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85화 (85/222)

# 85

85화

우드득···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더 훌륭한 사냥을 위해 몸이 적응합니다.]

[섭취한 펜리르의 유전자를 사용합니다.]

[체내에 열량 저장 기관이 생성됩니다.]

[열량 저장 기관이 가득 찬 상태에서는 장기간 열량을 섭취하지 않아도 신체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열량을 소모하여 잠시 체격을 키울 수 있다.]

[펄스 : 라이프의 경지의 하락을 막습니다.]

성진은 섭취 적응의 마지막 문장을 보고 안도했다.

타이탄 슈트를 운용하면서 얻은 라이프 펄스.

펜리르의 힘을 잠시 얻었기에 경지가 급상승했지만, 다시 하락할 운명이었다. 그 힘을 소모해 타이탄 슈트를 움직였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섭취 적응을 통해 라이프 펄스의 경지를 온전히 흡수한 것 같다. 블레이즈 펄스가 아직도 Lv.2라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괜찮은 결과다.

‘주님’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또 한 놈 주님 곁으로 보냈습니다. 보고 계시죠?]

- 주님 : (흡족)

- 올빼미의 파운딩, 마치 파운드 케이크

- 무슨 관곈데?

- 이래서 힙합을 모르는 것들은··· 라임!

‘와씨때리지마’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고어물인 줄 알았네 ㅋㅋㅋ 펜리르 얼굴 뭉개지는 거 으···]

- 펜리르(뭉개져도 밀수보다 미남)

- 소리도 개 살벌했자너 ㅋㅋ

- 와 ㅋㅋ 물리 엔진 넘 실감나네

‘와!올빼미님유행어아시는구나’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그게 누군데 (씹덕아) ?]

- 근데 갑자기 저 얘기는 왜 했지?

- 가끔 지만 아는 후원하는 애들 저격한 거 아님? ㅋ

- ㅋㅋㅋㅋㅋㅋㅋ 누구지;;

- ㅎㅎㅎㅎ;; 전혀 모르겠네. 오리무중이야

- 그걸 왜 지금 말하냐고 ㅋㅋ

성진이 주변을 돌아볼 때, 일행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쏴아아아아아아···

비를 맞아 머리는 얼굴로 추욱 늘어졌고, 인공 피부도 녹고 있는 일부 휴머노이드들.

슈트를 입지 않았기에 산성비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재성과 정수열, 그리고 이 일을 계획했던 이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끝난··· 거야?”

“······응.”

“우리가 해낸 거냐고···.”

“그래.”

“올빼미, 사람들은 보통 이럴 때 울었었지?”

재성이 계속 중얼거렸다.

“어떻게 우는 거야··· 부러워 죽겠네.”

정수열이 다가와 상황을 정리했다.

“올빼미 님, 작동··· 하실 건가요?”

“그럴 생각입니다.”

“하··· 하하··· 이제 이 악몽도 끝이 난 건가···.”

나쁜 꿈을 꾼 얼굴이었다.

방금까지도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으니 무리는 아니었다.

성진과 정유리가 은색의 거인에게서 내려왔다.

그가 정유리에게 물었다.

“이대로 작동시키면 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프로토콜을 재설정해야 합니다.”

정유리의 눈이 다시 한번 하얗게 빛났다.

짧은 시간이 흐르고 정유리가 성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진이 손을 뻗어 은색의 거인에게 향했다.

- 동력확보 확인. 우산을 작동하시겠습니까?

“그래.”

- 작동 의사 확인. 종말 거부 프로토콜 준비 중···

- 준비 완료. 프로토콜을 시동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시동어를 말씀해주십시오.

시동어가 적힌 부분이 정확히 어디로 향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도시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종말을 거부한다.”

- 시동어 확인되었습니다.

우산이 작동했다.

거인이 하얗게 빛났다.

화아아···

거인의 하얀 빛이 하늘로 향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 종말 거부 프로토콜 ‘비’ 시동

- 지역 내의 이상기후 확인. 생존 가능 기후로 재조정

- 이상 산소 포화도 확인. 산소 포화도를 정상 수치로 재조정

- 대기 중의 유독성 성분 확인. 정화 조치.

