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복제헌터-20화 (20/38)

〈 20화 〉 아이템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리테일 길드?”

“네.”

“거기는 뭐하는 데지?”

장문혁이 물었다. 리테일 길드는 전혀 모르는 곳이었다.

“중개업을 주로 하는 소형 길드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지요. 앞으로 크게 번창할 겁니다.”

간략하게 설명했다. 아직 딱히 길드의 장점으로 내세울 게 없었다. 미래가 밝다고만 얘기해줬다.

“거기에 들어가면 자네가 하이드 길드를 부숴주겠다는 건가?”

“예. 제 실력 봤죠? B급 헌터인 당신이 전혀 손쓰지 못할 정도입니다. 하이드 길드도 우습습니다.”

“내 자네의 실력은 봤지만은...”

“하이드 길드는 어차피 무너트릴 생각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당신을 위해 무기를 회수해드리죠. 리테일 길드에 온다면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

내 말에 장문혁은 입을 다문다. 그게 가능할까 생각해보고 있었다.

“제가 왜 당신을 괴롭혔을까요? 제가 왜 이런 쇼를 펼쳤을까요? 다 당신을 영입하기 위함입니다. 표현이 과격했던 건 사과드리겠습니다.”

나는 부드럽게 목례했다. 존중의 표시였다. 장문혁의 놀란 마음을 달래려면 일단 안심부터 시켜야했다.

“리테일 길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이 사람에게 연락해보시죠. 현재 길드장을 맡고 있는 유익현이란 헌터입니다. 당신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드릴 겁니다.”

나는 유익현의 명함을 건넸다. 이러기 위해 가장 먼저 영입한 유익현이었다. 인재를 보는 눈이 탁월하고 영입 수완이 뛰어나다. 장문혁을 만나게 된다면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적절히 구슬려서 리테일 길드원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허어...”

장문혁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절망한 것도 잠시,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내가 건네준 명함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리테일 길드의 유익현. 연락처와 사무실 주소가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장문혁 씨.”

“?”

“혹시 SS급 아이템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까?”

나는 마지막 떡밥을 던졌다. 장문혁을 우리 길드로 끌어들일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뭐?”

“당신의 아이템 보관실에는 S급까지밖에 없더군요. 혹시 SS급 아이템을 못 만드시는 건 아닙니까?”

“그, 그걸 어떻게······.”

장문혁이 가진 대장장이로서의 유일한 단점. 그건 그가 SS급 아이템을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리테일 길드에 들어오시죠. 여기서 당신이 제작한 무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직접 보시고, 다른 사람을 위해 무기를 제작한다면, 반드시 SS급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

“장담합니다. 당신만을 위해 소리를 내기보단 다른 사람을 위해, 목적을 가지고 소리를 내십시오. 그럼 다른 소리가 납니다. SS급을 만들 방법은 거기에 있습니다.”

장문혁. 그는 지난 회차에도 SS급을 만들지 못했다. 대장장이로서 누구보다 뛰어나다 자부하는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다. S급까진 만들어내는데 SS급을 만들지 못하다니.

그건 그의 평생의 숙원이었다. SS급 무기를 만들기 위해 철을 두드리고 소리를 냈다. SS급 무기가 내는 소리를 들어본다면 대장장이로서 여한이 없었다.

그는 결국 SS급을 제작해낸다. 마인에게 감금되어 억지로 무기를 만들 때. 마인에게 처음으로 반발하며 죽을 각오로 마인을 죽이기 위한 검을 만들었을 때.

참마검(SS).

마인을 베기 위한 검.

그가 죽기 전에 남긴 유일한 SS급 무기였다.

마인을 베기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오로지 그 목적으로만 제작되었다.

이건 그가 남긴 분노였다. 여태 이용당하고, 인류를 해치기 위해 무기를 만들어냈던 그가 처음으로 인류를 위해 만든 검이었다.

