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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54화 (54/150)

〈 54화 〉 용사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이다

* * *

누군가에게 연인이 되어 달라는 말을 꺼내는 용사.

그것을 본 순간, 엘리사는 순간적으로 멍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뭐… 연인?... 저..정말로?... 정말로 이렇게 허망하게?’

짧은 한 문장이었으나,

그것은 마치 미친 듯이 쏟아지는 마법 폭격마냥 사람의 맨탈을 박살 나게 만들기 충분했다.

생으로 가슴을 도려내 심장을 끄집어 내는 것 같은 느낌.

지금껏 수 많은 죽을 고비는 넘겨온 엘리사 조차도 감당하기 힘들게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

그렇게 속이 뒤집히는 듯 한 아픔과 함께, 엘리사의 마음은 그대로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싫어…’

극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마디.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끔직하게만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 앞에 보이는 용사의 모습도.

그에게 고백을 받고 있는 누군가도.

그들이 서있는 이 장소도.

그리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피어나기 시작한 극렬한 거부감 속에서,

엘리사는 한가지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

먼 발치에서 마치 화살처럼 날아 들어오는 충격적인 한마디.

이에 이를 듣고 있던 레베카는 진한 당혹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서.. 설마 정말로 대장님께서 지금…’

분명 그녀의 귓가에 또렷하게 들려 왔던 단어.

누군가에게, 자신의 ‘연인’이 되어 달라는 요청을 하는 용사의 모습.

이에 레베카는 한 순간 진한 충격에 휩싸인 채, 대체 저 용사의 고백을 받고 있는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보려 하였다.

그때…

“!? 아.. 자.. 잠깐…”

다음 순간 그대로 엘리사의 손에 꽉 붙잡힌 채 어딘가로 끌려가는 레베카.

솔직한 심정으로 그녀는 이렇게 엘리사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닌 용사의 상황을 좀 더 살펴보고 싶었다.

그러나, 워낙 갑작스러우면서도 강하게 끌려간 탓에, 동시에 그 주체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엘리사라는 사실로 인해,

레베카는 여기에 대해서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도망치듯 엘리사와 함께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용사가 있는 곳에서 한참을 떨어진 어느 어두운 골목길에 도착한 직후.

엘리사는 그제서야 간신히 발걸음을 멈추었고 이에 레베카 역시 드디어 제자리에 멈추어 설 수 있었다.

“헉… 헉… 저.. 저기.. 가..갑자기 왜 그러시는 것입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서 있는 엘리사와는 달리, 지친 숨을 헐떡이는 레베카.

그런 그녀를 향해 레베카는 의문과 혼란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을 담아 질문을 하였다.

이에 대해서, 잠시 침묵을 유지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엘리사.

그녀의 이런 뒷모습을 보면서, 레베카는 간신히 숨을 고른 뒤 그대로 슬슬 눈 앞에 있는 이 친위대 사천왕님의 모습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

“…너도… 봤어?”

“네?”

“방금 그 장면… 너도 봤냐고.”

짙게 가라앉아 있는 목소리로 질문을 하는 엘리사.

그녀의 질문 안에는, 마치 방금 전 그녀가 본 그 장면을 온 힘을 다해서 부정하고 싶어 하는 듯한 감정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물음에 대해서,

레베카는 살짝 움찔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그대로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였다.

“그.. 그러니까.. 대.. 대장 님이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큭!...”

진한 불안이 섞여 있는 레베카의 말.

그리고,

마치 이에 대한 대답이라도 하듯, 엘리사의 입에선 그대로 짧지만 무언가 격한 감정이 느껴지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그리고 직후…

“히익!”

레베카의 등골을 스치고 지나기는 소름 끼치는 감각.

이 순간, 그녀의 눈에는 육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흉흉한 기척을 발산하고 있는 엘리사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째서… 어째서 일이 이렇게… 이런… 개 같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엘리사.

그것은 마치 눈 앞에서 사냥감을 놓치고 분해하는 맹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당장이라도 분노를 격발시키며 날뛸 것만 같은 한 마리의 짐승을 연상시키는 감각.

그렇게, 과거부터 레베카가 지니고 있었던 그녀에 대한 두려움을 물씬 자극하기 시작하는 엘리사를 보면서,

레베카는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적으로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 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아.. 아니.. 대.. 대체 왜 갑자기 이러는 건데? 방금 전 대장님이 고백을 한 것 가지고 어째서 엘리사님이 이런 태도를…?!

아무 잘못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뜬금없이 이런 끔직한 공포에 사로잡혀야 한다는 상황에 대해서 레베카가 짙은 억울함과 의문을 느끼던 그때.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는 갑작스럽게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한 믿을만하다 여겨지는 해석이 마치 퍼즐 맞추듯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 이거 설마…?’

