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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150화 (150/264)

참 고집쟁이 왕족이라고, 루네는 과자을 뽀삭이며 웃었다.?150회

연휴를 앞두고150.

와이즈는 어젯밤 돌아왔다.

이번에는 와이즈도 좀 지쳤는지, 날아오자마자 발차기는 없었다.

두 번의 왕복 덕인지 지친 기색으로 창문을 콩콩. 에우드는 서둘러 와이즈를 받아 특식을 먹였다.

와이즈가 받아온 답장에는, 포에닉스 저택 쪽에서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

더욱이, 연휴 기간에 돌아오면 파라노이아 사태에 대해 깊게 얘기하자는 것이 적혀 있었다.

일단 당분간의 대응은, 계속해서 에우드에게 맡긴다고.

또 편지에 따르면, 가레스는 파라노이아 사태 이외에도 전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현재- 에우드는 프란시느와 함께 신학 강의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신학은 삼남매 중에서도 에우드만이 듣는 과목.

포에닉스 파벌 전체를 통틀면, 프란시느까지하여 딱 둘만 듣는 과목이었다.

애초에 아카데미에 개설된 과목은 많다지만.

그래도 신학은 특유의 복잡성과 난이도로 인해, 상당히 꺼려지는 과목으로 여겨진다.

참고로 3년간 에우드는 조안에게 따로 신학의 이론을 배웠다.

역시 포에닉스 사용인 총괄자 조안.

마법 이외의 학문이라면, 만능 슈퍼 레이디다.

“전 처음에 에우드님이 신학을 시험 치신다는 이야기에 놀랐는데 말이죠.”

“저도 처음엔 되도록 피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결국 이렇게 됐네요.”

에우드는 입학시험에서 신학 쪽도 합격하긴 했다만.(애초에 다섯 과목 모두 합격해야, 아카데미에 입학이 가능하고.)

어디까지나 커트라인보다도 조금 높은 점수였다.

솔직히 에우드는 지금 생각해도 위험했다 싶었다.

삐끗했다간 정말로 불합격 판정이 날 뻔했으니 말이다.

반대로 프란시느는 신학에 꽤 일가견이 있다.

아까 강의 때도, 에우드는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술술 이해하고 정리하기까지 했고.

덕분에 에우드는 프란시느에게, 신학 강의 중 도움을 많이 받고 있었다.

프란시느의 가문 ‘린드가드’는, 이전부터 신학의 탐구를 추구하던 가문이었다.

린드가드는 포에닉스나 토르랑처럼 무가는 아니지만, 검과 신학- 이 둘을 적절이 아울러 ‘심신단련’이라는 걸 방향성으로 잡고 있다나.

“그런데 프란시느.”

“네, 에우드님?”

지금은 검을 들고 있지 않은 덕일까.

프란시느는 평소처럼 목소리로 고개를 돌렸다.

“너무 딱 붙어서 걷지는 않으셔도...... 저, 저 넘어지거나 하진 않으니까요?”

“아, 죄, 죄송해요오오.......”

프란시느는 마치 누님들이나 플로라처럼, 에우드에게 찰싹 붙어서 걷고 있었다.

프란시느는 부끄러워하며, 에우드에게 거리를 벌렸다.

다만 그래도 평소보다도 살짝 가깝다.

에우드야 하도 두 누나나 플로라가 붙어 다닌 적이 많으니, 걷는 데엔 크게 문제없지만.

이래서야 프란시느가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프란시느. 무슨 일 있나요?”

“저, 그게.......”

프란시느는 귀엽게 쓴 머리띠를 꼭꼭 만지며 말했다.

“셀레나님이, 저번에 부탁하셔서.......”

“셀레나 누나가?”

“자기들이 없을 때, 에우드님이랑 같이 다니면 꼭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셨거든요.......”

프란시느는 에우드에게 황송하다는 듯이 말했다.

들어보니, 저번 주말 파벌 아지트에서 여가를 보낼 때.

둘이서 검술 대련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듯하다.

