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주변에 있는 모두가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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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안개 속에서 혼란에 빠진 채 우왕좌왕 하고 있는 적들.
그들을 보면서, 마왕군을 이끌고 있는 군단장 삼손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과연… 용사가 말 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게 한 눈에 보일 정도군. 설마 저 가증스러운 종족 연합 놈들의 갑옷을 이런 식으로 사용할 줄이야.’
인간이나 엘프들과는 달리 어둠 속에서도 적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뛰어난 야간 시력을 지니고 있는 마족들.
이로 인해 삼손과 그의 부하들은 혼란에 빠진 적들을 손쉽게 유린할 수 있었으며 반면 적들은 어깨에 있는 검은 천 이외엔 자신들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마족 병사들을 섣불리 공격할 수 없었다.
심지어 정체가 발각 되었을 경우 재빠르게 몸을 숨긴 뒤, 다른 곳에서 슬그머니 나타나면 그것 만으로 상황이 도리아미타불이 되어 버리는 상황.
애초에 이런 어둠 속에선 얼굴을 구분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으며 이 난전 속에선 그럴 만한 여유도 없는 만큼, 지금 저들이 적아를 완벽히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제길! 갈라디아의 병사들은 다들 이쪽으로 모여라! 나 오디푸스가 여기에 있다!”
종종 어떻게 해서든 이 혼란을 타계해 보고자 목소리를 높여 아군을 불러 모으는 장수들의 모습이 보이곤 하였으며, 그때마다 그의 부하 병사들은 일단 믿을 수 있는 지휘관이 있는 곳으로 몰려가 어떻게 해서든 진형을 갖춰보려 하였다.
그러나…
콰과과광!!!
그때마다 그쪽 방향을 향해 여김 없이 날아가는 용사의 일격.
힘에 한에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던 삼손조차 놀라움을 느끼게 만드는 그 거대한 충격파에 기껏 모여 들었던 적들은 그대로 순식간에 와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병사들을 수습하려던 지휘관들이 그대로 아무것도 못한 채 끔살 당하는 것은 덤.
아군의 이득은 최대한으로 챙기면서, 동시에 적들의 혼란은 철저히 이용하는 용의주도 하면서도 철두철미하기 그지 없는 용사의 전투 방식.
이를 보면서, 삼손은 역시 이번 전투에서 용사에게 전체적인 틀을 맡겨두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의심을 했지만, 제법 믿을 만한 녀석인 것 같군.’
전사로서의 무력도 상당하고 머리도 잘 굴러가며, 아울러 이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들에게 확실한 승리를 안겨다 주는 용사.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삼손은 믿을 수 있는 동료가 한 명 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그대로 그가 애용하는 무기인 본 소드를 거침 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지휘를 받고는 있지만 그렇다 해서 전공까지 뒤쳐질 수는 없는 법.
그렇게 전사로서의 경쟁심과 같은 의욕을 불태우면서, 삼손은 마치 포효하는 짐승과 같은 기세로 더욱 거침 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덤벼라 이 더러운 연합의 개 들아! 이 삼손님 깨서 상대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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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하얀 본 소드를 휘두르며 적들의 머가리를 깨부수는 삼손.
아군들의 갑주를 차려 입은 채 아군 병사들을 거침 없이 때려 죽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종족 연합군 병사들은 더더욱 짙은 공포와 혼란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직한 살육.
이는 종족 연합에 소속된 일반 병사들의 눈에는 마치 같은 아군이 아군을 공격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심지어 이곳에 모여 있는 병사들은 평소에는 다른 곳에서 복무를 하다가 오늘 어쩌다 한 자리에 모이게 된 이들이 잔뜩 있는 상황.
거기다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장수들이 목소리를 높이기라도 하면, 그 즉시 어딘가에서 마왕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충격파가 날아오면서 그대로 장수들과 병사들을 몰살시켜 버렸다.
그렇게,
사실상 같은 부대에 소속된 이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이 상황에서.
병사들은 결국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제길! 이 더러운 마족 놈들! 죽어라!”
“! 자.. 잠시.. 잠시만! 나.. 난 마족이 아니… 커허어억!!!”
처음 보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나, 자신은 마족이 아니라 소리치던 이를 단호하게 베어 버린 병사들.
그것을 시작으로, 병사들은 곧바로 자신의 옆에 있는, 자신이 모르는 연합군 병사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크허어억!”
“끄아아악!!”
“제길! 이 더러운 마족 따위가!!”
“네 놈이야 말로 마족이 아니더냐! 얌전히 죽어라!”
캄캄한 어둠 속에서 거칠게 부딪히는 창과 칼.
