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64화 (64/222)

# 64

64화

“큿······.”

성진이 궁니르를 부여잡고 버텼다.

쉘터가 몇 달은 너끈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이 안에 담겨있다. 거기에 성진의 사이오닉 펄스가 어우러졌다.

드드드드···

에너지 폭발의 중심부로 끌려가다시피 하는 것을 힘을 주어 버텼다. 주변을 흘겨보니 다른 사람들도 건물이나 차량을 부여잡고 버티고 있었다.

“으으윽···.”

“흐으으으으읍!”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우직··· 우지직···

건물의 삭은 잔해들이 인력의 발생지로 끌려들어 갔다.

잠시 후, 사거리가 폭풍이 지나가고 난 후의 상황처럼 곳곳이 무너지다시피 했지만, 모든 것을 끌어당기던 인력은 사라졌다.

“하아··· 하아··· 죽는 줄 알았네.”

“어떻게 됐어?”

“상황은?”

아직 혼란이 수습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음성이 뒤섞여 있었다. 정차현과 김석찬을 찾는 사람, 요르문간드가 어떻게 됐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 김정우만 애타게 찾는 사람까지.

‘요르문간드는?’

지금은 모든 일 중에 요르문간드의 생사가 가장 중요했다. 성진은 궁니르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당분간은 못 쓰겠네.’

궁니르는 포신이 흉하게 찌그러졌고 동력이 아예 전달되지 않았다.

차량에서 내려서서 저편에 축 늘어서 있는 요르문간드에게 다가갔다.

“키······.”

사람의 음성보다 더 작은 소리였다.

요르문간드는 반으로 갈라진 혀를 내밀고 쓰러져있었다.

“키이이······.”

노란 눈이 성진을 바라보고 있다.

제대로 앞을 보지 못하는 괴물이니 우연히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을 수도 있다.

‘쓰러트렸어···.’

요르문 간드의 몸은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머리와 연결된 몸체가 어느 순간 뚝 끊겨 있었고 그 밑으로는 전부 새까맣게 타 있었다.

반으로 나뉜 몸은 스스로 살기 위해 끊어낸 것으로 보였다.

“시이익······.”

요르문간드는 고른 숨을 내뱉지 못하고 입에서 끊임없이 죽은 피가 흘러나왔다.

성진은 이 괴물이 탈피를 시도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저 뒤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자경단원 한명이 읊조렸다.

“해, 해치웠···.”

“다! 해치웠다고! 이거 정신 나간 새끼 아니야?”

“아, 미안···. 나도 모르게.”

- 쟤 때문에 요르문간드 일어날 뻔했다.

- 솔직히 저 말 들으면 안 일어나고는 못 배기지

- 부활주문 누가 막아서 다행이다 ㅋㅋ

- 최고의 CPR ㅋㅋㅋ

성진이 뒤를 잠시 돌아보는데, 김정우의 시선이 이곳으로 향해있었다.

스윽···

쓰러진 뱀을 향했던 그의 고개가 성진이 서 있는 위치로 돌아갔다.

끄덕···

그토록 성진을 곤란하게 했던 지독한 방사능은 많이 줄어든 상태다. 이 정도 세기의 방사능이라면 성진도 남은 펄스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화르륵···

성진의 전신과 검이 불타올랐다.

검이 하늘로 치켜 올려지고, 검 끝으로 블레이즈 펄스가 치솟았다.

쉬이익-!

검이 아래로 휘둘러졌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불타는 검이 뭔가를 베었다.

서걱-!

요르문 간드의 머리가 몸과 분리되었다.

노란 눈은 빛을 잃었다.

휙-

철컥-!

성진이 납검했다.

시청자들이 간만에 나온 성진의 시그니처 동작에 환호했다. 채팅창에 욕설이 난무했다. 격한 표현이었지만 그들이 지금 느끼는 감정을 달리 표현할 수단이 없었다.

- 이 방 매니저 없냐?

- 싹둑이밖에 없음 ㅋㅋ

- 싹둑이 일 잘하네 다 쳐내는 중

- 칼춤이다! 엎드려!

- 이건 착한 욕인데ㅠㅠ

“단장님은? 단장님은 무사하셔?”

“누가 확인해 봐!”

자경단원들이 정차현을 찾기 시작했다. 건물의 잔해가 곳곳에 떨어져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는데, 건물과 딱 붙은 차량 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깄다.”

