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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44화 (44/150)

〈 44화 〉 자... 수확을 시작하자꾸나

* * *

용사에 대한 치료와 진찰이 끝난 후,

그가 누워 있는 막사에서 나온 레베카와 병사들은 우려가 섞임 표정을 지은 채 군의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창에 찔린 상처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그럼에도 의식을 차리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은 마력을 사용한 탓일 가능성이 높겠지요.그 정도는 곧 있으면 깨어날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그렇습니까?”

“후우…”

다행이 조금 쉬면 낫는다는 수준의 진단결과에 안도감을 표하는 레베카와 그녀의 동료들.

그러나,이런 사실과 별개로 이 순간 그들의 마음 속에는 이미 용사에 대한 미안함 감정이 짙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게 무리를 하면서 까지 우리들을…’

‘지금까지 많은 장수들이 있었지만,이 정도로 철저하게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자는 없었어.’

‘사람은 언젠가 주인으로 섬길 자를 만난다고 들었다 만... 설마 정말로 저 용사가?'

그렇게 마족 병사들은 용사에 대한 우려와 악감정 대신 그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첫 전투인 만큼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적어도 인간이라는 점에서 지니고 있던 편견을 많이 희석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

드디어 곁에서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난 슬그머니 눈을 뜬 다음 주변을 둘러 보았다.

‘다행이 갑자기 일어나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지는 않았네.’

물론 엄밀히 말해서 그런 어색함 정도는 적당히 넘길 수도 있겠지만,부하 마족들이 워낙 급박하게 행동한 탓에 나도 모르게 그만 분위기에 휩쓸러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런 난감했던 부분과 별개로,

어쨌든이것으로 난 내가 진행하기로 되어 있던 목표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완수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대로 진한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뜻하지 않게 놈들이 나를 마왕으로 인식해준 덕분에 상황이 더 수월하게 흘러가게 생겼어.이렇게 되면 저 놈들은 분명 이 마왕님을 잡으려고 더욱 신나게 발광을 하기 시작하겠지.’

솔직히 말해서,방금 전의 습격을 통해 난 충분히 안티옥을 점령해 버릴 수 있었다.

안티옥의7000이 넘는 병력 중에서 아까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고작 수 백에 지나지 않았지만,

유난히 뛰어난 전투력을 통해서 난 그 창을 던진 녀석이 이곳을 지키는 수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대로 그와 그 휘하 부장들을 모조리 제거한다면,분명 지휘체계가 붕괴된 수비병들은 그대로 지리멸렬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었다면 아마도 삼손을 비롯한 강경파 장수들에 의해 오늘 내로 안티옥 성벽에는 마족들의 깃발이 걸리게 되었겠지…’

대략 이틀 정도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전투를 단 하루…어쩌면 반나절 만에 끝낼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러나,

이러한 시원 시원하기 그지 없는 결과는.

지금의 내 입장에선 최대한 피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벌써부터 안티옥이 떨어져 버리면 곤란하지.적어도 오늘 하루…가능하면 내일까지는 버텨 줘야 확실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

얼핏 보기에 안티옥 점령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듯한 마족들의 군세.

이는 실제로 이곳에 와 있는 삼손과 그의 휘하 장수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었으며,일전의 회의에서 내려진 결론 또한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이 곳에 나와 있는 모든 마왕군 소속 인물들 중에서

오직 나만은,그 안에 담겨 있던 내막을 알고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곳에 있는 병력의 역할을 어디까지나 미끼일 뿐,

나의 역할을 어디까지나 적들에게 ‘희망’을…

덤으로 ‘욕망’이라는 감정을 불어넣어 주면 되는 것이었다.

어차피 ‘진짜’는 내가 아니라.

일라이어스와 우리의‘진짜'께서 진행해 주실 테니까.

‘자 그럼, 어서 빨리 빨리들 몰려 오렴,여기 이 마왕님께서 부상을 입고 쓰러져계시니까.가능한 마지막 한 사람까지 탈탈 털어서 이곳에 올인을 해주라고.’

*

종족 연합이 점령하고 있는 마족들의 영토 디모데.

그곳의 임시 영주를 맡고 있는 장수 멤논은 자신의 앞에 달려온 안티옥 전령의 보고를 들으며 진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뭐…뭐라고?그 마왕이 정말로 안티옥에 나타났단 말이냐?”

“네!장군,거기다 제가 떠나기 직전에 들은 소식에 따르면 그 마왕은 파리섹트 장군님의 창에 맞아 큰 부상을 입기까지 했다 합니다.”

“오오…파리섹트 장군이 말인가?”

전령의 말에 짙은 흥분의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멤논.