이 순간, 그들은 자신이 공격을 하는 대상이 진짜 마족 인지, 아니면 자신이 그저 실수로 아군을 공격하고 있을 뿐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이 모르는 얼굴을 가지고 있는 병사들이라면 일단 닥치는 대로 공격을 가할 수 밖에 없었다.
현 상황에서 그들이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이런 곳에서 자산이 살아남기 위해선, 결국 눈 앞에 보이는 ‘적’을 죽여야만 했기에.
그렇게, 극심한 혼란과 공포가 유발하기 시작한 처벌한 집단 광기의 현장에서 종족 연합 군은 결국 자신들 끼리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사전에 용사가 이야기해 두었던 그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 보면서, 마족들의 군세는 일단 어둠 속에 몸을 숨진 채 슬그머니 빠진 뒤 한 발 물러서서 그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공선전에서 이번 야습까지 이어진 격렬한 전투에 체력적으로 짙은 피로를 느끼면서.
동시에, 눈 앞에서 죽고 죽이고 있는 연합군의 어리석은 모습을 마음 속으로 한껏 비웃어 주면서.
*
“헉… 헉… 헉…”
“제길…! 이 더러운 마족 놈들…”
지칠 대로 지치고 부상까지 입은 몸을 이끌며 간신히 도망쳐 나온 한 무리의 종족 연합 병사들.
이 순간 그들의 등 뒤에는 마족들을 상대로.. 혹은 자신들 끼리 죽고 죽이는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동료들의 비명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오고 있었으나, 그들에게는 더 이상 아군을 도울 여력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며… 몇 명이나 남아 있는 가?”
“처.. 천 명 정도 입니다. 나머지는 어떻게 되었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천 명… 거의 절반 가까이다 당했다 이 말인가…”
상상했던 것을 아득히 넘어 서는 피해.
이에 이들을 이끌고 있는 장수 벨레로폰은 자동적으로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마 아군 진지의 외곽 쪽에 있어서 이 정도 병력이라도 끌고 도주를 할 수 있었던 벨레로폰이었다.
만약 그와 그의 병력들이 조금만 더 안쪽에 있었다면 저 혼란에 휘말려 더 큰 피해가 났을 것은 자명한 사실.
이에 더러운 기분 속에서도 일단은 한 줄기의 안도감을 느끼면서 벨레로폰은 부하들을 수습한 뒤 곧바로 퇴각을 지시하려 하였다.
“일단은 돌아간다. 여기에 더 있다간 우리도 휘말리게 될 터. 우선은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점령지인 디모데로 후퇴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장군님.”
그렇게 벨레로폰의 명령에 따라 그대로 어둠을 해치며 길을 잡기 시작하는 병사들.
비록 워낙 짙은 안개와 아직도 사방에 깔려 있는 암흑으로 인해 행군에 여러모로 불편함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바로 근처에 가는 동료들의 발걸음에 의지 한 채 용케 흩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간신히 동이 트기 시작하고 비로소 그들의 시야가 정상적으로 되어 간 이후로는 어느 정도 행군이 수월해 졌으며, 그 이후로 그들은 더욱 속도를 올려 어찌 어찌 디모데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지칠 대로 지친 채, 말 그대로 거지꼴을 하고 있는 그들.
꼬박 사흘 밤 낮을 쉬지 않고 행군해 온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인 만큼, 그들은 당장이라도 쓰러져 눕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억지로 몸을 질질 끌며 디모데 성으로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응?”
“어?”
다음 순간, 그들의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한 믿을 수 없는 장면.
이에 벨레로폰과 그의 병사들은 순간적으로 자신들이 헛것을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니,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은 절대로 사실이 아니어야 만 한다 여길 정도로 짙은 경악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펄럭이고 있는 깃발이었다.
마왕국을 상징하는 검은 깃발.
그것이 디모데 성 가장 높은 첨탑에 걸려 있었다.
“이.. 이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여기에 왜 마족들의 깃발이?”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이런 말 도 안 되는 일이..”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장면.
이에 벨레로폰과 그의 부하들은 그저 충격과 절망에 사로 잡힌 채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급하게 도망처온 터라 식량 따위는 지니고 있지도 않았다.
거기다 고된 행군으로 병사들은 지쳐 있었으며. 어딘가를 공격할 여력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들의 선택지는 눈 앞에 있는 성을 공격할 엄두조차 내지 않은 채 인근에 있는 다른 곳으로 억지로 몸을 끌고 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후로 도착한 어느 곳에서도 환영을 받을 수 없었다.
그들이 가는 모든 곳에는 이미 마족들의 깃발이 걸려있었으며 그곳에는 못해도 수백에 달하는 수비병들이 단단하게 성을 지키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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