“단장님?”

“나 여깄어···.”

철그럭··· 철그럭···

자경단원들이 힘을 합쳐 차량 밑에 깔린 사람을 끄집어냈다. 군데군데가 볼품없이 찌그러져 있었지만, 정차현이 분명했다.

“어떻게··· 어떻게 살아남으신 겁니까?”

“그게 죽다 살아난 사람한테 할 말이냐?”

“아뇨, 평생 술자리 안주 걱정은 없으실 것 같아서요.”

정차현의 한쪽 팔이 덜렁거렸다.

부러진 듯 보였다.

“어? 그 팔은?”

“앵커로 버티다가 부러진 것 같다. 거주 구역에 의사 선생님이 있었나?”

“그야 있기야 있죠, F섹터랑 G섹터에도 있고. 근데 정형외과 선생님은 없을 텐데···.”

“그래? 너 저번에 깁스하지 않았냐?”

“그거 비뇨기과 선생님이 해준 건데요?”

“······됐다.”

김정우가 요르문간드를 지켜보고 있는데 근처로 누군가 걸어왔다.

철컥··· 철컥···

“아버지.”

“석찬이구나.”

“예. 성공··· 했나요?”

김정우가 질문에 답했다.

“그래··· 우리가 해냈다.”

“위험한 짓 해서 죄송해요. 다음부터 안 그럴게요.”

“됐다. 네 엄마랑 하는 행동이 똑같구나. 이제는 걱정 안 하련다.”

“예?”

“어차피 내가 말려도 듣지 않을 거지? ···네 엄마도 웃으면서 떠난 사람이야. 그러니 너도 무슨 일을 하든 후회 없이 살아라. 그거면 돼.”

“······예.”

김정우의 바이저에 다시 음성이 잡히기 시작했다.

궁니르가 쏘아진 여파로 음성 채널이 잠시 잡히지 않았었다.

치이익···

- ······님, 어떻게···.

- 단장님! 단장님은 무사하십니까?

“정차현 단장은 무사합니다.”

- 다행이다··· 다행이에요.

거주민 채널에서도 소리가 가득했다.

자경단 채널의 몇 배는 소란스러웠다.

- 박사님! 어떻게 됐어요? 우리 어떻게 되는 거예요?

- 자경단원들은 모르던데? 선생님! 우리 끝난 겁니까?

- 몬스터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동쪽에서 물러난 것 같은데, 상황이 어떻게 된 겁니까?

- 박사님!

- 김정우 박사님!

김정우가 관리자 권한으로 음성을 통제한 다음, 자경단 채널을 통해 전달했다.

“동쪽 통로를 경계하고 계신 분들은 잠시 자리를 지키시고, 나머지 분들은 거주민들을 통제해서 이곳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 알겠습니다!

-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성진은 여전히 요르문간드의 앞에 서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됐어.’

요르문간드의 잘린 목 근처에서 녹색의 물체가 떠올랐다. 성진이 그곳에 손을 가져다 댔다.

따끔한 감각이 들고, 손바닥을 펴보자 손바닥의 중심에 녹색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수르트 때와 동일한 현상이다.

이것으로 종말 거부 장치의 동력원은 확보했다.

조금 기다리자, 곳곳에 사람들이 들어차고 있었다.

어느새 사거리를 꽉꽉 메운 사람들.

김정우가 바이저를 통해 무슨 말을 하는 듯했다.

그 연설이 꽤 감동적인지 소란스러웠던 사람들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말을 마친 김정우가 성진을 바라보았다.

- ···태워주게.

“알겠습니다.”

성진이 요르문간드의 사체에 올랐다.

사체에 올라선 것만으로도 동산에 올라선 것처럼 보였다.

홀린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

성진은 블레이즈 펄스를 끌어올렸다.

화르륵···

성진이 요르문간드의 핵까지 흡수하자 거대한 뱀의 몸은 그저 고깃덩어리로 전락했다. 그러니 실리적인 관점에서 고깃덩어리를 태우는 이 과정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성진과 박사 모두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다.

대구의 거주민들에게 당장의 두려움보다 내일은 좀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줘야 했다.

그리고 이 과정은 그 마음을 위한 상징적인 과정일 것이다.

성진이 사체에서 내려와 사람들에게 걸어갔다.

