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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43화 (43/150)

〈 43화 〉 마왕을 해치웠... 나?

* * *

눈 앞에 보이는 장면

그것이 파리섹트에게 가장 처음 안겨준 감정은 당혹감 이었다.

자신이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어 날린 창에 찔린 마왕.

분명 가볍게 튕겨낼 것이라 여겼던 그 일격은…

파리섹트의 예상을 깨고 그대로 마왕의 옆구리를 찔러 넣는 데 성공하였다.

“큭! 네.. 네놈이 감히…!”

고통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하는 마왕.

그의 목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파리섹트는 당혹감에서 벗어나, 그대로 짙은 희열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서.. 설마 정말로 내가 해낸 것인가? 나의 일격이… 정말로 마왕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본인이 저질러 놓고도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리섹트는 당장 밀려오는 진한 기쁨 속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마.. 마왕이 부상을 입었다!!! 이 파리섹트님이 마왕의 몸에 창을 꽂아 넣었다!!!”

방금 전 일격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은 파리섹트

그러나 강렬하기 그지 없는 환희의 감정은 그로 하여금 여태까지 질러본 환호성 중 가장 큰 목소리를 내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음성을 들은 직후

그곳에 있던 병사들은 진한 전율을 느끼며 그대로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파.. 파리섹트 장군님이 마왕을?”

“지금이 기회다! 당장 녀석을 죽여라!”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던 마왕이 내보인 한 순간의 빈틈.

이에 병사들은 그대로 눈이 뒤집힌 모습을 보이며 곧장 검을 뽑아 든 채 마왕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저 마왕의 목을 자신이 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들이 꿈꿔왔던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그런데...

“하아아아앗!!!”

“!!”

다음 순간, 마왕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포효

동시에 그의 몸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 힘의 파동에, 눈이 뒤집힌 채 마왕을 향해 달려들던 병사들은 한 순간 더 나아가지 못했다.

“크윽!”

“제길!!”

그러나, 그 와중에도 엄청난 욕망을 불태우며 그대로 마왕을 공격하려는 시도를 하는 병사들.

다행히 부상으로 인해 전투력이 감소한 탓인지, 방금 전과 달리 마왕은 그들의 움직임을 완전히 막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검을 휘두르면 닿을 절도로 마왕이 있는 곳에 도착한 병사들.

동시에 그들의 얼굴에는 한 순간 진한 탐욕의 감정이 담기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들은 그대로 그 격렬한 욕망을 담아 눈 앞에 있는 마왕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 하였다.

그런데 그때..

“커허어억!!”

“끄아아악!”

뒤쪽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고통에 찬 비명 소리.

이에 병사들의 시선은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쏠리게 되었으며, 이내 그들의 얼굴은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마족들이 여기까지?!”

“큭! 마왕의 호위병인가? 이 녀석들 제법 강하다!”

갑작스럽게 난입한 한 무리의 마족들.

비록 그 숫자는 100여명 정도로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한 순간 마왕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상황에서 이어진 급습에 병사들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큰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병사들의 시선이 그대로 습격을 가한 마족들에게 이동한 그때.

“커허어억!!”

“!! 마… 마왕이 도망친다!”

옆구리에 창이 박힌 상태로 거칠게 검을 휘두르는 마왕.

그는 그대로 길을 막아선 병사들을 무참히 썰어버린 뒤, 곧장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호위병들 과 합류하여 이곳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 안 된다!!”

“놈을 막아라! 화살을 쏘든 마법을 날리든 무조건 막아!”

한 순간 다급하게 소리치는 병사들과 파리섹트 장군.

그러나, 이미 그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마왕과 그의 부하들은 그대로 썰물이 빠져나가듯 재빠르게 안티옥 성벽을 뛰어 넘어 도주를 해 버리고 말았다.

비록 뒤늦게 그를 향해 화살과 마법이 날아가긴 했지만 이미 성을 벗어나버린 그들을 잡기엔 무리.

결국 마왕와 그의 부하들은 그대로 파리섹트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으며, 이에 그와 병사들은 눈 앞에서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기분을 맛보며 진한 아쉬움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 장군!! 저길 보십시오!”

“! 이… 이런!”

그 직후,

파리섹트와 그의 수하들은 자신들이 뒤늦게 발견한 사실로 인해 진한 충격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마왕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밀어낼 정도로 묵직한 한 충격을 안겨준 장면.

그것은,

어느 사이엔가 성벽의 코앞까지 도달해 사방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는 마족 군단의 모습이었다.

파리섹트와 지휘관들이 마왕의 출현에 정신이 팔려 있던 사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버린 마족들의 대군.

짧게나마 이루어진 지휘계통의 마비의 결과, 별다른 피해 없이 성벽까지 당도한 마족들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성벽을 뛰어 오르며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제길! 저 더러운 마왕 녀석! 설마 이런 술책을 부리다니!”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것이 아닌, 평소 감추어 놓고 있는 날개를 펼치면 짧은 거리를 날 수 있는 마족들.

