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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26화 (26/150)

〈 26화 〉 침착해라 이건 마왕의 계략이다?

* * *

마왕과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는 연회장

그곳의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를 비롯한 절차를 끝낸 뒤, 난 초조한 기분을 느끼며 마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썩 편한 기분은 아니네..’

처음 포로로 잡혔을 때부터 시작해서, 마왕과 대면을 하고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그리 적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데이트’ 라는 명목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그 시작부터가 다르게 와 닿고 있었다.

일전에 목숨이 오락가락 했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진한 김장감...

불안과 더불어 기대와 기쁨이 뒤엉켜 있는 그러한 긴장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마음 속에선 기분 좋은 간지러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려 하였으며,

동시에 행복이란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만들어 주었다.

과연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떤 말을 해줄지.

그리고.. 나를 보면서 어떠한 마음을 가져 줄지..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기대가 되고 설렜으며.

그 자체로 기쁨이라는 감정을 안겨다 주고 있었다.

호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과의 데이트란 그런 것이었으며..

이는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 조차도 나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지만.. 정말 어떤 모습으로 오는 걸까? 지금까지 봤던 검은 드레스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몸매를 한 눈에 알아 볼 수는 있었지만. 노출도는 그렇게까지 높지 않은 검은 드레스.

사실상 평상복 비슷하게 입고 다녔던 그 옷도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그래도 나름 데이트인 만큼, 혹 좀 더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내가 여러모로 두근거리는 감정 속에서 마왕을 기다리고 있던 그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구나 용사여.”

“아.. 폐ㅎ…!”

옆쪽에서 들려오는 마왕의 목소리.

이에 난 곧바로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다음 순간,

그대로 말문이 막힐 정도로 한 짙은 충격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내 눈앞에 서 있는 마왕의 모습..

그것을 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

‘…예쁘다..’

눈앞에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그보다 더 명확한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미의 화신.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한데 모아 빚어 놓은 것만 같은 존재.

살아가면서 이처럼 소름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존재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검은빛과 보라빛을 베이스로 하여 금빛 수가 놓여 있는 드레스를 착용하고 있는 마왕.

일전의 약간 검소함이 느껴지는 칠흑 빛 드레스와는 달리,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안겨주는 그 의상은 특정 부위들이..

특히 가슴 부위가 유독 깊이 파여 있었다.

거대한 크기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그곳의 4할 가량을 내보이고 있음과 동시에, 그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는 드레스.

거기에 군살 한 점 보이지 않는 잘록한 허리와, 옆 트임으로 인해 그 매력이 더욱 도드라지는 훌륭한 골반...

그리고 결정적으로.. 옅은 화장과 장신구를 통해 이 예술 작품과 같은 몸매의 완성을 보여주는 도도함과 고귀함이 어우러진 여신과 같은 그녀의 얼굴까지.

말 그대로, 전 현생을 통틀어서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그 어떤 여인보다도 우월하기 그지 없는 미모를 여과 없이 내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난 한 순간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 가 하는 착각을 느낄 정도로 몽롱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무슨 일 있는가? 혹. 내.. 짐의 모습이 이상한 것은..”

“! 아.. 아니요..이.. 이상한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 그저.. 마왕님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우셔서 그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여과없이 표현한 나의 말.

이에 마왕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담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그런..가?..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용사여.”

그 말과 함께 그대로 나의 얼굴을 응시하는 마왕.

한 순간 살짝 상기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난 가슴이 더욱 두근거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럼 들어가자꾸나. 그대가 원하는 대로.. 우리 둘 만의 시간을 보내도록 하지.”

“네! 마왕님.”

그녀의 말에 다시 한번 진한 설렘을 느끼면서 난 그대로 마왕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 순간, 마왕의 얼굴에 담겨 있는 묘한 긴장이라는 감정에 대해선 인지하지 못한 채..

‘..이 나라를 위해서.. 아니… 이나를 위해서.. 인가?’

*

“으음.. 역시 좀 더 루비를 덧붙이는 편이 좋을까요?”

“…저기.. 벨제뷰티?”

“잠시만.. 잠시만요.. 역시 여기선, 이 흑진주로 만든 브로치가 더..”

눈 앞에서 세심하게 장신구를 하나하나 골라주고 있는 벨제뷰티.

딱 봐도 이번 용사와의 식사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무언가 의외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마왕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뭐.. 신경 써주는 것은 고맙도다. 하지만분명 그대의 입으로 이번 용사와의 식사 자리를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었나? 그런데 어째서..”

“아니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제기 직접 나서서 폐하를 최대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완벽한 모습을 꾸며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응?.. 어.. 어째서지?”

단호하게 말하는 벨제뷰티.