이 검을 만들고 그는 자살했다. 내가 마인의 무기제조공장을 습격해 검을 찾았을 때, 유언장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 검에선 그가 여태껏 들은 적 없던 소리가 났다. 혼자 검을 만들 땐 결코 들은 적 없던 소리였다. 사람을 위해 만든 검은, 살면서 들었던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다.

그게 장문혁의 최후였다. 참회의 의미로 남긴 검이 그의 대표작이었고, 저항의 의미로 남긴 검이 그의 유일한 SS급 무기였다. 자기만을 위해 무기를 만들던 장인은 마지막 깨달음을 얻고 일생을 다했다.

*

나는 대장간에서 나왔다. 장문혁을 위한 마지막 떡밥도 던져줬으니 웬만하면 유익현에게 연락할 것이다. 유익현이라면 그를 리테일 길드원으로 만들 수 있겠지.

지난 생에 장문혁이 마인에게 넘긴 S급 아이템 때문에 갖은 고초를 겪었다. 내가 장문혁을 괴롭힌 데는 그러한 이유도 있었다. 흑철검을 든 마인을 상대하느라 고생 꽤나 했지.

그러한 흑철검이 이제 내 손에 들어왔다.

나는 손을 들어 [아이템복제]로 흑철검을 만들었다.

<흑철검(복제)>

―랭크: S급

―설명: 대장장이 장문혁이 소리를 들은 검. 한재복이 만졌기에 복제해서 사용할 수 있다.

―효과: 공격력 +80

손에 잡히는 느낌이 부드럽다. 지난 회차엔 마인의 손에만 들려있던 물건. 내 손에 들어오니 감회가 새롭다.

“엥? 오빠? 그거 뭐야? 왜 오빠가 그걸 들고 있어?”

같이 대장간에서 나와 옆에 서있던 한재희가 물었다. 나는 분명 흑철검을 대장간에 놔두고 왔다. 무기에 사심이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장문혁 앞에 멀쩡히 흑철검을 내려놓고 나왔다.

그런데 그런 흑철검이 다시 내 손에 잡혀있으니 깜짝 놀란다.

“아, 이거? 내가 만든 거야.”

나는 흑철검을 구성하는 마나의 제어를 풀었다. 그랬더니 흑철검이 곧바로 사라지고 흩어지는 마나만 남았다.

“?”

한재희는 없어진 흑철검을 눈으로 쫓는다.

“짜잔.”

나는 다시 흑철검을 만들어냈다.

“뭐야?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재희야. 사실 난 마술을 쓸 수 있어.”

“마술?”

“아까 보석을 갖고 장난 칠 때와 비슷한 거야. 마나로 물건을 만들고 없앨 수 있지.”

“와······.”

손으로 흑철검을 만들었다 없앴다. 아까 만진 S급 방패를 만들고 없애본다. 그 이후엔 S급 단검, 창······.

보석 때와 비슷한 복제쇼를 펼쳤다.

“이걸로 아까 대장간 아저씨한테 아이템을 만들어줬던 거구나.”

“그렇지.”

재희는 이해했다. 그녀는 나와 장문혁의 싸움을 전부 지켜봤다. 내가 장문혁을 설득하기 위해서라고 미리 말을 해놓았기에 간섭하진 않았다.

어디서 저렇게 좋은 아이템이 펑펑 튀어나오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알게 된다.

“오빠 진짜 신기한 기술 많이 쓴다.”

흑철검을 만들어놓고 휘두르며 성능을 확인하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근데 그 아저씨는 괜찮을까?”

“누구?”

“대장간 아저씨. 엄청 충격 받은 것 같던데. 자기가 만든 무기들이 범죄에 사용됐단 걸 알게 되어서 엄청 놀란 것 같았어.”

“괜찮아. 내가 그래서 우리 길드에 들어오라고 했잖아.”

