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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50화 (50/150)

〈 50화 〉 달콤한 보상의 시간

* * *

“사… 살…살려줘! 제발… 제발 살려줘!”

공포에 떨면서 목숨을 구걸하는 종족연합의 장수 키클롭스.

외눈박이 장군으로서 제법 큰 명성을 날려왔던 그였으나…

이 순간, 그 용맹했던 무장은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는 작은 ‘소녀’를 보면서 비참하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키클롭스를 내려다 보며 은백색 머리칼에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고 있는 마족 소녀.

그녀는 입가에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진한 흥분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살려달라니… 그렇게 말하면 곤란하지. 지금까지 네놈이 죽인 우리 마족들 숫자가 몇인데. 그냥 순순히 뒤지라고!”

“끄아아아아악!!!”

그 말과 함께 그대로 키클롭스의 남아 있는 눈깔에 검을 내리 찍는 마족 소녀.

아니… 마왕의 친위대 4천왕 중 한 명인 엘리사는,

온 몸에 피갑칠을 한 채 자신의 단검에 찍혀 처벌한 비명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키클롭스를 보며 산뜻하기 그지 없는 기분을 맛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모습을 지켜 보면서.

엘리사의 모친인 일라이어스는 마치 사냥에 성공한 새끼 사자를 지켜보는 어미 사자와 같은 느낌 속에서 얼굴 가득 훈훈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내 새끼지만 정말로 훌륭하게 잘 자랐어. 이게 바로 부모가 느끼는 기쁨이라는 것이겠지?’

인간들을 상대로 피도 눈물도 보이지 않는 엘리사의 모습

사실 실제 나이를 고려하면 이미 성인인 것은 물론이고, 엄연히 마왕군의 친위대로서 그녀와 대등한 지위까지 지니고 있는 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이의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어미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고 일라이어스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이걸로 일단 전쟁은 얼추 종결이 되었다 봐도 되겠지. 여전히 남아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어차피 잔당 처리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이번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적들에게 점령 되었던 마왕국 영토의 약 70%를 수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30%가 남아있긴 했지만, 해당 지역은 해안가이거나 외부와 고립된 산악 지형이었다.

사실상 주력 부대가 한 순간에 공중분해 된 지금 상황에서 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며, 식량마저 끊긴 지금 상황에선 기본적으로 오래 버티고 앉아있을 수 없었다.

저들이 다시금 대규모로 군단을 이끌고 온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

즉, 사실상 이번 작전을 통해 마왕국은 그 동안 열세였던 전황을 뒤집고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할 수 있었다.

‘물론 남아 있는 녀석들을 몰아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이것으로 더 이상 목덜미 아래에 위치한 칼날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조금만 시간을 들여 병력을 추스른다면 종족연합군을 이 땅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야.’

그렇게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았던 전쟁에서 드디어 그 끝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일라이어스.

그러나, 동시에 그녀의 마음 속에는 이처럼 기쁨의 감정이 커질수록 덩달아 커져 가는 한가지 미묘한 기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것은… 어찌 되었든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공적은 세운 인물이자, 다시 한 번 그녀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능력을 보여준 존재,

‘용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래도 롭을 점령할 때 까지만 해도 긴가 민가 했었는데…’

그와 함께 수립한 계획을 기반으로 움직였던 일라이어스 였지만,

내심 마지막까지 용사가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니고 있던 그녀였다.

하지만, 이처럼 완벽하리만큼 확실하게 상황을 정리해준 용사의 행보에 대해서, 일라이어스는 결국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용사 엘런이라는 인물은, 진심으로 인간을 그만 둔 채 마족의 길을 걷기로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확실히 딸아이도 인정을 하고 있는 일인 만큼, 여기서 내가 더 의심을 하는 것도 웃긴 일이겠지…과거에 한 번 죽을 뻔 했다고는 하지만.’

만약 그 대상이 사랑하는 딸이었다면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용사에 대한 개인적인 불편함은 어디까지나 자신에 국한된 이야기.

그 결과 일라이어스는 내심 용사에 대한 악감정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한편,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용사가 우리의 편이 되었다라… 그렇다면, 이걸로 우리들은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어진다. 물론 한 동안은 전력을 추스르며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야겠지만 잘 하면 더 큰 것을 노려 볼 수도…’

이와 관련해서 자세한 부분은 아마도 그녀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마왕국의 두뇌이자 그녀 이상의 지모를 지니고 있는 벨제뷰티 등과 함께 논의를 해야 할 부분.

어찌 되었든,

지금은 일단 승리의 기쁨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마음에 품은 채,

일라이어스는 자신을 향해 키클롭스의 모가지를 든 채 다가오고 있는 딸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딸 아이의 저 밝은 미소만큼은 앞으로도 꼭 지켜내 보이겠다 다짐하면서.

*

종족 연합군을 몰아내고 완벽하게 마족들의 영토가 된 안티옥.

그곳에서, 삼손을 비롯한 장수들은 딱 정확한 타이밍에 도착한 술과 고기를 차려놓은 채 흥겨운 연회를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꿀꺽! 꿀꺽! 카아… 바로 이 맛이지! 역시 승리의 미주는 그 무엇보다 달콤하다 이 말씀이야!”

