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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격투가 테라.
수인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전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녀는, 동족을 위한다는 의무감, 그리고 개인적인 욕망이라는 목적으로 용사파티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짐꾼을 사모하게 되었으며.
그를 위해서 용사파티의 리더이자 그녀가 보아왔던 최강의 전사인 용사를 이용하는 일에 다른 여성들과 함께 참여 하게 되었다.
사랑하지도 않는 용사에게 허울뿐인 애정을 표하였으며,
최대한 그가 전투를 치르면서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마음에도 없는 응원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은 테라.
비록 테라 본인은 이런 쪽에 그리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것은 다른 동료들이었던 만큼, 테라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그들의 행보에 적당히 호응을 해주면서 숟가락을 얹으면 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들의 칭찬과 거짓된 애정표현에 사로잡혀 그 뒤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검을 휘둘러 왔던 용사.
한편으로는 세계를 위한다는 마음가짐과 그녀들의 가짜 애정에 사로잡힌 채 온갖 고난을 감수하고 있는 그 어리석은 남자의 모습이 조금 안타까워 보이긴 했다.
그러나, 테라는 이내 그러한 감정을 그저 무심하게 흘려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이었다.
파티의 짐꾼이자, 수인으로서 차별 받아온 그녀에게 순수한 애정을 준 주인 토라레.
그 남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저 어리석은 용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따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속에 담겨 있는 가책을 털어버리고 마지막 순간에 용사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 테라.
그러나..
그녀의 이러한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은 결국.
그 주인의 배신이라는..
그녀의 입장에선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아니, 결코 믿을 수도 받아들여질 수도 없는 방식으로 산산이 부숴지고 말았다.
막대한 빚을 진 채권 자 중 한 명이었던 그녀를 노예로 파는 조건으로 남은 자신들의 숨통을 트일 길을 만들어낸 토라레와 동료들.
그렇게 동료들과 주인에게 배신을 당한 결과, 테라는 그대로 연합의 개로서 평생을 전쟁을 위한 장기말로 싸우다 죽게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삶에 주어지게 되는 절망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평범한 병사들을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수인 전사인 테라.
그녀를 통제하기 위해서, 그녀의 관리자이자 주인이 된 존재엔 카산드라는 테라의 목에 지배의 족쇄 라 불리는 물건을 착용시켰다.
대상의 이성을 봉인하고 오직 명령에만 복종하는 광전사로 만드는 물건.
바꿔 말하면 그것이 목에 걸리는 그 순간 테라는 육체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 버리게 될 것이며, 그녀의 몸은 그저 싸움을 위해 존재하는 짐승으로 전략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정신을 살아 있으되 몸은 꼭두각시가 되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끔찍하기 그지 없는 물건.
이에 테라는 어떻게 해서든 이를 착용하지 않기 위해 격한 발버둥을 쳤으나 끝내 그녀의 목에는 그 끔찍하기 그지 없는 족쇄가 채워졌다.
결국 카산드라의 전투 노예이자 주인에게 복종하는 짐승으로서 살아가야만 하는 처지가 된 테라.
그렇게 육체의 통제권을 잃어 버린 상태로 절망과 분노를 곱씹으면서..
테라는 언젠가 우연에라도 이 저주스러운 족쇄가 풀리는 날에는 반드시 복수를 하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카산드라 에게도.. 그리고 토라레를 비롯한 용사파티의 놈들에게도 말이다.
그러나..
그 순간 테라는 알지 못했다.
자신을 향한 카산드라의 이런 가혹하기 그지 없는 행위는..
그녀를 단순히 마족과의 전쟁을 위한 병기로서 사용하려는 카산드라의 행위는..
앞으로 그녀에게 벌어질 일에 비하면, 오히려 천국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
“너… 넌…?”
눈앞에 보이는 한 남성의 모습과, 이에 대해서 이성의 족쇄 없이 자연스럽게 놀라움의 감정을 표현하는 테라.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테라는 자동적으로 자신이 죽임을 당했으며.. 이곳은 저 세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군… 나.. 죽은 건가?”
“..뭐?”
테라의 말에 살짝 어이 없다는 듯 한 반응을 보이는 용사
그러나 그 직후,
그는 이내 그러한 감정을 털어버림과 동시에 그대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테라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하긴 뭐, 상관 없겠지. 굳이 입 아프게 떠들어 봤자 결국 아무것도 안 남을 테니까.”
“…? 무.. 무슨.. 소리?”
이해할 수 없는,
동시에 무언가 섬뜩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용사의 말에 살짝 의문을 느끼는 테라.
그러나 그 직후.
테라가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손가락을 치켜들기 시작하는 용사의 모습을 보면서, 그대로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 뭐… 뭐지..? ㄴ.. 네가.. 그걸 왜..”
이 순간 테라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용사의 손가락.
그리고, 그곳에 끼어 있는 반지.
이를 발견함과 동시에 테라는 온 몸이 얼어 붙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그대로 급하게 자신의 목에 손을 대었다.
그녀의 손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각.
그것이 무엇인지 인식하면서, 테라의 입에선 자동적으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 자..잠깐.. 잠깐 기달…!!! 커허어어어억!!!”
