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6. 청소 (4)
피리스가 저택에서 나간 지 보름이 지났다.
나른한 평일 오후였다.
에르바하 교수가 정례 수업을 마치고 저택을 나선 직후 루페르트는 하녀장 마르그리트를 자신의 방으로 호출했다.
흔치 않은 일이라 마르그리트는 의구심을 가진 채 루페르트 방 안에 들어섰다.
루페르트는 웃는 얼굴로 하녀장을 반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곧 겨울이네. 대청소를 한 번 했으면 하는데.”
“그…… 그게 보통은 봄에 합니다만.”
마르그리트는 떨떠름한 태도였지만, 애당초 그녀에게 루페르트의 뜻을 꺾을 만한 권한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위버하임 장원에 때아닌 대청소라는 큰 행사가 시작됐다.
평소엔 학업과 수련, 혹은 사당 안에 머물던 루페르트는 이례적으로 하인들이 일하는 곳에 모습을 드러내 그들의 작업을 감독했다.
하녀들이 먼지를 털고, 테이블보를 널고 터는 작업을 지켜보면서 루페르트는 마르그리트에게 불쑥 말했다.
“여기 저택에 고용된 하녀들이 전부 투입된 게 맞아?”
“네. 전부 빠짐없이 투입했습니다.”
마르그리트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
루페르트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차가운 번개와 같은 안광이 번뜩였다.
“빌헬미나라는 하녀가 보이지 않는데.”
루페르트가 그 이름을 꺼내자 마르그리트의 몸이 흠칫 굳었다. 실언을 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녀의 불길한 상상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모든 하녀를 내 앞에 불러 줘.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루페르트의 목소리가 변했다.
언제나 하인들을 대하던 따뜻하고 유한 목소리가 아니다.
어딘가 날이 선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이 담긴 음성이었다.
마르그리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 그게 지금.”
그녀가 빌헬미나를 두려워하는 태도는 루페르트의 분노에 불을 붙였을 뿐이다.
“위버하임 장원의 영주 자격으로 명한다. 당장 내 앞에 모든 피고용인을 빠짐없이 집결시켜라.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투덜거리며 청소를 하던 하녀들은 갑작스레 울려 퍼진 서릿발 같은 목소리를 듣고 일제히 루페르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이내 그의 몸과 행동, 눈빛에 서린 분노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위버하임 장원의 주인이 처음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곧 저택의 모든 피고용인들이 루페르트 앞에 모였다. 루페르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차디찬 시선으로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노려보며 지나쳤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빌헬미나의 얼굴에 루페르트의 시선이 화살처럼 꽂혔다.
빌헬미나는 다른 하녀와 달리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루페르트의 눈빛을 받아 냈다.
“다시 시작해라.”
루페르트는 빌헬미나를 노려보며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청소가 재개됐다.
루페르트의 시선은 오직 빌헬미나에게 꽂혀 있었다.
아무리 저택의 실세라고 해도 명목상으로는 하녀에 속한 빌헬미나는 내키지 않아 하며 청소하는 척을 했다.
루페르트는 잠시 자리를 떠나자, 그녀는 먼지떨이를 내려놓고 표독스런 인상으로 몇 마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재수 없는 촌놈 새끼가! 기껏해야 일이 년 반짝하다 사라질 새끼가 무슨 깡으로 감히 나한테 이러는 거지?”
그녀는 대놓고 루페르트의 욕설을 입에 담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의 직속상관인 마르그리트도 집사 세바스티안도 그저 안절부절못하며 저 젊은 하녀의 눈치를 살폈을 뿐이다.
루페르트가 다시 하녀들 앞에 나타난 건 그로부터 2시간 정도가 지날 무렵이었다.
하녀들은 저택의 외벽을 청소하고 있었다. 여름내 저택에 옮겨붙은 담쟁이덩굴과 이름 모를 풀씨를 제거하는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갑작스레 다시 모습을 드러낸 루페르트는 하녀들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마르그리트를 불렀다.
