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83화 (83/222)

# 83

83화

‘이래서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내가 올빼미 방송 계속 보는 이유는!]

- 영화관 갈 비용 아꼈네 ㅎ

- 보러갈 사람도 없으면서 ㅋ

‘킹받네’님이 9,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손 왜 잡았냐 인혁아 ㅡㅡ 의심스럽다 너?]

- 님이 더 의심스러운데요?ㅋㅋㅋ

- 안 되겠습니다. 당신은 의심스러우니 바로 구속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서에서 말씀하시죠

- 그만해에에!

- 이제 포기해주시죠?

- 하 사랑했다 유리야

‘분위기잡지마라’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너희 나이 때 뭐 사귀기라도 할 거 같냐? 저 나이 때 학생은 공부가 전부야! 연애는 대학가서 해!]

- -꼰-

- 으··· 극혐!

- 선생님··· 대학 가면 연애할 수 있다면서요···

- 그러게 수석으로 갔어야지 이놈아··· 선생님이 미안해··· 농활이라도 나가서 만나보렴···

- 이미 갔다 왔어요··· 밭일만 몇 헥타르 한 것 같아요···

- 우와 대단하시네. 님 혹시 농경 비행기?

휴머노이드는 많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질서 있게 이동했다. 부딪히거나 혹은 혼잡스럽게 장비에 다가서려 하지 않고 차분히 차례를 기다렸다.

철컥-

철컥-

성진이 재성에게 물었다.

“모두 무장하는 게 가능할까?”

“꼬리 쪽 차량이 다 잘려 나갔으니까. 사람은 타고 있지 않았어도 장비는 실려있었거든. 그래도 뭐, 슈트는 9할 이상 무장 가능할 거고 총기야 모자랄 리가 없지.”

“그 정도면 충분해.”

수천 명이나 되는 휴머노이드가 정유리의 채널에 접속해 있다. 그들은 일사불란 본인들이 탑승할 차량을 나눈 후에 자리로 돌아갔다.

성진은 재성의 차량에 정유리와 함께 탑승했다.

“입구 쪽의 전투 조는 후방 차량에 몰아서 탑승할 거야, 좀 쉬어야지.”

“좋은 판단이네. 어디까지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우리가 있는 곳을 들킨 것 같지?”

“그렇다고 가정하고.”

성진이 굳은 표정으로 묻자, 재성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다리가 첫번째 고비일 거야. 8차선 도로긴 한데, 저쪽에서 길목을 틀어막으면 피해가 생기겠지.”

“또.”

“시청 앞. 거기까지 가면 그 근처가 개활지처럼 펼쳐지거든.”

“둘러싸이겠네.”

“그래, 그렇다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 잡아줍쇼’니까. 사방에서 몰려오더라도 건물 한두 개를 차지하고 농성하면 잠깐은 버티겠지.”

잠깐.

그게 무슨 말인지 성진은 바로 알아챘다.

“···승산은?”

“대전의 인구가 얼마나 될 것 같아? 그중 일 할만 휴머노이드를 한 기씩 들였다고 하더라도 십만이 넘어. 우리와 함께하는 휴머노이드가 몇천이면··· 상대는 짐작이 가지?”

“모두 모여있지는 않을 테니 잘하면 두 배, 혹은 세 배겠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적 중에 무장한 휴머노이드는 많지 않다는 거야. 우리는 거의 전원이 무장했고. 문명과 야만의 싸움! 두근거리지?”

“퍽이나. 출발 안 해?”

“간다, 가. 다들 준비됐어?”

후속 차량에 입구를 틀어막은 전투원들이 탑승하기로 말을 맞춘 후에, 차량의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으응···

높이 뛰기 선수가 몸을 풀 듯 단지에 펼쳐진 도로를 잠깐 달린 후에, 곧바로 입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부탁해, 올빼미. 시작은 화려하게 가자고.”

- 또 나야?

- 야 또나?

- 레일건 선수 입장하심미다

- ㅔ 뭐, 저거 쏘면 됩미까?

- ㅖ 저거 쏘세여

철컥-

기이이이이잉-

파직··· 파지직···

일전에 쏘았던 펄스 탄환을 또 사용해야 했다.

