 헥토르는 차분한 목소리로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이거 참… 소식이 늦어도 너무 늦는 것 같군. 내가 석방 된지 벌써 두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뭐라고?”
“대체 어떻게… 감히 마왕 폐하를 공격한 중죄를 저지른 네 녀석이…”
“그 죄는 지금까지 세운 공적을 통해서 다 갚았던 것이다. 마왕 폐하께서도 이를 인정하시고 용서해 주셨으니 아무 문제 없는 것이다.”
그 말과 함께 슬쩍 손수건을 들어 용사의 입에 묻어 있는 소스를 닦아주는 샤뮤엘.
그녀의 이런 행동에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도 거부감을 내보이지는 않는 헥토르의 모습을 보면서,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문득 한가지 사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 저기… 샤뮤엘… 설마 네가 사귀고 있다는 용사라는 자는…”
“용사 엘런을 말하는게 아니었단 말이야?!”
혹시나 하는 생각을 지닌 채 확인을 시도하는 두 사람.
이에 대해서, 샤뮤엘은 ●△●? 한 얼굴을 내보이며 그대로 고개를 갸우뚱 하며 말했다.
“응?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엘런이라니… 그 남자가 여기서 왜 나오는 건가? 엄밀히 말했을 때 지금 용사라고 할 수 있는 자는 당연히 우리 헥토르뿐이다. 엘런은 전직 용사로 이제는 검은 용사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다.”
“그건…. 그렇긴 한데…”
“아니 아니… 잠깐만. 그.. 그런, 지금 샤뮤엘이랑 헥토르 두 사람이 사귀고 있는 것이고 이 일은 엘런하고는 아무 상관 없다 이건가?”
“당연한 것이다. 애초에 그 남자하고 난 만난 적도 없는 사이이다. 그런 착각을 하는 건 비약이 심하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아….”
“….음..음…”
그렇게 약간의 불편함을 내보이는 샤뮤엘의 말에 그대로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냐단과 엘리사.
이어서 두 사람은 무언가 여러모로 진한 허탈함을 느끼면서 그대로 샤뮤엘을 보며 말했다.
“저기… 그러니까… 미안하다.”
“나도 미안… 괜히 이상한 착각을 해버리고 말았어…”
“뭐, 딱히 화가 난건 아니지만,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봐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힘만 강한 남자하고 내 남자가 비교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것이다.”
“으음…”
“내 남자…”
참으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충분히 부끄럽게 들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샤뮤엘.
이에 두 사람은 ●_●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괜히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럼 이걸로 이상한 오해도 풀어졌고 기왕 왔으니 다 함께 좀 더 즐기는 것이다.”
“그.. 그러지.”
“뭐… 나도 아직 배가 덜 차긴 했으니까…”
그렇게 어색한 느낌으로 대답을 하면서 마저 중단 되었던 식사를 다시 시작하는 두 사람.
한편, 그런 그들의 상태에 대해선 이 이상 신경 쓰지 않은 채 샤뮤엘은 그대로 자신의 옆에서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헥토르를 보며 말했다.
“그런 얼굴 하지 말고 이것 좀 먹어보는 것이다.”
“아… 응. 고마워.”
그렇게 샤뮤엘이 건네 준 고깃덩어리를 입안에 넣은 채 이를 씹기 시작하는 헥토르.
솔직히 잔 반 처리를 도와 주라는 연락에 일단 오긴 했지만, 어쩐지 이상한 이야기에 끼어 버린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그는 여러모로 묘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내가 모르는 여자들끼리의 복잡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대체 그게 뭐였을까?’
애초에 이런 쪽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헥토르의 입장에선 알 수 없는 일.
하지만,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뒷배경이 존재했다는 사실과 별개로.
이 순간 헥토르는 나름 대로 작게나마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뭐, 그거랑 상관 없이 샤뮤엘이랑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
두 달 전.
지금까지의 공적을 치하하여 석방이 결정된 헥토르와 그의 용사파티 동료들.