에우드는 참 셀레나의 부탁답다 싶었다. 과보호라는 생각도 당연히 들지만. 사건이 있던 걸 생각하면, 또 한편 이해는 되긴 한다만.

“셀레나 누나 말에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저도 제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으니까요.”

“물, 물론 에우드님이 훨씬 역량이 뛰어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안개 사건도 있고.......! 이변이 있으면 제가 포착할게요!”

프란시느는 파닥파닥 팔을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최근 에우드님은 더...... 피곤한 표정이시기도 해서.”

“.......”

아무래도, 프란시느도 두 누나와 마찬가지로 에우드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저기, 에우드님.”

“네?”

프란시느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언제든지, 말씀해주셔도 괜찮으니까요. 저도, 드로와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혹시, 에우드가 저번 사건에서 아직 감추고 있는 게 있음을 알아챈 건지.

굳은 결심을 하듯. 그래도 또 에우드에겐 부담을 안 주려는 듯. 프란시느는 최대한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것을 말했다.

“.......네, 꼭.”

그런 프란시느의 마음 씀씀이가 에우드는 정말 고마웠다.

물론 아직은 그 사건의 전말을 전부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감사를 담아, 에우드는 이 착하고 소심한(물론 조금 격하지만) 소녀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괜히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프란시느.”

“아으으, 아녜요, 에우드님.......!”

에우드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자, 프란시느도 깜짝 놀라 함께 고개를 숙인다.

다만 둘 다 심성이 착한 아이여서 그런지, 좀처럼 꾸벅꾸벅이 끝나지 않는다.

그 이상으로 포에닉스 파벌의 리더와 멤버가 서로 복도에서 고개를 숙이는 건, 역시 시선을 많이 모은다.

둘 다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재빨리 가던 걸음을 옮겼다.

이어서 복도를 걷던 중, 두 사람은 한 게시판을 봤다.

거기에 게재되어있는 건 신문부의 여러 소식지.

그중에서도 에우드와 프란시느의 눈이 향한 건, 바로 어제 오후에 벌어진 파벌 대전의 소식지였다.

‘10대 귀족 그리피너 파벌’과 ‘대상회 겔로드 파벌’의 대전.

포에닉스와 검은 사자의 대전 전부터 결정되었던 대전이다.

그리고 대전의 결과는- 그리피너 파벌의 압승이었다.

그리피너의 리더는 악시우스 레볼트 그리피너.

에우드도 저번에 파벌 신청서를 낼 때, 학생회실에서 만나 약간의 안면은 있었다.

“엄청났죠.......”

프란시느는 파벌 대전을 본 걸 떠올리며 말했다.

포에닉스는 어제 혹시나 모를 파라노이아의 단서를 찾는 일환으로 대전을 관람하러 갔었다.

그리고 대전이 시작되자마자 일어난 건, 바로 ‘저격’이라 해야 했을까.

파벌 대전의 규칙은 5대5 깃발전.

각 파벌의 선발 멤버 중 한 명에게, 마력으로 ‘보이지 않는 깃발’을 새기고. 그 깃발을 가진 멤버가 기절했을 때, 승부가 결정되는 대전규칙이었다.

원래라면 양측 모두 누가 깃발을 가진지 모르니까.

모든 멤버가 최대한 탈락을 피하려는 특이한 진행이 이어졌겠지.

그런데 악시우스는 그 시합을 사실상 홀로 끝내버렸다.

레니안느처럼 직접 격투를 벌인 것은 아니었다.

트루스처럼 특이한 능력으로 제압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활을 쏘아서였다.

마치 그 한 발 한 발이, 정밀하고도 강력한 포격인 것처럼.

장애물과 변수로 가득한 필드 끝에서, 겔로드 파벌을 향해 화살을 쏘아 차례차례 기절시킨 것이다.

닿지도 않을 거리에서. 보이지도 않을 거리에서 그것을 쏘았다.

