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
84화
‘뭐야?늑대잡힘?’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왜 클리어된 거? 늑대 살아있는데?]
- 당신은 골수팬이 아니군요 ㅉㅉ
- 5-4 글레이프니르 벗기는 거까지였음
- ㅇㅎ 처치인 줄 알았네
성진은 늑대를 피해 정유리를 끌어안고 시청을 빠져나갔다.
[chapter 5-4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5-4를 클리어합니다.]
[펄스 : 라이프를 깨우칩니다.]
‘라이프?’
스킬 창을 훑을 시간은 없었다.
이름으로 추정하기로 생명력과 관련된 펄스인 것 같았다.
쏴아아아···
콰아앙-!
콰아아앙!
거대한 나무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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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5. 광기의 종결]
「당신은 모든 휴머노이드가 지배당하는 미래를 막았습니다. 글레이프니르를 펜리르에게서 벗겨냈고 거대한 늑대는 더 이상 기계장치를 해석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위험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펜리르의 진정한 힘은 휴머노이드에서 비롯되지 않았습니다. 늑대는 깨어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모든 것들을 물어뜯을 것입니다. 당신은 이 늑대를 처치하고 종말 거부 장치를 작동시켜야 합니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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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라이프 펄스를 끌어올려 뺨을 쓸었다.
시청을 빠져나올 때 뺨에 가벼운 상처가 났는데 펄스가 그곳을 어루만지자 상처가 사라졌다.
‘회복계열 능력.’
스킬의 레벨이 낮아 큰 효용은 발휘할 수 없었지만 괜찮은 능력이었다.
성진은 정유리를 다른 화이트에게 맡기고 펜리르와의 전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스릉-
방금 시청을 빠져나오며 확인한 펜리르의 움직임은 성진보다 빨랐다. 유전자 조작을 사용하면 비등해질 수 있었지만,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함부로 체력을 소모할 순 없었다.
후우웅-
콰아아아아앙-!
늑대의 후려치기 한 번에 대지에 서 있는 안티들이 우수수 날아갔다.
“크윽······.”
쏴아아아아···
거세게 쏟아지는 비가 시야를 가렸다.
늑대의 붉은 눈이 성진을 쫓았다.
콰아앙-!
콰아아앙!
비가 오기에 블레이즈 펄스는 효용이 떨어졌다.
사이오닉 펄스를 끌어올려 늑대를 상대했다.
‘기회는 온다.’
차분하게 회피하며 때를 기다렸다.
흥분과 처절함은 전혀 도움 되지 않았다.
그때, 고층 건물에서 안티들을 견제하던 재성이 얘기했다.
“올빼미! 사격 지원할게!”
“안돼!”
투두두두두두두-!
펜리르의 몸에 에너지 탄 세례가 쏟아졌다.
하지만, 늑대의 몸을 두들기는 비와 다를 바 없이 타격은 전무했다.
‘위험해!’
늑대의 시선이 건물을 향했다.
성진은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돌리기 위해 늑대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앙-!
이미 유전자 조작으로 신체의 순발력을 끌어올렸다.
늑대의 앞발이 성진이 있던 자리를 찍었지만, 성진은 그 자리에 없었다.
늑대가 두리번거리며 성진을 찾으려 애썼다.
성진은 앞발의 바로 지척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보랏빛으로 타오르는 성진의 눈.
서걱-!
“끼에엥!”
앞발이 발목 어림부터 잘려 나갔다.
이 모습을 확인한 다른 사람들과 휴머노이드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어!”
재성의 외침이 이어셋으로 전해졌다.
‘온다.’
위험신호가 전해져 와 황급히 피하자, 그 자리를 펜리르의 꼬리가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한 번의 회피 후, 다시 달려들어 늑대의 몸을 베었다.
서걱-!
서걱-!
유전자 조작의 지속시간 동안은 상대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장기전으로 넘어가더라도 자신의 체력이 떨어진 만큼 상대의 체력도 떨어질 것이다.
“끼에에에엥···.”
“큿···.”
발치에서 나무가 솟아나 성진을 노렸다.
성진은 나무를 발로 박차 자리에서 벗어났다.
“······.”
유전자 조작의 지속시간이 끝이 났다.
큰 상처는 앞발의 상처가 유일했고 나머지는 자잘한 상처였다.
타격을 준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성진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져만 갔다.
“크르르···.”
늑대의 날아간 앞발은 어느새 새로 자라있었다.
핏물을 울컥울컥 쏟아내던 몸의 자상도 비에 씻겨 내려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꿈인 것처럼 느껴졌지만, 몸을 무겁게 하는 유전자 조작의 부작용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 시켜 주었다.
늑대가 웃고 있었다.
라이프 펄스를 끌어올려도 누적된 피로는 회복되지 않았다.
