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거룡 (12)
구양익은 강엽의 노림수를 간파했다.
‘나를 유인할 셈이군. 하긴 내가 조천방주를 노릴지 모르니 불안하겠지.’
조천방주 쪽으로 눈알을 굴리기만 해도 강엽이 이를 악물고 덤비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상대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지 않고서야 어찌 암검주라 하겠는가?
구양익은 틈만 나면 조천방주를 노릴 것처럼 암시를 주면서 강엽의 허점을 유도했다.
분명 그랬을진대....
‘대체 뭐 하는 놈이냐?’
강엽은 부상을 입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격렬하게 몰아쳤다. 목숨과 직결된 급소만 피하면서 구양익을 몰아붙이고, 또 몰아붙였다.
가끔은 면장을 쓰듯 경파를 넓게 퍼뜨려서 구양익을 멀리 밀어내기도 했다.
구양익이 맞찌르는 바람에 뼈가 드러나는 큰 상처를 입었는데도 말이다.
공격, 공격, 오직 공격!
마치 목숨을 도외시한 듯한 공세일변도의 맹공에 구양익은 수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목표는 조천방주를 확보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거지, 일개 낭인 따위와 같이 죽는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놈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어째서냐?”
강엽은 목표를 이뤘다.
“네 싸움도 아니다. 넌 남의 싸움에 금전을 대가로 끼어든 승냥이에 불과해.”
물론 공을 세우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말해봐라, 비천한 낭인아. 조천방주 그 늙은이가 네 아비라도 되느냐? 네놈이 조천방주가 숨겨둔 자식이라 이리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느냔 말이다.”
설령 조천방주의 제자들이라 할지라도 이 지경이 되도록 싸우진 않을 것이다.
구양익을 한갓진 숲 속으로 몰아넣은 대가는 너무 컸다.
“후욱! 크윽...!”
강엽은 소나무를 잡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여기저기 베이고 찔리는 바람에 흉하게 벌어진 상처들이 검붉은 선혈을 울컥 토해내고 있다.
왼팔은 부러져서 덜렁거렸고, 종아리 비복근의 근맥이 잘린 바람에 다리도 절고 있었다.
“그래... 정말로, 쿨럭! 죽을맛이구만....”
혈공진기로 통각을 누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강엽은 구양익의 검기에 찔리고 베일 때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격통에 시달렸다.
절정고수의 이목을 속이느라 재생력을 극도로 억제했다.
평범한 사람들 같았으면 죽고도 남았으리라. 흡혈귀여도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살아있는 게 용하군. 하지만 그렇게 살아있는 게 무슨 소용이지? 지금의 넌 삼척동자가 휘두르는 검도 피하지 못할 거다.”
구양익은 강엽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면서 흑검을 들어 강엽의 목에 겨누었다.
강엽은 흔들리는 손으로 칼날을 움켜잡았다. 다행히 용린투를 낀 덕에 손가락이 잘리진 않았다.
“멍청한 놈. 손째로 잘라주....”
구양익의 말이 멎었다.
두 눈이 쥐방울 만하게 커졌다.
“어, 어떻게......!”
보고서도 믿기지 않은 광경이었다.
강엽의 몸에 베고 찔린 상처들이 절로 아물고 있는 게 아닌가?
부러졌던 뼈가 다시 붙고, 동태 눈깔마냥 흐리멍텅했던 눈빛에 생기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콰앙!
“큽!”
구양익이 신음을 삼켰다.
‘이런...!’
너무 놀라서 대응이 늦었다.
미리 호신기를 쳐두지 않았다면 죽었을 터.
“하압!”
의문을 뒤로하고 검격을 내쳤다.
검기를 머금은 칼날이 어깻죽지를 반쯤 파고들었지만, 강엽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장을 내질렀다.
한천최음장의 음한지력이 깎여나간 호신기를 강타, 안쪽으로 파고들어 한기를 퍼뜨렸다.
“커억!”
일전에 귀백량에게 처음 써봤을 때처럼 힘조절은 하지 않았다. 십이성 공력을 모두 때려박은 장력.
구양익의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렀다.
반면 강엽은 한 호흡 만에 아물었다.
‘완전히 아문 건 아니야.’
상처는 나았어도 구양익이 흘려보낸 경력은 독기처럼 남아서 근육과 혈도를 갉아먹고 있었다.
구양익이 워낙 고수라서 그의 경력에도 강엽을 죽이고자 하는 살의가 실린 것이다.
