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흡혈왕-330화 (324/450)

64화. 고립 (2)

오랜만에 친구들과 재회한 일행은 밤늦은 시간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며 회포를 풀었다.

특히 당묘정과 소창후는 사천에 사문이 있는 만큼 애를 태웠는데, 전쟁에서 이겼다는 이야기에 안도했다.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오. 팔대교왕도 남아있고.”

“그래도 숨통이 틔웠다는 거죠?”

강엽이 끄덕이자 두 여인의 안색이 환해졌다. 아군의 사기 때문에 말은 삼갔어도 속으론 얼마나 마음이 탔는지 몰랐다.

“한데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인가?”

“사부님도 계십니다.”

“현운 도장께서?”

“예, 그게....”

청수로부터 그간 일어난 일들에 대해 들은 강엽은 그의 안색이 왜 어두웠는지 깨달았다.

‘검선은 실종되고 현운 도장은 내상을 입었다....’

하기야 사문의 존장은 생사를 모르고, 사부도 온전치 않은데 괜찮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리라.

당묘정과 소창후도 그걸 깨닫고 신색을 바로할 때 강엽이 고개를 돌렸다.

“당 소저, 괜찮다면 현운 도장을 봐도 되겠소?”

“강 무사님께서요?”

“나는 아니고 내 일행이. 여기 있는 완안극은 어려 보여도 굉장한 의술을 지녔소. 운남에서도 현운 도장과 함께 싸우면서 친분을 다졌고.”

그 말에 당묘정이 새삼스럽게 완안극을 보자 그가 흠흠 헛기침을 했다.

“완안극이다. 내 비록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진작에 손자를 봤을 연배니 말을 편히 놓겠다. 당문의 여식이라고 했더냐?”

“예, 당가 묘정이라 합니다. 한데 완안극이라면....”

독곡은 당문과 더불어 독을 다루는 독인들의 방파.

비록 두 방파가 교류하지 않았다고 해도 당문 출신인 그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했다.

“내 정체는 나중에 알려주마. 현운 도장이 있는 곳이 어디냐?”

“제가 직접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완안극이 당묘정을 따라 나가자 강엽이 척마대원들의 시선을 알아채고 말했다.

“걱정할 거 없다. 완안극의 실력은 진짜니까. 약선께서도 인정하셨고.”

“아, 아니, 그건 아닙니다.”

청수가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 도우가 데려온 사람이라면 믿을 만하겠지요. 보아하니 당 도우도 뭔가 알아차리신 듯한 눈치였고.”

“그럼 뭐가 문제지?”

“...저희는 후퇴하기로 했습니다.”

“후퇴?”

강엽과 백서희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이들이 처한 상황을 떠올리고 입맛을 다셨다.

‘하긴 부상자들까지 있는 상황에서 수천의 망자들을 뚫고 가는 것은 말도 안 되지.’

공교롭게도 이들이 숨어든 곳은 호남의 동쪽인 연운산맥의 지류. 쭉 동쪽으로 가면 강서성이 나온다.

“거기서 부상자들을 추스르고, 장강을 통해 호북으로 들어가는 계획이었습니다.”

무작정 후퇴가 아니다. 일행의 안전을 확보하고 다시 싸우기 위한 재정비였다.

“나쁘진 않군. 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야. 맹에 사실이 알려지면 좀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긴 하지만, 그건 나중일이지.”

“책임이 있다면 달게 받아야겠지요.”

갑자기 끼어든 제갈세옥의 발언.

강엽은 그 말로 이 작전의 입안자가 그임을 확인하고, 일행의 면면들을 둘러보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현 상황에선 적확한 판단이다. 부상자도 많으니 더더욱 그렇지.”

그 말에 일행의 얼굴이 밝아지는 찰나, 강엽은 담담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난 가지 않는다.”

“예?”

강엽은 대답하는 대신 청수를 돌아보았다.

“너도 저 작전에 동의했나?”

“지금은 다른 수가 없으니까요. 일단 강서로 갔다가 본산에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 사이에 상황이 변할 수도 있어.”

“어떻게 말입니까?”

“다들 살아남기 급급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깜빡한 것 같은데. 검선의 생사가 궁금하지 않나?”

“그야....”

미치도록 궁금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알지도 못하는 판국이다.

제갈세옥이 착잡하게 말했다.