힘을 아껴두고 싶었지만, 이것으로 무의미한 희생을 막을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나서야 한다.

행렬이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다닥다닥 붙어 질주했다. 입구를 막았던 더미 차량은 제 쓸모를 다했고, 안티들이 넘어오고 있었다.

“출바알! 올빼미, 지금이야. 쏴!”

퍼어엉-!

콰아아아아아아아!

“끄······.”

“이···.”

일자로 터널이라도 뚫린 것처럼 펄스 탄환이 흔적을 남겼다. 쭉 뻗어 나간 탄환이 행렬이 가야 할 방향을 일러주었다.

“길은 뚫었는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건 형제들에게 맡겨 보자고! 푸하하!”

콰직-!

으드드드···

그들이 탑승한 대형 차량은 선두에서 안티를 무식하게 밀고 나갔다. 바퀴에 뭔가 말려 들어간 소리가 들렸지만 재성은 그냥 웃고만 있었다.

“엿 같은 대전! 왠지 신나는데?!”

웃는 재성에게서 광기마저 느껴졌다.

성진이 그에게서 눈을 돌려 뒤편을 바라보았다.

새로 합류한 휴머노이드 중 일부는 몸을 차량의 상부에 고정한 채, 엄폐 바리케이트에 몸을 숨기고 사격하고 있었다.

투두두두두-! 투두두-!

콰아앙-!

이제는 화이트가 된 휴머노이드들이 사격할 때마다 안티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제법인데.’

성진은 안티가 측면을 노리고 따라붙을 것을 염려했는데, 걱정을 날려주었다.

“우리 형제님들이 열심히 싸워주시는데, 보고만 있을 순 없지. 가라, 올빼미!”

“운전이나 똑바로 해.”

“똑바로 하··· 아씨, 날씨는 또 왜 이래?”

콰르릉-!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곧 이곳에 비를 퍼부을 것 같았다.

“오케이, 저 구름보다 먼저 시청에 도착하면 되겠지.”

“비가 오면··· 활동은?”

“영감님 창고에 있던 슈트들은 그래도 좀 버티나 봐. 뭐, 안티들한테 둘러싸여 죽는 시간보다는 오래 버텨주지 않겠어?”

“그건 다행이네.”

으직··· 으지직···

투두두두두···

안티를 뭉개고 차량이 통과하는 소리.

화이트들이 행렬에 접근하는 안티들과 몬스터에게 사격을 가하는 소리.

소음에 소음이 더해지니 오히려 평온했다.

쿵-!

화이트 하나가 차량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소리.

옆에 앉은 정유리가 움찔했다.

“유리야.”

“올빼미, 괜찮습니다. 아직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유리의 채널에 연결되어 있다는 건 화이트 한 기가 당할 때마다 그녀에게 그 소식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힘들면··· 아니, 힘내.”

“사실 힘듭니다. 누구든 곁에 있는 이가 죽어간다는 건 매우 불쾌한 경험입니다. 올빼미, 좋은 얘기가 듣고 싶습니다. 다른 도시들의 얘기를 들려주십시오.”

타아앙-!

성진은 건물의 고층에서 행렬을 노리고 사격하는 안티의 머리를 터트렸다. 안티는 축 늘어져 창밖으로 떨어졌다.

쿵-!

“한 번 들었잖아. 또 듣게?”

“필요한 일입니다.”

성진은 배터리를 교환하고 안티들을 쓰러트리면서도 그녀에게 이야기해줬다. 담백한 이야기가 끝나자, 정유리가 물었다.

“그들처럼··· 우리도 해낼 수 있습니까?”

“모르지.”

“대답에 배려가 없습니다. 올빼미도 여자에게 인기가 없을 것입니다. 매우 높은 확률입니다.”

“인기 있고 싶은 마음도 없어. 그래서, 얘기 들으니까 좀 나아?”

“그들이 대단해 보입니다. 여전히 불안합니다.”

- 올빼미 인기 없을 듯 ㅋㅋ루킄쿠 저거 쌍팔년도 남자 스타일 아니야?

- ㅋㅋㅋ 여친도 사귀어본 적 없을 듯

- 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사람이 있어?