스스로가 생각해 봐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그림.

그러나, 지금도 피부로 느껴지고 있는 이 끔찍하기 그지 없는 감각을 통해서 레베카는 또렷하게 와 닿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서… 설마.. 지.. 진짜…로? 진짜로 엘리사님이…. 대장님을?’

용사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고백을 했고, 그것을 인식한 직후 엘리사는 이렇게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엘리사가 용사에 대하 호감을… 어쩌면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괴물같은 엘리사님이 설마 대장님을 상대로 그런…’

레베카가 알고 있는 이들 중 최악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존재 중 한 사람인 엘리사.

런 그녀가 용사를 상대로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지 않았지만, 그것이 아니고선 이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살을 저미는 듯한 분노의 폭풍우가 생각보다는 빠르게 지나간 지금, 레베카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장면.

그것은 바로.

“흑… 으흑…”

“아…”

분노에 이어서 절망으로 가득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는 엘리사.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의 뒤에 여전히 레베카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울먹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말도 안 되는 착각이라 여겨졌던 레베카의 추측은 그대로 빼도 박도 못하는 진실로 판명되기 시작했다.

‘트... 틀림 없어… 이건 분명… 사랑이야! 정확히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엘리사님은 분명 줄곧 대장님을 사랑하고 있었던 게 분명해!’

엘리사를 두려워하고 있는 레베카의 입장에선 정말로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알아버린 상황.

이에 레베카는 여기서 자신이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해야 할지 고민한 뒤, 그대로 이를 실행하였다.

“저.. 저기… 괜찮…으 십..니까”

조심스럽게, 최대한 슴픔이 담긴 표정을 지은 채 눈 앞에 있는 엘리사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레베카.

“… 흑.. 으흑… 고.. 고마..워.”

이에 엘리사는 손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의 그 흉흉했던 기척이 거짓말인 듯,

지금의 그녀 에게선 실연 당한 소녀의 가여운 모습만이 엿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엘리사의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면 귀엽게 까지 느껴지는 모습을 보면서,

레베카는 정말로 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일단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였다.

“저… 엘리사님? 엘리사님은… 대장님을 좋아…하고 계셨던 것입니까?”

“…으… 응?”

레베카의 물음에, 그대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하는 엘리사.

그녀의 이런 모습이 정말로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레베카는 일단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그게… 지금 이 반응으로 봐서는 그것 말고는 생각할 수 없어서 말입니다. 대장님이 고백하신 것을 보고 이렇게 슬퍼하고 계신다는 것은 결국 엘리사님도 대장님을 좋아하고 계셨다는…”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제 아무리 동료가 되었다 해도 용사는 엄연히 인간이야! 그런 천한 녀석에게 나처럼 고귀한 혈통을 이은 존재가 반할 리가 없잖아!”

레베카의 말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목소리를 높이는 엘리사.

그러나, 그녀의 이런…

누가 봐도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반응에 대해서, 레베카는 평소의 두려움도 잊은 채 단호하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좋아하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조…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이.. 이건 그냥 동경… 그… 그래! 동경 같은 감정일 뿐이야. 저렇게 강하면서 근사한 전사와 쭉 함께 있고 싶다는 그런 순수한…”

“사람들은 그런걸 좋아한다 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닙니까?”

“윽…”

어떻게 해서든 변명을 해보려 하는 엘리사의 말에 사실상 쐐기를 박아버리는 레베카.

이에 대해서 엘리사는 더 이상 반박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진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침묵.

그 속에서…

레베카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감정에 휩싸여 너무 막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자동적으로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이런… 나도 모르게 조금 흥분해서 상황을 너무 밀어 붙였어. 이… 이거, 조금 많이 위험한 거 아니야?’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지뢰를 밟아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몸을 떨기 시작하는 레베카.

그리고 잠시 후.

그런 그녀를 보면서, 엘리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 네 말이… 맞아.”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하였다.

“좋아해… 난, 용사를... 좋아하고 있어…”

무거운 슬픔과 절망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감정이 묻어 나오는 엘리사의 고백.

이어서 그녀는, 마치 도움을 청하는 소녀와 같은 절박한 모습을 내보이며 레베카에게 물었다.

“저…저기… 그럼 나… 나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하면 좋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한테 고백을 해버리고 말았어. 이런 때… 난 어떻게 하면 돼? 그 사람을… 내 사랑을 방해하는 그 여자를 죽여버리면 되는 거야? 그... 그러면 되는 거야?”

말문이 터져 나가면서,어느 순간부터 빠르게 광기로 물들기 시작하는 엘리사의 눈빛.

이를 보면서, 레베카는 자신이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잘 수습 하지 않으면 정말 끔찍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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