그 일에 대해선 그의 감시역을 겸해서 함께 임무를 수행해 주었던 샤뮤엘의 도움이 컸으며.
이와 관련해 헥토르는 따로 샤뮤엘를 만나 고마움을 표하고 있었다.
“설마 그런 식으로 나에게 공적을 몰아줄 줄은 몰랐다. 정말로 고맙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응?”
“은혜 값는 법.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
샤뮤엘의 말에, 문득 그녀가 자신에게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헥토르.
이에 대해서, 헥토르는 아무리 그녀가 천상의 미모를 지니고 있는 여인이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은 마족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일 순간 진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 뭐지? 설마 내 영혼은 재물로 바쳐라 뭐 그런 것인가?...’
이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낮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헥토르는 그대로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였다.
“어…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 내가 은혜를 갚을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나하고 사귀면 되는 것이다.”
“…응?”
생각지도 못한 무시무시한 공격을 때려 박아버리는 샤뮤엘의 행동.
이에 헥토르는 일 순간 사고가 정지당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아..아니 아니.. 자… 잠시만…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용사 난 네가 좋다. 나하고 사귀자.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극심한 혼란을 표출하는 헥토르를 보면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는 샤뮤엘.
이에 용사는 이런 상황에서 조차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모를 발산하고 있는 샤뮤엘을 보면서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금의 이 상황은 여전히 그에게 있어서 여러모로 혼란스럽긴 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과 별개로.
이만한 미녀가 대놓고 고백을 한 이 상황에서.
그것도 평생 감옥에 갇혀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해 마지 않는 은혜를 담보로 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헥토르는 자신에게 거절을 할 권리도 이유도 없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용사의 이름을 달고 있는 자신이 마왕국 군단장과 그런 관계가 된다는 것은 그 자체 만으로 조금 걸리긴 했지만, 이미 사실상 마족편에 서서 팔콘 제국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기 까지 한 지금에 와서 그런 사실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헥토르는 진한 긴장이 담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 알았…다. 사귀어 주겠다.”
“응. 고맙다.”
*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생각 이상으로 잘 지내고 있는 헥토르와 샤뮤엘.
솔직히 상대가 아무리 엄청난 미녀라 해도 일단 마족인 만큼 헥토르는 사귀기로 결정한 상황에서도 여러모로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으나.
다행히 그의 이런 우려가 단순히 기우였다는 것을 그는 요즘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문화적인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의외로 이와 관련해서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생길만한 요인은 거의 없었다.
아울러, 당장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샤뮤엘은 무심한 듯 하면서도 그를 잘 챙겨 주었으며.
이는 지금까지 줄곧 평탄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삶을 살아온 헥토르에게 진한 평온함과 행복을 안겨다 주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보면… 내 삶도 아주 나쁘지는 않은 것 같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렇게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얼마 전에는 단 둘이 산책을 하면서 키스까지 하였으며.
이제는 샤뮤엘이 슬슬 그 다음 단계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헥토르는 조심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임마노엘 마스라고 했던가?... 연인들 끼리의 기념일 같은 것이라고 들었는데, 무언가를 준비하려면 역시 그때가 좋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샤뮤엘이 집어준 또 다른 고깃덩어리를 입안에 넣으며 이를 우물거리기 시작하는 헥토르.
이어서 그는, 자신의 옆에 딱 붙어 있는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부드럽기 그지 없는.
폭신 폭신 하면서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 그녀의 머릿결.
이를 어루만지면서 헥토르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드리워지기 시작했고.
그의 이런 행동에 샤뮤엘은 ●_●한 표정을 지으며 살짝 볼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순간, 샤뮤엘과 헥토르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이런 달달하다 못해 사카린 마냥 쓰게 느껴지기 시작한 모습을 눈 앞에서 지켜 보면서.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냐단과 엘리사의 표정이 점점 뭐라 할 수 없는 느낌으로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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