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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68화 (668/705)

외전 제3부 62화

저벅저벅.

대신전에는 새로 나타난 젊은 남자의 발소리밖에 안 났다.

가브리엘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 정도 기를 가진 건 그들 뿐이다.’

4대 신계의 위에 존재하는 자들.

역대 왕을 지낸 자들이 모이는 곳.

신왕성이었다.

세상이 멸망하든.

4대 신계가 멸망하든.

왕의 자리에서 은퇴한 뒤로는 일체 신경을 쓰지 않았다.

파천혈신이 신계를 어지럽힐 때도.

신계대전이 일어났을 때도 신왕성은 가만히 있었다.

한데 드디어 이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가브리엘이 앞으로 걸어나가며 입을 열었다.

“신왕성에서 오셨소?”

그의 물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젊은 남자가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앉을 때가 없군.”

젊은 남자의 말에 눈앞에 있던 석상이 반으로 깔끔하게 잘렸다.

검이 움직이는 것조차도 보지 못했다.

아니, 공기가 갈리는 느낌도 없었다.

젊은 남자가 반으로 잘린 석상의 위에 털썩 앉았다.

“네가 가브리엘이냐.”

“그렇소.”

“다시 말해볼래?”

“무엇을 말이오.”

“방금 했던 말 다시 해보라고.”

젊은 남자가 아래를 보며 해맑게 말했다.

티끌 한 점 없는 표정이었다.

가브리엘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입을 열지 않았다.

‘어디 쪽 사람이지? 천계는 아니다. 지옥계 아니면 신선계?’

어느 쪽 출신인지 떠올려 보았지만, 짐작 가는 곳이 없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말해주시겠소?”

“그러면… 그 주둥이부터 제대로 고쳐봐.”

가브리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곁에 있던 라구엘이 버럭 소리쳤다.

“말이 심하지 않습니까!”

젊은 남자가 신계의 정점에서 왔다고는 하나.

같은 신이었다.

무엇보다 신계는 소속을 중요시했다.

젊은 남자가 천계왕을 지냈다면 불경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천계와 연관이 없어 보였다.

지옥계와 신선계가 주로 입는 무복을 착용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흐음… 최대한 착하게 말하고 있는데. 내 지랄 같은 성격이었으면 너흰 이미 죽었어.”

“무슨, 헉!”

라구엘이 반박하려다가 식겁했다.

눈을 마주친 순간 죽겠다 싶었다.

그녀가 뒤로 한발 물러나며 뒤로 넘어졌다.

“너 눈치 빠르구나? 뒤로 안 물러났으면 바로 목이 잘리는 건데.”

“무엇하는 짓이오!”

안경을 쓴 라파엘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소리쳤으나.

젊은 남자는 개의치 않아 했다.

대신 손에 든 검을 검집째 라파엘을 향해 던졌다.

퍽-

“컥!”

라파엘이 대신전 벽에 파묻혔다.

독의 돌을 흡수한 라파엘이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의 경지로 따지면 자연경 끝자락이었다.

한데 반응도 하지 못했다는 건 상대가 훨씬 강하다는 소리.

가브리엘도 침을 삼켜야만 했다.

“12서클에도 들지 못한 머저리가 제 주제도 모르고 설쳐대는 꼴이라니. 이러니 4대 신계가 엉망이지.”

젊은 남자가 손을 뻗어 검을 회수 했다.

그리고 가브리엘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네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겠지? 이건 지나가는 개도 알 수 있을 거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가브리엘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둠의 돌을 얻은 그가 자존심을 버렸다.

탈신경 초입.

그러니까 12서클 초입에 든 그조차도 젊은 남자가 얼마나 강한지 예상 가지 않았다.

“내가 너희들 따위한테 이름을 가르쳐줘야 해?”

젊은 남자가 모멸감을 주었다.

싱글벙글 웃는 모습으로 말이다.

가브리엘이 부들부들 떨었다.

수치스러웠으나 어쩌랴.

상대는 신왕성의 인물.