“빌헬미나는 어디에 있지?”
“빌헬미나는 지금 몸이 좋지 않아 잠시 쉬러 들어갔습니다.”
마르그리트는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둘 루페르트가 아니다.
“두말은 하지 않겠다. 당장 불러와라.”
마르그리트가 사색이 되어 어쩔 줄을 몰라 하자 세바스티안이 나섰다.
“제가 불러오겠습니다.”
실로 꼴사나운 광경이다.
곧 세바스티안과 함께 나타난 빌헬미나의 몰골은 루페르트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했다.
아프게 보이려고 억지로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눈에 물을 넣어 눈자위를 벌겋게 만들었다.
눈에 보이는 잔꾀를 부리는 것만큼 화나는 모습도 없다.
루페르트는 그녀를 외벽 청소에 투입하도록 명하고 자리를 떠났다. 빌헬미나는 루페르트의 눈치를 보다가 이내 창가 아래 주저앉아 루페르트의 저주를 해댔다.
“그래. 촌놈. 해 볼 테면 해 봐. 기꺼이 받아 줄 테니. 이 짓거리 할 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 순간 그녀가 쪼그리고 앉은 창문이 갑자기 열렸다.
드르륵.
창문 너머엔 무표정한 루페르트의 얼굴이 위치해 있었다.
천하의 빌헬미나라고 해도 지금 벌어진 사태엔 조금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표독스런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루페르트가 저택에서 나와 모두를 그 앞에 집결시켰다.
루페르트의 손가락이 빌헬미나를 향했다.
“이 여자는 뭔데 일을 하지 않는 거지?”
그는 세바스티안과 마르그리트를 향해 엄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루페르트가 말했다.
“왜 말들이 없지?”
“그…… 그게.”
세바스티안이 고개를 숙인 채 웅얼거렸다.
루페르트의 냉혹한 음성이 그의 얼버무림을 가로막았다.
“이 여자가 나보다 높은가?”
루페르트의 말은 핵심을 관통했다.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이 뜨끔해했다.
단 한 명, 빌헬미나를 제외하고.
얼음 같은 침묵 속에서 루페르트는 뚜벅뚜벅 빌헬미나 앞으로 걸어갔다.
“넌 뭐냐?”
그가 물었다. 빌헬미나는 주눅이 들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기가 꺾인 건 아니라는 걸 보여 주기라도 하듯 이를 악물고 루페르트를 노려봤다.
하지만 일개 하녀 따위가 노려본다고 해서 눈 하나 꿈쩍할 루페르트가 아니다.
“말하라. 네 입으로.”
루페르트가 이어 말했다.
그 목소리엔 거역하기 어려운 위엄이 담겨 있었다. 결국 빌헬미나는 고개를 숙인 채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는 이 저택에 고용된 하녀입니다.”
루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하녀로서 네 임무는 무엇이냐?”
“……저택의 청소와 가사입니다.”
“그런데 왜 역할을 하지 않느냐? 내가 위버하임 장원에 온 지 반년이 훌쩍 넘었지만, 네가 하녀 일을 하는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에 빌헬미나는 항의라도 하듯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저는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단지 남작 대우께서 절 보지 못한 것뿐입니다.”
다른 저택의 피고용인들은 루페르트를 남작님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 여자만 유독 호칭이 다르다.
언행에 루페르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래?”
루페르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반들반들하게 닦인 창문에 침을 뱉었다.
거품이 인 하얀 침이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보며 루페르트가 말했다.
“닦아라.”
빌헬미나의 얼굴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상기됐다.
‘이…… 이 촌놈 새끼가……!’
분노와 수치심이 빌헬미나의 몸을 떨게 했다.
흔들림 속에서 억누르고 있던 표독스런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루페르트의 얼음장 같은 음성이 분노로 불타는 그녀의 의식을 휘저으며 선명하게 귓가에 꽂혔다.
“닦으라고 했다.”