‘심각한데···.’
상대는 치명상을 입지 않으면 어렵지 않게 회복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타격은 자신만 입힐 수 있었으며 그마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올빼미! 어떻게 된 거야? 늑대가 멀쩡해 보이는데?”
재성의 질문이었다.
그도 상황을 파악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회복했어. 늑대는 회복할 수 있다.”
“빌어먹을! 저 덩치에 회복까지 하면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힘든 싸움이 예상되었다.
****
세 번.
두 번.
전투를 이어나가면서 성진이 유전자 조작을 사용한 횟수 세 번.
흉터가 생길만한 상처를 입은 횟수 두 번.
라이프 펄스로 회복했지만, 이제는 그 펄스도 동이 났다.
파직··· 파지직···
사이오닉은 아직도 성진의 눈에서 넘실거렸지만, 속사정은 좋지 못했다.
‘몸이 무거워.’
콰아앙-!
가뿐하게 피해내던 공격들도 아슬아슬 몸을 스칠 때가 여러 번이었다. 코트는 걸리적거려 벗어버린 지 오래.
투두두두두두-!
멀찍이 떨어져서 사격으로 견제하는 휴머노이드들의 노력도 큰 소용이 없었다.
이어셋에 부정적인 말이 흘러들었다.
“끝인 거야? 이렇게?”
“그런 말은 하지 말아. 도움 되지 않아.”
“제길··· 이 상황에 어떻게!”
서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성진은 별로 좋은 내용이 아니었기에 이어셋을 빼고 전투에 집중하려 했다.
손을 이어셋에 가져가려던 찰나, 다른 음성이 들려왔다.
“올빼미, 방법이 있습니다.”
“유리? 유리야?”
정유리는 글레이프니르를 해석하고 펜리르에게서 떼어냈다. 그 여파로 잠시 쓰러져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방대한 정보량에 잡아먹힐 뻔했습니다.”
“그런데, 방법이라니?”
떨어지는 늑대의 앞발.
콰아아아앙-!
“큿···.”
정유리는 성진에게 차분하게 설명했다.
“글레이프니르는 종말 거부 장치의 기능은 그대로 둔 채, 다른 용도로 작동하게끔 만들어졌습니다.”
“그래, 그랬지.”
펜리르를 구속하던 구속구의 역할.
그게 새로이 만들어진 용도였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글레이프니르를 해석해보니 연구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뭐?”
“불안정하지만, 남은 기능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정유리는 성진이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간략하게 설명했다.
“타이탄 슈트라고?”
“에너지의 이동만 거꾸로 하면 되는 일입니다. 펜리르에게서 빼앗던 에너지를 거꾸로 뒤집어 탑승자에게 주입하는 병기입니다.”
“이것저것 많이도 만들었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타이탄 슈트는 탑승 시점에 탑승자와 통제자가 30초 동안 무력화됩니다.”
“요점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잖아.”
요르문간드와 같은 상황.
궁니르를 발동하기 위해 시간을 벌어주었던 대구의 거주민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른 게 이곳은 개활지였다. 또, 펜리르는 요르문간드처럼 피트 기관에 타격을 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말인즉슨, 저 강대한 존재를 성진이 아닌 누군가가 30초 동안 막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누가···.”
“우리가, 이 자식아. 준비해.”
쏴아아아···
비는 계속해서 오고 있었다.
다가올 패배에 무기력했던 일행에게 생기가 돌아왔다.
“들었지? 화이트든 그레이든··· 30초야. 시작해라, 올빼미. 나 믿냐?”
“아니.”
“그럼 우리는?”
“···믿는다.”
“오케이. 우리도 믿을게.”
철컥- 철컥- 철컥-
차량의 상부가 개방되면서 고정된 병기가 등장했다.
대전차 기관총처럼 보였다.
“영감님, 잘 쓰겠습니다!”
기이이이이이이이잉-
드르륵 갈리는 소리와 함께 막대한 화력이 펜리르에게 집중되었다.
“끼에엥···.”
펜리르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재성과 화이트 몇이 모여있는 곳을 노려보았다.
“빨리 시작해!”
재성의 고함을 신호로, 성진이 정유리를 안아 들고 시청까지 달렸다.
시청에 도착하자 정유리의 눈이 하얗게 빛났다.
“해석. 해석. 해석···”
“유리야!”
기관총 소리가 끊겼다.
기능 고장은 아닌 듯싶은 게 아까까지 차들이 모여있던 자리에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 있었다.
“죽을 뻔했네. 휴.”
재성은 다행히 살아있는 것 같았다.
펜리르가 기관총을 부쉈으니 다시 이곳을 볼 것이다.
“막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줄곧 사격을 통한 견제만을 해오던 화이트들이 일제히 늑대에게 달려들었다.