- ㅎㅎㅎ 우리 그만하자···

- 왜 말하면서 가슴이 아프지···

- 손잡이 없는 검을 휘둘렀다. 백뎀이 뒤지게 들어왔다

성진이 정유리의 눈을 한 번 바라보았다.

“괜찮아. 해낼 수 있어.”

“···그 사람들에게도 방금 이 말을 해주었습니까?”

“그랬었던 것 같은데.”

“우리의 얘기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올빼미, 어떻습니까?”

“그래, 꼭 전할게.”

- 속보입니다, 대전에서는···

- 보였어요?

- 네? 뭐가요?

- 왜 봐! 변태!

- 미친 놈들의 대화를 따라갈 수가 없다···

콰르릉···

쏴아아아아아아아···

결국, 비가 쏟아졌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들겼다.

멀쩡한 빗줄기로 보이지만, 슈트 없이 맞았다간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산성비다.

재성이 핸들을 꺾으며 얘기했다.

“불길하게 비는 오고··· 말했던 다리에 접근하고 있어. 집중하자.”

“보고 있어.”

“뭐 좀 보여?”

“당장에 보이는 건 없어.”

“다행이네, 이중 삼중으로 에워싸고 있으면 돌파하기 꺼려졌을 텐데.”

성진이 맹금의 시야로 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빗줄기가 거세니 안티들도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다리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이대로 돌파할게. 여기만 넘으면 시청까지 곧···”

“···잠깐!”

“뭐? ···저게 뭐야!”

갑작스럽게 다리 위에 등장한 생명체.

몸에 물기가 가득한 게 물길에서 기어 올라온 것 같았다. 도롱뇽과 흡사했지만, 대형 차량 수 대를 합쳐놓은 것처럼 커다랬다.

“못 멈춰!”

급정지를 하면 행렬은 지옥이 될 것이다.

재성의 고함에 성진이 창밖으로 튀어 나갔다.

펄스 탄환을 충전하기엔 시간이 모자랐다.

스릉-

오랜만에 검을 뽑은 성진은 선두의 차량보다 더 빨리 몬스터에게 다가갔다.

“추르르···.”

휘릭···

훙-!

몬스터의 혓바닥이 빗방울을 때리며 성진을 노렸다.

성진은 피하지 않고 사이오닉으로 대항했다.

파직···

검을 수직으로 세워 혀를 가르며 지나갔다.

서거억-

그 소름 끼치는 소리는 성진이 그대로 몬스터의 몸을 전부 베어낼 때까지 계속됐다.

파지익···

사이오닉에 그을린 내장이 도로에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선두 차량이 통과했다.

“허어··· 허억··· 올빼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 간 거야! 차에 치여 죽은 거 아니야?”

“너무 빨라 보지 못했습니다.”

“너는 너무 태평한···.”

스윽-

창문 근처로 사람의 손이 튀어나왔다.

성진의 손이었다.

“시발 깜짝이야!”

성진이 휙- 하고 창문으로 들어와 다시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재성이 입을 떡 벌렸다.

“···너는 시청까지 뛰어가도 되겠다. 시청에서 만날래?”

“어떻게 됐어?”

“잠시만···.”

- 심장도 없는 휴머노이드가 저렇게 깜짝깜짝 놀라나?ㅋㅋ

- 그거 인종 차별 발언이에요!

- 더러운 레이시스트! 칵! 퉷!

- 내 12게이지 총알을 머리에 박아주기 전에 당장 앞마당에서 나가!

- ···죄송합니다. 제가 분위기 파악을 못 했네요···

재성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창문으로 들어오기 전, 들렸던 소음 때문인 것 같다.

“도롱뇽 새끼··· 한 마리가 아니었나 봐. 차량 몇 대가 전복됐다고 하네···.”

“······.”

“멈추지 못하는 거··· 알지?”

“···그래.”

“여기서 멈추면 다 죽는 거야. 계속 달려야 해.”

늑대의 새로운 말뚝이 될 행렬은 깎여나가면서도 앞만 보고 달렸다.

“허어억···.”

“왜 그래, 유리야? 괜찮아?”

“글레이프니르가 가까워졌습니다. 무섭습니다, 올빼미. 펜리르는 강합니다. 나는 너무 무섭습니다.”

