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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복제헌터-19화 (19/38)

〈 19화 〉 아이템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이름: 장문혁>

<헌터등급: B>

<특성>

1. 자부심(S)

2. 장인(SS)

3. 대장장이(A)

장문혁은 스무 살에 국가의 의무각성검사를 받음에 따라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그가 받은 특성은 대장장이(A)와 장인(SS). 생산계 각성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특성이었다.

검을 만들어보았다.

일반 검과는 수준이 다른, 한 차원 높은 아이템이 만들어졌다.

창을 만들어보았다.

일반 방패는 비닐우산처럼 찢어버릴, 날카로운 창이 만들어졌다.

그는 자부심이 생겨났다. 자존심은 하늘을 찔렀다. 그가 만드는 아이템보다 좋은 아이템은 세상에 없었다.

아이템을 만드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고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고, 누구보다 아이템을 잘 만들었다. 그가 가장 잘 하고 좋아하는 것은 무기를 만드는 일이 되었다.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작은 대장간에서 무기를 만들었다. 그게 최고의 행복이었다.

그는 진정한 장인으로 거듭났다. 무기를 만들면서, 철(鐵)과 대화하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철을 두드릴 때. 무기가 내는 소리를 들었고, 진짜 좋은 무기가 탄생할 때 들려오는 소리에서 기쁨과 황홀함을 느꼈다.

‘하이드’라는 작은 길드와 계약했다. 어디서 뭐하는 길드인지도 몰랐다. 그가 만든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무엇을 위해 쓰는지도 몰랐다. 납품계약을 체결했고, ‘하이드’는 그가 대장간을 운영할 자금을 대주었다.

그는 ‘하이드’에 일반 아이템을 처분하며 무기를 만들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생활비는 충분히 나왔고, 소리를 듣는 데만 전념할 수 있었다.

‘어리석은 양반.’

나는 장문혁에게 검을 들이대며 생각했다.

지난 회차, 이 멍청한 장인의 끝은 결코 좋지 않았다.

‘하이드’는 마인의 산하 길드. 범죄자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가 제작한 성능 좋은 무기들은 모두 사람을 해치는 데 쓰였다.

EX급 게이트가 터진 이후, 그는 그가 소중히 보관하던 S급 아이템을 모두 마인에게 강탈당한다. 마인의 지배 아래 강제로 일하며, 그가 좋아하는 소리조차 듣지 못하게 된다.

마인을 위해 무기를 제작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게 장문혁에게 지난 회차에 벌어진 일이었다.

내가 장문혁에게 검을 들이대는 모습은, 지난 회차에 마인이 장문혁을 협박하던 모습이다.

그는 아이템을 지키지 못 한다. 인류 최고의 장인인 그가 만든 물건들은, 인류를 멸망시키는 데 일조했을 뿐이다.

나는 그걸 막으러 왔다.

*

“뭐야. 너 미쳤어?”

장문혁이 놀라 몸을 뒤로 뺐다. 나는 놓치지 않았다. 계속 접근하며 검으로 장문혁을 위협한다.

“······.”

거실 구석에 있는 한재희. 열심히 인상을 쓰고 있었다. 내가 대강 사정을 말하며 최대한 나쁜 표정을 지으라 했더니 알아듣고 분위기를 잡는다.

엄청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겉보기엔 그럴싸했다. 내가 워낙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니 기세에 섞여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었다.

“이 검은 아이템 매장에서 파는 최상급 헌터소드입니다. 그러나 제 성에 차지 않죠. 저는 흑철검을 원합니다.”

“이거 범죄야! 범죄 행위라네! 자네 미쳤어? 헌터가 던전 밖에서 검을 사용하면 일급 범죄행위인 거 모르나?”

“압니다. 근데 상관없어요. 전 범죄자가 맞으니까요.”

“뭐······? 이, 이런 미친!”