그의 뒤로 대구의 종말이 타올라 재가 되고 있었다.

화르륵···

재는 입자가 되어 다시 성진에게로 돌아왔다.

[chapter 4-6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4-6을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

[보상으로 패시브 스킬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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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7. 바람개비]

「당신은 세계의 뱀 요르문간드를 쓰러트렸습니다. 그 결과로, 종말 거부 장치의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르문간드의 핵을 얻었습니다. 요르문간드의 핵을 이용해 종말 거부 장치를 가동해야 합니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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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의 완료와 동시에, 성진의 몸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사냥을 하기에 몸이 부적합함을 느낍니다.]

[더 훌륭한 사냥을 위해 몸이 적응합니다.]

······

****

‘왜확인안함’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빨리 창 열어서 우리한테 보여주면 유혈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 불-편!

- 정비하면서 확인하겠지.

- 적응한 건 그래도 봤잖아

- 올빼미가 그정도면 인심 썼지

- ㅇㅈ 솔직히 시스템창 아예 숨김 모드로 할까 봐 시청자들 노심초사 ㅋㅋ 전형적인 을의 마인드다

- 올빼미 방에는 노조가 없다···

‘저는후원처음인데요’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솔직히 이거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매번 시큰둥하게 봤는데 대구 편은 몰입이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대구 사람들처럼 늘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잘 봤습니다. 구독은 죄송합니다, 이번 달 카드 값이···]

- 장문복

- 장-문!

- 네 녀석은 1000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사악한 짓을 저질렀다

- 일기는 일기장에 ㅠㅠ

- 이게 너의 처음이자 마지막 후원이었으면 좋겠다

“연구단지 쪽으로 가야 해.”

“종말 거부 장치가 그곳에 있군요.”

“그래.”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요르문간드가 종말 거부 장치를 가만히 내버려둔 이유가 뭐죠?”

“있는 지도 몰랐을 걸? 있는 지도 모르는 장치를 어떻게 하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잠깐··· 나도 가겠네.”

김정우가 슈트를 챙겨 입고 성진에게 따라붙었다. 쉘터는 지금 가동이 중단된 플랜트 때문에 회의에 들어가 있었다.

“회의는 참여하지 않으셔도 됩니까?”

“이제 내가 없어도 다들 열성적으로 참여할 거야. 그리고 들뜬 분위기라 딱히 부정적으로 진행되지도 않을 거고. 왜, 내가 같이 가는 게 싫은가?”

“아뇨, 따라나서시는 이유가 제가 짐작하는 그 이윤가 해서요.”

김정우가 바이저 너머로 성진을 흘겨보았다.

“하아··· 그래 맞아. 어떻게 알았지?”

성진이 턱짓으로 김정우가 매고 있는 길쭉한 가방을 가리켰다.

“그 가방 때문입니다.”

“그래. 티가 났나 보군. 아무튼, 지금 가자고.”

사람들이 김정우가 밖으로 나서려는 모습을 보고 위험하다고 만류하려 했지만, 옆에 성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관뒀다.

“다녀오세요.”

“박사님, 올 때 메로나!”

“올빼미 형이랑 같이 가는 거 보니 금방 오시겠네.”

일전에 김정우가 슈트를 입으러 갈 때 마주친 학생들이었다.

“녀석들···.”

“엄마가 박사님 보면 가만 안 두겠다고 하시던데··· 조심하세요.”

“설마··· 아니, 그럴 만도 하지.”

김정우와 성진은 북쪽을 향해 올라갔다.

일전에 요르문간드가 대구의 지상을 지배하다시피 했을 때와는 달리, 곳곳에 몬스터가 돌아다녔다.

“끼이이익···.”

하지만, 성진의 위압에 놀라 근처로 다가오는 몬스터는 없었다. 둘은 담담하게 걸음을 옮겨 몇 시간도 안 되어 연구단지에 도착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둘은 연구소장실로 향했다. 일전에 왔을 때는 몬스터가 가득했는데, 지금은 플레이터스가 없는 건지 몬스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몬스터가 몇 번 눈에 띄긴 했지만, 모두 성진에게서 달아나려 했다.

성진과 김정우는 곧장 금고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둘은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는 정호원의 시체를 보았다.

김정우가 몸을 떨면서 가방을 펼쳤다.

시체를 옮겨 담는 바디 백이었다.

그는 바디 백에 정호원의 시체를 옮기려 했다.