“마의가 검선 어르신을 생포한 이유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놀라지 않는군.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는 얼굴인데?”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합니다.”

“상관없으니 말해보시오.”

제갈세옥이 청수의 눈치를 보면서 눈을 딱 감고 대답했다.

“제 생각엔 검선 어르신을 망자로 만드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천하팔존인 검선이 망자로 전락해서 마의를 따르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참담한 결말.

그제야 두 사람의 말뜻을 알아차린 청수가 눈썹을 파르르 떨면서 제갈세옥을 노려봤다.

“그걸 알면서도 후퇴를 제안했단 말입니까?”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

무언가 내지르려다 도로 삼키는 청수였다.

현운 도장도 극심한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겠지.

두 사람의 대치를 지켜본 강엽이 팔짱을 꼈다.

‘검선을 망자로 만드는 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비효율적이다. 잘 될지도 의문이고.’

검선은 도가의 기운을 품은 선골(仙骨). 죽인다 해도 망자로 전락시키는 건 몹시 어렵다.

설령 갖은 고생을 해서 망자로 부활시킨들 심상을 제대로 쓸 수 있을지나 의문이고.

‘다른 가능성을 찾자면 무당파를 굴복시키기 위한 패로 쓰거나, 인신공양으로 제물로 바치는 거겠지.’

하지만 사문의 존장이 인질로 잡힌다 해도 무당파가 순순히 굴복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

전자는 가능성이 떨어진다.

‘인신공양이라....’

강엽은 오히려 이쪽이 현실적이라고 보았다.

인신공양으로 무엇을 도모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검선쯤 되는 절대고수를 제물로 바친다면 그 보상은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막대할 테니까.

만약 그렇게 그러모은 힘으로 술법을 일으킨다면 역사에 남을 대술법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호풍환우의 술법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

* * *

다음날 아침 강엽은 현운 도장을 찾아갔다.

간밤에 진맥을 봤던 완안극이 그가 간헐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현운 도장이 머무르는 초막에 도착할 무렵 마침 청수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아, 강 도우... 사부님을 뵈러 오셨습니까?”

“괜찮나?”

“다행히 지금은 정신을 차리셨습니다.”

“아니, 현운 도장 말고 너 말이다. 요새 하루 종일 검만 휘두르고 있다고 하던데.”

어젯밤 청수는 피곤하다는 구실로 양해를 구하고 일찍 자리를 떴다.

이후 다른 사람들의 말로 청수가 새벽 늦게까지 수련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무인이 수련하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평소에도 이 정도는 너끈히 해냈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눈밑이 퀭했지만 청수는 말을 오래 섞고 싶지 않다는 듯이 서둘러 피했다.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건가.’

늘상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었던 청수답지 않다.

멀리 사라지는 뒷모습을 지켜본 강엽은 별안간 초막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들어오시게.”

기어가는 것처럼 맥없는 목소리.

초막에 들어가자 베개에 기댄 현운 도장이 살짝 웃고 있었다.

한 달 만에 만났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쇠약해진 몰골에 강엽이 미간을 좁혔다.

“자네가 여기 왔다는 건... 사천의 사태는 무사히 해결됐다는 말이겠지?”

“다 해결된 건 아닙니다.”

어젯밤 일행에게도 했던 말을 다시 하자 현운 도장이 힘겹게 웃으면서 수염을 쓸어내렸다.

“허허, 선재로군. 그래도 태화문의 사태가 빨리 해결되어서 다행일세. 크흠.”

말하는 것조차 불편한 듯 마른 기침을 하는 모습.

강엽이 옆에 있는 주전자에서 물을 떠서 주자 꼴딱꼴딱 마셨다.

“...면목이 없네.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해서 결국 자네까지 끌어들이고 말았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대강 들었습니다.”

“한동안은 수월했지. 망자들이 도처에 깔렸지만 방심하지만 않았으면 이길 수 있었으니까.”

여세를 몰아 사태의 원흉인 마의를 찾았고, 망자들과 함께 섬멸하려는 차에 작전이 틀어졌다.

“땅밑에서 강력한 망자들이 올라와서 역으로 아군을 포위했네. 사부님께서도 알아차리시지 못했어.”