빌헬미나는 분노로 바들바들 떨며 독기 어린 시선을 루페르트에게 쏘아 보냈다.
숨 막힐 것 같은 대치.
보다 못한 마르그리트가 걸레를 들고 와 창문을 닦으려고 했다.
“‘당신’에게 명한 게 아니다.”
루페르트의 명이 마르그리트를 멈추게 했다.
루페르트는 빌헬미나에게 말했다.
“‘너’에게 명한 일이다.”
빌헬미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두 주먹을 쥔 채 고집을 부리는 아이처럼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을 뿐이다.
“내 명을 거역하는군. 일개 하녀가. 좋다.”
루페르트가 손뼉을 치며 모든 이를 그 앞에 불러 모았다.
“지금부터 대청소는 내가 지휘한다.”
그는 하녀들에게 물었다.
“가장 더러운 곳이 어딘가? 가장 위험한 일이 무엇인가? 기탄없이 말해라. 전부 이 여자에게 맡길 것이니.”
루페르트가 하고자 하는 바는 명백하다.
그는 빌헬미나에게 벌을 주려 하고 있다.
“부당합니다! 부당하다고요!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 네? 제가 뭘! 뭘 잘못했다고요!”
결국 빌헬미나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저택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표독스런 음성이 공기를 뒤흔들었다.
루페르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빌헬미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똑똑히 말하겠다. 나는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보다 더 적절한 사유가 어디 있겠는가.
빌헬미나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보며 루페르트는 계속해서 말이라는 이름의 비수로 빌헬미나를 난자했다.
“앞으로도 나는 널 주시할 것이고, 너에게 돋보기를 들이대고 작은 허물 하나하나를 찾아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게 싫다면 여기서 나가라.”
빌헬미나가 하녀 신분으로 위장한 건 괜찮은 선택이다. 실제로 전생에서 루페르트는 그녀의 존재를 파악조차 하지 못했으니.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그녀의 위장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녀는 루페르트의 하급자다. 실제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말이다.
아군 하나 없고 적이 누군지도 모르는 시절엔 엄두도 못 냈지만 한스 징펠만이라는 동맹을 손에 넣은 현재, 루페르트는 그 우월적 지위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빌헬미나도 보통내기는 아닌 모양이다.
루페르트가 본심을 드러내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받아쳤다.
“지금 저를 쫓아내려고 하는 거예요? 그게 간단치는 않을 건데요? 남작도 아니고 잠깐 거쳐 가는 남작 대우에 불과한 당신이 저더러 그럴 권한이 있나요?”
기다렸던 바다.
“하녀를 비하할 생각이 없지만, 하녀 따위에 불과한 네가 나에게 주제넘게 말하는 건 내 상식에 의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루페르트의 분노 섞인 음성에 빌헬미나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루페르트가 포효하듯이 말했다.
“지금 위버하임의 주인이 누구냐?”
그의 손끝은 빌헬미나를 겨냥하고 있었다.
“클라우데 2세와 같은 피가 흐르는 나인가? 아니면 동포를 팔아치운 노예상의 피가 흐르는 네 아비냐?”
부친은 물론 집안의 수치스런 과거까지 들추어지자 억지로 평정을 유지하던 빌헬미나의 신형이 휘청였다.
“이…… 이 촌뜨기 새끼가!”
빌헬미나가 루페르트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닿기 전 그녀의 좌우에서 흑백의 옷을 입은 소년 소녀가 나타나 그녀의 팔을 붙잡고 내동댕이쳤다.
한스 징펠만의 도제들이다. 그들은 감정이라곤 하나도 담겨 있지 않은 눈으로 바닥에 뒹구는 빌헬미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방금 일어난 하극상은 불문에 부치겠다.”
루페르트가 자신의 하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빌헬미나를 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꺼져라. 내 눈앞에서. 그리고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
빌헬미나의 일그러진 얼굴엔 말 그대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루페르트는 역겨움을 느끼며 최후의 경고를 던졌다.