내가 눈을 번뜩이며 말하자 장문혁이 식겁한다. 몸을 빠르게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B급 헌터. 기본적인 실력은 갖추고 있었다. 검을 들어 내게 저항하려 한다.

S급 아이템 보관실로 내달리는 장문혁. 내가 좀 더 빠르게 뛰어갔다. 장문혁이 흑철검을 쥐기 전에, 내가 먼저 손을 뻗어 흑철검을 쥐었다.

최상급 헌터소드를 던져주며 말한다.

“대신 이걸 드리겠습니다. 그건 밖에서 무려 200억 원짜리 아이템입니다. 흑철검 비용으로 지불하겠습니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챙그랑.

최상급 헌터소드는 장문혁 앞에 떨어졌다. 그는 흑철검을 잡으려 하지만, 내가 먼저 아이템 보관실에 도착했다. 자기가 만든 S급 아이템에는 접근하지도 못한 채, 내가 떨어트린 헌터소드를 바라본다.

슬그머니 몸을 숙여 헌터소드를 쥔 장문혁. 맘에 안 드는 검의 퀄리티에 인상을 찌푸리지만, 이내 검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나와 싸우려 했다. 그도 B급 헌터니까.

“순순히 내놓는 게 좋을 텐데요. 괜히 제게 덤볐다간 다칩니다.”

“웃기는 소리. 이 S급 아이템들은 내 전부야. 네놈이 가져갈 건 단 하나도 없다.”

“선택을 왜 당신이 합니까. 제가 당신보다 강하고, 제가 아이템을 가져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나는 비웃었다. 지난 회차의 마인들처럼, 장문혁의 무기를 뺏으며 멸시의 시선을 날렸다.

“죽어!”

잔뜩 흥분한 장문혁이 결국 참지 못하고 검을 휘두른다. 나라는 도둑놈을 단숨에 찢어발길 기세였다.

챙.

나는 흑철검을 들어 장문혁의 검을 막았다. 헌터소드와 흑철검이 부딪치며 맑은 금속음이 들려온다.

“당신이 먼저 검을 휘두른 겁니다. 억울해하지 마세요.”

나는 웃었다. 흑철검에 마력을 쏟아 부었다. 서슬 퍼런 S급무기에 마력까지 담기자 주변 공기가 찌그러진다.

“윽...”

뒤늦게 최상급 헌터소드에 마력을 담는 장문혁. 헌터소드도 마력이 담겨 흔들렸다.

후욱, 파직!

다시 부딪치는 헌터소드와 흑철검. 마력이 담기자 아까와는 다른 소리가 울려 퍼진다. 검뿐만 아니라 마력간의 힘겨루기도 이루어진다.

꽈직, 빠직, 꽈창!

검과 검이 맞부딪치고, 마력과 마력이 맞부딪친다. 마력이 상쇄되어 깨지는 소리가 형성되고, 검이 마찰하며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콰직! 콰직! 콰직!

몇 번을 부딪쳤을까. 승패는 가려지지 않았다. 나는 장문혁이 아닌 장문혁이 손에 든 검을 공격하고 있었다. 헌터소드에 상처가 조금씩 생겨난다.

“으윽...!”

헌터소드의 이가 나가고, 검신이 긁히고, 마력에 의해 흠집이 나는 구역이 늘자 장문혁이 침음을 흘렸다.

흑철검을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콰직! 콰직! 콰직!

난 용서가 없었다. 장작 패듯 흑철검으로 헌터소드만 내려친다. 장문혁은 힘겹게 공격을 막아내다가 결국 반 토막 난 헌터소드를 들고 있게 되었다.

“와. 흑철검 좋네요. 보면 볼수록 맘에 들어요. 이러니까 제가 일반 헌터소드로 만족할 수 없죠.”

나는 흑철검을 장문혁을 향해 내밀며 말했다.

장문혁은 망가져버린 헌터소드를 들며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검이 없어서 아쉽습니까? 방패라도 드릴까요?”