온 사방에 안개처럼 깔린 사기가 절대고수의 기감조차 방해하면서 아군을 위기에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쯤에서 다시 거칠게 기침을 한 현운 도장의 소매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무리가 가는 상황.

강엽이 만류하려는 낌새를 보이자 고개를 저은 그가 길게 한숨을 쉬며 목구멍을 쥐어짜냈다.

“이 정도로 쓰러지진 않네. 난 아직 지지 않았어.”

“잠시 손 좀 빌리겠습니다.”

의아해하는 현운 도장의 완맥을 잡고 활명술로 선천지기를 불어넣자 혈색이 살짝 돌아왔다.

“음, 이건... 전에 낙일신검 노선배에게 베푼 술법이군. 고맙네. 덕분에 한결 편해졌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입니다.”

현운 도장의 몸에 침투한 것은 단순한 사기가 아니라 마의가 직접 짜넣은 술법.

어찌나 악독한지 경맥에 찐득하게 달라붙어서 기의 운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초음과 정안을 동시에 발동해서 현운 도장의 체내를 살펴본 강엽이 표정을 굳혔다.

“마의를 족치기 전엔 해주되지 않을 겁니다. 단순히 대상을 저주하는 살주가 아니에요.”

살주만 해도 최상승의 술법인데, 마의는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살주를 매개로 한 가지 술법을 더 섞었습니다. 도장이 어디로 가든 알려주는 술법입니다.”

“역시 그렇군.”

“...알고 계셨습니까?”

“제자 녀석이 말했다네. 산 아래에 망자들이 벌떼처럼 몰려있다고 말일세. 아무리 망자가 많다 하나 그처럼 많은 무리가 한데 몰려오는 게 가당키나 한가?”

당시엔 마의도 극심한 내상을 입어서 그 이상 손을 쓰지 못했지만, 그 와중에도 현운 도장을 다시 찾기 위해 기책을 낸 것이다.

“마의가 내상을 입었다고 하나 그의 의술은 약선에 버금가네. 필시 금세 떨치고 일어날 게야.”

그때 마의는 놓쳤던 사냥감을 잡기 위해 이쪽으로 올 것이다. 설령 연운산맥을 넘어 강서성의 경내로 들어간다고 해도 과연 그가 포기할까.

“잘됐군요. 그럼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아니, 자네도 피하게.”

이해하지 못할 말에 강엽이 눈썹을 까딱이는 찰나 현운 도장이 시름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항간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부님께선 심상절예를 완성하셨네.”

“...!”

“한데도 패하셨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마의도 심상지경에 올랐다는 거군요.”

“그렇네. 자네가 모산혈조를 죽일 만큼 강하다는 건 알지만, 이번엔 상대가 좋지 않아.”

현운 도장은 강엽이 심상지경에 발을 들였다는 것을 모른다. 하나 안다 해도 고집을 꺾진 않았을 터.

거기까지 말한 현운 도장은 다시 급속도로 파리하게 질리면서 마른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선천지기를 넘겨준다고 해도 별 효용이 없겠지.

‘그래도 진기가 정순해서 버티는 거다.’

한없이 자연지기와 닮은 도가의 기운이 사기에 대항하면서 현운 도장을 지켜주고 있었다.

평범한 내가고수였다면 살주에 당한 시점에서 하룻밤도 못 넘기고 목숨을 잃었으리라.

‘하지만 이렇게 보니 알겠군. 마의의 목적은 더 강력한 망자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야.’

호광성을 공포로 몰아넣은 망자의 군세.

지금까지의 행동 양식만 놓고 보면 마의의 목적은 망자의 군세로 이 땅을 제패하는 걸로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 증거로 현운 도장의 몸에 침투한 살주엔 망자로 부활시키는 공능은 걸려있지 않았다.

어느새 잠에 빠진 현운 도장을 고이 눕히면서 강엽은 오른쪽 정안에 이어 왼쪽의 마안까지 열었다.

직후 손 안에 조그마한 붉은 구체를 띄우고, 허공을 향해 말했다.

“진조, 상황은 알고 있겠지?”

[들여다볼 셈이냐?]

본디 심법진 등 특별한 조건이 갖춰줘야만 강엽의 안쪽에서 나올 수 있는 진조였다.

하지만 강엽이 약하게나마 심법진을 띄웠기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정안으로 술법을 분석하고, 마안으로 이 말코의 몸에 걸린 술법의 근원을 파헤치겠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하나 매우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어쨌든 가능하단 말이군.”

