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복제헌터-18화 (18/38)

〈 18화 〉 아이템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아이템 매장 밖으로 나왔다.

관리인만큼이나 깜짝 놀란 건 한재희였다.

“오빠! 그 보석 다 뭐야?! 어디서 난 거야?”

양손으로 내 팔을 붙잡고 물어본다. 매장에서 꺼냈던 보석들이 다시 안주머니에 들어가 버리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궁금해 한다.

“응? 이거?”

난 품에 손을 집어넣고 6캐럿 다이아몬드를 하나 만들어내서 손바닥 위에 올렸다. 그대로 재희에게 내밀어 보여준다.

내가 다이아몬드를 손바닥 위에 놓고 흔들어댐에 따라 데굴데굴 굴러가는 재희의 눈동자.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다.

“이거 진짜야? 오빠 거야?”

“그럼.”

“나, 나도 보여주라. 하나만 줘봐.”

“그래.”

나는 다이아몬드를 잡아 손가락으로 튕겼다. 놀란 재희가 황급히 두 손을 뻗어 다이아몬드를 받는다. 도토리를 잡는 다람쥐 같다.

“우와······!”

진짜 다이아를 보면서 입을 딱 벌렸다. 손톱만한 크기의 보석을 보며 감동한다. 엄지와 검지로 다이아몬드를 쥐고 눈앞에 가져다대며 살펴보고 있었다.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나는 금방 복제를 풀었다.

휘이잉...

다이아몬드는 신기루가 되어 재희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엥?!”

사라진 다이아. 재희는 뭐가 잘못됐는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핀다.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한다.

“오빠 이거 없어졌는데······?”

빈손을 늘어뜨리며 나를 쳐다봤다. 표정에 당황했다고 쓰여 있었다.

“응. 그거 가짜야.”

나는 빙그레 웃었다. 재희에게 건네준 다이아몬드는 복제품이었다. 매장에서 꺼냈던 보석들도 전부 복제품. 예전에 귀금속매장에서 만져둔 물건들이다.

내 흐뭇한 미소를 보며 재희는 자기가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입술을 삐죽이며 내 팔을 작은 주먹으로 두드린다.

“장난이었어?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스킬이야, 스킬.”

“오빠 이제 마법도 써?”

“응.”

나는 대충 알려줬다. 눈앞에서 보석을 생성시키고 사라지게 만들며 마술처럼 재희에게 보여준다.

신기해하는 한재희. 잠깐 그러고 놀았다.

“딴 데 가자.”

“이번엔 어디로 갈 건데?”

“대장간.”

복제쇼를 펼치다가 다시 렌트카에 올랐다. 재희의 A급 전사세트를 트렁크에 싣고, 차를 몰았다.

지금부터 구할 아이템들이 진짜다. 여태 매장에서 건드린 아이템들은 그 물건들을 위한 제물일 뿐. 내가 바라는 사람과 아이템은 따로 있었다.

*

땅! 땅! 땅!

대장간 거리에 도착하자 망치질 소리가 세차게 들려왔다. 차를 주차시킨 다음 손님과 상인들로 북적이는 거리를 걸었다.

“우와, 이런 데도 있었어?”

재희가 연신 고개를 돌려대며 거리를 구경했다. 손님의 시선을 잡아끄는 간판들, 밖에 휘황찬란하게 전시된 가게 대표 병장기들, 가게를 둘러보며 무기를 흥정하는 헌터들. 대장간 거리 특유의 활기찬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응. 대장장이 특성을 지닌 각성자들이 모여 만든 거리야. 꽤 괜찮은 아이템들이 많아.”

나는 재희에게 대장간 거리를 설명해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게 하나를 열심히 찾았다.

“근데 어디 가는 거야?”

내가 크고 작은 가게들에 기웃거리지 않고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보여도 그냥 스쳐지나가자 재희가 물었다.

“너도 한번 찾아봐. 검명(劍鳴).”

“검명?”

“칼의 울림이란 뜻의 한자인데, 가게 이름이야.”

“무슨 이름이 그래?”

“여기 가게 주인이 좀 특이해서. 이상한 이름을 지었어. 근데 간판이 안 보인다.”

재희와 함께 한참을 찾았다.

잘 안 보여서 결국 가게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 대장간 거리 허름하고 구석진 곳까지 찾아들어갔다.

퉁. 탕. 탕.