강엽은 몸이 망가지는 고통을 개의치 않았다.
그가 아프다면 상대는 정말 죽을 듯이 아플 테니까.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해도 상관없다.’
재생력이 있는 한, 공방에서 손해를 입어도 결국엔 이득을 본다.
상대에게 유효타만 입힌다면 말이다.
촤아악!
“뭐 이딴 놈이!”
구양익 입장에선 기막힌 노릇이었다.
열 번을 베면 뭘 하는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재생한 다음에 다시 덤벼오는데.
그렇다고 목이나 심장 같은 급소를 노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강엽은 지형지물과 암신을 십분 이용한 기민한 몸놀림으로 급소만은 내주지 않았다.
“네놈, 이 꼴을 들키지 않으려고 나를 유인한 거냐!”
“깨달음이 늦군.”
강엽이 짧게 웃고는 말했다.
“진작에 죽기를 각오하고 맞찔렀으면 이 꼴이 나진 않았을 텐데. 하긴, 일개 낭인 나부랭이와 동귀어진하는 건 아까웠나?”
“...!”
구양익의 눈이 부릅뜨였다.
그가 강엽의 심리를 읽고 있었던 것처럼, 강엽 역시 그의 심리를 읽고 있었던 것이다.
“심리전이라는 게 항상 일방적이진 않거든.”
마음껏 재생력을 쓸 수 있는 시점에서 강엽의 전술폭은 비할 데 없이 넓어졌다.
상식적인 잣대에선 어리석은 짓이 그가 하면 합리적인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단번에 급소를 날리지 않는 한 나는 계속 재생할 거다. 하지만 너는 어떨까?”
강엽이 암신을 펼쳐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그 수법은 몇 번이고 봤다! 똑같은 수법은 안 통한다!”
구양익 역시 은신술을 펼쳐 주변과 동화되었다. 동시에 강엽의 실체를 잡아내서 검을 찔렀다.
학검수사 이상으로 빠른 속도.
학검수사보다 강하기도 했거니와, 그 자신이 은신술의 고수인 덕에 인식의 간극도 없었다.
동시에 허실을 파악, 기감을 타고 반격을 걸어온다.
아니, 아예 한 술 더 떠서 강엽이 어디로 올지 예측하고 그 지점에 검을 찔러넣었다.
카앙!
불똥이 튀고 검풍이 나뭇가지들을 잘랐다.
‘지금이다!’
구양익은 눈을 빛냈다.
강엽이 당황한 게 보였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급소를 찔러서 끝장을 내버릴 작정이었다.
‘분하지만 이놈의 말이 맞다. 장기전은 내게 불리해. 단숨에 심장을 뚫어버린다.’
그는 까맣게 몰랐다. 과거에 그와 같은 선택을 했던 누군가가 강엽의 첫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을. 초조해져서 기회가 왔을 때 전력을 담은 일검을 찔렀다.
그리고 흡혈귀의 송곳니가 목덜미를 물었다.
콰직!
생살이 찢겨나가진 않았다. 구양익의 호신기는 철권긍룡이나 학검수사보다 배는 두꺼웠다. 만약 누군가가 그를 이빨로 깨물려고 하면 그 이가 갈려나갈 정도였다.
하지만, 강엽과 공방을 나누는 동안 호신기는 수없이 찢겨나가면서 얇아졌다. 강엽이 숲에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 동안 공방을 이어갔던 이유가 있었다.
단단하고 두꺼운 호신기를 뚫기 위해서였다.
“무슨 짓을...!”
강엽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빨을 더욱 깊숙이 박아넣었다.
송곳니가 갈려나가고 잇몸이 피로 물들었다. 재생력으로 나은 송곳니가 다시 부러지면서 입 안이 걸레짝이 돼버렸다.
재생과 출혈이 수도 없이 반복된다.
강엽은 멈추지 않았다. 멈추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호신기를 찢고 연약한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넣는 데 성공했다.
“크악!”
쭈아아아악!
피가 급속도로 빨려나갔다.
대량의 선천지기를 빼앗긴 구양익은 내공을 운행하는 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커어...어억!”
우드득! 우드드득!
구양익의 어깨가 빠그러졌다.
부러진 늑골이 장기를 찌르다 못해 살갗을 뚫고 튀어나왔다.
절정고수의 피를 포식한 강엽의 완력이 호신기를 우그러뜨릴 만큼 강해진 것이다.