갑작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관통하기 시작하는 끔찍한 격통.
머리를 생으로 쪼개 버리는 것 같은 충격이 그녀를 휘감음과 동시에.
테라는 그대로 괴로움에 찬 비명소리를 토해내며 그대로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카아아아아아아악!!!! ”
마치 고문당하는 짐승의 비명을 연상시키는 울음소리를 토해내는 테라.
하지만, 이 순간 이런 괴로움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앞에 있는 용사는 그저 녹색 빛으로 반짝이는 반지를 치켜든 채 테라는 내려다 볼 뿐이었다.
일말의 자비심도 담겨 있는 않은 미소와 함께 반지에 담겨 있는 힘으로 테라에게 고통의 세례를 내리는 용사.
그러나.. 이러한 끔찍한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테라의 마음 속에 담겨 있는 가장 큰 고통의 근원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적이 있는 테라로서는 너무나도 또렷하게 인식할 수밖에 없는 잔혹한 미래에 대한 것.
그녀의 목에 채워져 있는 지배의 족쇄.
속박된 자의 이성을 짓이겨 육체의 자유를 빼앗는 도구이자, 그 과정에서 지금과 같이 어마어마한 고통을 안겨주는 힘을 지니고 있는 끔찍하기 그지 없는 물건.
이에 테라는.. 자연스럽게, 눈 앞에 있는 용사가 일전에 카산드라가 그랬듯이, 앞으로 자신을 노예로서 부리려 하고 있다 여기며 마음 속으로 짙은 절망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싫다! 이런 남자의 것이 되다니! 이 힘만 강한 어리석은 남자의 것이 되다니!’
그녀가 보아온 최강의 전사로서 분명 능력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선 일절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며, 단순한 도구로 사용하다 버릴 도루고 생각해 왔던 존재.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정작 도구가 된 것은 줄곧 그녀가 무시해 왔던 용사가 아닌 바로 테라 자신이었으며..
그 사실에 대해 테라의 마음 속에서 굴욕과 더불어 마음 속으로 진한 분노의 감정을 품기 시작했다.
‘두고 보자 용사.. 기회가 생기면. 바로 네 목을..’
그렇게 진한 고통과 분노 속에서 다시금 정신이 봉인 당하고, 육체의 지배권을 잃어 버리게 된 테라.
잠시 생기가 돌아왔던 그녀의 눈은 다시금 초점을 잃은 채 흐릿한 모습으로 변했으며..
분노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던 얼굴은 그대로 공허한 감정만이 담긴 인형과 같은 형상이 되었다.
이처럼 다시금 꼭두각시나 다름 없는 몸 상태가 된 직후..
봉인된 테라의 이성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용사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각오를 다지기 시작했다.
여성인 카산드라의 노예가 되었을 때와는 또 다른 방식의.. 더욱 끔찍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한 각오.
그것은 단순히 전투를 위한 노예가 되는 것뿐만이 아닌, 저 남자하고는 결코 하고 싶지 않은.
노예로서의 밤일과 연관된 것이었다.
육체의 자유를 잃어 버린 꼭두각시와 같은 상태인 만큼, 지금 그녀의 몸은 눈 앞에서 용사가 자신을 범한다 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다가올 굴욕과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는 것일 뿐.
그렇게 각오를 다진 채, 테라는 용사의 행동을 주시하며 자신에게 다가올 끔찍한 미래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 어?”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 평온 이라는 이름의 감각,
마치 잃어 버렸던 무언가를 되찾은 듯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테라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었다.
“뭐..뭐지? 왜 이런..?”
상황적으로만 보면 기껏 걸어둔 마법을 허망하게 취소해 버린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에 대해서 무언가를 생각해 보기도 전.
테라의 마음 속에 담겨 있던 그러한 의문의 감정은,
그대로 짙은 절망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커허억!!!!!”
다음 순간, 다시금 그녀의 뇌리를 쑤시고 들어오는 고통.
이에 그녀의 입에선 그대로 처참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런 테라의 모습을 보면서 용사는 그저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고통 속에서 다시금 강제로 육체와 분리되어 떨어져 나간 그녀의 정신.
단 한 번만 으로도 고통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부담을 안겨주는 그것을 두번 연속으로 당한 테라.
그 결과, 그녀의 테라의 정신은 상처가 난 곳에 소금을 부은 것 마냥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마치 온 몸을 불로 지진 것 같은 감각이 사라지지 않고 그녀를 맴돌고 있는 상황.
그렇게.. 여전히 가시지 않은 고통 속에서, 테라는 어째서 용사가 이런 짓을 하는지 짙은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
다음 순간, 다시금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시금 육체의 지배권을 되찾아 버린 테라.
이어서 그런 그녀를 보며 용사의 손에 착용되어 있는 반지는 다시금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 서… 설…마?’
이런 용사의 행동에 테라는 그제서야 그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충격과 공포, 그리고 고통에 찌든 표정을 짓고 있는 테라는 보면서,
용사의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한 문장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확률 3%라... 대략 이대로 20번 정도 돌려보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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