“······!”

나는 최상급 헌터실드를 만들어냈다. 아이템매장에서 만져서 기억한 S급 아이템. 품에서 꺼내듯이 복제하여 장문혁에게 던진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내가 아이템을 쥐어주자 장문혁이 황당해하며 물었다. 강도가 주인에게 대항할 무기를 건네주는 꼴.

“흑철검을 시험하고 있는 겁니다. 얼마나 좋은지.”

나는 그가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흑철검을 휘둘렀다. 장문혁이 반사적으로 헌터실드를 들어 흑철검을 막았다.

콰직! 콰직! 카강!

아까의 반복이었다.

나는 깨부수듯 방패만을 노렸다. 마력을 담아 흑철검으로 신나게 방패를 두드렸다.

콰지지직! 콰직!

방패에 상처가 는다. 싸움이 계속될수록 흑철검이 방패를 깨고 있었다.

볼품없이 찌그러진 방패. 흑철검에 의해 기어이 구멍마저 뚫렸다.

“방패론 안 되겠습니까? 그럼 창도 가지실래요?”

나는 이번엔 S급 창을 복제해서 장문혁에게 주었다.

아까완 달리 힘없이 창을 쥐는 장문혁.

흑철검으로 자비 없이 내려쳤다.

콰직! 콰지직!

창도 깨져나간다.

“창도 안 되나요? 도끼라도 쥐어볼래요?”

도끼도 부숴놓았다.

바닥에 널브러진 병장기들을 보며 망연자실한 장문혁. 손에 제대로 든 무기 하나 없이 나를 올려다본다.

“지, 지금 내게 뭐하는 건가? 날 가지고 장난치나?”

이제야 좀 깨달은 듯했다. 나를 못 막는다는 걸. 흑철검 앞에 다른 무기는 장사가 없다는 걸.

“어때요? 이제 인정하시겠습니까? 당신은 날 막지 못하고, 흑철검을 뺏길 수밖에 없다는 걸요.”

“안 돼!”

“그럼 막아보세요.”

나는 그에게 다시 최상급 헌터소드를 만들어 던졌다.

마지못해 헌터소드를 드는 장문혁.

또 무기를 파괴해버렸다.

*

“참 안타깝지 않습니까? 당신은 제가 흑철검을 가져가는 걸 막을 수 없고, 제가 준 일반 무기로 흑철검을 막아내지도 못합니다.”

장문혁은 초라하게 대장간 벽에 기대어 쓰러졌다.

나는 흑철검으로 장문혁의 턱을 받친다. 몸을 숙여 장문혁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저는 이제 이 흑철검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해치러 갈 겁니다. 그들도 나를 막지 못하겠죠. 일반 무기로 흑철검을 상대하기는 힘들 테니까요.”

“이······ 이······ 빌어먹을 자식!”

“어쩔 건데요? 전 범죄자인데.”

장문혁은 분했다. 분해서 나를 공격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다. 무기는 다 깨졌으니.

“이 후레자식아! 넌 그게 어떤 물건인 줄 아느냐? 그게 얼마나 소중한 물건인 줄 아느냐? 넌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무기도 만든 적 없는 놈이 이해할 리 없어! 무기에서 소리가 나게 하려면 천운이 깃들어야 한단 말이다!”

“그래요? 그렇게 소중한 물건입니까? 그럼 더 좋죠. 빼앗을 보람이 있네요.”

울분을 토해내는 장문혁의 말을 흘리며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장문혁에게 중요하다면 더 좋은 일이다.

욕설을 내뱉는 장문혁.

나는 흑철검을 들어올렸다. 머리 위로 치켜 올리고, 장문혁에게 묻는다.

“유언이라도 남기시죠.”

“그······ 하······.”

장문혁은 아무 말 못하고 더듬기만 했다. 높이 치켜세워진 흑철검만 눈동자에 담는다.

