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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46화 (46/150)

〈 46화 〉 그 동안 수고했다

* * *

“크아아아악!!!!”

“제길! 적들을 막아라! 한 치도 물러나선 안 된다!”

사방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

죽어가는 병사들과 적들을 죽이는 병사들의 목소리가 난무하는 전장에서,

파리섹트와 그의 부하들은 온 힘을 다해 적들의 공세를 틀어 막고 있는 중이었다.

개전 이틀째.

아침 해를 보며 시작했던 전투가 해가 거의 저물어 갈 때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재,

파리섹트는 슬슬 자신들의 한계가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중이었다.

“장군… 외성에 위치해 있던 궁수 탑이 결국 무너졌습니다.”

“제 3 기사단이 전멸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으로 성 안아 남아 있던 마지막 기사단은 모두 몰살 당했습니다.”

“적들이 내성 문을 거의 부수고 있습니다. 남은 병력을 보내 틀어 막고는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사실상 기용 가능한 대부분의 병력이 몰살당한 절망적인 상황.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파리섹트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은 병사들을 모두 모아라, 무슨 수를 써서든 적들이 내성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것 만은 막아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장군님.”

“그리고 너희들은 나를 따라 오도록. 내 직접 가서 적들을 상대할 것이다.”

“괘.. 괜찮으시겠습니까 장군님? 아직 마왕과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이 낫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다 자칫 부상이 덧나기라도 한다면...”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어차피 적들을 막지 못하면 우리는 다 죽은 목숨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까짓 부상이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이더냐.”

“자… 장군님…”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파리섹트.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병사들은 다시 한번 참다운 군인의 자세가 무엇인지는 느끼며 한 순간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자, 적들이 가까이 왔다. 나와 함께할 자는 누구냐?”

“소장도 장군과 함께 하겠습니다.”

“소인 역시 돕겠습니다.”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장군.”

그렇게, 최후의 항전을 각오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전의를 가다듬는 병사들.

그러나 이 순간.

부하들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파리섹트의 머릿속에는 영광스러운 최후에 대한 각오 따위는 1도 들어있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그가 병사들을 독려해 전투를 준비하는 것은 감상이나 낭만 따위가 아닌, 어디까지나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여기까지 전선을 후퇴시키고 일부 병력을 포기하면서 까지 끌어 모으고 끌어 모은 최후의 힘.

이를 최적의 타이밍에 폭발시킬 타이밍이 마침내 도래하였다는 것을 인식하며,

파리섹트는 그대로 창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쾅!

마침내 내성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오는 마족들.

그들을 보면서, 파리섹트는 창을 꼬아 쥔 채 목소리를 드높였다.

“종족 연합을 위하여!”

그의 당당한 선언과 함께 앞으로 돌진해 나가는 안티옥의 수비병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함께 최후의 기세를 폭발시키는 그들의 진격에 마족들은 한 순간 주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분위기에 몸을 맡긴 채 선두에서 마족들을 단호하게 베어 넘기는 파리섹트.

마치 전설에 나오는 영웅들과 같이 당당한 그의 모습에 병사들은 한껏 고무된 기분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래! 비록 부상을 입으셨지만 저분은 그 마왕조차 무릎 꿇린 파리섹트 장군님이다!’

‘저분의 뒤를 따라, 오늘 우리는 전설이 되는 것이야!’

그렇게 끓어 오르는 진한 전사의 혈기와 함께 단호하게 진격해 나가는 병사들.

비록 수적으로는 불리하였으나, 죽음을 각오한 그들의 용맹스러운 전진은 한 순간이지만 마족들의 병력을 내성 밖으로 완전히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이는 어디까지나 한 순간의 반짝임일 뿐.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전체적인 전황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부우우우웅!!!!!

“!”

그 순간, 갑자기 북쪽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나팔 소리.

동시에, 안티옥 수비군의 반격에 잠시 주춤하는 기색을 보이던 마족들은 그대로 짙은 당혹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 순간 그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장면,

그것은… 북쪽 평원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거대한 대 군단의 모습이었다.

“저.. 저건…!”

“제길! 하필이면 이런 때에 적들의 구원병이!”

아슬아슬한 순간에 도착해 버린 적들의 구원병력.

이에 성 안에 들어와 있던 마족들은 일 순간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이 모습을 보면서 파리섹트와 그의 부하들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깃들기 시작했다.

“좋아! 드디어!”

“구원군이 도착했다! 이제 우린 살았다!”

저 멀리 해가 지고 있는 수평선을 가득 메우고 있는 어마어마한 군세.

이 순간, 이곳에 처 들어온 마족들 못지 않은 대규모 병력의 등장에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병사들의 사기는 그대로 하늘을 찌를 듯 치솟기 시작했다.

한편, 이처럼 모든 것이 자신의 계산대로 이루어 졌다는 사실을 인지함과 동시에, 파리섹트의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진한 미소가 깃들기 시작했다.