- 불필요한 생명 에너지 확인, 장치로 흡수하여 발전

- 기후 정상화 영역 지속적 확장 예정

···

- 인근 지역의 환경이 정상적으로 재조정되었습니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사람들과 휴머노이드는 환호하지 않았다.

기쁨을 나타내지도 않았다.

성진은 어쩐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곳에 모여있는 휴머노이드의 눈은 제각기 빛났다.

하지만, 붉은 눈을 가졌던 휴머노이드들은 그대로 잠들었다. 시청 앞은 강철 인간들의 무덤이 되었다.

비가 얼굴을 타고 흘렀다.

삑-

치익-

여기저기서 슈트의 바이저를 젖혀 손에 들었다.

분명 비에 젖을 것이다.

그런데도 비를 맞았다.

사람과 휴머노이드의 얼굴을 빗방울이 타고 흘렀다.

얼핏 보았을 때 눈물처럼 보였다.

울 수 있는 사람, 울지 못하는 휴머노이드 모두 그렇게 보였다.

쏴아아아아아아···

그들은 그렇게 밤이 깊도록 가만히 서서 흐느꼈다.

정유리는 성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

[chapter 5-5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5-5를 클리어합니다.]

[종말 거부 장치를 작동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적응이 Lv. 4가 됩니다.]

[보상으로 펄스 : 사이오닉이 Lv. 4가 됩니다.]

[보상으로 펄스 : 블레이즈가 Lv. 3이 됩니다.]

[보상으로 펄스 : 라이프가 Lv. 4가 됩니다.]

[보상으로 펄스 탄환이 Lv. 3이 됩니다.]

[보상으로 유전자 조작이 Lv. 2가 됩니다.]

[보상으로 조준 시가 Lv. 2가 됩니다.]

성진은 향상된 능력들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라이프 펄스가 사이오닉 펄스의 경지를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라이프 펄스라···.’

성진은 라이프 펄스를 활용하긴 했지만, 능력을 완벽하게 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창을 열었다.

[펄스 : 라이프 (LV. 4) : 당신은 초자연적인 힘 라이프를 깨우쳤습니다. 라이프는 펄스의 제어가 가장 어렵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면 신체의 재생 및 복구까지도 가능합니다. 오래된 부상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강한 적을 사냥할수록 라이프의 경지가 상승합니다.]

화아아···

손에 깃든 영롱한 초록빛을 확인했다.

가볍게 상처가 난 곳을 쓰다듬자 상처는 씻은 듯 사라졌다.

- ㅋㅋㅋㅋ 2차 전직 힐러로 하셨네

- 힐러님 뒤로 빠지세요! 네? 너부터 처맞기 싫으면 헛소리하지 말라고요?

- 공격계열 능력은 아닌 듯한데···

- 그건 지나가는 유치원생도 알겠다

오래된 부상이 해당하지 않는다니 아마 주인혁의 팔도 재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기계장치가 가득 들어찬 팔이었다.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그를 고통스럽게 할 수는 없었다.

성진은 다른 능력들도 확인했다.

펄스들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용도가 생긴 모양이었다. 이건 전투에서 확인할 생각이다.

펄스 탄환의 경우, 펄스의 소모량이 줄어들었다.

시험해 본 결과 극적인 수치는 아니었지만, 장기전으로 들어갔을 때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총기에 전해지는 반발력이 줄어들었다.

물론, 아직도 최대치를 담아내려 하면 총기가 파손될 우려가 있었다. 펄스 탄환의 경지가 상승한 만큼 펄스의 양도 늘어났기 때문에.

유전자 조작은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가변형 능력치가 늘어났다. 또한 능력 사용의 부작용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장기전에서 사용하기엔 부담스러운 능력이었지만, 가변형 능력치가 계속해서 쌓이다 보면 압도적인 효율을 뽑아내지 않을까 싶었다.

그 외 자잘한 능력들은 크게 변경되지 않았다.

성진은 라이프 펄스를 운용하며 여러 가지 응용 방법을 떠올렸다.