상당히 외진 골목이었다. 웬만한 헌터들은 이런 데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갈 거다. 나는 고개를 들어 간판의 이름을 확인했다. ‘검명(劍鳴).’ 그곳에서 망치질 소리가 조용한 음악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른 노점과는 달리 손님을 안내하는 종업원도 없다. 문밖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안에 사람 있음을 간간이 표시해줄 뿐이다.

가게의 철문을 열었다.

끼익.

경첩 긁히는 소리가 안에 사람이 들어왔음을 알렸다.

“계십니까?”

“음? 누구야.”

작업에 한창이던 중년인이 소리를 듣고 뒤돌아본다. 우리를 보고 물었다.

“손님입니다. 물건을 보러 왔습니다.”

“아, 그런가. 거기서 좀 기다려주겠나. 작업이 안 끝나서.”

“예. 알겠습니다. 천천히 일 보고 계시죠.”

손님 응대보다 자기 작업이 우선이다. 대충 우리를 곁눈질하고는 자기가 만들고 있는 무기에 시선을 돌린다.

나는 예상했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다가 느긋하게 말했다.

“시간이 좀 걸리실 것 같은데, 물건을 미리 구경하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게.”

고개도 안 돌리고 대답하는 중년인.

허락을 받은 나는 본격적으로 대장간을 둘러보았다. 뭐가 복제하기 좋을까나.

“오빠. 여기 이상해. 아이템 파는 곳 맞아?”

재희가 속삭인다. 작업에 열중인 중년인의 대응이 형편없고, 가게 상품들도 제대로 진열되어 있지 않았다.

곳곳에 너저분하게 걸려있는 병장기들. 마감처리도 대충 했는지 깔끔한 형태가 아니었다. 열 살짜리 어린아이도 이런 데선 무기를 안 살 거다. 그만큼 허름하고 지저분한 가게였다.

“재희야. 저 무기 하나 잡아볼래?”

나는 설명 대신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저 중년인은 장인 중에 장인이다. 보통 장인이 아니라 완전히 작업에 미쳐있는 장인. 검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두드리고 다듬는다는 괴짜였다.

<방치된 헌터소드>

―랭크: E급

―설명: 대장장이 장문혁이 제작하다가 검의 소리가 안 들려서 내다 버린 헌터소드. 대충 마감되어 있다.

―효과: 공격력 +15

재희가 내가 시키는 대로 바닥에 나뒹구는 헌터소드 하나를 주워들었다.

“그걸로 이걸 맞춰봐.”

복제로 일반 헌터소드를 만들어냈다.

<헌터소드(복제)>

―랭크: E급

―설명: 헌터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초적인 형태의 검. 한재복의 스킬에 의해 복제된 아이템이지만 일반 헌터소드와 성능은 같다.

―효과: 공격력 +10

“맞추라고?”

내가 헌터소드를 앞으로 내밀어 대고 있자 방치된 헌터소드를 주워든 재희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휘익, 캉!

재희가 방치된 헌터소드를 휘둘렀다. 내가 들고 있는 복제된 헌터소드를 맞췄다. 검날이 맞부딪치고, 내가 들고 있던 헌터소드가 반쯤 부서졌다.

“히엑!”

재희가 결과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마력을 담아 휘두른 것도 아니고, 힘을 주어 강하게 공격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검대 검끼리 맞부딪쳤는데 결과가 이렇다.

바닥에 나뒹굴던 무기가 보급형 헌터소드를 쉽사리 부러트렸다.

“잘 찾아왔네.”

나는 씨익 웃었다. 아이템 파밍의 시간이다.

*

장문혁이 작업에 한눈팔고 있을 때 대장간을 뒤지며 아이템들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F급, E급, D급 등의 다양한 무기들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저것들도 일반 무기들보다야 훨씬 좋겠지만 내가 찾는 건 그런 무기가 아니다.

대장간 으슥한 곳까지 찾아들어갔다. 후미진 보관실에서 다른 무기들과 다르게 깔끔하게 정리된 무기들을 찾는다.

장문혁이 소리를 들은 단검(S급).

장문혁이 소리를 들은 방패(S급).

장문혁이 소리를 들은 창(S급).

······.

노다지다.

S급 무기들을 만지며 기억했다. 시중에선 절대 만날 수 없는 성능의 무기들. 내 소중한 자산이 될 거다.

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무기를 찾았다.

<흑철검>

―랭크: S급

―설명: 대장장이 장문혁이 소리를 들은 검. 300일에 걸쳐서 제련하고 가공했다고 한다. 스스로 제작에 자부심을 느끼는 검. 장인이 탄생시킨 역작.