“크르르···.”
으직-!
으지직-!
화이트의 인공 피부는 장시간 비에 노출되어 녹아내린 부분이 보였고 그 안에 기계장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늑대의 밤은 광기로 치달았다.
수천의 화이트들이 늑대의 몸에 뛰어들어 물어뜯거나 단검으로 쑤셔댔다.
“끼에에엥!”
펜리르가 몸을 흔들 때마다 수백의 화이트들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다시 수백의 휴머노이드들이 달려들었다.
성진과 정유리가 은색의 기계장치에 휘감기기 시작했다.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했다.
“크르르르으······.”
콰아아앙-!
펜리르의 주변으로 숲이 자라났다.
늑대가 바닥을 굴러 화이트들을 떨어트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의도는 성공할 것처럼 보였다.
곧, 목적을 달성한 늑대는 성진에게 달려갈 것이다.
찰칵-
재성이 자신의 주변에서 들려온 소리에 돌아보았다. 그가 본 것은 슈트에 이것저것을 잔뜩 매달고 펜리르에게 달려가는 누군가였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어쩔 수 없잖아. 전투형이 나서야지.”
성진의 차량을 운전하던 아연이었다.
사람에게 학대받아 그들을 미워하던 그레이.
아연은 폭탄을 잔뜩 매단 슈트를 입고 달려갔다.
“또라이 같은 년···.”
“좀 닥쳐, 다른 방법 있어?”
“···미안하다.”
"너흰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알지?"
"알지···."
재성의 대답에 아연이 피식 웃었다.
그녀는 바이저를 열어 입안에 뭔가를 쑤셔 넣었다.
이것 역시 폭탄이었다.
그녀의 눈이 점차 변해갔다.
모든 눈이 붉게 변했다.
아연은 계속해서 내달렸다.
“크르르···.”
화이트를 떼어놓는 데 성공한 펜리르가 몸을 일으켰다. 늑대의 눈은 시청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늑대는 자신의 뒷발에 뭔가가 달라붙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물감은 엄청난 고통을 동반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뒷발 중 하나가 통째로 날아갈 만큼 큰 폭발이 일었다.
하지만, 반대로 남은 힘을 동원해도 발 하나 날리는 게 고작이라는 것이다.
쓰러진 늑대가 시간을 쏟아 다리를 재생하며 일어날 무렵, 이미 30초는 지났다.
늑대와 이곳의 모든 이들이 시청을 돌아보았다.
쿵-!
쿵-!
은색의 거인이 시청에서 몸을 일으켜 걸어오고 있었다. 성진의 머릿속으로 정유리의 음성이 파고들었다.
“글레이프니르 기동. 선행 프로토콜 ‘감옥’에서 ‘갑옷’으로 이행.”
그녀가 거인의 몸을 통제했다.
펜리르를 옥죄던 감옥은 이제 성진을 지켜주는 갑옷이 되었다.
“통제자 정유리, 탑승자 올빼미. 타이탄 슈트 작동 중입니다.”
- 무서워, 엄마··· 진영이 무서워요. 어딨어요?
- 떠나! 늑대가 우리를 죽일 거야!
- 도망쳐요··· 모두 도망쳐··· 여긴 우리가 막을게···.
성진에게 지독한 정신적 고통이 찾아왔다.
우주를 부유하는 기분.
연산 장치의 정보량에 머리가 녹아내릴 것이다.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으으······.”
사시나무 떨 듯 몸이 떨려왔다.
이대로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순간, 평온한 힘이 몸을 감쌌다. 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 우리가 빼앗은 늑대의 힘이야! 얼마 남지 않았어!
[펄스 : 라이프가 Lv. 2가 됩니다.]
[펄스 : 라이프가 Lv. 3이 됩니다.]
바닥났던 펄스가 차올랐다.
사이오닉 펄스와 블레이즈 펄스에도 반응 없던 슈트가 라이프 펄스를 끌어올리자 반응했다.
우우웅···
라이프 펄스가 몸을 감싸자 무너지던 정신과 육체가 재생되었다.
“올빼미, 남은 힘이 많지 않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기동합니다.”
“상관없어.”
콰아앙-!
늑대가 달려들어 거인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카득··· 카드득···
엉거주춤 무너졌던 자세가 바로 돌아왔다.
성진의 눈에서 녹색의 기운이 줄기줄기 피어올랐다.
그가 왼손을 쥐었다 펴자 슈트가 똑같이 따라했다.
“탑승자 올빼미와 타이탄 슈트의 모션 링크 성공.”
정유리의 말과 동시에 성진이 왼손을 휘둘렀다.
후우웅-!
턱-!
펜리르의 뒷덜미가 성진의 손아귀에 잡혔다.