나는 흑철검을 내렸다.

장문혁의 머리 위. 머리카락에 스칠 만큼 가까운 곳을 베어버렸다.

두 눈 질끈 감은 장문혁. 검이 스쳐가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

버석.

벽에 패여서 잔해들이 떨어졌다.

“······?”

입을 다물고 눈을 서서히 치켜뜨는 장문혁. 나를 올려다본다.

“어떻습니까.”

나는 그에게 물었다.

“심정이 어떻습니까?”

“······?”

“당신 무기에 대항하지 못하고 죽어가니 기분이 어떻습니까. 범죄자에게 소중한 물건을 뺏기니 기분이 어떻습니까. 원통하지 않나요?”

흑철검을 바닥에 버렸다. 그냥 내동댕이쳤다. 이 검이 목적이 아니었다.

“이게 여태 당신이 사람들에게 해오던 짓입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린가.”

내 분위기가 변하자 장문혁이 당황해서 묻는다. 내가 버린 흑철검을 멍하니 쳐다본다.

“당신이 팔아먹은 무기. 하이드 길드가 범죄에 아주 잘 써먹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있죠. 당신이 만든 S급 아이템들. 곧 뺏길 겁니다. 그들은 범죄자니까요. 질 좋은 S급 무기를 가지고 헌터들을 학살하겠죠. 일반 S급 아이템으론 그들을 막지 못합니다. 당신도 써봤잖아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알아듣지 못하고 소리를 빽 내지른다.

“간단하게 말하죠. 제가 당신이 만든 무기를 사용하는 하이드 길드원. 당신은 거기에 당하는 일반 사람.”

“······?”

“이러면 이해가 편할 겁니다.”

나는 품에서 몇 가지 자료를 복제해냈다.

하이드 길드가 벌여왔던 범죄들. 장문혁이 납품한 무기가 사용된 흔적들. 거기에 당한 피해자들.

인터넷에서 끌어모은 증거들을 꺼냈다. 하이드 길드가 범죄자들이 모인 길드란 걸 알기에 쉽게 모은 자료들이었다.

······.

장문혁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의 무기가 어떻게 쓰여 오고 있었는지. 하이드가 어떤 길드인지.

설명을 이해한 장문혁은 힘이 쭈욱 빠져나간다. 그는 여태 그가 만든 무기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모르고 있었다. 무기를 만드는 데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던 터다. 다른 건 상관하지 않았다.

나는 말했다. 그는 S급 아이템도 뺏기게 될 거라고. 막지 못할 거라고. EX급 게이트나 마인의 이름은 꺼내지 않았지만 하이드 길드의 이름을 대며 그럴듯하게 설명했다.

내게 당해본 장문혁은 알아듣는다. 막상 뺏겨보니 대항할 수가 없었다.

“내가······ 여태 잘못을 해오고 있었다고? 사람을 해하는 무기를 만들고 있었다고? 범죄자들에게 납품하고 있었다고?”

장문혁은 머리를 감쌌다. 그는 무기를 만드는 게 좋았을 뿐이다. 철과 교감하고 자기만의 소리를 듣는 게 좋았을 뿐. 그게 어떤 결과를 빚어올지는 몰랐다.

“만회할 방법은 있습니다.”

나는 좌절한 그에게 말했다. 장문혁은 바닥에 버려진 흑철검도 신경 쓰지 못하고 충격에 휩싸여있는 상태였다. 내 말을 귀담아 듣는다.

“만회할 방법?”

“네. 여태까지 잘못을 덮고, 앞으로 좋은 일을 할 방법이지요.”

“그, 그게 뭐지?”

“리테일 길드에 들어오시죠. 그럼 하이드 길드는 제가 책임지고 박살내겠습니다. 그들에게 납품했던 무기도 다 회수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를 위해 무기를 만들면, 세상을 위해 정의롭게 쓰겠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길드 전용 대장장이가 되어라.

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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