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느의 경계는 결국 1분 만에 종료되었다.?151회
연휴를 앞두고151.
에우드와 프란시느는, 현재 키루미나와 메루니&아루니와 함께하고 있었다.
메루&아루 쌍둥이들의 무례도 있고 했으니, 키루미나가 두 사람에게 대접하겠다고.
키루미나는 뭐든 주문해도 OK라고 말했다만, 그래도 에우드와 프란시느는 차 정도로 만족이다.
아무리 두 소년 소녀가 귀족가 출신이라 해도, 염치 정도는 충분히 지킨다.
그보다 저녁식사 전인데, 과하게 먹어도 문제고.
“아가씨, 그럼 나 잼 쿠키! 아얏!”(아루)
“아가씨, 저도 잼 쿠키가 먹고 싶어요! 아코!”(메루)
다만 쌍둥이에겐 염치는 통하지 않는다.
친한 만큼 더더욱 거리낌이 없다.
결국 키루미나가 쌍둥이의 머리에 딱콩을 한 방씩 먹여줬다.
그러면서도 쌍둥이가 말한 걸 빠짐없이 주문해줬다만.
메루&아루는 딱콩 맞은 머리를 매만지면서 헤헤 웃었다.
에우드는 저번부터 세 사람의 행동이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두 누나와 플로라랑 비슷한 느낌일까.
세 사람처럼 실제 자매는 아닐 테지만, 충분히 자매처럼 보였다.
현재 위치는, 아카데미 부지 내 가게들이 모이는 중앙 광장의 한 가게.
시간대 상, 강의도 다들 끝날 무렵인 덕인지.
중앙 광장엔 주변에서 쉬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알카라시아의 시민들 또한.
야외석에 앉아 차나 간식을 먹으며 쉬는 학생과 시민들의 모습은, 활기가 느껴져 보기가 좋았다.
뭐, 지금 에우드 쪽은 실내석에 들어왔다만.
무려 포에닉스와 푸른 늑대다.
좋든 싫든, 야외석에 앉으면 시선이 은근히 모이는 건 필연.
물론 에우드는 이제 그런 것들엔 익숙하고, 충분히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할 수는 있다.
설령 시비가 걸려도, 단번에 끝낼 방법은 많았다.
그래도 차를 마실 때만큼은 쾌적하길 바란다.
프란시느도 지금은 검을 놓고 있으니, 기본적으로 소심한 상태. 시선이 몰려드는 건 그리 좋아하진 않으니 말이다.
눈 마주치면 집어 던진다는 수인 소녀의 소문 또한 건재하고.
조금 뒤 주문한 다과와 마실 것이 나왔다.
프란시느는 그것을 호로록 마시면서, 입술을 오물오물했다.
여전히 고민이 많아 보이는 눈치다.
“우으으.......”
“프란시느, 대체 셀레나 누나한테 뭘 부탁받은 거예요?”
“비, 비밀이라니까요.......”
프란시느가 여전히 우왕좌왕하니, 에우드는 난처하게 웃어버렸다.
키루미나는 그런 프란시느에게, 최대한 조심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프란시느가 왜 경계하는지를 알아챈 걸지도.
그러다 곧 말해야 할 걸 떠올렸다는 듯, 키루미나가 귀를 쫑긋거리며 눈을 크게 떴다.
“맞아, 에우드! 검은 사자는 그 이후로 문제없나요?! 혹시 대전의 패배로 인한 보복이라던가!?”
“네? 아뇨, 전혀. 칼투스 선배하고는 잘 풀었고. 다들 문제없어요.”
“.......응? 칼, 칼투스 그 새- 그 사람을 선배라고 부르는 건가요!?”
키루미나는 에우드가 그 질투심 많은 숫사자를 선배라 부르는 것에 꽤 놀란 티를 보였다.
일단 여전히 ‘새끼’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았다만.
에우드도 이제는 슬쩍 넘어갈 줄 안다. 포에닉스의 아이들은 이런 눈치가 빠르다.