재희는 장문혁을 걱정한다. 옆에서 증거자료를 같이 봤으니 그가 얼마나 충격 받았는지도 알고 있었다.

“리테일 길드에 들어오면 괜찮은 거야?”

“그래. 내가 하이드 길드를 싹 다 사냥해줄 테니, 적어도 여태 만들어낸 무기가 어떻게 사용될지 걱정할 일은 없겠지. 그리고 앞으로 리테일 길드를 위해 무기를 만들면, 우리가 범죄에 사용하진 않을 거잖아? 맘 놓고 소리를 듣는 데만 집중하면 될 거야. 그에게도 잘된 일이지.”

“······그런가.”

장문혁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준다. 하이드 길드라는 더럽고 추접한 보금자리 대신 리테일 길드라는 안락하고 포근한 보금자리를. 그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걱정되면 그 아저씨가 길드에 들어왔을 때 자주 찾아뵙고 친하게 지내. 그럼 널 위해 좋은 아이템을 만들어줄 지도 모르지.”

“아, 그런가?”

재희의 눈이 커진다. 장문혁이 길드에 들어오면 사실 어마어마한 이득이었다. 길드원들을 위한 전용 아이템을 만들어주게 된다. 인류 최고의 장인이.

장문혁의 아이템은 일반 아이템보다 성능이 1.5배는 뛰어나다. 전용 무기를 만들어주면 대박이고, 그게 아니어도 비싼 값에 무기를 팔 수 있었다. 길드에 들어오면 그 효과가 값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꼭 우리 길드에 들어오시면 좋겠네.”

“그렇지.”

재희의 말에 나도 동의했다.

장문혁이 들어와서 SS급 아이템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다른 소리를 듣는 법은 다른 사람을 위해 무기는 만드는 것.

그 방법을 알려줬으니 지난 회차보다 일찍 SS급 아이템을 만들 수 있을 거다.

참마검(SS).

아직 탄생하진 않았지만 장문혁이 만들어낼 최고의 아이템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만들지도 모른다. 지난번보다 깨달음이 빠를 테니.

앞으로 그가 만들 아이템은 소중한 길드의 자산. 또한 내 자산이 될 거다.

*

나는 기다렸다.

어차피 하이드 길드는 한 번쯤 토벌할 계획이었다.

하이드 길드가 운영하는 ‘블랙마켓’을 이용할 생각이었으니.

그런데 장문혁이 우리 길드에 들어오게 된다면 토벌의 방향이 좀 바뀐다. 그의 아이템을 회수하는 쪽으로.

그걸 확정짓기 위해 유익현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우웅―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발신자는 유익현. 나는 핸드폰 화면의 초록색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 재복 군. 유익현이라네. 잘 지내고 있었나.]

“네.”

[자네가 추천한 장문혁 씨. 오늘 만났네.]

유익현에게도 장문혁에 대해 어느 정도 말을 해두었다. 최고의 장인인 건 직접 만나서 확인하라 일렀다.

오늘은 그의 솜씨를 보고, 길드 계약을 체결하는 날이었다.

“어땠습니까.”

[최고더군. 내 살면서 이렇게 뛰어난 대장장이는 본 적이 없어. 자네는 도대체 이러한 분을 어찌 알았나. 그가 만든 무기를 써보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유익현은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그의 안목이면 바로 알아차렸을 거다. 장문혁의 실력을. 유익현을 설득하는 데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장문혁 씨는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나요?”

[그래. 내가 잘 설득했네. 결코 놓칠 수 없는 인재라서 길드 최고의 대우를 약속했지. 하이드 길드에 있을 때보다 5배의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했네. 그도 흔쾌히 승낙하더군.]

“그렇습니까, 잘됐군요.”

[대장간도 더 좋은 곳으로 옮기기로 했네. 장비만 바꾸면 더 빠른 작업이 가능할 것 같아. 기존에도 대단한 아이템을 만들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좋은 아이템이 탄생할 걸세.]