이에 대해서 그의 옆에 서 있던 부장은 다급함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멤논 장군님,그렇다면 저희들도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저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이야 말로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낼 절호의 찬스일 것입니다.”

“음!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안 그대로 보급 상황이 악화 되면서 하루 하루가 살 얼음 판이었건만 이런 식으로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군.”

롭이 습격당한 이후 안티옥에서 식량을 조달 받으며 간신히 입에 풀칠만 하고 있던 멤논의 병력.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적들의 수장인 마왕이 출현했고 부상까지 입었다는 소식은 마치 위험한 상황에서 내려온 한 줄기의 황금 동앗줄과 같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차피 적들의 머리를 쳐내기만 하면 다 끝이 나는 전쟁이 아니겠습니까?”

“이대로 전력을 다해 마왕을 토벌하기만 하면 더 이상 식량 때문에 골골거릴 이유 없습니다.”

“장군,명을 내려주십시오,소장이 가서 마왕의 목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굶주림과 팍팍해진 살림으로 인해 신경이 날카로워 져 있던 차에 보이기 시작한 기회에,그곳에 있던 이들은 반쯤 눈이 돌아간 채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이들을 이끌어야 할 책임을 지니고 있던 멤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럴 필요 없다!내 친히 출정을 할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일부 병력만 보내 시간을 끌 이유도 없지 않은가,디모데에 있는 전군을 이끌고 안티옥으로 갈 것이야!”

“네!장군!”

“장군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단호한 의지와 그 밑에 깔려 있는 욕심을 담아 선언하는 멤논 장군.

이에 그곳에 있던 병사들은 마찬가지로 욕망을 불태우며 그의 명에 복종했다.

“여기서부터 안티옥까지는 서두르면 고작 하룻길입니다.밤새도록 달린다면 내일 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은 이동이 빠른 마병대를 이끌고 이동하도록 하시지요,그 사이에 안티옥이 점령당하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생각이다.어차피 마왕이 직접 출정을 한 이상 저들도 안티옥 이외의 지역엔 신경을 쓰지 못할 터.최대한 빨리 도착해 마왕의 목을 치는데 주력할 것이다!”

그렇게 가용 가능한 모든 병력을 이끌고 즉시 이동을 개시한 멤논과 휘하 병사들.

비록 워낙 급하게 이동을 개시한 터라 성의 수비를 비롯한 뒷마무리가 깔끔치 못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논과 그의 병사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선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어차피 마왕만 잡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전쟁.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는 목표에 전력을 다해 집중하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마왕국 점령지 곳곳의 영주들은 멤논의 군단과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전군을 이끌고 출정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부상을 입은 마왕을 잡겠다는 욕망.

그리고,어차피 악화된 보급 상황으로 인해 오래 버티기 힘들어진 지금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은 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총 병력4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대군이자 사실상 종족 연합의 주력군이라 할 수 있는 규모의 병력이 자신들의 점령지를 비워둔 채 안티옥으로 향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물론 그 중에도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하며 묵묵히 자신의 영토를 지키고 있기로 한 자들 역시 있었다.

하지만,워낙 악화된 보급 상황으로 인해서 얌전히 버티고 있는 것 조차 힘들어진 이 시점에서 그러한 기약 없는 선택을 자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어둠 속에서 이러한 모든 상황들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그녀는.

마왕 친위대4천왕 중 한 명인 엘리사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는…

아니,어째서인지 그들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도 화끈하게 잘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해서 진한 흥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용사가 아이디어를 내고 마마가 구체화 시킨 계략인 만큼 분명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거 어그로를 너무 확실하게 잘 끌어준 거 아니야?’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면 도리어 삼손과 용사쪽이 위험해 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의 상황이었다.

그러나,어쨌든 계획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마왕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주 잘 된 일.

그렇게 사태를 파악한 직후,엘리사는 재빨리 그녀가 속해 있는‘본진’으로 돌아와 곧바로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한 보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래?예정대로 종족 연합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말인가?”

“네!그렇습니다!”

“저희의 계략이 잘 먹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허면 곧바로 일을 시작하도록 하시지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하는 일라이어스.

이에 대해서,

그녀 차분하면서도,감출 수 없는 기대가 담겨 있는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말했다.

“그래…그래야겠지.마땅히 과일이 무르익었으니…본격적으로 수확을 시작하자꾸나.”

그 말과 함께 착용하고 있던 검을 뽑아 드는 그녀..

그 안에 서려 있는 짙은 보랏빛 검기를 바라보며,

그녀는…

모두가 그 목을 취하기를 바라며 떠났던

‘진짜’마왕은

천천히 그 아름다우면서도 무시무시하기 그지 없는 입가에 살기를 띈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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