‘회복이라··· 조금 더 과감해져도 괜찮겠네.’

전투에서 부상을 당할까 몸을 사려야 하는 순간들이 아쉬웠는데, 이제 그런 순간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근방의 대형 몬스터들이 떨어진 산소 포화도 때문에 알아서 나자빠지고 있습니다. 일단은 시간을 두고 움직일 생각입니다.”

“하긴··· 그 덩치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겠지. 환경 변화는? 어때?”

“일단 즉각적인 변화는 더 이상 비를 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고··· 정글이나 마찬가지였던 환경이 썩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썩어?”

재성과 정수열의 대화였다.

“기이할 정도의 식생은 사람들에게 불친절했었는데, 모두 쓰러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생명 에너지가 종말 거부 장치로 흡수되고 있는 듯합니다.”

“위험한 거 아니야?”

“전혀요. 그 에너지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위험하지 않은 첫 번째 이유고, 오히려 식생이 뒤바뀌면서 원래의 환경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생겨났습니다.”

“그건 잘된 일이네. 그래도 근방의 잔해는 좀 치워야지?”

“예. 그건 따로 인원을 꾸려야 합니다.”

“우리 화이트 형아들이 나서면 뚝딱이지 뭐.”

- 너는?

- 그레이 놈들 짬처리 보소 ㅋㅋㅋ

- 텃세 에반데 ㅋㅋ

그 외 몇 가지 얘기가 더 오갔다.

휴머노이드 산업 단지의 재가동, 앞으로의 거취와 대표자 선출 등.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 재성이 성진에게 물었다.

“올빼미, 넌 어쩔 거야?”

“······.”

“···대충 알겠네. 떠날 거지? 듣기는 했어.”

“그래, 아마 곧 떠날 것 같아.”

“인정머리 없는 자식, 너 사실 휴머노이드지?”

“그거 인종차별 발언이야.”

“하여튼··· 능구렁이··· 이렇게 도움만 받아서야 뭐··· 우리가 도울만한 일이 있을까?”

“도움? 도움이라···.”

성진의 뇌리에 몇몇 생각이 떠올랐지만, 대부분은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실행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나마 적당한 것을 생각해냈다.

“최대한 빨리 대전을 정상화하는 거?”

“그건 당연한 거고.”

“그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너희가 생각해야지.”

“널 따라서 북쪽으로 가도 되고··· 근방의 다른 도시를 지원해도 되겠네.”

“물론, 그러려면 좀 걸리겠지만.”

- 빼미형···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소박한 거 봐 ㅠㅠ

- 바보! 바로 욕조를 금으로 가득 채워주세요 해야지

- 올빼미 공무원이거든요? 김유정란 법 때문에 3만 원 이상 못 받아요!

성진이 대강의 회의를 마치고 건물 외부를 걸을 생각으로 현관으로 나갔다.

쏴아아···

비는 어제부터 그치지 않았다.

원래부터 한참 쏟아지던 비였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내린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유리?’

성진이 우산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현관 근처에서 정유리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녀는 비를 맞고 있었다.

스윽···

성진이 그녀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올빼미, 왔습니까?”

“여기서 뭐해?”

“주인혁은 아는 사람을 만난 것 같다고 놀아주지 않습니다. 나는 혼자서도 잘 놉니다.”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 비는 왜 맞고 있어?”

“방수 기능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농담이지?”

“농담입니다. 이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성진이 정유리가 보고 있는 물체를 확인했다.

‘꽃?’

썩은 독초들과 나무의 잔해 사이로 꽃이 피어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대전의 사람들과 휴머노이드는 끝을 맞이할 뻔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제와는 사뭇 다릅니다. 이렇게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보고 나는 또 학습합니다.”

“학습이라···.”

“세상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경이를 목격하는 것만으로 나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어쩐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이는데.”

정유리가 일어섰다.

젖은 머리와 젖은 눈.

“떠날 생각입니까?”

“그래. 떠나야지.”

“당신은 강한 사람입니다. 어쩌면 이 세상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그렇기에 약합니다.”

“설마···.”