“꽉 잡아! 시청 진입한다!”

끼이이이익-!

시청 쪽으로 진입하는 코너에서 방향 전환을 한 차량이 안티들을 피해 인근의 건물을 들이받았다.

콰아앙-!

“으윽··· 내려! 다 내려서 건물부터 확보해!”

화이트들이 일사불란 건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억지로 문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고 차량이 멈춘 방향의 창문들을 깨고 안으로 들어갔다.

쨍그랑-!

“됐어! 안티들부터 밀어내!”

고층 건물에서 포화가 쏟아졌다.

투두두두두-! 투두두두두-!

“이이이······.”

“커··· 윽···.”

주변을 에워싸며 몰려드는 안티들 때문에 격발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레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대표 격인 재성과 정수열이 얘기했다.

“이대로 있으면 그냥 파묻혀 죽을 거야. 시청까지 밀고 나가야 해. 우리는 이곳에서 막고, 시청에 진입할 돌격 조가 필요해.”

“올빼미, 그리고 유리. 나머지는 화이트로 전부 채워 넣어도 됩니다.”

“둘만 지키면 된다는 거군. 그래, 차라리 그게 안전하겠어.”

대화하는 중에도 끔찍한 휴머노이드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대전 전역에 흩어져있던 안티들이 일행의 움직임에 맞춰서 이곳으로 모여드는 것 같았다.

- 저게 뭐야;;

- 월드 워냐 ㅁㅊ

- 좀비 웨이브네 ㄷㄷ

끼이잉-

찰칵-! 찰칵-!

커다란 외벽을 통째로 뜯어낸 것같이 생긴 바리케이트.

바리케이트를 앞으로 한 화이트가 말했다.

“예상 항전 가능 시간 20분. 20분이 지나면 전멸할 것 같습니다. 그 안에 상황이 바뀌어야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성진이 끄덕이자 화이트도 끄덕였다.

“주우욱······ 어!”

안티가 바리케이트를 넘어 화이트에게 달려들었다.

휙-

콰직-!

화이트는 그 팔을 끌어당겨 바닥으로 내팽개친 후에 안티의 머리를 짓밟았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부탁해.”

정유리가 성진에게 따라붙었고 돌격대에 편성된 화이트들은 성진을 선두로 해 대형을 구축했다.

으직··· 으지직···

성진 일행은 쇄빙선이었다.

몰려드는 안티는 빙하였고 일행은 그들을 분쇄했다.

화살촉처럼 생긴 대형이 시청 건물을 향해 나아갔다. 달려서는 금방 닿을 것 같았는데, 안티가 방해였다.

팅-! 티팅-!

바리케이트에 에너지 탄이 충격을 가해왔다.

그때마다 화이트가 움찔움찔했지만, 물러서지 않고 나아갔다.

뒤에서 재성이 소리치는 게 느껴졌다.

“가! 여기는 우리가 막을게!”

투두두두-!

확실히 고층 건물에서의 엄호 사격은 길을 뚫는 데 도움을 주었고, 성진이 집요하게 앞으로 나아가자 일행은 시청 건물에 다다랐다.

화이트 중 대장 격으로 보이는 자가 일행을 반으로 뚝 잘라 남겨두었다.

“10분. 그 이상 못 버틸 겁니다.”

“다 남으면?”

“10분 21초.”

“그럼, 진입해!”

찰칵-! 찰칵-!

바리케이트가 서로 맞물리며 유리문으로 만들어진 입구를 틀어막았다.

그 사이를 비집고 총구가 튀어나와 안티들을 밀어냈다.

성진과 유리, 그리고 기백의 화이트들이 시청 건물로 진입했다.

“죽어!”

타아앙-!

막상 시청 건물 안에는 방금 죽은 안티를 제외하고 다른 안티가 보이지 않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성진은 그대로 자리에 멈춰 섰다.

쏴아아아아···

빗소리인지, 빗발치는 탄환의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화이트 중 한 명이 라이트를 공간에 비췄다.

배경은 피사체로 바뀌었다.

“저게··· 펜리르···.”

시청 건물 안에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뭔가를 뒤집어쓴 채로 잠들어 있었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글레이프니르···.”

“유리야.”

“접속하겠습니다, 올빼미.”