‘좋았어. 다행이 예상했던 대로 정확한 타이밍에 나타나 주었군. 이제 구원병이 당도 했으니, 남은 것은 저들과 함께 이곳에 처 들어온 마족들을 모조리 처치해 버리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마왕을 처치하기만 하면…’

그렇게 앞으로 자신의 앞에 펼쳐질 찬란한 미래를 확신하며 날아오를 것 같은 기쁨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는 파리섹트.

그 때.

“이런 이런… 벌써부터 그렇게 좋아하면 곤란하지.”

“!!!!!”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섬뜩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

딱 한 번 짧게 들었을 뿐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릿속에 단단히 각인 되어 있는 그 소리에 파리섹트는 차갑게 굳어진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자신의 옆쪽을 돌아보았다.

그 직후,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익숙한 존재.

검은 갑주에 검은 대검을 지니고 있는 인물.

그자가 누구인지 인식함과 동시에,

파리섹트는 그대로 등줄기가 싸늘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너… 넌… 마… 마왕? 아.. 아니 넌 분명… 그때 큰 부상을 입었을 텐데…”

일전에 퇴각한 이래 단 한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마왕의 재등장.

이에 파리섹트와 그를 따르던 병사들은 한 순간 혼란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으나, 이내 파리섹트는 최대한 빠르게 정신을 수습한 뒤 단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거… 겁먹지 마라! 어차피 그래 봤자 놈은 부상을 입은 상태다! 지금의 우리들이라면 충분히 이 놈을 잡을 수 있다!”

일전에 아슬아슬하게 마왕을 놓쳤던 기억을 떠올리며 병사들을 독려하는 파리섹트.

이에 마왕의 출현에 잠시 동요했던 병사들은 다시금 빠르게 정신을 수습하며 전투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 그래! 이미 저 녀석은 우리에게 한 번 패배했던 놈이잖아!”

“이번에야 말로 네놈의 숨통을 끊어주겠다 마왕!”

“어차피 지원군도 도착한 이상 네놈은 끝이다! 이 자리에서 우리의 손에 죽어라!”

기세 등등한 태도를 보이며 마왕의 목을 취하려 드는 병사들.

그렇게 분위기가 다시 이쪽으로 넘어왔다는 것을 인지하며 파리섹트는 병사들을 향해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전군에게 명한다! 지금 바로 마왕의 목을 베어라!”

“으아아아!!!”

그의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마왕을 향해 무기를 들고 달려드는 병사들.

본래라면 자신이 나서고 싶었지만,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부상에 한 바탕 무리까지 한 탓에 파리섹트는 잠시 호흡을 고를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어차피 저 녀석들의 실력으로는 마왕을 잡을 수 없겠지. 적당히 마왕을 상대해서 힘을 빼놓으면 그만이야.’

그렇게 판단을 하면서 자신도 몸을 추스른 직후 곧바로 공격해 들어갈 준비를 하는 파리섹트.

그런데…

­훅!

“!?”

“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병사들을 향해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 마왕.

그와 동시에 마왕의 검에선 이전과는 무언가 느낌이 다른 검은 섬광이 번쩍였으며, 이에 파리섹트는 한 순간 섬뜩한 기분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가까스로 시야를 차단하던 검은 빛이 사라진 직후.

파리섹트는 온 몸을 태우는 듯한 격렬한 통증을 느끼면서.

동시에 그러한 고통을 뛰어 넘는 충격을 안겨주는 눈앞의 장면을 보면서, 잠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이… 이..게… 이게 대체 무슨…”

방금 전까지 마왕을 향해 달려들던 그의 병사들.

그 수는 파리섹트의 주변에 남아있던 이들까지 합해 무려 200 여명에 달했으며.

이는 순수 전력만 따지면 일전에 마왕이 쳐들어 왔을 때 그를 궁지에 몰아 넣었던 전력보다 더욱 막강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파리섹트의 눈에는

더 이상 멀쩡히 숨이 붙어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딱 한 번.

한 번 검을 휘두른 것으로 그의 휘하에 있던 200명의 병사들을 끔살 시켜 버린 마왕.

그나마 파리섹트의 경우 다른 병사들이 방패가 되어 주었으며 마지막 순간 마나로 스스로를 방어 한 덕분에 아직 숨이 붙어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 상태는 이미 도저히 전투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마왕의 일격.

분명 부상을 입고 다 죽어가고 있어야 할 마왕이 이런 공격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파리섹트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끔찍하기 그지 없는 상황에 대해서.

파리섹트는 문득 자신의 뇌리를 스키고 지나가는 한 가지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서… 설…마? 이… 이것은… 이 모든 것은…?’

너무 나도 늦게 떠올려 버린 끔찍하기 그지 없는 현실.

이에 파리섹트의 얼굴은 그대로 공포와 절망으로 얼룩지게 되었으며…

그런 그를 내려다 바라보면서,

마왕은 싸늘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마치 개 먹이와 같은 한 마디를 던져 주었다.

“그 동안 수고했다. 그럼 잘 가도록.”

파리섹트의 생각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인증 해줄 수 없는 냉혹한 한 마디.

그 말이 마치 비수와 같이 심장에 꽂히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파리섹트의 눈에는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마왕의 대검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개새…”

­팍!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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