[그동안은 외부의 위협에 취약해질 게다. 백가 계집과 완가놈을 불러서 호법을 시켜라.]

그 말에 강엽은 멀리 전음을 날려 두 사람을 호출하고, 혈목을 이용해서 간이 술법진을 만들었다. 외부의 사특한 기운으로부터 심신을 보호하는 술법.

휘우우우우웅...!

방 안의 주력이 둘로 나뉘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태극의 형상으로 휘몰아친다.

정안과 마안, 두 동술의 광채를 받아서 빠르게 회전하는 주력의 흐름이 현운 도장의 육신에 투사되고,

강엽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감각을 느끼면서 술법의 근원으로 의념을 흘려넣었다.

“연결은 쌍방의 작용이지. 저쪽에서 이쪽을 알 수 있다면, 이쪽에서도 저쪽을 알 수 있어.”

이 세상에 약점이 없는 술법 따위는 없다.

찰나, 강엽의 의식은 현운 도장의 심신을 갉아먹는 술법을 향해 쏘아졌다.

* * *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무저갱.

그나마 조금씩 들리는 철그럭거리는 금속음만이 여기에 무언가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조금만 실수해도 마의에게 들키겠지.’

현운 도장의 몸에 걸린 술법은 마의와 직접 연결된 만큼 당장 낌새를 알아차려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술법에 남은 마의의 사념을 읽는 즉시 빠져나와야....

-대계가 멀지 않았네.

귓가를 파고드는 목소리에 강엽은 숨을 죽였다.

어둡기만 했던 눈앞에 차츰 어떤 광경이 떠올랐다.

그곳엔 한눈에 봐도 몹시 귀한 비단으로 장삼을 지어입은 노인이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 앞에 방만하게 앉은 가면의 사내가 물었다.

-굳이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뭐지, 이사도?

이사도. 본래 복건성의 포정사였으나, 근래에 절강성으로 자리를 옮긴 속세의 권력자.

광명마교에서 그가 이사도의 지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아는 강엽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마의의 사념을 읽어 진의를 파헤치려고 했건만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자네가 저 수많은 망자들로 사욕을 챙기는 걸 경계하고 있는 걸세. 호광 무림을 친 이유는 어디까지나 대계를 위함이 아닌가?

-오지랖이 넓군. 이 몸이 너 따위의 충고가 필요한 것처럼 보이나?

-물론 자네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하나 대계를 위해 저토록 많은 망자들이 필요한가?

-.......

-아니지, 아니야. 저 망자들도, 저기 있는 검선도, 사로잡은 모용세가주와 형산파 장문인도 모두 자네의 사욕을 위해 준비한 제물이 아닌가?

-교주도 해량하겠다고 했다.

-교주께서 그리 말씀하셨다고?

-몰랐나? 애초에 내가 광명교에 귀의할 때 내건 조건이었다. 너희들의 대계에 일조하되, 대계에 편승하여 나의 염원을 이루는 것.

-하면 자네의 염원이 뭔가?

-그것도 모르고 어깃장을 놓으려 왔나.

입을 다물고 조용히 노려보는 이사도를 향해 마의가 코웃음을 치면서 두 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나는 이 세상 모든 질병을 정복했다. 그리고 이제 단 하나의 질병만이 남았지. 바로 죽음이다.

-무어라?

-난 죽음을 정복할 것이다. 그로써 이 세상 모든 중생들이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리라.

-자네 제정신인가? 그런 허황된 꿈을...!

-그래, 모두가 허황된 꿈이라고 했지. 내 자식들도, 제자들도... 하지만 나는 반 이상 성공했다. 모든 병과 상처를 치유하는 비약을 만들었다.

그 순간 마의가 옆에 있는 소쿠리에서 둥그스럼한 무언가를 왕창 쥐어 가면 안쪽으로 우겨넣었다.

으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울대가 꿀꺽 움직이는 모습.

-뭘 먹은 겐가?

-생사단.

시커먼 몸을 일으키자 허연 아지랑이가 수증기처럼 일어난다. 가면 속의 눈이 노란 안광을 내뿜었다.

-제물들을 좀 희생시켰지. 이제 나는 남은 사냥감들을 잡기 위해 전장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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