“나를 데려가 주십시오, 올빼미. 나는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것을 바꾸고 싶습니다.”

“하아······.”

성진이 우산을 접었다.

차가운 비가 머리를 조금 식혀주었지만 크게 도움 되지는 않았다.

“위험한 일이야. 나는 너를 모든 상황에서 보호할 수 없어.”

“괜찮습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

정유리가 성진에게 자신이 생각한 방법을 줄줄이 말했다. 성진은 이야기를 다 듣고 얘기했다.

“생각해 볼게.”

“억지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괜찮습니다.”

“정말?”

“물론 올빼미의 성격을 분석해 본 결과 받아들일 확률이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수치는 무려 5할!”

“평소보다 그렇게 높은 수치는 아닌데?”

“올빼미는 매우 과묵한 사람입니다. 올빼미는 내가 없으면 불편할 겁니다. 이것은 강요하는 게 아닙니다.”

“어째 강요당하는 기분이 드는데···.”

“기분 탓. 사람은 기분에 의해 좌우됩니다.”

성진은 방금 제안은 생각해 보기로 하고 다른 질문을 했다.

“어떨 것 같아?”

“사람과 휴머노이드를 말하는 것 맞습니까? 그렇다면 모릅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살가죽과 강철이 뒤바뀌지 않는 이상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제는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 상황은 나아질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네.”

성진이 입을 꾹 다물자 정유리가 하늘을 가리켰다.

“기분이 우울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저 무지개를 보십시오.”

“무지개? 아···.”

하늘에는 선명한 무지개가 피어있었다.

“무지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

“아니, 괜찮은데.”

정유리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돌렸다.

성진이 한숨 쉬고 정유리에게 말했다.

“···해줘. 듣고 싶어.”

“굳이 그렇게까지 간곡히 부탁하면 나는 거절할 수 없습니다. 곤란하니 결국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무지개의 어원은···.”

정유리가 미소 띤 얼굴로 장황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

대구의 등불 합류가 이뤄지고, 등불의 규모는 계속해서 늘어갔다.

조병창과 수뇌부들이 회의실에 모여있었다.

모두가 참여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몇몇만 참석했다.

“그러니까··· 종말 거부 장치를 전부 가동해야 서울로 향하는 길이 열린다는 건가요?”

“확실한 건 아니네. 다만, 신호를 분석해 보니 그럴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지.”

“대체 서울에 뭐가 있길래···.”

“알 수 없어. 직접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보기 전에는··· 다만 종말이 시작된 곳이 서울이니 원흉도 그곳에 있지 않을까?”

“으음··· 당분간 신세를 져도 괜찮겠습니까?”

“자네들이 이곳의 일을 도와주니 반길 일이지. 거주민들도 다른 도시와 교류가 이어지니 눈에 띄게 밝아졌어.”

김정우 박사와 조병창은 중요한 얘기로 화제를 넘겼다.

“슈트라··· 올빼미에게서 들은 건가?”

“예. 저희가 그것을 넘겨받을 수 있을까요?”

“문제 될 거 없지. 어차피 거주민들 전부가 나설 수도 없으니 슈트야 남아돌거든.”

“감사합니다.”

“어쩔 생각인가?”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당분간은 이곳을 거점으로 삼고 주변 도시로 뻗어 나갈 생각입니다.”

김정우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올빼미는 대전으로 갔다지?”

“네.”

“······어떻게 지내는지 전해 들은 게 있나?”

“대전의 종말을 극복했습니다.”“그 사이에? 아, 그 친구라면 그럴 수도 있겠어.”

“강하죠···.”

김정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강하지. 그리고 특별해.”

“특별하다?”

“남들과는 뭔가가 달라. 이런 비논리적인 얘기를 과학자인 내가 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런 느낌이야. 이런 느낌··· 이해할 수 있나?”

“···적당히는요.”

“아무튼, 일단 쉬고 다음에 또 얘기하지.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게.”

“이곳이 저희보다 더 필요한 게 많아 보이는데요?”

“하하··· 결핍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야.”

김정우가 떠나자 조병창의 채팅창이 시끌벅적해졌다.

