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동료들을 위해서 반드시 승리를!
* * *
적갈색 로브로 온 몸을 두른 채 검을 들고 있는 존재.
그를 보면서, 샤뮤엘은 단번에 그가 마족이 아닌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검을 쥔 자세, 무기의 제질,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몸에 두르고 있는 본 모습을 감추는 마법. 저 녀석은 인간이 분명한 것이다.’
세밀하기 짝이 없는 부분의 정보들을 조합하면서 순식간에 결론에 도달한 샤뮤엘.
그러나 이 순간,
그녀는 즉시 눈 앞에 있는 저자의 정체를 곧바로 공개하지 않은 채, 그저 천천히 건틀릿을 착용한 주먹을 쥐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 순간, 인간이 왜 이런 대회에 참여 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좋은 목적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아울러, 경우에 따라선 그녀가 소란을 피우는 것을 기점으로 오히려 저들이 음모를 시작하는 기폭점이 될 위험이 존재했다.
쥐가 궁지에 몰릴 경우 어떤 식으로 날뛸지 모르는 만큼, 이런 상황에선 그냥 흐름에 맞게 행동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그리고 흐름이란…
당연히 샤무엘이 눈 앞에 있는 인간과 지극히 자연스럽게 전투를 이어 나가는 것이었다.
‘싸운다. 쓰러뜨린다. 일단 그거면 끝.’
그렇게 심플하게 결론을 내린 직후,
샤무엘은 건틀릿이 착용된 손에 마력을 끌어 모은 채 그대로 눈 앞에 있는 ‘적’을 향해 온 신경을 집중하였다.
온 몸에 은백색 갑주를 착용한 채, 마력에 휘감긴 건틀릿을 쥐고 있는 샤뮤엘.
한편…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적갈색 로브를 착용하고 있는 인물은…
헥토르 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는 그 인간 전사는,
그대로 손에 든 검을 쥔 채 차가운 눈빛으로 앞에 있는 마족을 바라보았다.
‘이자가 마족 군단장인가? 과연, 한 눈에 봐도 보통 실력자가 아니로군. 느껴지는 힘의 크기 부터가 평범한 마족들과는 차원이 달라.’
지금까지 수 많은 마족들을 상대해 왔으며, 일반 병사들뿐 아니라 부장급이나 장수들의 목까지 취해본 경험이 있는 헥토르.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헥토르는 자신의 본능이 그에게 은은한 경고를 날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방금 전 그 검은 용사도 그렇고, 이 군단장이라는 자도 그렇고, 마족들 내에는 역시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괴물들이 잔뜩 있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팔콘 제국의 황제라는 자는 동맹국 이었던 엘프 교국과의 전쟁만을 생각하고 있으니…’
상대의 강함을 보면서 지극히 자연스럽게 자국의 한심한 꼴에 대해 한탄을 하는 헥토르.
동시에 더욱 그렇기 때문에, 헥토르는 이 순간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한 의욕을 더욱 확실하게 불태우기 시작했다.
‘일단은 계획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라도 이 승부에서 확실하게 이겨야만 한다. 제 아무리 본선이라 하지만 시합은 이제 겨우 경기 초반부. 관중들과 경비들의 이목을 최대한으로 집중 시키기 위해선 적어도 준결승까지는 올라가야 해.’
그렇게, 설령 상대가 군단장 이라 해도 절대로 패배 따위는 생각하지 않은 채.
핵토르는 그대로 눈 앞에 있는 적을 향해서 전력을 담아 돌진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앗!!!”
캉!
다음 순간 들려오는 날카로운 금속음.
그것은, 헥토르가 내리친 검을 건틀릿을 사용해 가볍게 막아낸 군단장의 모습이었다.
상당한 마력이 담겨 있는 그의 일격을 너무나도 손쉽게 막아버린 그자의 행동.
이에 헥토르는 자동적으로 눈살을 찌푸렸으나, 그럼에도 그는 곧바로 눈 앞에 있는 군단장을 향해 거침 없이 공격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그 직후 들려오는 요란한 파열음.
마치 바람을 가르는 것 같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휘둘려지는 헥토르의 검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상대의 건틀릿을 두들겨대었다.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 마치 숙련된 요리사가 야채를 써는 것 같은 느낌으로 거침 없이 공격을 퍼붓는 헥토르.
그때…
“!”
훅!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방어를 품과 동시에 상상 이상의 속도로 이쪽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는 그자의 건틀릿.
이에 공격을 퍼붓고 있던 터라 자세가 흐트러져 있던 헥토르는 간발의 차이로 검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아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막았다고 생각 하였다.
콰과광!!!
그 직후 느껴지는 어마 무시한 충격.
이에 헥토르는 한 순간 정신이 날아가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을 구르게 되었다.
‘큭! 이… 이게 무슨… 아무리 군단장이라 하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아무리 균형을 살짝 잃었다 하지만 그 연격의 폭풍우 속에서 틈을 정확하게 비집고 들어가 어마무시한 공격을 적중 시킨 군단장.
그렇게 상대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헥토르는 자동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직후,
헥토르는 자신이 태평하게 누워서 꾸물거리고 있을 시간 따위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런 씨발!”
그대로 헥토르가 있는 곳으로 날아오는 그자의 건틀릿
이에 헥토르는 마력을 방출하여 그대로 강제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곧바로 그가 서있던 바로 그 자리에 떨어지는 일격.
