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이것은 사고가 아니다!
* * *
황도의 중심가 위치해있는 마법사 공방.
포션을 비롯한 약들과 마도구를 판매하고 있는 이곳은, 각종 유독 약품과 공격용 스크롤로 인해서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화약고나 다름없는 장소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상황에 대해선 이곳의 관리자들도 알고 있었으며.
이에 이곳 마법사 공방은 항상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엄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공방의 입구에는 언제나와 같이 출입 허가를 위한 사전 검문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혹여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를 판별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압수 조치하는 일을 맡고 있는 마법 공방의 검문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곳에는 두꺼운 로브를 쓰고 있는 한 사람이 검문을 위해 서 있는 중이었다.
“그럼 다음 분은 들어오셔서 소지품을 보여 주십시오.”
검문을 담당하는 사람의 말에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그 사람.
이어서 그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의 앞에 자신의 짐 꾸러미를 내려 놓았고, 여기에 대해서 그곳에 있던 이들은 꾸러미를 풀고 그 내용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으음… 별로 특별한 것은 없는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식량 꾸러미와 서책. 그리고 마녀의 신분을 나타내는 증표였으며.
이를 본 직원은 자연스럽게 이자가 마녀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팔콘제국에 마도국의 마녀가 왕래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인만큼 딱히 문제될 것은 없는 부분.
그렇게 마지막 물건에 대한 검사까지 끝낸 뒤, 그는 눈 앞에 있는 ‘마녀’를 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지품은 이상이 없습니다 마녀님. 남은 것은 신원 확인을 위해 그 로브를 잠시 벗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사실상 주요 검사를 통과한 시점에서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으리라 여겨지는 그 사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검문소 직원은 그대로 자신의 앞에서 로브를 벗은 그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 이런 씹…!”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단말마와 같은 욕설.
그러나, 이에 대해서 그곳에 있던 이들이 눈 앞에 보이는 상황을 외부에 알리기 시작하려던 그때였다.
훅!
“커허억!””
그대로 그를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건틀릿.
이에 직원을 비롯한 병사들은 그 찰나의 순간 무언가 대처를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엄청난 힘에 휩쓸려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퍽!
“크흐윽!”
“캑!”
이어서 한 순간 들려오는 짧고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는 직원과 병사들.
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뒤쪽에 서 있던 방문객들은 두려움에 찬 비명 소리를 지르며 이 상황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달아나기 시작했으며,
반면에, 검문소 바로 앞쪽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마법사와 병사들은 그대로 무기를 뽑아 든 채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소란을 피우는 것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일으킨 이유 불명의 사태.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그들은 일단 이 화약고나 다름 없는 장소에서 자칫 문제가 생긴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위험한 곳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는 그것이 설령 마도국의 마녀라 해도 즉결 처단을 하는 것이 원칙.
그렇게 병사들은 즉시 눈 앞에서 무모한 도벌을 벌인 이 자를 처단하기 위해 곧바로 행동에 나서려 하였다.
그러나…
훅!
“!”
그들이 그 ‘마녀’에게 막 다가가려는 그때.
그자는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듯 순식간에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콰과광!!!”
그대로 그들을 향해 주먹을 휘두름과 동시에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충격파.
이에 병사들은 앞선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허망하게 날아가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그렇게 깔끔하게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기절시킨 직후.
그 마녀는 로브 속에 가려진 ●△● 한 얼굴을 그대로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공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20분 후.
콰과과광!!!!
제국에서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마법사 공방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화재로 인해 어마어마한 대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내부에 보관 중이던 각종 마법 약품과 공격 마법들이 연속적으로 유폭 하면서 발생한 거대한 버섯구름.
그리고 그 직후, 마법 공방이 위치해 있는 그 일대의 건물들에선 그대로 동시 다발적으로 화염이 치솟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일부로 타이밍에 맞춰 불을 지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
“제길! 어서 불을 꺼라! 이대로 있다간 전부 다 타버린다!”
“아.. 안되겠습니다! 이미 화마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꺼지지를 않습니다!”
뜨거운 화염을 앞에 둔 채 어떻게 해서든 불길을 잡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주민들과 병사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눈 앞에 있는 붉은 화염은 그대로 사방을 집어 삼키면서 빠르게 그 세를 넓혀갔다.
마법 공방에서 마법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탓인지, 불꽃은 물을 부어도 잘 꺼지지도 않았으며 번지는 속도 역시 평범한 불보다 몇 배는 더 빨랐다.
결국 도시 구역 하나를 통째로 태워버린 뒤에야 비로소 꺼진 화염.
불과 수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제국의 웅장함을 나타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곳은 완벽히 잿더미가 되고 말았으며,
그 사이에서 시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채 그저 망하니 이 참상의 끝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피해가 심각하군…”
“그런 것 같습니다 아킬레스 장군님.”
황제의 명령에 따라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즉시 달려온 아킬레스.
