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복제헌터-37화 (37/38)

〈 37화 〉 제물던전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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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던전. 던전을 진행하려면 각 구역마다 던전이 요구하는 것을 바쳐야 한다. 첫 단계에서 요구하는 건 ‘힘.’ 글귀는 공략대에게 힘을 바치라 이른다.

“지나가려는 자. 힘을 바쳐라. 너의 정성에 따라 재앙이 결정될 것이다.”

이하연이 비석의 문구를 반복해서 읽는다. 문장은 간결했지만 구체적이지 않았다. 각 단어를 어떻게 해석할지 고민했다.

여기서 ‘지나가려는 자’는 공략대. ‘힘’은 마력.

‘재앙’은 첫 단계에서 나올 몬스터의 등급이다.

나는 지난 회차의 기억으로 문구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A급 제물던전을 깨기 위해서 일성 길드도 투입됐으니. 당시 일성 길드에서 쫓겨나기 전이었던 나도 공략에 참여했다.

첫 단계.

제단에 얼마나 마력을 주입하느냐가 중요하다.

제단이 보랏빛일 땐 문을 통과하지 못한다.

제단에 계속 마력을 주입해서 제단의 색깔을 변화시켜야 문이 열린다.

마력을 조금 넣으면 제단은 남색으로 변한다. 문이 열리고 A급 몬스터가 첫 단계의 적으로 나온다.

마력을 조금 더 넣으면 제단은 파란색으로 변한다. 문 뒤에선 B급 몬스터가 적으로 나온다.

조금 더 넣으면 제단은 초록색으로 변하고, C급 몬스터가 적으로 나온다.

‘정성’은 그런 의미였다. 제단에 마력을 많이 투자할수록 문 너머에서 나오는 적들이 약해진다.

요약하자면 공략대가 마력을 많이 바칠수록 쉬운 적을 맞이할 수 있었다.

“힘이 뭘까요. 아무래도 던전에서 힘이 뜻하는 바는 마력이겠죠. 그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힘의 형태이니.”

이하연과 공략대는 회의에 들어갔다. 비석의 글귀를 해석하고 있었다. 6미터 대문은 열리지 않았다. 던전의 장치를 이용해야 했다.

“마력을 제단에 바친다······. 그럼 ‘너의 정성에 따라 재앙이 결정될 것이다.’ 이건 뭘 의미하는 거죠.”

공략대는 머리를 모았다. 그들의 수준을 뛰어넘는 A급 던전이었다. 장치를 어설프게 건드리면 몰살당할 위험이 있었다.

끙끙대며 추리력을 동원한다.

나는 넌지시 힌트를 던졌다. 공략대가 첫 단계를 깨도록 유도한다.

“마력을 많이 바치면 적이 약해진다는 의미가 아닐지······.”

“예?”

흘러가는 말이지만 다들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키웠다. 이하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누가 소리를 내었나 돌아본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이 던전의 이름이 제물던전이지 않습니까. 정성이란 건 제단에 바치는 제물의 가치. 즉 마력의 정도를 나타내겠고, 재앙은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몬스터. 적의 위험도를 알리는 게 아닐까요?”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방금 추측한 듯 의문문으로 말을 마쳤다.

“호오.”

“오.”

사람들이 감탄한다. 그럴듯한 해석이다.

내게 더욱 집중했다.

“저기 있는 제단에 제물인 마력을 바치면, 그 정도에 따라 재앙으로 등장할 몬스터가 약해진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똑 부러지게 말했다. 말에 설득력을 갖춰야했다. 방금 추리에 성공해낸 명탐정처럼 날카롭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음.”

“흠.”

사람들이 비석의 글귀를 보며 내 말이 맞나 생각해본다. 어차피 아무도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내용. 해석은 그럴싸하다.

일행은 여러 의견을 나눴다.

내 해석 말고도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중론은 결국 내 해석을 따라 모였다. 던전의 이름이 제물던전이다. 바치는 것과 관련해서 던전이 진행된다는 말이 가장 일리 있었다.

“마력을 얼마나 바쳐야할까요?”

이하연이 처음으로 의견을 제시한 내게 묻는다.

“일단 제단에 마력을 넣어보죠. 어떻게 되나 한번 지켜봅시다.”

“네.”

나는 앞장서서 제단으로 다가갔다. 이하연은 나를 보고, 다른 길드원들도 돌아본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내 말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후우웅...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에 달하는 직사각형 제단. 그 가운데에 끼어있는 마석이 진한 보랏빛 마력을 뿜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다 내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내가 뿜은 마력이 마석 근처에 도달하자 끌려가듯이 마석에 흡수된다. 마석 안에 휘도는 마력이 조금 약해진다. 살짝 빛이 옅어져 남색을 띄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여전히 보라색 빛깔.