- 존나 심한 결핍은 하나도 아름답지 않습니다, 선생님

- ㅋㅋㅋㅋㅋ 아 갓사님 오랜만에 보니 아빠 미소 떠오르는구먼

- 속보) 정유리(휴머노이드), 올빼미(조류 아님)에게 파티 신청. 올빼미 측 고려해보겠다 밝혀···

- ㄹㅇ? 프로포즈 에반데; 주인혁이랑 뭐 있던 거 아니었음? 그래서 밀수들 개 오열했자너

- ㄴㄴ 완전 친구 같던데. 이래서 연애 한 번도 안 해본 밀수들은 ㅎ 나는 진작 알았지(휴)

조병창이 회의실을 빠져나오며 한숨 쉬었다.

밖을 둘러보니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거기! 그것 좀 줘!”

“물이요?”

“아니! 그거 말이야!”

서로 도와가며 지상의 삶을 꾸려나가는 대구.

- 키-야 이곳도 많이 바뀌긴 했네

- 벌써 지하에서 꽤 많이 넘어왔던데

- 플랜트부터 지상으로 옮겼자너

- ㅋㅋㅋ 방사능 트라우마 생겨서 호다닥 종자부터 옮겼누

- 이시국에 호다닥이라고요? 메다닥이 아니고?

- 아니, 그 이시국은 대체 언제까지야? 강두 환갑잔치까지냐?

조병창이 옆에 서 있는 직박구리와 김예은에게 물었다.

“그래서··· 소식은 없어요?”

“이걸 소식이라고 해야 할지···.”

“뭐길래요?”

“송하린 인스타에 글이 하나 올라왔어.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

- 송하린 특 : 열심히 일하지 않았음

- 탈주 닌자ㅋㅋㅋ

직박구리가 마른세수를 하며 부연 설명을 했다.

“전화도 해봤는데···.”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십시오.

- 으아아아아아! 송하린 죽인다!

“후··· 어쨌든, 그랬어.”

“그쪽은요?”

“그게···.”

최별과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김예은이 머뭇거렸다.

그녀가 결국 실토했다.

“언니도 제 전화를 안 받아요. 주소지도 바뀌었고요.”

“작정했네. 그래서?”

“그래서는 뭘 그래서야, 이 쇠똥구리야! 언니도 공범이라 이거지.”

“그걸로 어떻게 알아? 현실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언니가 송하린 양의 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더라고요.”

- ㅋㅋㅋㅋ 빼박 캔트! 이것은 진실이다

- 이건 뭐 ㅋㅋㅋ

조병창이 눈을 감았다.

올빼미와 접촉할 인원을 추리려 했지만, 일정이 빡빡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것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

“지프 한 대랑 식량 조금, 배터리 가득. 뭐 피해라기엔 미묘하긴 하네요.”

“사실 송하린은 어떻게든 갔겠지만, 최별은 의외긴 해. 방송도 끊겨서 추적하기도 불가능하고.”

“덕분에 추가적인 조 편성은 필요없게 됐네요.”

“다들 아쉬워하긴 하는데, 실력으로 봤을 때 걔네가 접촉 인원으로 유력했으니 어쩔 수 없지.”

“어디까지 갔을까요?”

“지름길로 질러갔고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거리까지 최대한 이용했겠지? 거기다 가속 능력자까지 합류했으니까··· 음···.”

“요컨대, 다음 도시에 진입하기 전에 올빼미와 접촉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겠네요.”

직박구리가 끄덕였다.

조병창이 박수를 짝- 하고 쳤다.

“이미 벌어진 일은 잊읍시다. 이쪽도 할 일이 많으니 그 문제는 차후에 생각해요. 실력자의 이탈이 아쉽긴 한데 그쪽에서 도움이 되면 그것도 나쁘진 않으니까.”

“너그럽다, 너그러워.”

“언니··· 아우··· 모르겠다.”

송하린과 최별, 그리고 이민상까지.

이들은 대구에 도착하자 소형 차량을 탈취하여 대전으로 향했다. 올빼미와 접촉하기 위하여.

이 사건이 어떤 화학작용을 불러일으킬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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