“과연 그렇습니다 장군님! 오늘따라 술 맛이 정말 기가 막히군요!”

“이 모든 것이 마왕 폐하와 우리 삼손 장군님의 공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전쟁에서도 장군의 용맹은 가히 하늘을 찌를 정도였습니다.”

“하하!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자 자네도 한 잔 하게! 이 좋은 날 어디 한번 마음껏 취해 보세나!”

“장군께서 따라주신 술인 만큼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거침 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안주를 뜯으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삼손과 장수들.

그때, 삼손의 시선은 문득 자신의 맞은 편에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또 다른 사람에게, 일라이어스 에게로 향하였다.

“허허.. 그러고 보니, 내 이거 아주 큰 실수를 할 뻔 했군, 이번 전쟁의 주역은 비단 우리들만 있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하아..”

삼손의 말에 그대로 진한 한숨을 내뱉는 일라이어스.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삼손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자, 일라이어스 자네도 고생이 많았네, 어디 내 잔도 좀 받게.”

“…네, 그러지요.”

삼손의 말에 썩 내켜하지는 않으면서도 일단은 잔을 내미는 일라이어스.

그녀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삼손은 즐거움이 담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와 하는 이야기 이지만, 일전의 회의에서 있었던 일은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고 싶네, 설마 자네가 이처럼 대단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지. 좀 더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네.”

당시에는 솔직히 기분이 나빴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일라이어스의 계획이 잘 실행된 결과, 마왕국은 잃어 버렸던 영토를 대부분 회복해 내는 대단한 전과를 이루어 냈다.

그러한 점에 대해선 상대의 능력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는 만큼 삼손은 이 점에 대해 망설임 없이 사과의 말을 하였다.

그리고.

“아…아닙니다.. 오히려… 으음…”

삼손의 사과에 무언가를 말하려다 그대로 말을 줄이는 일라이어스.

그러나, 그녀의 이런 태도에 대해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삼손은 술이 가득 담긴 자신의 잔을 들고 일라이어스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나의 사과를 받아준 것으로 알고 있겠네, 그런 의미에서 건배 하도록 하지. 앞으로도 우리 군단장들의 단결과 마왕국의 미래를 위해서.”

“…네, 그러지요.”

삼손의 권유에 대해서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하는 일라이어스.

그렇게, 한참 어려운 시기에 서로 으르렁대던 두 장수가 서로간의 앙금을 덜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휘하 장수들은 한결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연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응? 그러고 보니 어쩐지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말이지.”

“아… 용사 말인가? 그자라면 아까 볼일이 있다면서 나간 것으로안다만.”

“허어.. 이거 참, 아 오늘의 또 다른 주인공이 그런 식으로 사라져서 쓰나.”

“제가 가서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이런 자리에 대장님이 빠져선 곤란 하지요.”

그 말과 함께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 레베카.

얼마 전까지 대놓고 경계심을 보이던 때와는 달리, 이제 자연스럽게 용사에게 대장님 이라 부르는 그녀를 보면서 몇몇 마족 장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

안티옥 외성에 위치한 작은 정원.

전투 도중에서 크게 손상되지 않은 이곳에서, 난 조용히 내 눈앞에 보이고 있는 그녀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폐하.”

“왔는가 용사여.”

상황이 상황인 만큼 보라빛 갑주를 입은 채 투구만을 벗고 있는 마왕.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감출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다시금 마음이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달빛 아래에서 홀로 서있는 그녀의 모습에선, 마치 여신이 강림한 것 같은 범접할 수 없는 미모가 돋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왕을 향해서, 난 정중함을 담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폐하.”

단순한 인사가 아닌, 진심을 담아 이루어지는 나의 말.

이에 대해서, 마왕은 입가에 차분하면서도 그림과 같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아니… 감사의 말은 오히려 짐이 하고 싶구나 용사여. 그대가 아니었다면 짐은 아마도 결코 오늘과 같은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과찬이십니다 폐하. 소신은 단지…”

마왕의 말에 난 그대로 겸양의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마왕은 그대로 그런 나의 두 손을 꼭 붙잡아 주었고, 이에 난 살짝 얼굴을 붉히며 그대로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정말로 고맙구나, 이 나라의 군주로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용사여.”

“폐하…”

“자, 그럼 이제 짐이 약속을 지켜야 할 차례이겠지. 그대가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 용사여. 이전과 같이 짐이 다시금 그대를 안아주길 원하는 것이냐? 그렇지 않다면…”

그 말과 함께 매력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마왕.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의 머릿속에는 순간적으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손을 잡고 서로를 끌어 안는 것부터, 키스를 하거나.. 혹 그 다음에 이어질 더 큰 것을 요구하거나.

확실히 이번에 세운 전공이 워낙 어마어마한 만큼, 난 그 정도 까지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

다음 순간,

진한 흥분에 휩싸이고 있던 탓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한 가지 사실.

그것을 우연히 감지하면서,

난 자동적으로 마음 속에 끓어 오르고 있던 흥분이라는 감정을 가라 앉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난차분한 목소리로 눈 앞에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폐하. 허면,소신에게 청이 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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