에우드는 앞선 3년간, 엘리리를 비롯하여 ‘레인저’ 계열의 A급 이상 헌터들을 자주 봐왔다.

그럼에도 악시우스의 저격은, 이전까지 봐왔던 것과는 상당히 궤를 달리하는 능력이었다.

악시우스의 아버지이자 그리피너 가문의 수장- 황금의 기사 ‘솔렌 레볼트 그리피너’ 또한 저격의 명수라고.

그 실력은 유그라시아의 역사에서도 손꼽힐 정도라고 한다.

저번 칼투스와의 대전에서부터 그렇고.

에우드는 정말로 아직 배울 것이 많음을 느꼈다.

어쨌든 이것으로 이번 해 초반 파벌 대전의 결과가 모두 나왔다.

메트리. 그리피너. 그리고 포에닉스.

이 10대 귀족의 이름을 가진 파벌 셋이 승리를 차지함으로, 대형 파벌의 위상은 확실히 각인되었으리라.

‘뭐, 누나들의 최초 의도와는 완전히 어긋났지만......’

이렇게 된 거, 받아들일 일은 받아들여야겠지.

이후 에우드와 프란시느가, 신학 강의실이 있던 학관에서 나올 때였다.

“......에우드님.”

프란시느의 목소리가 갑작스레 살짝 낮아졌다.

에우드 또한 왜 프란시느가 불러세웠는지를 이해했다.

어디선가 한쪽에 느껴지는 시선.

그 시선의 종류는 총 셋.

에우드는 방금전 함부로 싸움이 걸릴 일은 없다- 라고 생각한 것이 조금 섣불렀다 싶었다.

그리고 곧- 시선을 보내던 그림자 중 둘이 동시에 움직였다.

“에우드님, 제 뒤로 물러나 주세요-!”

프란시느는 재빨리 가방에 넣어뒀던 짧은 목검을 꺼냈다.

그리곤 달려드는 두 그림자를 향해 단숨에 휘두르려 했다.

다만-

“......어? 프란시느, 잠깐만요!”

“유효, 타-!!”

“와악! 놀랐죠, 에우드군- 으응?! 유효타라니?!”

“어라, 우리 딱히 싸울 생각은 없- 에잇!”

콰아아아앙!

카가가가가각!

두 그림자에게 들려온 당혹스러운 목소리.

그러나 단숨에 프란시느의 목검과 두 그림자의 ‘발톱’이 충돌했다.

그리곤 두 그림자는, 재빨리 프란시느에게서 떨어져 거리를 벌렸다.

꼬리를 바짝 위로 올리고, 발톱을 드러내며.

본능적으로 그르르르 소리를 낸다.

에우드는 그 두 소녀의 모습에 이마를 살짝 짚었다.

어쩐지 적의가 딱히 느껴지지 않아서, 보고 있던 걸 바로 눈치채지 못했는데.

두 소녀의 표정을 보곤, 처음부터 뭔가 저쪽의 의도가 잘못 전달됐음을 깨닫는다.

“왜 그렇게 기세 좋게 나온 거예요, 둘 다!?”

에우드는 방금 튀어나온 푸른 늑대 소녀들- 메루니 & 아루니에게 말했다.

메루니와 아루니는, 각자 머리와 꼬리를 붕붕 가로저으며 억울함을 표했다

“우린 그냥 에우드군을 살짝 놀래키려고 했던 건데! 그렇지, 아루니?”

“‘와악! 에우드, 놀랐지?!’하는 느낌으로 나온 거였어요! 근데 저 여자애가 엄청 빨리 반응해서.......! 대단했지, 메루니!?”

“에, 에엑......?”

푸른 늑대 파벌의 메루니 & 아루니가, 곧 서로 꺅꺅거리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놀란 기색이 빠지더니, 어느새 꼬리를 붕붕붕 흔든다.

프란시느가 고속으로 반응한 것에 매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역시 호전적인 것으로 유명한 푸른 늑대다.

선천적으로 싸움을 좋아한다.

유효타를 소리치려던 프란시느는, 어리둥절하여 고개를 갸웃했다.