그보다 패배로 인한 보복은 둘째치고, 지금은 꽤나 호쾌하게 지내는 중이니 말이다. 검은 사자 일동들하고도, 만나면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검은 사자 여학생들은 에우드를 만날 때마다 콕콕 장난을 치고 간다는 걸까.
최근 며칠은 마주칠 때마다 다 같이 둘러싸곤 꺅꺅 와와 벅벅벅 쓰다듬고 간다. 덕분에 에우드는 그때마다 머리 정리를 새로 해야 했다.
하지만 포에닉스와는 달리, 푸른 늑대 쪽은 그대로이지 않은가.
그 이상으로, 이전부터 마찰을 반복하던 관계다.
강당에서의 충돌 때도 칼투스의 목적은, ‘키루미나를 쓰러트려 푸른 늑대를 기선 제압하는 것’이었고.
도중 에우드가 끼어들었다가 일이 꼬여 여기까지 온 거다.
그렇기에 키루미나가 검은 사자를 적대하는 것은 당연.
에우드도 키루미나의 걱정이 충분히 이해됐다.
“혹시 검은 사자 쪽에서 키루미나한테도 계속 시비를 건다면, 제가 한번 말을 해볼게요.”
수인족들 사이의 문제인 이상, 에우드가 일정 이상은 참견해선 안 될 테지만.
에우드가 진중히 이야기해본다면, 약간은 그 마찰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안 하는 것보단 나으리라.
그러자 키루미나는 팔과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 아뇨.......! 사실은.”
“사실은?”
“.......저희도 쪽, 큰 시비는 없어졌거든요.”
“그 깜냥이들, 요 며칠 많이 얌전해졌어요!”(아루)
“눈 마주쳐도 서로 으르릉!하고 지나쳐요. 에우드군!”(메루)
역시 맹수계 수인들. 일단 으르릉은 하는 것인가.
들어보니, 대전 전까진 기숙사나 학관, 부지 내 길목 등-
마주칠 때마다 눈싸움, 입싸움, 그냥 싸움 등등 여러 마찰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대전이 끝난 후부터 많이 줄어들었다고.
정확히는 눈싸움과 “흥!” 혹은 “으르릉!”정도로 끝낸다 한다.
에우드는 그제야, 저번 가구 쇼핑에서 칼투스의 표정을 다시 기억했다.
뭔가 근심이 많이 풀렸다 싶었는데.
칼투스도 파벌의 이후 방침에 대해서, 새로운 뭔가를 정한 듯하다.
어쨌든 에우드도 괜찮고, 애매하지만 키루미나쪽도 괜찮고.
파벌 아지트도 완성됐고. 검은 사자하고 더는 마찰할 일은 없고.
잘 풀렸으면 된 거겠지.
무엇보다도......
‘뭐가 됐든 파라노이아의 존재를 알게 됐으니까.’
에우드가 느끼기에 이번 사태는, 결코 수확이 없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구역질 나는 기억을 떠올렸든. 큰 위험을 겪었든 간에.
에우드는 단서를 손에 넣은 것이다.
다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에우드의 표정이 약간 나빠진 걸까. 키루미나가 계속 조심스레 에우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키루미나. 검은 사자하고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다행이네요......”
에우드가 정말 괜찮다며 웃음을 짓자, 키루미나가 안도를 보였다.
수인족들. 특히 개과 수인족들은 냄새로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으니까. 에우드의 분위기도 어느 정도 전해졌으리라.
“아가씨, 이제 겨우 마음 편하게 자겠네요-커흡!”
“아가씨는 에우드 앞에서 반응이 솔직하니 귀여-아흡!”
메루&아루는 이번에도 입을 턱 막혀버렸다.
자리에서 의자가 덜컹거릴 정도로 바둥바둥한다.
생각해보니 키루미나의 손아귀는, 검은 사자 멤버들을 단숨에 땅에 꽂을 만큼 강력한 악력.
메루&아루의 바둥거림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에우드는 뒤늦게 이해했다.
곧 강대한 손아귀에서 겨우 탈출한 메루&아루가 헉헉거리며 말했다.
“캐애애앵! 아가씨, 손아귀 진짜 아프다니까요!?”