이에 마왕의 얼굴에는 짙은 의문의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 벨제뷰티는 사뭇 진지함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까지 내내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용사의 음침한 모략으로 성사된 식사 자리에서 저희들이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대놓고 용사가 싫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이야기를 하는 벨제뷰티.

그녀의 이런 태도에, 마왕은 용사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런 사실은 입 밖에 내지 않은 채 일단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어차피 지금 그자의 필요성을 고려한다면 막연히 냉대를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하여 제가 내린 결론은.. 오히려 그자의 계략을 역이용해 저희들이 용사의 감정에 목줄을 채워 넣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목줄?”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이야기를 하는 벨제뷰티.

이에 마왕의 얼굴에는 의문의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를 향해 벨제뷰티는 약간 격양된 감정과 함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네 폐하. 인간이건 마족이건, 남자라는 존재는 결국 여성의 매력에 크게 휘둘리게 되어 있습니다. 제 아무리 냉철하고 계산적인 용사라 해도 신이 내린 극상의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계신 폐하 앞에선 분명 이성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을 터.”

“극상의 아름다움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내 외모가 그렇게 까지는..”

“이럴 때 틀에 박힌 겸양의 말은 오히려 논점을 흐리고 기분을 상하게 만들 수 있다고 누누히 말씀 드렸습니다만..”

“..으음…미.. 미안하도다.”

브로치를 달아주던 벨제뷰티의 입에서 나온 단호한 말에 살짝 얼굴을 붉히는 마왕.

이어서 그런 마왕을 향해 벨제뷰티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어쨌든, 그렇게 만들어낸 빈틈을 폐하께서 붙잡으실 수 있다면 오히려 어렵지 않게 그자의 마음 사로잡고 주도권을 가져오실 수 있을 것입니다. 폐하의 명령에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충직한 포로로서 말이지요.”

“용사의 마음을… 짐의 손에..”

그 말에 대해서 조금 떨리는 듯 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리는 마왕.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벨제뷰티는 작게 한숨을 내쉰 뒤 씁쓸함이 담겨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후… 솔직히 말씀 드리면 소인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에둘러 표현하긴 했지만 이는 사실상 미인계.. 폐하의 매력을 이용해서 용사의 마음을 역으로 포박하는 것으로 위험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미이니까 말이지요.”

“..그렇군. 어떻게 보면,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겠구나.”

벨제뷰티의 말에, 마왕은 그녀가 이렇게나 이번 일에 진심으로 나서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비록 용사는 마왕을 통해 마왕국의 권력 얻으려 하고 있었지만, 그의 이러한 욕망 이상으로 현재 이 나라에는 반드시 용사가 지니고 있는 막강한 힘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상황을 잘 이용해 오히려 이쪽에서 주도권을 쥐는 쪽으로 상황을 끌어가자는 것이 벨제뷰티가 생각해낸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용사가 마왕의 마음을 손에 넣으려 한다면, 역으로 마왕이 용사의 마음을 사로잡아 쥐고 흔드는 식으로 상황을 역전시키자는 계략.

그러나, 이는 어찌 되었든 자신의 주군을 이용하는 것이었으며.

이점에 대해서 벨제뷰티는 안타까운 감정을 담아 마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폐하. 소신이 조금 더 능력이 뛰어났다면 폐하께 이런 수고를 안겨드리지 않았을 텐데… 결국 이런 계략밖에 생각해 내지 못하는 소인의 무능함을 용서해주십시오.”

마왕을 향해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는 벨제뷰티.

이에 대해서, 마왕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자신의 앞섬을 맞춰주고 있는 오랜 ‘친구’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괜찮다. 어차피 마왕의 이름을 짊어지고 있는 짐은 곧 이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존재하는 몸. 국익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폐하..”

마왕의 말에 살짝 감격 받은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하는 벨제뷰티.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런 벨제뷰티의 모습을 보면서 마왕은 충직한 신하이자 친구가 느끼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목욕제계까지 하면서 이 일을 기다리고 있던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있자니 기분이 참으로 언짢구나..’

비록 입으로는 나라를 위해서 라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내심 용사와의 식사에 개인적인 기대감을 지니고 있는 마왕이었다.

아울러 그녀가 생각한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동료들에게 버림받은 용사를 이용하려 드는 것이 될 지도 모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불편함 또한 느끼고 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스스로 개인의 감정을 배제해야 하는 군주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며..

마왕은 치장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벨제뷰티를 놔둔 채 그대로 거울에 담겨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벨제뷰티가 이야기 했듯이 어느 누구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미색을 지니고 있는 자신의 모습.

그녀 자신은 이것이 어느 정도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를 보면서 마왕은 한가지 사실에 대해서 만큼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구나.. 적어도 용사가 외모 때문에 짐을 싫어하지는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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