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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는 종말에 적응했다-61화 (61/222)

# 61

61화

‘상남자식 선택법’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빠꾸 없다. 그냥 잡는다.]

- 와 이걸 들어가네;

- 개 오반데? 저걸 어케 잡아 ㅋㅋ

- 섹-시 카리스마!

‘본인 방금 올빼미 되는 상상함ㅋㅋ’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발톱을 숨긴 나, 안양의 최종수! 요르문간드 정도는 쉽게 조질 수 있지!]

- 하지만 언제나 조져지는 건 종수였고···

- 어림도 없지! ㅋㅋ 바로 내성 발톱!

- 내성 발톱 ㅋㅋ 당장 병원 가서 뽑아라

‘잡을 방법 없자너?’님이 3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닌가? 있나? 아닌가? 없나? 칵!]

- 대놓고 맞아주지 않는 이상은 사실···

- 궁니르 없으면 사실···

- 측우기는 장영실···

- 방실이는 방실방실···

- 아씨 나도 하고 싶은데 안 떠올라

성진은 접근하면서 전투의 양상이 어떻게 될지 머릿속에 상상했다. 요르문간드의 정보가 부족한 성진이었지만 상대의 크기와 형태 등으로 최소한의 예측 정도는 할 수 있었다.

큰 덩치, 고층 건물을 부수는 괴력.

아무 건물이나 타고 넘으면 건물이 무너지는 틈에 당할 수 있다.

“키야아아아아아아아!”

끔찍한 소리다.

성진은 어느새 거대한 뱀의 아가리가 선명하게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에 도달했다.

이 순간, 성진의 타오르는 눈은 거대한 뱀의 눈과 마주했다.

“키야아아······!”

펑!

그는 빌딩으로 올라서며 격발했다.

탄환은 뱀의 아가리로 치달았고, 곧 터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키야아아!”

고폭 유탄의 화염을 머금은 요르문간드.

부웅- 부웅-

요르문간드가 그 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타격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별로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지가 않다.

치이이···

요르문간드가 코에서 검은 연기를 거세게 뿜어냈다.

세로로 길게 찢어진 눈이 성진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대구의 종말은 유탄을 집어삼켜도 코로 연기를 뿜어낼 뿐, 쓰러지지 않았다.

치이이···

-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아, 내 몰입··· 어떤 새끼냐?

- 종수에요. 아직 뚜껑 열지 마세요, 뜸 들여야 함

- 종수 아직 안 갔냐?

- 요르문간드 맷집 실화냐; 개 터프하네

- ㄹㅇ 걍 고추냉이 많이 넣은 초밥 먹은 얼굴이다

성진은 딱히 아쉬워하는 기색 없이 건물 위로 내려섰다. 어차피 효과가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대구의 인간들을 지하로 내몬 괴물이 유탄 따위에 쓰러지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후우···.”

성진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이제야 떨림이 멎었다.

시청자들의 눈에는 인간이 용에게 대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성진을 믿었다. 그가 여태 보여준 모습들, 기적 같은 순간들과 쓰러트렸던 강적까지, 언제나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 가라, 충남의 아들

- 가라, 수도권의 아들

- 가라, 위성도시의 딸

- 올빼미 자웅동체였냐?

화르륵···

퍼어어어엉!

성진의 총이 불을 뿜으며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펄스 탄환에 비늘이 그을려 떨어져 나갔다. 성진이 건물을 덮쳐오는 요르문간드의 아가리를 피해 옆 건물로 뛰어올랐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성진이 있던 건물의 상층부가 무너져내렸다.

“키야아아아아아아아!”

전투는 지금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철컥-!

****

쉘터의 상황이 좋지 않다.

몬스터의 총공격이 시작됐다.

“박사님!”

“단장님, 서쪽은 어떻게 됐습니까?”

“서쪽은 아직 괜찮습니다! 저번에 통로를 폐쇄한 덕분에 수비 범위가 넓지 않습니다!”

“그럼···.”

“예, 나머지는 다 문제입니다. 너무 많아요.”

“일단 지킬 수 있는 것부터 지켜야 합니다.”