“이러다 나중에 진짜, 우리가 ‘분홍 귀신’이랑 같이 아카데미를 걸어 다니게 되면 어쩌려구요!”
“그랬다간 고향에도 못 돌아가고!”
“저랑 메루니가 쌍둥이 귀신으로 불가사의 중 하나에 추가 돼버려!”
“메루아루 너희가 너무 쓸데없는 말을 더하니까......!”
메루니&아루니가 억울한 듯 말하자, 키루미나가 더 억울한 듯 눈을 피했다.
다만 그것도 그거지만-
“분홍 귀신이라니요?”
“.......귀신? 영체 몬스터......?”
에우드는 처음 들어보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메루니가, 방금까지 키루미나에게 따지던 건 다 끝났다는 듯, 에우드와 프란시느 쪽으로 번뜩 고개를 돌렸다.
“에우드군, 프란시느양, 몰랐나요?!”
“처, 처음 들어요.”
“꽤 오래전부터 아카데미에선 목격정보가 드물게 있거든요. 분홍 귀신!”
아루니가 메루니에 이어 신나게 그것을 말했다.
키루미나도 그것에 대해선 알고 있던 걸까.
함께 고개를 꼭꼭 끄덕인다.
“저희 파벌 선배들 말로는, 7년 전 선배 세대부터 출몰했다는 목격정보가 있다나요.”
“분홍빛에 머리끝이 빙그르르 웨이브래요.”(아루)
“작은 불빛들이랑 같이 나온다나요.”(메루)
그들의 말에 따르면- 학생회관과 정원탑 그 일대에서는 어느 ‘분홍색 웨이브 장발의 여자 귀신’이 밤에 출몰한다고.
가까이 가면 어느새 사라지다 보니, 지금까지 그 정체를 특정한 학생은 없다고 한다.
에우드로선, 저택에서 가끔 마리에게 듣던 무서운 이야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근데 귀신이 분홍색이라니.’
되게 묘한 색 배정이다 싶었다. 공포감이 미묘하게 감소된다.
하지만 일단 확실한 건.......
“적어도 중하급 영체는 아닌가 보네요.”
“네?”
“학생들의 목격정보가 모호하지 않고 확실하다는 건, 형태가 뚜렷하다는 거니까요.”
중하급 영체 몬스터들은, 대부분이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마치 실루엣 형태에, 일렁이는 커튼이나 혹은 투명한 해골 같은 모습일까.
그건 제시카에게 예전에 배우기로, ‘혼의 기본형태’라는 걸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상급으로 분류되는 영체 몬스터들은 그 형태가 뚜렷하다. 기본형태가 아닌, 생명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상급 영체는 자아를 갖는 경우도 있다고.
또 영체 몬스터들의 경우 특이한 것이, ‘급’과 ‘위험도’가 완전히 일치하진 않는다.
급 자체는 낮음에도, 위험도는 A 이상에 필적하는 사례도 있고. 반대로 영체로서의 급은 높지만, 실제 위험도는 A가 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아예 급이 높을지언정, 위험도 자체가 부여되지 않는 영체들도 매우 드물지만 존재한다고.
제시카가 사람으로 비교하기로는, ‘머리(급)가 좋다고, 헌터 랭크(위험도)가 높은 건 아니다’라나.
에우드가 이러한 설명을 하자, 수인족 소녀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건 몰랐어요......”
“처음 들었어!”
“에우드군, 아는 거 많네요!”
아무래도, 셋 다 영체에 관해선 배우지 않았던 걸까.
눈을 반짝이며 에우드의 이야기에 감탄을 보냈다.
‘하긴, 영체는 미궁이론에서도 꽤 마이너한 항목이긴 하지......’
영체 계열은 오히려 성직을 노리는 이들이 더욱 공부하니 말이다. 게다가 디안의 말처럼, 웬만한 영체 문제는 성직자에게 맡기는 게 효율 좋고.
뭐가 됐든 예상 못 한 소녀들의 칭찬에, 에우드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에우드님은, 던전이나 몬스터에 관해서 정말 잘 알고 계시니까요.”
에우드가 칭찬받은 것에, 프란시느는 왠지 모르게 약간의 의기양양을 보였다.