지면이 갈라지고 파편이 튀는 어마 무시한 힘을 지닌 공격,
저것을 멍하니 있다가 무방비 상태로 쳐맞았다간 분명 기절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헥토르는 생각하였다.
‘제길… 체구도 조막만한 것이 뭐 이리 강해? 역시 마왕의 바로 아래서열이라는 군단장이다 이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곧장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권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는 헥토르.
그나마 속도 면에선 자신이 우월하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것마저 밀렸으면 정말로 답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도 유일한 싸움을 예상하고 있던 헥토르의 입장에서 지금의 이 사태는 정말로 예측하지 못했던 일.
그렇게 오직 회피에만 전념하는 불리한 싸움을 이어 나가는 가운데.
헥토르는 어떻게 해서든 지금의 이 전세를 뒤집을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제길… 여기서 이대로 무너질 수는...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마왕도 아닌 군단장에게 발목이 잡혀 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고!’
*
헥토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줄곧 동경해 오던 것이 있었다.
용사.
신의 뜻을 받들어 사악한 악을 처단하고 이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는 강력한 존재.
그 존귀하고도 고고한 이름은 줄곧 그에게 있어서 꿈이자 이상이자 목표가 되어 왔으며, 이를 위해 그는 온 힘을 다해 스스로를 몸을 단련하고 지식을 쌓아왔다.
그리고 그 결과.
마침내 헥토르의 눈 앞에는 줄곧 그가 바래왔던 바로 그 ‘기회’라는 것이…
늘 동경해 왔던 ‘용사’가 될 기회가 나타나게 되었다.
신의 신탁을 받았다는 용사 엘런의 패배.
그것이 확정된 직후,
줄곧 전사로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왔던 헥토르는 곧바로 차기 용사로 선출이 되었으며, 동시에 그를 따르던 동료들은 자연스럽게 용사파티가 되어 마왕 퇴치의 사명을 부여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들뜬 기분 속에서 그들이 출정을 준비하고 있던 그때, 헥토르와 동료들은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날벼락 같은 현실에 직면하고 말았다.
그 시작은 용사 엘런의 실패와 관련해서 팔콘 제국와 엘프 교국의 사이가 악화되면서 용사파티 출정이 미루어진 것에서부터였다.
그리고 곧바로 꼬릴 물고 발생한 롭에서의 급습과,
마족들의 대규모 반격에 의한종족연합의 대패소식.
이러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결국 종족연합을 분멸되고 뿔뿔이 갈라지고 퇴각을 결정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연합군의 후원을 받는 입장이었던 헥토르와 용사파티의 동료들은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비록 그들 개개인은 용사파티에 선별될 정도로 나름 뛰어난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전사로서 활동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긴 했다.
그러나, 이 순간 헥토르와 그의 동료들은 그러한 미래를 결코 바라지 않고 있었다.
비록 종족은 서로 다르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오면서 사실상 가족과 같은 관계가 되어 버린 헥토르와 그의 동료들.
그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넘어,
경우에 따라선 서로간에 검을 들이미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헥토르와 동료들에게 있어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미래였다.
'반드시 마왕의 목을 치고 말겠어. 동료들을 위해서 반드시 승리를!'
그렇게.
이 순간
결코 패배할 수 없는 이유를 떠올리면서.
비록 이름뿐이긴 하지만,
현직 ‘용사’의 이름을 지니고 있는 그는…
헥토르는
그대로 전력을 다해 눈 앞에 있는 상대의 틈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상대의 무기는 그나마 빈틈이 많은 축에 속하는 건틀릿이라는 사실.
한 번 크게 주먹을 휘두르면 미세하지만 틈을 엿볼 수 있었으나, 자칫 잘못 얻어 맞았다간 그대로 한방에 골라갈 위험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각오를 다진 헥토르에게 있어서 그러한 사실은 충분히 감수 할 수 있는 수준.
이에 헥토르는 자신을 향해 또 한번 날아오는 그 사악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군단장의 공격을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
“하아아앗!”
팍!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한 직후, 그대로 카운터를 날리는 헥토르
그 고속으로 날아드는 날카로운 검격은 그대로 그 사악한 군단장이 착용하고 있던 투구에 적중해 이를 벗겨내었다.
‘좋았어! 이제 이대로 녀석의 머리를…’
그렇게 생각하면서 곧바로 상대의 얼굴을 향해 공격을 가하려 드는 헥토르
이 순간 자신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누구도 없다 생각 하면서, 그는 가까스로 손에 넣은 승기를 쥐기 위해 온힘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어?”
다음 순간, 갑자기 온 몸이 얼어 버린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 핵토르.
적의 머리를 치기 위해 공격을 가하던 이 순간.
그는 차마 눈 앞에 보이는 상대의 얼굴을 향해 검을 휘두를 수 없었다.
‘여… 여자?... 거기다… 이 얼굴 대체...’
한 순간, 그의 마음을 강렬하게 휘감는 듯한 기묘한 감각.
눈 앞에 있던 상대를 향한 적개심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충격에 휩싸인 채 헥토르는 그저 얼굴을 붉힌 채 멍한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역으로 생겨나게 되어버린 빈틈의 결과...
빡!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