두 소녀의 발톱과 충돌하던 목검을, 여전히 휘둘러야 할지 말지 혼란스러워 보였다.

“죄송해요, 프란시느....... 푸른 늑대의 지인들이에요.”

“아..... 아앗!”

프란시느는 그제야, 에우드가 이전에 푸른 늑대와 엮였던 걸 떠올린 모양이다.

게다가 저번에 키루미나도 봤으니 말이다.

프란시느는 겨우 목검을 거뒀다. 그리곤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저, 전 당연히 싸움이 걸린 줄 알고.......!”

한 손으론 빨개진 얼굴을 폭.

한 손으론 목검을 든 채로 휭휭.

메루니와 아루니는 순간 일어난 전투에 신이 났는지, 꼬리를 붕붕붕.

하마터면 큰 전투가 일어날 뻔했는데.

막상 이런 소녀들의 모습만 떼놓고 보면, 참으로 발랄한 장면이다.

그리고 에우드는, 마지막 남은 시선 하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기, 키루미나?”

“죄송합니다....... 저희 애들이 죄송합니다.......”

키루미나는 방금 메루&아루가 나온 수풀 쪽 나무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귀는 폭 접혀있고, 꼬리는 축 처져 있다.

아까부터 신이 난 쌍둥이들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물론 쌍둥이도, 키루미나의 표정을 보곤 “헉!” “헤흑!”하고 놀라, 꼬리 흔들기를 멈췄다만.

“아, 아니! 아가씨가 에우드군한테 말 거는 걸 계속 못 하니-꾸읍!”

“그냥 가까이 가서 안부 물으면 될 걸, 너무 뜸 들이니까, 저희가 직저-오옵!”

“메루, 아루!? 나, 난 그 정도까지 도와달라고 안 했어......!”

나무 뒤에 숨어 있던 키루미나는, 재빨리 나와 메루&아루의 입을 쏙 막았다.

그러다 에우드와 눈을 마주치자-

“키이이잉......”

붕붕붕붕-

끝내 꼬리를 붕붕 흔든다.

“파, 파벌 대전 승리, 축하드려요. 몸은 괜찮으신가요?! 안개 안에서 어떤 일이.......!”

“네, 넵. 고마워요, 키루미나. 그리고 몸도 괜찮아요. 다 나았어요. 안개는-”

프란시느가 거기에 살짝 반응했다.

에우드는 어색한 것이 느껴지지 않게, 자연스럽게 답했다.

“별일 아니었어요. 아마 필드에 깔려있던 결계 마법의 오작동이었다고 생각해요.”

“역, 역시 그런가요......”

아카데미에서도 에우드와 칼투스가 멀쩡히 다니는 덕에, ‘혼령’이라던가 ‘저주’라던가의 이야기는 다소 줄었다.

때문에 최근 며칠간 검은 안개의 소문은, ‘필드 결계 마법의 오작동’으로 귀결되는 중이었다.

에우드와 포에닉스 파벌도, 당분간은 이 소문에 맞춰 말하자 싶었다.

가레스 또한 이번 편지에서 그것을 당부했다.

‘베르네이가 호출하기 전까지’는, 적당히 말을 맞추라고.

어쨌든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니, 키루미나도 조금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조금 뒤, 프란시느가 에우드에게 슬쩍 더 가까이 붙었다. 그리곤 키루미나에게 경계를 살짝 드러낸다.

“프란시느? 이제 그렇게 경계 안 하셔도-”

“-에우드님. 이 또한, 셀레나님한테 부탁받은 거라서요.....!”

“네? 또?”

“죄, 죄송해요! 자세한 건 말씀 못 드려요!”

첫째 누나와의 약속을 함구하듯, 프란시느는 자신의 입을 꼭 다물었다.

“키이이잉.....?”

“......아으으으.”

그래도 프란시느도 결국 본성은 착한 아이인지라.

자신의 경계에 키루미나 난처함을 보이자, 금방 미안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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