소심한 모습으로 콧김을 퐁퐁 내쉬니, 에우드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귀신, 영체라.’
에우드는 처음 귀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혹시 파라노이아와 관계있는 정보인가 싶었지만-
‘일단 파라노이아는 검은색이었지.......’
그 기분 나쁜 안개 여자는 분홍색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안개로 가려졌던 실루엣도, ‘끄트머리 웨이브 머리’와는 꽤 동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분홍 귀신의 목격정보는 학생회관과 정원탑.
하지만 칼투스가 파라노이아에게 당한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는, 그것과는 전혀 반대편인 ‘개별 훈련장 학동’이었다.
그 이상으로, 이 분홍 귀신은 몇 년 전부터 목격된 존재다.
반면 이번 검은 안개는, 며칠 사이 필드 결계의 오작동으로 귀결되기까지 하는 상황.
그런데도, 검은 안개와 분홍 귀신과의 연관에 대해서는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형태나 분위기가 비슷했다면, 약간의 소문이라도 났으리라.
‘분홍 귀신의 정체가 뭐든 간에....... 일단 과거 분홍 귀신을 목격한 재학생들은 그 둘에 공통점은 느끼지 못했다는 건가.’
심지어 직접 당한 칼투스마저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고.
같은 수인족 파벌에, 심지어 3년 차인 칼투스다.
연관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미 에우드에게 말을 했었으리라.
물론 이런 탁상추리에 섣불리 확신을 내릴 수 없었다만.
애초에 목격장소라는 것도, 말이 목격장소지 별 의미 없는 정보일 수 있다.
더 나아가 그냥 단순 소문일 수도 있고.
“그런데 혹시....... 불가사의라는 건 그 분홍 귀신 말고도 또 더 있는 건가요?”
프란시느가 아까의 말을 되새기며 물었다.
아루니가 분명 아까, ‘불가사의 중 하나로 추가돼버려’라고 했으니 말이다. 분홍 귀신 외에도 더 있다는 이야기겠지.
“네! 더 있어요, 불가사의!”(아루)
“이참에 다 알려드릴게요, 에우드군, 프란시느양!”(메루)
아루니와 메루니는 의욕을 팍팍 보이며 꼬리를 엄청나게 붕붕 흔들었다.
키루미나는 그런 쌍둥이들을 보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물론 자연스럽게 에우드와의 대화가 길어진 덕에, 키루미나의 꼬리도 붕붕붕 움직이고 있다만.
개과 수인들의 감정은, 언제나 참 숨기기가 힘들다.
이후 쌍둥이에게 추가로 들은 불가사의는, ‘분홍 귀신’을 포함하면 총 5개.
‘아카데미 지하 비밀공간.’
‘움직이는 동상.’
‘말하는 검.’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지옥의 마술사’.......!””
“......엥?”
불가사의라 했더니, 갑자기 실존 인물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 사람, 졸업생 아닌가요.......?”
“아하하, 그렇죠! 6, 7년 전 정도에 졸업했다고 했으니까요!”
“그래도 그 시기에는 정말로 마주치면 큰일 나는 인물이었다고 해서요.”
과거 불가사의에, ‘밤에 마주치면 불기둥을 터트리는 귀신’이라는 이름으로 갱신됐다고 한다.
이후 그 정체가 인간 학생인 게 밝혀졌지만, 임팩트가 하도 컸다나. 덕분에 그때 갱신된 게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거다.
“말하자면, ‘불지옥’은 어디까지나 명예 불가사의일까요.”
키루미나가 농담스레 그것을 말했다.
일단 불가사의 자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게 많기에, 해명될 때마다 갱신이 잦다고.
즉 명예 불가사의(불지옥의 마술사)를 뺀 나머지 넷은, 요 몇 년간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남은 불가사의라고 한다.
‘처음 갱신됐던 이름도 정말로 흉흉하네.......’
‘불지옥의 마술사’에, ‘밤에 마주치면 불기둥을 터트리는 귀신’이라니.
물론 추후 에우드와 포에닉스 파벌은, 이 불가사의의 정체를 ‘전부’ 알게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