평소 그는 누군가의 희생에 상당히 무덤덤한 편이었지만, 그런 그조차도 눈 앞에 보이는 참상에 대해선 자동적으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 거대한 황도의 5%에 달하는 구역이 통째로 날아가 바린 막심한 피해.
그로 인해 발생한 재산 손실의 규모는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며, 특히 그곳에 마법사 공방을 비롯한 주요 시설들이 끼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술적인 부분에서 피해는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었다.
‘많고 많은 장소 중에서 하필이면 이곳이라니… 이것은 단순한 사고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일부로…’
아직 정확한 사태 파악은 되지 않은 시점인 만큼 무언가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상황을 조사하고 있는 입장에서 아킬레스의 직감은 말하고 있었다.
이것은 결코, 우연히 벌어진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망자는 대충 몇이나 되지?”
“그것이… 다행히도 당장 그 폭발에 죽은 사람은 아직까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부상자 수가 워낙 엄청나서 추후로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그렇단 말이지…”
부하의 입에서 나온 또 하나의 의외의 말.
이를 들으면서, 아킬레스는 역시 이번 일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누군 가의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름대로 결심이 선 직후.
아킬레스는 곧바로 뒤를 돌아 그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잠시 볼일이 있다. 뒷일은 부탁하마.”
“네? 가..갑자기 어디를 가십니까?”
현장 책임을 맡고 있는 상사의 갑작스러운 이탈 선언에 당혹감을 내보이는 부하.
이에 대해서, 아킬레스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범인을 잡으러 갔다 오겠다. 누군가가 질문을 한다면 그렇게 대답하도록.”
“그… 그게 무슨… 자… 잠시만 장군님!”
의문이 담긴 부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순식간에 지붕위로 뛰어올라 현장을 이탈해버린 아킬래스.
그 직후, 그는 대신관 에일린과 마찬가지로 자신 도한 지니고 있는 능력인 마력감지를 사용해 그대로 이 일대에 있는 강자들의 위치는 파악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모은다면 바로 답이 나오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일을 벌인 범인들은 진작에 빠져나간 뒤일 것이다. 그전에… 내 손으로 놈들을 잡는다.’
황제의 명령으로 인해 썩 내키지 않는 화재현장 조사에 차출되었던 아킬레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닌 누군가 고의로 일으킨 일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졌다.
그의 입장에선 이만한 소동을 일으킨 능력을 지니고 있는 실력자들을 상대한 기화가 왔다고 할 수 있는 상황.
이에 아킬레스는 입가에 기대에 찬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자신의 감지 범위에 들어오기 시작한 ‘강자’의 기척에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힘을 감추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강자가 둘 인가. 재미있겠군. 간만에 몸을 좀 풀어볼 수 있겠어.’
*
“추적자는 있는 것인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당장 육안으로 보이는 녀석은 없습니다.”
“그래도 계속 살피도록.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네 샤뮤엘님!”
임무를 완수한 직후 그대로 재빠르게 도주를 하고 있는 마족들.
그러나, 현재 그들은 진행 과정에서 사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헥토르의 부탁으로 인해 시간이 조금 지체된 상황이었으며.
이에 마족들은 여전히 황도의 영역 안에 있다는 사실로 인해서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최대한 도주에 전념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가지는 이미 벗어났지만 여전히 곳곳에는 건물들과 경작지가 보이고 있는 상황.
이런 곳에서 추적을 당한다면 금방 붙잡힐 우려가 있는 만큼 그들은 전력을 다해 눈 앞에 보이는 숲 속으로 달아나고 있는 중이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헥토르는 자신과 거의 나란히 움직이고 있는 샤뮤엘을 보면서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다… 내 무리한 부탁을 들어 주어서.”
“잘 알고 있다. 정말로 심하게 무리한 부탁이었다. 이 빚은 나중에 반드시 배로 갚는 것이다.”
헥토르의 말에 여전히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샤뮤엘.
그러나, 이 순간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헥토르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드리워지게 되었다.
아무리 마족 편에 붙었다 하지만 차마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할 수는 없다는 헥토르의 주장.
이에 샤뮤엘은 임무 완수가 우선이라는 주장을 내세웠지만 그럼에도 끝낸 그의 부탁을 받아들여 주었다.
그녀 딴에는 가능한 목격자가 많을수록 여론 조작에 유리할 테니 일단 어쩔 수 없이 따라 주겠다는 말을 했지만, 여기에 대해서 헥토르는 그녀가 자신에게 배려를 해 준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잘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의외로 따뜻한 구석이 있는 여자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순간 투구에 가려져 있는 그녀의 매력적인 얼굴에서 눈을 때지 못하는 헥토르
그때…
“!”
“이런…”
콰과광!!!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요란한 폭음.
이에 앞으로 나아가던 헥토르와 마족들은 그대로 눈 앞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뚝 떨어진 존재를 보며 진한 긴장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저자는… 누구인 것인가?”
“…아킬레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