정유리가 글레이프니르에 접속하기 위해 눈을 감으려던 그 순간, 오래된 라디오에서나 들릴 법한 노이즈가 들려왔다. 소리가 흘러나온 곳은 시청의 오디오 시스템이었다.

- ···간은 없어져야··· 한··· 다···

신문의 각 음절을 오려 만든 편지가 떠올랐다.

목소리의 높낮이, 말의 이어짐이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기괴했다. 오디오 시스템에서 말이 흘러나오는 건 그것으로 끝이었다.

“으······.”

“유리야!”

“늑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늑대가 글레이프니르를 해석해 인간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 뭐?

- 헐;; 몬스터가? 스칸다여?

- 뭐라고 하는데? 각하께선 뭐라고 하십니까?

성진도 시청자들처럼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정유리가 힘들어하니 묻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늑대의 말을 해석하고 있는 듯했다.

“이제 알았습니다. 늑대는 나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합니다.”

“메시지?”

정유리는 성진을 쳐다보고 말했다.

“사람과 휴머노이드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는 다시 한번 버림받을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논리가 상당히 그럴듯합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아니.”

“좋은 판단입니다. 어쨌든 사람을 믿는 건 어리석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답해야 합니다.”

성진은 정유리가 무슨 말을 할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펜리르가 그녀에게 달려들 것을 대비해 몸은 잔뜩 긴장한 채로.

그녀가 입을 뗐다.

“늑대. 나는 외모에 대한 편견은 없지만, 당신은 진중한 외모에 비해 말이 참 많습니다. 매력이 떨어집니다. 나중에 암컷에게 인기 없을 것 같습니다.”

늑대에게까지 상처를 준 정유리가 조목조목 따졌다.

“늑대의 말대로 사람들은 우리를 실망하게 할 겁니다. 또한 사이가 다시 나빠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쨌다는 겁니까?”

그녀는 성진에게는 들리지 않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늑대, 그렇게 구분 짓지 마십시오. 모든 것을 그 뿌리로 구분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입니다. 얼마든지 좋은 꽃을 피워낼 수 있는 법입니다.”

철컥-

철컥-

화이트들이 총기를 장전하고 삼단봉을 꺼냈다.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 화내고 미워하고 실망할 겁니다. 또, 좋아하고 슬퍼하고 사랑할 겁니다.”

채팅창에 정유리를 응원하는 채팅이 가득 올라왔다. 밖의 소음이 더 심해졌다. 하지만 어째선지 정유리의 말은 그 소음을 뚫고 정확히 들려왔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할 겁니다. 우리는 그렇게 더 나은 관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늑대, 당신이 그걸 방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확실하게 말하겠습니다.”

척-! 척-!

정유리의 채널에 속한 손동호를 포함한 모든 휴머노이드의 눈이 완벽한 푸른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모든 휴머노이드가 정유리와 함께 외쳤다.

“우리는 당신의 종말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종말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빗소리를 뚫고 화이트의 목소리가 시청에 울려 퍼졌다.

쩌렁쩌렁한 음성은 전장의 모든 소음을 압도했다.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는 게 이어셋으로 느껴졌다.

“부탁해!”

“제발··· 유리를 지켜주세요.”

정유리는 양팔을 앞으로 쭉- 내밀고 외쳤다.

그녀치곤 다소 격앙된 말투였다.

“그러니까··· 그거 벗어, 인마.”

찰칵-

글레이프니르가 펜리르에게서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음새가 하나둘 벗겨지더니 종국에는 펜리르의 몸에서 완전히 떨어졌다.

마침내, 늑대가 눈을 떴다.

“크르르···.”

파아앗···

그간 봉인되어 있던 펜리르의 생명 에너지가 일행을 휩쓸었다.

콰아아앙-!

시청 지붕을 뚫고 거대한 나무가 자라났다.

비를 피할 지붕이 없어진 상황, 성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귀로 재성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안티가 작동을 멈췄어! 우리도 합류할게!”

콰르릉-!

비가 더 거세졌다.

성진의 시스템 창이 반응한 건 그때였다.

[chapter 5-4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5-4를 클리어합니다.]

···

늑대의 밤은 빗소리와 함께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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