“······.”

역시 유익현이다. 길드원 관리측면은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 장문혁은 ‘장인은 연장을 가리지 않는다’는 고집 센 신념을 가진 인간. 어떻게 그의 작업실을 바꾸는 데 성공했는지는 몰라도 좋은 결과였다.

[그리고 흥미로운 얘길 들었네.]

“?”

[자네가 하이드 길드를 깨부수고 그간 납품했던 아이템을 회수해 오기고 약속했다는군.]

“그랬죠. 제가 한 약속 맞습니다.”

[하이드 길드는 중형 길드야. 그들이 범죄자 집단이란 건 암묵적으로 퍼져 있는 사실이지만, 누구도 쉽게 건들 순 없네. 증거도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하거든. 자네가 정말 이길 수 있겠나?]

“물론이죠.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하하하하! 알겠네. 믿고 있겠네. 다치지 말게나.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고.]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마쳤다.

장문혁과 길드 계약은 성공리에 이루어졌다.

이제 그와 한 약속을 지킬 차례다.

하이드 길드를 토벌한다.

······.

나는 공터로 나왔다. 보는 사람 없는 밤. 터 가운데에 도준욱의 SUV 차량을 한 대 생성했다.

블랙 리자드 숲 공략 이후 던전 밖에서 도준욱의 차를 기억해 뒀다. 내가 마나를 뿜자 검은색 대형차 한 대가 복제되어 나타났다.

그 다음은 007가방. 돈을 담을 수 있는 네모나고 딱딱한 가방이다. 매장에서 기억한 걸 똑같이 만들어냈다.

달깍.

007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손으로 안주머니를 뒤졌다.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놓고 쳐다본다. 드디어 사용할 때가 됐다.

[물건복제]

오만 원권을 복제했다. 은행에서 기억한 수많은 노란색 지폐가 나타나며 겹겹이 쌓인다. 나는 백 장씩 한 다발로 묶었다. 묶음 당 오백 만원이 되었다.

007가방에 차곡차곡 쌓아 담는다. 질서정연하게 눌러 담으니 복제된 오백 만원 백여 묶음이 들어갔다.

달깍.

007가방을 닫았다. 5억 원이 가득 들어찼다.

[물건복제]

비슷한 방식으로 가방을 복제했다. 총 20여 개. 100억 원을 순식간에 만들어 대형차 트렁크에 쑤셔 넣었다.

그 다음은 캐리어가방. 여기엔 값어치 있는 잡다한 물품들을 복제해서 쌓아 넣는다.

마석 캐리어 가방은 하나당 500억 원.

아이템 캐리어 가방은 하나당 300억 원.

······.

작은 보석함도 만들었다. 크기는 작으나 귀금속이 들어가니 순식간에 200억 원 가치의 보석함이 뚝딱 만들어졌다.

모두 대형차에 담았다. 뒷좌석까지 꽉꽉 채워 넣었다.

대형차에는 한 3,000억이 들어갔을 거다.

그 다음은 [위장]을 사용했다.

내 상태창의 내용을 고친다.

<이름: 한재복 → 도준욱>

<특성>

1. 노력(-) → 헌신(S)

2. 끈기(-) → 희생(S)

3. 열정(-) → 전사(A)

[*위장]

마지막으로 가면을 만들어서 얼굴을 가렸다. 연초록색 가면이 원판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든다.

준비는 끝났다.

‘블랙마켓’에 갈 준비.

나는 거기서 사기를 칠 거다.

하이드 길드는 밀거래 상인의 집단이다.

마약 거래, 불법 아이템 거래, 불법 사채업을 자행하며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었다.

상인을 망하게 하는 데는.

‘돈’보다 좋은 게 없다.

난 복제한 ‘돈’을 사용할 거다.

이건 분명히 나쁜 짓.

하지만 나쁜 놈에게 나쁜 짓을 하면 착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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