그렇게 곳곳에서 성벽을 넘어오고 있는 마족들을 보면서 파리섹트는 한 발 늦은 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급하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즉시 마법사들에 준비해 두었던 불의 장벽을 작동 시키도록 하라! 잠시만이라도 놈들의 공세를 막아야 한다!”

“네! 장군님!”

“너희들은 가서 예비대를 전부 끌고 나오도록! 지금은 이것 저것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어떻게 해서든 오늘 하루 만이라도 적들을 막아 내야 한다!”

“아.. 알겠습니다 장군!”

극심한 피로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휘를 하는 파리섹트.

비록 마왕의 술책으로 인해 비장의 패들을 쏟아내야만 하는 입장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지금의 이 상황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안티옥이라는 최중요 거점을 수호하는 직책을 도박으로 손에 넣은 게 아닌 만큼, 불리한 상황에서도 머릿속으로 전황을 계산 하면서 쉼 없이 지시를 하달하는 파리섹트.

방금 전 전투로 인해 직접적인 전투는커녕 맨 정신을 유지하는 것 조차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이곳의 수장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은 채 최선을 다해 병력을 운용해 나갔다.

필요한 곳에 곧바로 지원군을 파견하고, 급할 경우 준비해둔 마법을 발동시켜 적들의 침입을 차단한다.

비록 욕망으로 똘똘 뭉친 그였지만, 그 실력만큼은 진짜였으며, 더욱이 문제의 그 욕망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의지 또한 절대로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흐트러져 있던 전선을 바로 잡으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 나가가는 파리섹트와 그의 병사들.

그러나 이 순간,

파리섹트의 머릿속에는 전성의 상황과 더불어서 오늘의 전투가 끝나고 앞으로 이어지게 될 상황에 계산 또한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당장은 놈의 계략에 휘말려 허를 찔리게 되었지만 아직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야. 피해를 입긴 했지만, 어쨌든 내 손으로 마왕에게 중상을 입혀 도망치게 만들었어. 그렇다면… 설령 내일 중에 안티옥이 함락된다 해도 상황을 역전 시킬 수단은 분명히 있다!’

적들의 최중요 전력인 마왕.

그자가 이곳에 나타났으며, 동시에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분명 이 상황을 노리고 움직일 자들이 아주 많이 있을 터였다.

그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파리섹트는 전투가 한창인 이 와중에도 몇몇 수하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 소식을 전하게 하였다.

부상당한 마왕이라는 거절하기 힘든 먹잇감을 미끼로 하여, 최대한 많은 사냥꾼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

“비키십시오! 여기 부상자 입니다!”

옆구리에 창이 박힌 채 진영으로 돌아온 용사와 그의 직속 부하들.

그 선두에는 직접 기절해 있는 용사를 부축한 채 급박한 목소리로 군의를 부르고 있는 레베카가 있었다.

적들의 공세를 홀로 완벽하게 방어해낸 뒤 그대로 적진 한 복판으로 뛰어들어 극심한 혼란을 유발한 용사.

그렇게 용사가 방어와 어그로를 모두 도맡아 준 결과, 레베카를 비롯한 선봉대는 그대로 피해 없이 손쉽게 성벽을 뛰어 올라 적들을 급습하고 공적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무리한 행보의 결과 용사는 그만 적들의 공격에 이처럼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스스로를 불살라 부하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공을 세울 기회까지 준 용사.

본래 의심과 불안만을 지니고 있던 대장의 이러한 헌신적인 행보에 레베카를 비롯한 병사들은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으며,

이는 그들로 하여금 지금과 같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상을 입은 용사를 의무실로 데리고 와 다급하게 군의관을 찾게 만드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급하게 현장에 도착한 군의관은 그대로 용사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옆구리에 있던 창을 뽑아내고, 마법으로 부상을 치유하는 군의관.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레베카는 안절 부절 못한 채 그저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의심을 했던 것과는 달리,

말 그대로 참된 리더로서 자신들을 위해 헌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용사.

그런 자에게 사과의 말조차 하지 못한 채 이를 떠나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녀의 마음을 바짝바짝 타 들어가게 만들고 있었다.

‘절대로... 절대로 이대로 돌아가셔선 안됩니다. 저희들은 줄곧 당신을 의심했는데… 거기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못한 채 이대로 쓰러져 버리시면…’

그렇게 초조한 기분 속에서 간절하기 자신들의 대장이 깨어나길 바라고 있는 레베카와 마족 병사들.

한편,

그 순간…

그렇게 군의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줄곧 눈을 감고 있는 용사는…

사실 그리 큰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며,

정신을 잃어 버린 것은 더더욱 아니었던 용사는,

살짝 식은 땀을 흘리며 난감하기 그지 없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제길… 어쩌지? 적당히 부상을 입은 척 적들을 속이고 뒤로 빠진 다음 일어나려고 했는데 일어날 타이밍을 놓쳐 버렸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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