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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95화 (95/150)

〈 95화 〉 임무를 시작한다.

* * *

황도 울림푸스.

50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제국의 명실상부한 정치적 문화적 그리고 군사적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장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거대한 도시의 내부에는 로브를 뒤집어 쓴 채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다 왔군. 일단 여기라면 안심이다.”

“후…”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대교.

그 아래쪽에 도착한 직후, 무리를 이끌고 여기까지 도착한 헥토르는 그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으며 그의 뒤를 따라 다른 사람들… 정확히 말하면 다른 마족들 또한 잠시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 중 몇몇은 오랜 시간 짙은 긴장 속에서 쉼 없이 이어진 강행군의 여파로 인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으며. 또 몇몇은 이런 상황에서도 긴장을 풀지 않은 채 주변에 대한 경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숨을 돌리고 있는 마족들 사이에서, 이들을 이끌고 있는 대장인 샤뮤엘은 특유의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눈 앞에 있는 헥토르에게 질문을 하였다.

“신기하군, 여기까지 오면서 줄곧 느꼈던 것이긴 하지만, 이런 장소는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가?”

거대한 다리 밑에 위치해 있기에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으며, 동시에 바로 머리 위에서는 지금도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는 탓에 필연적으로 방비가 허술할 수밖에 없는 장소.

말 그대로 숨어있기에 최적화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이곳의 모습을 둘려보며 샤뮤엘이 물었고 여기에 대해서 헥토르는 식량으로 챙겨온 육포를 뜯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린 시절을 뒷골목에서 보낸 탓에 이런 장소들은 잘 알고 있다. 빵을 훔친 다음 여기에 숨으면 아무도 찾을 수 없었지.”

“흐음… 그렇군. 확실히 이런 장소가 있다면 나도 유용하게 사용했을 것이다. 과일 가계에서 사과를 훔친 다음 숨어있기 딱 좋을 것 같다..”

헥토르의 말에 약간의 공감이 느껴지는 어조로 이야기를 하는 샤뮤엘

그녀의 이런 말에 대해서, 헥토르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 말은… 설마 너도 본래는 평민 출신이었다는 뜻인가?”

“정확히 말하면 난 몰락 귀족 출신, 하지만 사실상 평민이랑 다르게 살아온 만큼 별 차이는 없는 것이다.”

“그런가… 하긴 애초에 뒷받침 해주는 힘이 없다면 평민이나 귀족이나 큰 차이가 없는 법이니.”

“결국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피곤하면 자야 하는 건 똑같은 것이다.”

그렇게, 묘한 부분에서 동질감은 느끼며, 두 사람은 조용히 그들만의 이야기는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좀 더 위로 올라가면 거대한 항구가 하나 나온다. 그 일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적당히 먹을만한 생선들을 의외로 쉽게 얻을 수 있었지.”

“생선이라… 제법 귀한걸 먹고 지낸 것 같다. 내가 지내던 마을에는 항구 같은 게 없어서 해산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것이다.”

“그런 말 하지 마라. 그것도 어디 하루 이틀이지, 매일 반쯤 썩은 정어리만 뜯어 먹으면서 사는 건 지금 생각해도 끔직한 기억이다.”

그렇게 헥토르 입장에선 여전히 썩 달갑지 않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반면에 샤뮤엘의 입장에선 의외로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두 사람은 잠시 커다란 임무를 앞에 둔 채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의외로 너 하곤 말이 좀 통하는 것 같다. 나중이 기회가 되면 또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기회가 된다면… 꼭.”

그 말을 끝으로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샤뮤엘을 보면서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헥토르.

그렇게 두 사람은 잠시 과거의 감성에 젖어 있던 시간을 끝낸 뒤 다시금 진지한 표정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성공적으로 황도에 잠입을 완료한 마족들.

이제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한 지금, 그들은 자신들에게 내려진 임무를 시작해야 했다.

*

울림푸스의 중심에 위치한 황성.

그곳에서, 한 무리의 신하들은 눈 앞에 있는 인물을 보며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중이었다.

옥좌에 앉은 채 특유의 위엄과 권위를 발산하고 있는 인물.

얼굴에는 붉은 상처 자국이 나 있으며, 한 눈 봐도 호전성이 두드러지는 외모를 지니고 있는 존재.

팔콘 제국의 황제 크라토스 3세

이 땅을 다스리는 군주이자, 이 드넓고 강력한 제국 위에 군림한 절대적인 힘과 권력의 상징과 같은 존재인 그는…

이 순간, 자신의 눈 앞에서 한창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대신들을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중이었다.

“엘프들의 저항이 예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제 3군단이 무리하게 진군을 시도했다 막심한 피해를 보았다 합니다.”

“평야지역에서의 전투는 매번 승리하고 있지만 숲에서는 늘 패배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의 진군을 무리입니다.”