김정우가 대회의실에서 상황을 전해 듣자마자 정차현에게 몬스터 습격의 대응을 맡기고 통제실로 향했다. 거주 구역에 송출하는 영상을 대회의장의 영상에서 4방위 통로의 영상으로 바꿨다.

거주민들에게도 쉘터의 상황을 알게 하려는 행동이다. 상황이 위급하기에 김정우도 서둘러 병기고로 향하려 했다.

“저······.”

“아, C섹터의···.”

“예, 친구들이랑 같이 왔어요. 박사님.”

“······.”

“저희한테도 기회를 주세요. ···싸울 기회를요.”

“지하에서 파묻혀 죽기는 싫어요, 박사님···.”

김정우에게 매번 물을 뿌려대는 거주민이 몇 있다. 그들을 이해한다. 자신도 석찬이 나서려 했을 때 언성을 높여가며 만류했으니까. 지금도 석찬이 위험한 행동을 하려고 하면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김정우가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들에게 말했다.

“내가 기회를 주는 게 아니야. 이건 위험한 일이고, 죽을 수도 있어. 그래도 갈 거냐?”

“죽는 게 최악은 아니에요!. 최악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다 잃는 거예요!”

“아직, 아직 할 수 있는 거죠?”

“······다음엔 뺨 정도는 얻어 맞겠구나.”

김정우가 손짓했다.

“가자! 이쪽이다.”

김정우가 헉헉거리며 뒤처졌다.

“헉··· 헉···.”

“박사님! 빨리요!”

“저기에요?”

“그래, 가자. 저기다.”

김정우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병기고로 향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앞질러 자경단의 안내를 받아 뛰어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헉··· 헉···.”

김정우의 눈에 조금 눈물이 고였다.

그가 쉘터의 곳곳을 방문할 때마다 망설이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큰 결심을 해주었다.

“박사님! 먼저 갑니다!”

“가, 같이··· 헉···.”

담배도 안 태우는데 체력이 바닥이었다.

김정우가 필사적으로 뛰었다.

“허······.”

이이이이잉···

철컥- 철컥-

검은 슈트를 입은 병사들이 제법 모여있었다. 자경단원들 말고도 많은 사람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헉··· 헉··· 감사합니다!”

“박사님, 죄송합니다. ···죄송했습니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헉··· 감사합니다!”

“선생! 미안합니다! 그간 미안했습니다!”

서로 감사하다는 말과 죄송하다는 말이 교차하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숨 가쁘게 뛰어온 탓일까.

들이마신 숨 때문에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오른 김정우는 물기 있는 목소리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들 대회의장 영상을 보고 달려온 것 같다.

위급한 상황에 다행인 일이다.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박사님!”

“아, 부탁합니다.”

자경단원 한 명이 인사했다.

몇몇이 남아 슈트를 입는 방법을 거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구형 슈트였다면 확실히 이정도 인원으로 전부를 가르치는 건 택도 없는 일이었겠지만, 신형 슈트는 착용하는 게 간편했다.

김정우가 슈트 하나를 골라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검은 슈트의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삐익-

차라락···

철컥-

철컥- 철컥-

슈트는 그 상태로 앞면을 개방해 사람이 쏙 들어갈 홈을 드러냈다.

김정우 박사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 슈트를 착용합니다. 잠시 움직임을 멈춰주세요.

기계음이 슈트의 내부에서 들려왔다.

눈을 감고, 가만히 멈췄다.

끼이잉-

철컥- 철컥-

차라라락-

손가락 끝까지 슈트의 착용이 완료되었다.

- SA-00189 작동

- 음성 채널 설정 중···

“음성 채널 자경단.”

- 자경단 검색 중···

- 확인, 연결합니다.

치이이익···

- 박사님! 박사님은 아직이야?

“단장님, 병기고 도착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 남쪽 전선이 무너졌습니다. 채 막아보기도 전에 밀고 들어와서 폐쇄하고 그대로 쉘터 격문 너머를 무너트렸습니다!

- 섹터 C-C, C-D, C-F 폐쇄

“이런··· 알겠습니다. 단장님, 지금 어딥니까?”

남쪽 출입구가 궤멸당했다.

이제 남쪽은 수비할 필요가 없겠지만, 사람이 남쪽으로 올라갈 수도 없다. 세상과 이어진 끈이 하나 끊어진 기분이다.