“······.”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도 안 열린다.

“마력이 부족한가봅니다. 다른 분들도 마력을 넣어주시겠습니까?”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제물던전이 요구하는 마력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혼자서 해결할 바가 아니다.

“네. 제가 해볼게요.”

옆에 있던 이하연이 나섰다. 그녀는 힐러. 마법계통 직업답게 마력의 양이 많았다.

이하연이 마석에 신성력을 뿌렸다. 새하얀 빛이 번쩍이며 보랏빛 마석에 흘러들어간다.

내가 흘린 것보다 훨씬 많은 마력의 양. 마석의 색깔이 전체적으로 남색으로 변해간다.

“하아······.”

이하연이 긴 숨을 내쉬었다. 사용한 마나가 적지 않았다. 잠깐 탈력감이 들 만큼 마나를 쏟아 붓자 겨우 마석의 색깔이 변했다.

위잉. 스르릉.

제단이 짧게 흔들렸다. 직사각형 석판 전체가 진동하고 동그란 컵 모양으로 갈라져 마석만을 위로 띄웠다. 제단이 십자형으로 나뉘어서 가운데에 있는 마석을 중심으로 검은 틈새를 보인다.

“······!”

놀라서 뒤로 물러나는 이하연.

이건 버튼이었다. 마석을 누를 수 있도록 달라진 구조.

*

“오오.”

“이럴 수가!”

사람들이 감탄한다. 제단의 생김새가 변했다. 보랏빛 마석이 남색으로 변하고 마석을 버튼처럼 위로 띄워 올렸다.

“어, 어떻게 할까요?”

이하연이 주춤, 발을 뒤로 내뺀 채 양팔을 들어 올려 방어자세를 취하며 내게 묻는다. 깜짝 놀라서 바짝 웅크리고 있다.

“마석에 마력을 불어넣는 방식이 맞습니다. 이제 이 마석을 눌러서 제단에 집어넣으면 문이 열리는 게 아닐지······.”

“그렇다면 지금 마석을 눌러야 하는 거예요?”

“아직은 아닙니다. 재앙이란 단어가 맘에 걸립니다. 마석에 마력을 더 집어넣어야 할 겁니다.”

나는 신중하게 말했다. 까딱 마석을 잘못 눌러버린다면 앞으로 나올 적은 A급 몬스터들이다. 그렇다면 공략대는 전멸을 면치 못한다. 설혹 내가 온힘을 다하더라도 피해를 막을 순 없었다.

“마석에 마력을 넣을수록 색깔이 옅어졌습니다. 보라색에서 남색으로요. 여기서 마력을 더 사용해봅시다. 제단의 장치를 이용해 적을 약화시킵시다.”

“하지만 마력을 더 넣는다고 꼭 적이 약해진다고 확신할 수는······.”

지켜보던 헌터 중 한 명이 내 말에 반박했다.

“이 던전은 장치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여태 봤던 모든 환경이 그랬죠. 당장 눈앞에 있는 이 제단도 그렇고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높은 선택입니다.”

나는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들을 위한 말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면 던전의 난이도를 낮춰야했다.

“음.”

“크흠.”

사람들은 고민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게 일어났다. 내 말처럼 마력을 더 넣어보자. 잘 모르겠으니 좀 더 고민하자. 마석을 눌러보자 등등으로 생각이 나뉘었는데, 결국 내 의견을 따르게 되었다.

이하연이 내 말을 믿어주었다. 공략대 임시대장으로서 문구의 해석에 따라 마력을 더 넣어보길 택한다.

우웅.

위웅.

사람들이 제단 앞에서 마석에 마력을 쏟아 부었다. 마석의 색깔이 더 옅어지고 파란색을 띈다.

“오! 색이 또 변했어.”

“더 넣을까요?”

“헥헥.”

기를 쓰고 더 마력을 쏟아 붓자 마석은 초록색까지 변했다. 제단이 잡아먹는 마력의 양은 많았다. 대부분의 헌터들이 한 차례씩 수혈하듯 마력을 뽑아내고 나서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들 힘들어하는데 더 마력을 집어넣어야 할까요?”

“아니요. 이쯤하면 될 겁니다.”

“그래도 되나요?”

“더 하면 저희가 너무 지치지 않습니까. 보라색 빛깔이 초록색까지 변했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반대방향으로 색이 변한다 치면 적은 이미 절반가량 약해졌죠. 충분합니다. 여기서 휴식을 취하고 장치를 가동합시다.”

“아······.”