여전히 펜리르가 더 거대했지만, 압도적인 차이는 아니었다.
성진이 그대로 오른팔을 휘둘러 늑대의 머리를 후려쳤다.
콰아아앙-!
“끼에에!”
콰아앙! 콰아앙!
늑대가 충격에 바닥을 튕기며 날아갔다.
쿵-!
쿵-!
성진이 늑대를 향해 걸어갔다.
“움직임이 불편하지 않습니까? 링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초기에는 적응이 어렵습니다.”
“움직일 만 해.”
“······전투를 지원하겠습니다.”
늑대가 몸을 일으켰다.
“크르르···.”
콰앙!
콰아앙-!
바닥을 뚫고 나무가 솟아올랐다.
이곳을 아예 정글로 만들어버릴 생각인지 나무는 계속해서 자라났다.
늑대가 성진의 움직임을 놓쳤다.
주변을 돌아보았다.
후웅···
기척은 위에서 느껴졌다.
성진이 나무를 타고 나타나 공중에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앙!
늑대가 있던 자리가 성진의 주먹질에 터져나갔다.
이미 화이트들은 자리에서 대피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늑대와 성진의 싸움은 전쟁처럼 주변에 영향을 주었다.
콰아앙-!
늑대가 앞발을 휘두르면 성진이 맞았다.
후웅-!
콰아앙!
성진이 팔을 휘두르면 늑대도 맞았다.
이 공방은 몇 차례가 지나자 양상이 뒤바뀌었다.
후우웅-!
늑대가 앞발을 휘둘렀지만 성진이 피했다.
후우우···
콰아아아앙-!
성진이 팔을 뻗으면 늑대가 맞았다.
“끼에에엥···.”
그때부터 성진의 일방적인 타격이 시작되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늑대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지고 이빨이 떨어져 나갔다.
“올빼미, 펄스의 이상 발현 확인. 떨어져야 합니다.”
성진이 황급히 물러나자 펜리르의 몸에서 펄스가 폭발했다.
파아아앙···
주변의 나무들이 말라죽었다.
아마 최후의 힘을 끌어올려 몸을 회복한 것 같다.
“에너지 잔량이 위험수치입니다. 곧 타이탄 슈트의 기동이 정지됩니다.”
“알겠어.”
펜리르가 성진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했다.
온 힘을 다하는 것인지 어디서 공격이 들어올지 알 수가 없었다.
“연산 장치를 활용해보겠습니다.”
‘집중해, 최성진.’
그는 감각을 최고조로 긴장시켰다.
정유리가 오른쪽으로 전기 신호를 보내왔다.
하지만, 성진의 팔이 향한 곳은 왼쪽이었다.
쾅-!
짧은 격돌음.
나무 파편이 비산한 공간에서 성진의 양팔이 늑대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예측에 실패했습니다.”
“······.”
성진이 늑대의 얼굴을 강타했다.
콰아앙-!
“끼엥···.”
그대로 늑대의 몸에 올라타 집요하게 머리를 때렸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나무들이 말라비틀어졌기 때문에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파편이 날아다녔다.
시청의 모든 이가 이 광경을 보았다.
은색의 거인이 자신보다 거대한 늑대를 일방적으로 때려눕히고 있었다.
늑대의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작동을 멈춘 철제 인간들은 관객이었고, 늑대와 은색의 거인은 배우였다.
전염된 광기는 이 장면을 끝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쏴아아아아···
팔을 휘두를 때마다 빗물이 우수수 떨어졌다.
콰아앙-!
콰아앙-!
늑대는 더 이상 회복하지 못했다.
얼굴이 볼썽사납게 뭉개졌고, 혓바닥은 축 늘어졌다.
일그러진 늑대의 목소리가 성진의 뇌리로 파고들었다.
“노··· 아···.”
콰아아앙-!
“너는···.”
콰아앙-!
“실패할··· 것이다···.”
은색의 거인이 늑대의 윗턱과 아래턱을 붙잡았다.
성진이 담담히 말했다.
“그게 누군데?”
으지지지지지지지직-!
늑대의 입이 위아래로 찢어졌다.
삐―
“···타이탄 슈트 작동 종료합니다.”
늑대의 입을 찢은 채로 멈춘 은색의 거인에서 누군가 빠져나왔다.
성진과 정유리였다.
쏴아아아아아아···
성진은 비에 젖은 머리를 하고 사냥당한 늑대를 내려다보았다.
늑대의 찢어진 입으로 영롱한 색의 구슬이 빠져나와 그의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늑대의 몸을 쏟아지는 빗방울이 두들겼다.
그와는 반대로, 늑대의 몸에서도 입자가 빠져나와 성진에게로 스며들었다.
늑대의 밤은 끝이 났고, 전염된 광기는 막을 내렸다.
우드득···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