단장과 상황에 대한 대처를 짤막한 대화를 나눠 조율했다. 이제 몸을 움직여야 했다. 소총을 하나 집어 들고 배터리를 넉넉히 챙겼다.

- 자동 소총 C-28 페어링···

- 근력 보조 기능 작동합니다.

뛰는 것도 힘들던 중년의 몸.

하지만, 슈트를 입자 활력이 넘쳐났다.

김정우가 거주 구역까지 내달렸다.

“단장님! 상황이 어떻습니까?”

- ······서쪽 출입구 폐쇄했습니다.

“버틸 만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 예상보다 수가 배는 많습니다, 끝도 없이 밀어닥치는데, 손쓸 틈도 없이 당했습니다. 이제 북쪽하고 동쪽 출입구만 간신히 살아있습니다.

- 섹터 B-A, B-B 폐쇄

“빌어먹을!”

검은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북쪽과 동쪽으로 뛰어갔다.

콰아아아앙!

‘뭐지?’

사람들도 진동과 폭음을 느꼈는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뭐야! 뭐, 뭐냐고!”

“밖에서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 그놈 아니야?”

김정우는 중앙에 송출되고 있는 화면을 바라봤다.

분할된 화면의 반 정도가 시커먼 상황이었다.

서쪽과 남쪽이 무너졌기 때문에 그런 듯했다.

‘요르문간드라고?’

요르문간드가 아니면 이만한 진동을 만들어낼 수 없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요르문간드가 쉘터의 위치를 알아내기만 하면 이곳은 곧장 무너질 것이다.

‘그런데··· 왜 쉘터로 오지 않는 거지?’

요르문간드는 쉘터로 곧장 오지 않았다.

그게 마음에 걸렸다.

‘설마?’

“단장님, 올빼미가 어디로 지원을 나갔습니까?”

- 동쪽입니다. 잠시만요.

정차현이 음성 채널로 올빼미의 소재를 물었다.

- 뭐? 동쪽으로 나가서 소식이 없다고? 박사님! 들으셨습니까?

“예··· 그럼 이 소음은···.”

김정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혼자서 요르문간드를 상대하고 있는 것인가?

사람이 가능한 일일까?

아니,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단장님!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북쪽 출입구 상황이 어떻습니까?”

- 밀리고 있습니다! 아마 여기도 곧···

“북쪽은 포기하죠. 지금 차량 다 동쪽으로 치고 나가야 합니다! 차량 올리면서 병력으로 동쪽만큼은 밀어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아무것도 못 해보고 죽는다.

그렇게 발버둥 쳤는데,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죽을 수는 없었다.

- ···알겠습니다! 북쪽 무너트리고 빠져! 동쪽 우체국 방향으로 한 번에 치고 올라간다! 차량부터 동원해!

- 섹터 A-C, A-D, A-E 폐쇄

혼란은 극심해졌고, 사람들은 우왕좌왕했다.

이들은 아직도 선택을 내리지 못했다.

‘방법이 없어···.’

쉘터가 이런 상황에 빠졌는데도 선택을 망설이는 자들이 있다. 이제 더 이상 기다려줄 시간이 없는데도.

김정우가 소총을 장전했다.

기이이이이잉···

철컥-

투두두!

사이렌은 진작에 꺼졌고, 사람들의 말소리와 고함만 가득했던 거주 구역.

그곳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이 하늘로 쏜 소총 격발음에 놀라 다 김정우를 쳐다보았다.

“뭐, 뭐야!”

“왜 총을···.”

김정우가 음성 채널을 거주 구역의 방송장치로 옮겼다.

치이익···

“거주민 여러분. 김정우입니다.”

“당신이 쏜 거야?”

“쉘터는! 쉘터는 지금 어떻게 되는 건가요?”

김정우가 시끄럽게 묻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다시 한번 총을 하늘로 격발했다.

투두두!

“겁주는 거야?”

“조용히 좀 해요! 얘기 좀 듣게!”

다행히 김정우가 뭔가 말하려 하는 걸 눈치채고 시끄러운 사람들이 서로를 제지해 침묵하게 했다.

“여러분, 이제 동쪽 출입구만 남았습니다.”

“뭐? 그, 그럼···.”