“꺼...어....”
구양익의 얼굴이 시간을 빼앗긴 것마냥 급속도로 늙어간다.
반면 강엽은 체내에 남아있던 구양익의 경력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온몸에서 활력이 솟구쳤다.
숨이 끊어진 구양익의 시체를 내던진 뒤에야 흡혈을 멈추었다.
“크읍!”
가슴에 박힌 검을 빼낸 강엽이 비틀거리다가 아름드리나무를 등진 채 주저앉았다.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군....”
자신의 추측이 틀렸다.
구양익은 철권긍룡이나 학검수사보다 한두 수 위가 아니었다. 그들보다 서너 수는 윗줄이었다.
‘재생력이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겠지.’
무공은 자신보다 윗줄이고, 암신도 안 먹힌다.
미리 판을 짜두고 놈을 유인하지 않았다면 정말 잘 해봐야 양패구상이었으리라.
하지만 위험을 무릅쓸 가치는 있었다.
구양익의 피를 마시는 순간 깨달았다. 절정고수의 피를 마시면 새로운 능력을 깨우치리라는 것을.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새로운 능력을 일깨울 수 있다. 하지만 강엽은 그러지 않았다.
‘암신을 얻었을 때와는 다른 것 같은데....’
새로운 능력을 얻는 방식이 자신이 막연히 짐작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건... 좀 시간을 들여서 살펴봐야겠군.’
급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그렇게 판단한 강엽은 몸을 일으켰다.
솔직한 마음 같아선 정신적으로 지쳐서 조천방이고 뭐고 쉬고 싶었다. 하지만 거룡방주가 남아있는 이상 안심할 때가 아니었다.
하후진이나 다른 은패급 낭인들이 막아주겠지만, 또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그래도 가기 전에 할 일은 해둬야겠지.”
목내이처럼 비쩍 마른 구양익의 시체를 본 강엽은 놈의 전낭을 수거한 다음 약병을 꺼내들었다.
혹시나 흡혈 흔적을 인멸할 일이 있을까 싶어 장경을 통해 구해둔 화골산(化骨散)이었다.
참고로 장경은 화골산을 구해주면서도 어찌 쓸지는 묻지 않았다. 강엽은 그런 점이 편했다. 편의를 봐주면서도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 것이.
노릿한 용액이 떨어지자 뼈와 살점만 남은 시체가 치이익 연기를 뿜어내며 녹기 시작했다.
뼈와 살점이 늘어붙은 참상이 욕지기를 일으켰지만, 강엽은 꾹 참고 뒤처리를 끝냈다.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화골산을 썼다는 것 자체가 뒤가 캥긴다는 방증이지만, 괜히 흔적을 남겨두는 것보다는 나을 터.
그렇게 흔적을 없앤 뒤에야 강엽은 한때 누군가의 시체였던 것을 뒤로하고 떠났다.
달밤이 어스름히 비추는 어두운 숲 속엔 주인을 잃은 흑검만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
* * *
“졌군.”
거룡방주는 인정했다.
이 전쟁은 거룡방의 패배였다.
전세가 조천방 쪽에 유리하게 흐르자 수적들은 확실히 승자의 편에 서겠다는 듯이 오선자와 암검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차마 개죽음을 당하고 싶진 않았는지 오선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내뺐다.
‘그렇군. 결국엔 각자도생인가.’
오선자를 탓하고 싶진 않았다. 빈객들은 구양세가에 신세를 지는 대가로 부탁을 들어줄 뿐, 뼛속 깊이 충성하는 건 아니니까.
대신 오선자는 구양세가에 다시는 얼씬거리지 못할 테지만, 그거야 나중일이었다.
“포기하고 그만 항복하지 그래? 댁을 도와줄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하후진의 비아냥거림에도 거룡방주는 숨만 헐떡였다.
은패급 낭인 네 명의 협공을 당하면서 그도 큰 부상을 입었다. 기실 화를 낼 기운도 없었다.
그럼에도 억지로 진기를 끌어내며 일갈했다.
“허튼 소리!”
하후진이나 그나 지친 건 매한가지다. 다만 하후진은 같이 싸워주는 낭인들이 있는데 거룡방주는 철저히 혼자였다.
“이보쇼, 부하들 다 죽일 거야? 따지고 보면 저치들은 당신 명령을 들은 죄밖에 없잖아?”
“크흐흐....”
거룡방주의 입술을 비집고 음침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누가 죄가 없다고 하더냐?”