“도와··· 도와주게.”

“···알겠습니다.”

슈트의 근력 보조가 있으니 시체를 혼자 옮기는 게 힘에 부친 건 아닐 것이다. 그저 친구의 시체가 무겁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바디백에 부패한 정호원의 시체가 담겼다.

성진이 바디백을 들쳐메려 하자 김정우가 정중히 사양했다.

“···내가 들어야 해. 가자고, 종말 거부장치를 가동해야 하잖아?”

“예.”

김정우는 종말 거부 장치가 있는 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연구 본부 건물의 지하로 내려가면서 김정우가 얘기했다.

“이곳 말고도 종말 거부 장치로 이어지는 지하는 여러 곳이 있어. 자, 이쪽으로 오게.”

지하는 깊숙했다. 전력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했지만 둘 다 어렵지 않게 최하층까지 내려왔다.

삑-

삑- 삑- 삑-

- 승인되었습니다.

푸취이이이이···

넘버 락이 달린 문을 통과한 김정우와 성진은 종말 거부 장치를 바라보았다.

‘호스? 아니···.’

다리가 여러 개인 거대한 문어를 보는 것 같았다.

다리는 길게 뻗어 모두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종말 거부 장치, 바람개비. 죽이는 네이밍 센스지?”

“궁니르를 욕할 게 아니군요.”

“내가 지은 거 아니네. 호원이가 지었어. 취향 차이지, 뭐. 그래도 옥토퍼스나 크라켄이라고 짓지 않은 게 어딘가? 그래, 준비됐나?”

“···예.”

성진이 바람개비에 다가갔다.

김정우는 그 모습을 멀찍이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개비에 다가가자, 손바닥이 욱신거렸다.

성진은 손바닥을 내밀어 바람개비에 향하게 했다.

초록빛의 요르문간드의 핵이 손바닥에서 천천히 빠져나와 바람개비로 빨려 들어갔다.

후우우우우웅···

바람개비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 동력확보 확인. 바람개비를 작동하시겠습니까?

“그래.”

- 작동 의사 확인. 종말 거부 프로토콜 준비 중···

- 준비 완료. 프로토콜을 시동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시동어를 말씀해주십시오.

바람개비에 적혀있는 문구.

부산의 용광로에 적혀있는 문구와 동일했다.

성진은 그 문구를 담담하게 내뱉었다.

“나는 종말을 거부한다.”

- 시동어 확인되었습니다. 천장을 개방합니다.

기이이이이잉···

철컹-

천장이 큰 소리와 함께 개방되기 시작했다.

뿌연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개비가 가동했다.

기긱-

휘오오오오오오오오-

- 종말 거부 프로토콜 ‘숨’ 시동

성진은 뒤로 돌아 김정우를 쳐다보았다.

김정우는 성진을 보고 있지 않았다, 바람개비를 보고 있었다.

바람개비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 반경 5km 내의 방사능 오염 확인. 정화 시작.

- 방사능 제거 미생물 동면 해제.

- 지질 질산융화 시도.

- 동전기 제염 가동.

- 대기 중 방사능 여과 실시.

···

- 생명체 정상 거주 가능 영역 설정, 지속적 확장 예정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바람개비에서 삐- 소리가 들려왔다.

삐-

- 현시간부로 반경 5km 내 생명체 정상 거주 가능.

- 등록되지 않은 코드 넘버 슈트 확인. 등록을 시작합니다··· 등록 완료.

- 에너지 절감을 위해 반경 내 슈트의 방염 기능을 중단합니다.

김정우의 바이저가 자동으로 벗겨졌다.

치익-

성진은 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바이저에 감춰졌던 김정우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얼굴은 잔뜩 찌그러진 채로 눈물과 콧물 범벅이었다.

“흑··· 으흑, 허어어······.”

성진은 그가 울도록 내버려 두었다.

줄곧 무거운 일을 짊어져 왔기에 그도 힘들었을 것이라 짐작하며.

“호원아··· 우리가 해냈다···.”

정호원의 시체를 짊어진 김정우가 허물어져 땅을 짚었다.

“하아··· 하아······.”

김정우는 정호원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켰다.

생존은 마침내 삶으로 나아갔다.

대구는 그동안 참았던 첫 번째 숨을 토해냈다.

[chapter 4-7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4-7을 클리어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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