―효과: 공격력 +80

부드럽게 검을 교차시켜 사선으로 그어본다.

공기를 가르는 느낌이 남다르다. 손끝의 감각이 예민하고, 가로막는 무엇이듯 손쉽게 갈라버릴 듯했다.

“후. 이번에도 실패군.”

장문혁이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작업을 마쳤는지 철을 내려놓는 마찰음이 들렸다.

거실에 나와 선풍기를 쐰다. 그러고 있다가 마침내 우리를 발견했다.

“음? 너희는 뭐야. 언제부터 있었지?”

우리가 아까 온 손님이란 건 이미 까먹었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흑철검도 보았다.

“어이! 그거 놔! 지금 뭘 만지고 있는 게야!”

깜짝 놀라 고함을 지른다. 선풍기를 쐬다 말고 내게 달려왔다. 나는 흑철검을 놓고 제자리에 두었다.

장문혁이 잘 정리된 아이템 더미들로부터 나를 밀쳐냈다. 아이템을 보호하듯 가로막고 내게 소리 지른다.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내 허락도 없이 왜 무기를 꺼내보고 있나!”

“아까 정문 열고 들어왔고요. 허락 맡았습니다.”

“언제!”

“당신 망치질 하고 있을 때요.”

“그, 그런가······!”

내가 차분하게 대답하자 장문혁이 말을 더듬는다.

이런 인물이었다. 작업 중이면 무기에 정신 팔려 다른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나와 대화했던 걸 싹 다 잊고 묻다가 이제야 떠듬떠듬 기억을 떠올렸다.

“허락하긴······ 했네만, 여긴 들어와선 안 되는 곳이라네.”

작업할 때 나와 나눈 대화가 기억난 장문혁이 인정했다. 대신 나를 S급 아이템 보관실에서 쫓아낸다.

거실에서 하얀 수건으로 목덜미의 땀을 닦아내면서 물었다.

“물건을 보러 왔다고 했지. 아이템을 골랐나?”

“네.”

“바쁘니까 얼른 사고 가시게. 뭘 원하는가.”

“아까 봤던 흑철검이요.”

“······!”

내 대답에 장문혁이 눈을 부릅떴다. S급 보관실의 아이템들은 팔지 않는 물건이다. 장문혁이 소리를 들은 소중한 물건들이라 특별히 숨겨서 보관해두고 있었는데, 거기에 몰래 찾아들어간 놈이 흑철검을 발견하고는 구매하고 싶단다.

당연히 허락할 수 없었다.

“용케 흑철검을 찾아냈군. 그러나 안 되네. 그건 팔지 않는 물건이야.”

“그렇습니까?”

“그래. 아쉽겠지만 다른 물건들을 구매하시게. 그것 말고도 좋은 물건은 많아.”

“이 A~F급의 쓰레기들 말입니까? 당신이 실패작이라고 생각해서 대충 버려둔 물건인데요?”

장문혁의 속사정을 정확히 찔렀다. 그는 아이템을 만들다가 소리가 안 들리면 그냥 가게에 진열하고 팔아버린다. 그게 A~F급의 아이템이었다.

소리를 들은 물건들은 따로 밀실에 보관한다. 그게 S급 아이템.

즉, 거실에 널려있는 무기들은 다 장문혁에게 쓰레기였다.

내 직설적이고 당돌한 말에 장문혁은 한 대 맞은 듯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사기 싫으면 사지 말게.”

“제가 원하는 건 따로 있다니까요. 흑철검.”

“어허, 그건 안 된다니까!”

내가 조르자 장문혁이 역정을 냈다.

“전 사고 싶은데요.”

“말귀를 못 알아먹는 군.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그렇습니까?”

“그래. 자꾸 짜증나게 굴지 말게. 이러면 쫓아내버리는 수가 있어.”

“정말 안 파실 겁니까.”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나. 안 팔 거니까 묻지 말라고.”

장문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부라렸다. 자꾸 조르는 내게 슬슬 화내기 시작한다.

“······.”

나는 입을 굳게 닫으며 장문혁을 내려다보았다. 허리춤에 천천히 손을 뻗고 매장에서 기억한 최상급 헌터소드를 복제해서 뽑아 올린다.

스르릉.

“······!”

검이 검집을 스치며 일어나는 소리에 장문혁이 놀라서 움찔했다.

“자, 자네 지금 뭐하는 겐가.”

“파셔야 할 겁니다. 안 그럼 제가 당신을 죽일 거니까요.”

나는 장문혁에게 검을 뻗었다.

이럼 좀 알아듣겠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