“혹 너와 네 아비가 나와 내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꾸민다면 그때는 내 전력을 다해 너와 네 아비는 물론이고 네 알량한 가문을 멸문시켜 버리겠다.”
스르릉.
루페르트가 검을 뽑았다.
“내 할아버지의 동생이자, 선제이신 철혈대제의 방식대로 말이다.”
승부는 정해졌다.
저택 깊숙한 곳에 숨어 전횡을 부리던 빌헬미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저택의 바깥을 향해 걸어갔다. 정원사 막스가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최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적절한 결말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루페르트는 자신의 목 끝에 들이댄 가시를 제거했다.
‘누가 네 뒤에 있는지는 곧 드러나겠지.’
장기로 치면 루페르트가 한 수를 던졌다.
미지의 상대방은 루페르트의 수에 놀라면서 또 다른 수를 준비할 것이다.
물론 전처럼 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상대가 누구든 좋다. 기꺼이 받아쳐 주마. 나만의 방식으로.’
대청소는 그렇게 끝이 났다.
* * *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낡고 누추한 집이었다. 손님은커녕 거지조차 동냥을 꺼릴 것 같은 집에 두 명의 사내가 그 집을 찾아왔다.
아이들의 칭얼거리는 소리와 보채는 소리, 늙은 여자의 기침 소리가 빈곤한 생활감이 묻어 나오는 희미한 악취와 섞여 들려왔다.
“여기가 맞습니까?”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한 검은 색의 제복을 입은 사내가 선명한 노란 색의 제복을 입은 중년 사내에게 물었다.
그 젊은 사내의 정체는 루페르트 가우저.
그는 오늘 피리스의 집에 찾아왔다.
“누구시죠?”
여기저기 기운 허름한 옷을 입은 피리스가 집안에서 나타났다.
다소 초췌한 몰골의 그녀는 뜻밖의 손님을 보자 고양이처럼 큰 눈을 크게 뜨며 놀란 입을 손으로 가렸다.
“나…… 남작님!”
“최근 하는 일이 있나? 사람 하나가 필요한데 말이야.”
“하지만 남작님. 저는 이미 저택에서 해고된 몸인데……. 다시 하녀로 들어갈 염치가 없어요.”
피리스는 놀라워하면서도 또박또박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에 루페르트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빌헬미나는 더 이상 저택에 없어. 게다가 다른 하녀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일이야. 난 지금 새로운 신전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거든.”
“남작님…….”
피리스의 눈동자에 한 줄기 눈물이 맺히는 순간이었다.
루페르트는 손안에 익숙한 이질감을 느끼며 손바닥을 펴 바라보았다.
새로운 카드가 손아귀 안에 있었다.
루페르트는 카드를 들여다보았다.
[ ‘소녀 가장’ 피리스 홀리바레스 ]
- 등급
E+
- 특징
운 없는 주부 E+
기구한 운명 E-
- 영혼 동맹 효과
하층민 가정 요리 E
여전히 좋지 않은 능력.
그런데 갑자기 카드가 환하게 빛나더니 전혀 다른 내용을 그 앞에 펼쳐 놓았다.
[ ‘화려한 마법사’ 피리스 홀리바레스 ]
- 등급
A- 특징
재능의 씨앗 A+
구렁텅이에서 상아탑으로 A-
열정적인 연구자 A
- 영혼 동맹 효과
마법사의 후각 B
“이, 이건?!”
등급이 바뀌었다.
등급만이 아니다.
평가 항목의 거의 모든 부분이 과거와는 비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격상했다.
혼란 속에서 리프니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떤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으로 운명의 한계에 갇히지만, 어떤 사람은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 가혹한 운명에 묶이기도 한답니다. ]
루페르트는 다소 흐트러진 자신 앞에서 영문도 모른 채 눈을 깜빡이는 피리스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 루페르트 가우저. 당신은 그녀의 운명을 가로막은 장애물을 제거했습니다. ]
“남작님?”
영문을 모르는 피리스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 운명을 바꾼 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