“뭐?”
“거룡방이 어떻게 출발했는지 아느냐?”
“....”
“뒷골목 거렁뱅이들, 죄를 짓고 하옥된 놈들, 남들 등쳐먹는 쓰레기들... 그런 놈들을 모았다. 그런 놈들이니 양심의 가책을 안 받고 쓰레기짓을 한 게지.”
“그럼 다른 조운방회를 병탄해서 들인 방도들은....”
“본타에 놔두고 왔다.”
“어째서?”
“믿을 수 없는 놈들에게 어찌 등을 맡기랴? 차라리 뒤에 남겨두는 게 낫다.”
그렇게 남겨둔 이들이 반란을 일으키면 막을 방법이 없긴 했다.
하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놈들은 내가 살아있는 한, 구양세가가 있는 한 절대로 딴마음을 먹지 못한다.”
그럼에도 반란을 일으키는 놈들은 쓸어버리면 될 뿐.
거룡방주가 과시하듯 양팔을 벌리고 전장을 오시했다.
“여기 있는 놈들은 쓰레기다. 난 쓰레기들의 방주지. 내가 죽는데 쓰레기 같은 놈들이 우린 명령만 따랐을 뿐이라고 징징거리면서 멀쩡히 사는 꼴은 내가 억울해서 못 보겠다. 쓰레기 방주가 죽으면 쓰레기 방도들도 순장(殉葬)하는 게 강호의 도리 아니겠느냐?”
“어려운 말 쓰지 마, 새꺄. 난 순장이 뭔지 몰라.”
“.......”
“하지만 뭔 말을 하는지는 알겠군. 혼자 뒈지는 게 억울해서 저승길 동무를 데려가겠다는 거잖냐? 왜, 저승에서도 쓰레기 방주 노릇 하고 싶디?”
“...큭큭, 그래. 네 말대로다.”
“어휴, 또라이 새끼.”
하후진이 치를 떨었다.
강호는 넓고 미친 놈은 많다고, 정신 나간 놈은 많이 봤지만 이런 놈은 처음이었다.
“흥, 사돈 남말 하지 마라. 네놈들도 쓰레기다. 돈에 눈이 멀어 아군의 등에 칼을 꽂는 승냥이 새끼들, 당장 네놈들 중에도...!”
“그만 가라.”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창날이 목구멍을 뚫고 나왔다.
등 뒤에서 거룡방주를 찌른 양평의 모습에 하후진이 식겁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 새끼 죽여서 다른 놈들이 복수하겠다고 설치면 어쩌려고!”
“너무 흥분하지 말게, 사자염도. 이자가 말했듯 거룡방도들은 쓰레기야. 그런 놈들이 제 방주가 죽었다고 복수하겠다고 덤비겠나?”
“그건....”
하후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양평의 말마따나 거룡방도들은 거룡방주가 죽자 걸음아 나 살려라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방주가 쓰러졌음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싸운 조천방과 참 여러모로 비교되는 광경.
“어차피 급조된 방파일세. 잠시 들불처럼 일어나긴 했어도 그뿐. 놈들에겐 충성심이 없어.”
“부정하진 못하겠군. 하지만....”
하후진은 배움이 짧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바보였다면 상승 무공을 배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거룡방주는 죽기 전에 뭔가 말하려고 했어.’
한데 말을 내뱉기 전에 양평이 대뜸 살수를 썼다. 그전까지는 소극적으로 싸웠던 놈이 말이다.
양평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모를까, 그가 과거에 한 짓을 알고 있는 하후진으로선 이 행동 자체가 꺼림칙하게 다가왔다.
‘이 새끼, 설마....’
머릿속에 떠오른 가능성을 곧장 내뱉진 않았다.
증거도 없이 몰아붙인다면 역효과만 나리라.
‘젠장, 참는 수밖에 없나.’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우리가 이겼다!”
도망치는 거룡방도들을 멍하니 바라봤던 조천방도들이 하나둘씩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네.”
“우리가 이긴 거야. 우리가 이긴 거라고....”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깨달음과 함께 조천방도들이 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 함성을 질렀다.
“우리가 이겼다! 이겼다고!”
“거룡방 개자식들! 도망치는 꼬라지 좀 봐라!”
“와아아아아아아!”
살아남은 자들이 어깨동무를 하거나 힘없이 주저앉아 안도의 웃음을 흘렸다.
“조천방이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