“아직도 상황은 최악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동쪽 출입구도 밀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럼, 동쪽 출입구도 폐쇄하면 되잖아!”

“맞아요! 그, 그럼. 아니, 잠깐···.”

김정우는 이제야 상황을 눈치챈 시민들이 있음을 확인하고 말을 이었다.

“동쪽 출입구를 폐쇄하면 이제 우리는 영원히 지하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더군다나 플랜트 피해도 아직 정확히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이미 지옥 같은 상황이 예정된 겁니다.”

“하지만 살려면···.”

“그렇게라도 살아갈 순 있겠죠. 하지만··· 저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두더지나, 개미처럼 땅을 파먹고 살아가는 생물이 아닌, 사람이요.”

김정우의 말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거주민 여러분들 중에 지금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아, 우리는···!”

“인간은 누구나 평범합니다. 특별한 인간은 없어요. 특별한 일을 해내는 평범한 인간이 있을 뿐입니다.”

“······.”

“저는 싸울 겁니다. 동쪽으로 병력이 빠져나가면 쉘터에 남으실 분들은 동쪽 통로를 폐쇄하세요.”

김정우는 훽 돌아서서 병력과 합류하기 위해 나아갔다. 남은 거주민이 다들 입을 다문 채 눈치를 살폈다. 이들은 지금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다. 밖은 전쟁터고, 나가는 순간부터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어, 어쩔 거예요. 다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김정우의 말이 계속 걸렸다.

현실을 외면하고 지하의 삶에 안주했다.

“키이이에에에!”

거주 구역의 방송장치에 동쪽 통로의 영상이 비췄다. 구름 같이 많은 몬스터들이 길을 틀어막고 있었다.

소총을 쏘아대던 사람의 가슴팍이 쪼개졌다.

“끄아아악!”

그 장면을 본 몇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 장면이 몇 번이고 계속됐다.

하지만, 영상 속의 사람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씨발, 진짜!”

젊은 여성이 일어났다.

“진짜, 진짜, 진짜··· 개 같아서···.”

여성은 어딘가로 뛰어갔다.

중년 남성도 벌떡 일어나 그녀를 따라 뛰어갔다.

“왜, 왜 다들···.”

한두 사람이 일어나 어딘가로 달려나가자 우르르 일어나는 사람들.

“개미라고?”

“나는 사람이야! 사람이라고!”

거주 구역의 인원이 우수수 빠져나갔다. 병기고로 달려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지금,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더 큰 게 자리 잡았다.

너무 늦은 선택이 아니기를.

아직, 아직 기회가 있기를.

앉아서 자리를 지키던 중년 여성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진수야! 진수 어딨어!”

“진수 엄마! 진수도 없어요?”

“어디 갔지? 근데··· 채진이도?”

“······설마.”

“이런 썅노무 새끼를!”

“같이 가요!”

김정우에게 물벼락을 뿌려대던 여성들이다.

그녀들도 병기고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노인과 아이들은 남았다.

그들은 슈트를 입어도 큰 전력이 되기는 힘들다.

이제 거주 구역에 두 종류의 시선이 남았다.

무기력한 노인의 눈,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눈.

두 시선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나, 난··· 나는···.”

거주 구역엔 한 종류의 시선이 더 남아있었다.

싸우지 않는 이들.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로의 눈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개미다.

개미굴에 사는 개미가 맞은 편 개미의 동공에 살고 있었다.

“아니야! 난··· 난··· 사람이야!”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던 남자가 병기고로 향한 사람들을 뒤쫓았다.

병기고에 도착한 남자는 숨을 헐떡거렸다.

병기고의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슈트가 가득했던 자리가 비어있어서 그런 건지 남자는 가장자리까지 걸어가야 했다.

철컥-

철컥-

아까부터 계속해서 기계음이 들렸다.

검은 갑옷은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남자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검은 슈트를 바라보았다.

바이저에 남자의 얼굴이 비쳤다.

다행히, 그 모습은 개미가 아니었다.

검은 갑옷이 남자를 집어삼켰다.

철컥-

철컥-

- SA-21386 작동

철그럭··· 철그럭···

남자는 앞서 나선 사람들을 뒤쫓아 급히 달려나갔고, 병기고엔 적막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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