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마왕이 날린 보통 펀치
* * *
연회장 안으로 들어간 마왕과 나.
그곳에는 드넓은 공간과는 별개로,오직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해 준비된 적당한 크기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거리는 손을 뻗으면 상대방의 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가까운 수준.
연회장의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외견만을 제외하고 본다면 딱 연인이 함깨 식사를 진행하는 레스토랑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그곳을 보면서
난 진한 긴장 속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잘 부탁한다 용사여."
"ㄴ..네. 마왕 폐하."
차분하면서도 매혹적이기 그지 없는 마왕의 말에 난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전투가 있는 것도 아닌 식사자리임에도 느껴지는미묘한 긴장감
그 속에서 난 조심스럽게 마왕의 맞은 편에 위치한 의자에 앉았다.
말 그대로 고개만 들 면 코 앞에 앉아 있는 마왕을..
아니, 나의 이상형에 완벽히 부합하는 절대적인 미를 지니고 있는 여신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상황.
그 사실에 대해서 내가 다시금 마음이 두근거리는 기분을 느끼고 있던 그때,
대기하고 있던 마족 메이드들이 첫 요리로 스프와 셀러드를 내오는 것을 시작으로, 나와 마왕은 본격적으로 식사를 진행하였다.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도 훌륭했지만, 그 이상으로 무언가 더 고급지고 훌륭한 느낌이 드는 요리들이 내 앞에 차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입안에 달콤한 스프를 넣을 때도.
향긋하면서도 싱싱한 셀러드를 입 안에 넣을 때도.
이 음식들이 나의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명확하게 구분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예쁘다. 이런 사람이랑 식사를 할 수 있다니..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 앞에서 우아한 모습으로 식사를 이어나가는 마왕.
그녀 미색은 이처럼 음식의 맛조차 잊게 만든 채,
동시에 본래라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왕과 가까워 지려 했던 나의 생각을 실행조차 하지 못하게 묶어둔 채.
단순히 내 앞에서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나의 모든 신경과 정신을 사로잡고 있었다.
절대적인 미(美) 가 지니고 있는 힘이란 이처럼 압도적인 것.
그렇게 내가 잠시 마왕의 미모에 정신이 팔려 있던 그때였다.
"용사여, 혹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은 것인가?"
"ㄴ...네?"
내가 깨작깨작 식사를 하는 것을 인지한 듯 약간의 우려가 담긴 목소리로 질문을 하는 마왕.
이에 대해서, 난 순간적으로 당혹감을 느끼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폐하. 이런 훌륭한 요리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단지?"
마왕의 물음에 난 잠시 망설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폐하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음식의 맛에 신경 쓸 수가 없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대놓고 꺼내는 것은 무리.
이내 난 여기에 대해서 그냥 여과 없이 나의 생각을 이야기 하기 보단 적당히 말을 돌리는 쪽을 선택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저라 해도, 이런 식으로 일국의 군주와 단 둘이 자리를 갖는 것은 처음인지라 조금 긴장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가?”
"네, 폐하께선 지금까지 소인이 보아 왔던 그 어떤 존재보다 고귀한 분.. 그런 분과 식사 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소신은 진심으로 큰 영광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군주이니 뭐니 한 부분 보다는, 이런 미녀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영광으로 여기고 있는 나였다.
한편, 그런 나의 말에 대해서.
마왕은 어째서인지 한 순간 조금 묘한 표정을 지어 보인 뒤,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영광이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인가?”
“네, 그렇습니다 폐하.”
살짝 경직 된 듯 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는 마왕.
이에 난 조금 위화감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그녀의 말에 대해서 진심을 담아 단호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자..
“그래 그렇구나… 허면.. 그대는 이런 것에 대해선.. 어찌 생각을 하는가?”
“네?”
한 순간 이해 할 수 없는 말과 함께 마왕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어서..
그녀는 그대로 천천히 내가 있는 곳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 저기.. 폐..하?”
나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디는 마왕.
지극히 단순하지만,
그 압도적인 미모로 인해서 마치 여신이 천상에서 강림하는 것 같은 느낌을 안겨주는 그녀의 행동에,
안 그래도 긴장에 사로잡혀 있던 나는 그대로 숨이 막힐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있는 나의 바로 옆에 멈추어 선 마왕.
이어서 마왕은 그대로 천천히..
자신의 손을 뻗어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부드럽기 그지 없는 그녀의 손길.
동시에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와 따사로운 온기는.. 나로 하여금 안 그래도 두근거리고 있던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만들기 시작했다.
“폐… 폐… 하?.. 이.. 이게 무슨..”
“..가만히 있거라. 이건 국왕의 명령이다.”
차분하면서도 엄격한 위엄이 느껴지는..
동시에, 무언가 촉촉한 감각이 담겨 있는 듯한 그녀의 말.
이에 난, 그대로 정신이 무릎을 꿇어 버리는 듯 한 기분을 느끼면서 그저 나의 ‘군주님’의 명령에 따라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어서 그런 나를 향해서..
마왕은 천천히 허리를 굽히며 그대로 살짝 자세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 직후 나의 정면에 보이는 것은..
줄곧 나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던 마왕의 그 크고 아름다운 가슴이었다.