“으음…”

상상 이상으로 어렵에 흘러가고 있는 엘프들과의 전쟁 상황.

이에 제국의 대신들은 짙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었다.

종족연합 전쟁으로 인해 상당한 힘을 소진한 상태에서 곧바로 벌어진 엘프들과의 전쟁은 역대 최고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팔콘제국의 국력에도 적잖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었다.

국력이 소진되어 있다는 사실은 저들도 비슷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략전과 방어전이 주는 부담의 차이는 상당히 클 수밖에 없었다.

현재 엘프 교국에 투입된 제국군은 총 7만.

이들을 뒷받침 해줄 보급선을 유지하고 지원군을 보내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동시에 지형과 지리 또한 저들에게 유리하기 그지 없었다.

그나마 제국의 막강한 국력과 넘쳐나는 뛰어난 인재들이 이런 어려움을 어찌어찌 타파하고 있긴 했지만, 그조차도 당장은 현상유지에 불과할 뿐.

그렇게 전체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이때. 우려를 표하고 있는 대신들을 보면서 황제는…

철의 군주라는 이명을 지니고 있는 크라토스 3세는. 차가운 한기가 담겨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결국 그대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지?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엘프 놈들과 협상이라도 하자 그런 것인가?”

“아…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저희는 단지 상황이 좋지 않으니 잠시 여유를 두고 계책을 논의해 보자는 의미에서…”

“계책? 그래서 지금까지 그대들이 내놓은 쓸만한 계책이라는 것이 있었는가? 매번 한다는 소리라 해봤자 상황이 어렵다느니, 적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느니 하는 소리 밖에 없지 않은가!”

“그.. 그것은…”

황제의 차가운 질책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대신들.

그때…

“폐하.”

그렇게 순간적으로 감돌던 침묵 사이에서, 갑자기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황제의 눈 앞에 있는 수 많은 대신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목소리가 들린 곳은 황제의 바로 옆.

그의 호위를 맡고 있는 제국의 3기사 중 한 사람.

아킬레스의 입에서 였다.

“혹 실례가 안 된다면 폐하.. 소장이 지니고 있는 계책을 이야기해도 괜찮겠습니까?”

“호오…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인가? 어디 말을 해보도록 하라.”

줄곧 무능한 태도만을 보여온 대신들 사이에서 답답함을 느끼던 차에 약간 신선한 느낌을 받기 시작한 황제.

그런 그를 보면서 아킬레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가 지니고 있던 ‘계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현 상황이 어려운 것은 엘프 교국의 지형이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의외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야 그렇다만, 자네의 말은 지형과 관련해서 무언가 손을 쓸 수단이 있단 말인가?”

“네, 있습니다 폐하. 사실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예전부터 준비해둔 것으로…”

그렇게 자신이 준비해온 계책을 이야기하면서 한 순간 입가에 잔혹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하는 아킬레스.

그때…

­콰과광!!!!!!

“응?”

“뭐… 뭐지?”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들려오기 시작한 요란한 폭발음.

이에 성 안에 있던 이들은 그대로 당혹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어디서 난 폭발이지?”

“폐.. 폐하 저기! 저기를 보십시오!”

한 병사의 말에 그대로 창 밖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황제와 대신들.

그것은 황도의 중심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피어 오르고 있는 검은 연기.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렁이고 있는 새빨간 불길이었다.

“저긴 마법 공방 쪽이 아닙니까?”

“그런 것 같네. 설마 또 무슨 마법 실험이 실패하기라도 한 것인가?”

“그 정도 수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 정도 규모는… 분명 무언가 크게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과거에도 종종 있었던 마법 공방의 폭발 사고.

그러나 이 순간, 그들의 눈에 보이고 있는 장면은 그런 것들과는 사뭇 느낌부터가 달랐다.

단순한 사고가 아닌…

모습만 본다면 마치, 누군가가 일부로 폭발을 일으킨 것 같은 모습.

이에 대해서 황제는 급히 상황을 알아보도록 지시를 했고, 동시에 명을 받은 병사들은 급하게 대전을 나서려 하였다.

그때…

“폐하!”

“응? 자네는...”

“대신관 에일린. 그대가 여긴 어떻게…”

막 대전을 나서는 병사와 교차하듯이 안으로 들어오는 에일린.

분명 테베에 있어야 할 그녀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의문을 표하였나, 그들의 이런 시선을 무시 한 채 에일린은 그대로 거침 없이 대전의 중심을 가로질러 황제의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폐하. 소신 대신관 에일린 폐하께 급히 알려드릴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함과 동시에 나타난 예상치 못한 인물.

이에 대해 의문을 느끼고 있는 황제에게 머리를 숙인 채,

에일린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곳에 오기 전에 겪었던….

마도국의 사악한 음모에 대한 이야기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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