내게 묻던 이하연은 손으로 입을 가린다. 내 추리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짐꾼이 어울리지 않게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냉철한 판단력을 선보인다. 신기하다는 듯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잘하셨습니다.”

나는 공략대를 칭찬했다. 내 말 안 듣고 마력 쏟기를 거부했다면 마주치는 건 A급 몬스터들이었다. 내가 확실히 보호할 사람은 이하연 뿐. 나머지는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들 스스로 생존가능성을 높였다.

*

이하연이 제단 중앙에 올려져있는 마석을 누른다. 힘을 주어 위에서 아래로 장치를 내리자 마석이 제단의 중앙틈새에 정확히 끼워졌다.

기이이잉―

마석이 초록색 빛을 사방으로 내뻗고, 제단이 양옆으로 흔들렸다.

놀란 이하연이 후다닥 도망쳐 내 옆에 안착했다. 진동하는 범위 바깥에서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구우우웅―

바닥이 열린다. 그와 동시에 제단이 땅 밑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단계별로 기계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초록색 빛이 그림자에 가려 없어지고, 제단을 삼킬 만큼 열렸던 바닥은 다시 입을 닫는다.

덜컹. 기이이익.

6m 아치형 대문이 스스로 열렸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공략대가 앞으로 나아갈 공간을 터놓는다.

새롭게 생겨난 통로. 다들 황량하게 이어진 그 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가요. 무슨 재앙이 닥치든, 우린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이하연이 주먹을 움켜쥐고 파이팅을 외쳤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의식이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공략대는 통로를 터벅터벅 걸어갔다.

다다른 둥그런 홀. 수십 개의 마법진이 바닥에 새겨져있다.

홀 안쪽으로 인적이 미치자 마법진에 초록색 마력이 깃들었다. 지면으로부터 뻗어 나오는 초록빛. 마법진이 술식에 따라 촘촘히 마력을 배치한다.

우웅······.

마법진 위에 몬스터가 소환됐다. 초록색 마력이 생명체를 그려놓고 흩어진다.

<몬스터 정보>

-이름: 임프

-등급: C급

-설명: 소형 악마종. 아이처럼 작은 크기. 붉은 몸통에 뿔, 날개, 꼬리가 달려있다. 보통의 인간보다 완력이 강하다.

<몬스터 정보>

-이름: 하피

-등급: C급

-설명: 비행종 악마. 맹금류의 몸에 인간 여성의 머리. 쇠처럼 날카로운 발톱을 지니고 있다.

“하.”

몬스터를 마주한 공략대의 첫 반응이었다. 상태창에 뜨는 몬스터 정보는 C급을 가리킨다. A급 몬스터가 나오면 어찌하나 노심초사했는데 살짝 마음이 놓인다.

끼에엑-

끼야악-

인간을 보고 울부짖는 몬스터들. 공략대는 전열을 갖추고 대응했다. C급의 적들은 상대할 만했다.

“다들 부디 무사하시기를.”

이하연의 간절한 바람과 함께, 몬스터들이 공략대에게 들이닥쳤다. 두려움을 모르는 악마들이었다. 임프는 작은 삼지창을 들고, 하피는 날아서 사람을 공격해온다.

[파이어볼]

[라이트닝]

[매직 애로우]

마법사들의 마법이 하늘을 날고.

[멀티플 샷]

[관통사격]

궁수들의 화살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

전사와 검사들은 전위를 든든하게 막고.

짐꾼과 힐러를 비롯한 보조인원들은 전열 가운데 서서 대비를 단단히 했다.

끼에엑-

끄헉-

꺄아아악-

임프가 화살에 머리통을 꿰뚫리고, 검에 의해 몸에 깊은 상처가 새겨진다.

날아오던 하피가 마법에 맞아 불타고, 전사들의 방패를 발톱으로 긁으며 소리쳤다.

우웅. 우웅.

마법진은 제품을 뽑듯 계속 몬스터를 소환하고 있었다. 초록빛깔 마력이 힘을 잃을 때까지 소환은 계속된다.

골렘던전 때보다 훨씬 많은 몬스터의 물량이었다. 파도가 밀려오듯 수십 마리가 공략대를 흔들어댔다.

싸움은 혼전의 양상. 수많은 적들에 의해 전열이 서서히 흐트러지고, 당장 눈앞에 있는 적을 쓰러트리는 방향으로 전투가 이어졌다.

이하연을 도와 치유마법을 사용하던 나는 손을 들었다.

[아이템복제]

최상급 헌터소드를 생성해냈다.

[연속 베기]

힐러와 짐꾼들 주변에 서성이는 몬스터를 모두 썰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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