드레스의 특성상 위쪽이 훤히 드러나 있으며,
그 존재 만으로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한 쌍의 탐스러운 과실과 같은 그것.
그것이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은 바라보면서, 난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 하얗게 변한 것 같은 감정을 느끼며 그저 무방비하게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
그대로 나의 몸을 천천히 끌어 안는 마왕.
등쪽에 느껴지는 손의 온기.
귓가에 느껴지는 그녀의 얇은 숨결.
그리고..
얼굴 전체를 휘감고 있는.
마치 천국에 떨어진 것 같이 포근하면서도 부드럽기 그지 없는 가슴의 온기.
이에 난
마치 영혼이 떨어져 나갈 것 만 같은 과도한 행복에 사로잡힌 채 그저 지금의 이 순간에 완벽히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이게… 천국 인가?’
어째서 마왕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떠올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그녀의 이 거절할 수 없는 ‘호의’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이에 순응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정신이 쏙 빠져 있는 나의 귓가에.
마왕은 소리는 작지만.. 머리부터 시작해서 온 몸을 관통하는 듯 한 목소리로
작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말해보거라 용사여. 그대는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
방금 전 ‘천국’이 시작되기 이전에 그녀가 나에게 했던 그 질문.
그것을 다시 한 번 묻는 그녀의 말에..
난 떨리는 목소리로,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있는 온전한 진심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과분한 포상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폐하..”
그녀가 어떤 의도로 나를 이렇게 끌어 안아 주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천국을 보여준 그녀의 행동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주인의 이 어마어마한 은혜에 감사를 표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나의 이런 말에 대해서.
마왕은 여전히 속삭이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대가 영원한 충성을 바친다면. 짐의 숙원을 이루어 준다면.. 이 보다 더한 것도 해줄 수 있다.”
"꿀꺽!"
나로 하여금 무수한 상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말.
그렇게 마왕의 거절할 수 없는 유혹에 난 몸을 떨기 시작했다.
“용사여.. 짐을 위해 그리 맹세해 주겠는가?.. 영원한 충성을.. 짐의 영원한 검으로서, 짐의 적들을 처단할 것을 맹세해줄 수 있겠는가?”
은은하면서도 또렷함이 느껴지는 마왕의 물음.
이에 대해서, 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마왕의 말에 답했다.
“맹세.. 하겠습니다. 폐하를 위해.. 앞으로 영원히. 이 목숨을 바쳐 불멸의 충성을 바칠 것을 서약합니다.”
애초에 마왕에게 무릎을 꿇은 그 순간부터,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원금에 이자까지 압도하는 포상을 내려준다는 말에 난 더 이상 무언가를 생각할 이유 자체가 없었다.
오히려 내가 다른 무엇보다 진심으로 원하고 있던 것을 이런 식으로 준다는 마왕의 행동에 대해서 그저 진심으로 감사할 뿐.
그렇게, 난 다시한번 마왕을 위해서.
정확히는 그녀와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종족 연합을 조져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
벨제뷰티의 말에 따라서 용사를 유혹하기로 결정한 마왕
비록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라를 위해서’ 라는 신념 아래, 그녀는 이 일을 진행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러나, 정작 이와 관련해서 마왕은 여러모로 불안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은 마왕도 알고 있긴 했다.
음란하면서도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거나.
자연스럽게 노출을 보여준다거나,
혹은 성욕을 자극하는 스킨십을 한다거나.
주로 서큐버스들이 남성의 정기를 갈취할 때 사용하는 이런 방법 들은, 그녀들을 수하로 두고 있는 마왕으로서 주워 들은 내용은 이것 저것 있긴 했다.
그러나..
지식이 있는 것과 별개로, 마왕은 차마 이 순간 그런 ‘엄청난 것’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애초에 유혹은커녕 군신관계가 아닌 남성과의 접촉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에게 있어서 이런 전문적인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무리였다.
거기다 솔직히 결심을 한 것과 별개로, 이 순간도 마왕의 마음 한 켠에는 용사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그녀는 이 일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소극적으로 임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결국, 그녀가 선택한 유혹의 방법은 단순하다면 단순하다 할 수 있는 직설적인 포옹.
전문적인 스킬은 싹 배제한 상태로 이루어지는 이 행동에 대해서, 마왕은 솔직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리 효과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서큐버스 같은 마족들 조차 들이는 것을 거부한 용사였도다.. 그런 자가 이런 포옹 따위에 흔들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유혹의 효과 에 대해선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용사를 끌어 안아 준 마왕.
그러나..
정작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마왕이 생각하기에 이 어설프기 그지 없는 ‘유혹’ 에 대해서 용사가 내보인 반응은 상상 이상의 결과를 불러내었다.
“폐하를 위해.. 앞으로 영원히. 이 목숨을 바쳐 불멸의 충성을 바칠 것을 서약합니다.”
‘?? 아.. 아니.. 이게 왜..’
한치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는 명확한 충성의 서약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실행하는 용사.
화살 한대를 날렸더니 성이 항복을 해버린 것 같은 이 상황에 대해서 마왕은 자동적으로 짙은 당혹감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문득 마왕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그것은..
‘…서.. 설마.. 이것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