잘못 걸렸다가는 뼈도 못 추린다.

가브리엘을 내려다보고 있던 젊은 남자는 이 상황이 재미없는지.

장난을 그만 쳤다.

“오랜만에 인계에 와서 기대했는데 실망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농땡이들처럼 신왕성에 있을걸.”

젊은 남자가 석상 아래로 폴짝 뛰며 구시렁거렸다.

“쓰레기들이긴 하지만 내 드높은 이름을 알려줘야겠지? 아니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문제를 내볼까?”

그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불의 군단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옥계의… 왕을 지내셨던 분이십니까?”

“오, 맞혔어. 어떻게 안 거야?”

젊은 남자가 눈을 반짝이며 불의 군단장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오자 몸이 굳었다.

숨조차 편히 쉬지 못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입을 열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는데 당신께서 날린 검집에 불꽃이 맺히는 걸 본 듯… 합니다.”

“너 눈썰미 좋구나? 합격! 마음에 들어.”

젊은 남자가 불군단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좋아했다.

“특별히 네게만 내 이름을 말해줄게.”

“가, 감사합니다.”

“내 이름은 전륜. 지옥계의 왕을 지냈었다.”

“헉!”

“저, 전륜!?”

“구천옥을 만든 미치광이 왕이라니!”

이곳에 있는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별종 중의 별종.

지옥계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독선적인 왕이었다.

그의 업적은 딱 하나.

구천옥을 만들어 죄인들을 집어넣어 죽게 만들었다.

가브리엘과 라파엘이 기겁하는 사이.

불의 군단장은 대뜸 엎드리며 애원했다.

“저, 전륜이시어. 제 주인을 간악한 인간의 손에서 구해주십시오.”

“네 주인이라면 우리엘을 말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좋아.”

전륜이 흔쾌히 약속하자 오히려 불의 군단장이 말을 더듬었다.

“예? 자, 잘못 들었습니다?”

“널 도와줄게.”

“정말이십니까?”

“내 힘을 순간적으로나마 느낀 상이야.”

“가, 감사합니다.”

“안내해.”

“알겠습니다.”

불의 군단장이 벌떡 일어나 대신전을 나갔다.

전륜이 녀석의 뒤를 따르다가 뒤를 돌아봤다.

“저년 챙겨서 너희도 따라와.”

“저희… 도 말입니까?”

“내가 움직이는데 네깟 놈들이 쉬겠다는 거야?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면 그냥 여기서 죽어.”

“따르겠습니다.”

가브리엘이 황급히 말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라파엘이 기절한 라구엘을 챙겨 가브리엘과 함께 전륜의 뒤에 바짝 붙었다.

* * *

그 무렵.

지옥계에 손님이 찾아왔다.

“오랜만이야. 염왕.”

염라대왕은 벙찐 얼굴로 앞을 보고 있었다.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자였다.

“네가 여긴… 어떻게?”

눈앞에 있는 여자는 굉장히 고혹적으로 생겼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듯.

앞이 푹 파인 상의를 입고 있었다.

“신왕성의 전언을 가지고 왔어.”

“신왕성에서?”

염라대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을 때.

여자가 종이를 날렸다.

염라대왕이 날아오는 종이를 낚아챘다.

[파멸.]

단 두 글자였다.

염라대왕의 눈이 거세게 떨렸다.

종이를 잡은 손도 마찬가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신계가 무너져도 움직이지 않던 신왕성이 무슨 연유로 나서려는 거냐.”

“나야 윗분들 말에 따를 뿐이야.”

“전 색욕의 주인이며 마계왕이었던 사리탈리 아데스 네가 말이냐. 웃기지도 않는구나.”

“어머. 여전히 날 의심하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러기야?”

“이유를 말해!”

쾅!

염라대왕이 주먹으로 책상을 부쉈다.

지옥목으로 만든 단단한 나무 책상이 또 조각난 것이다.

벌써 몇 개째인지.

오래 쓸 날이 올까 싶다.

“귀 안 먹었어. 목소리 좀 작게 말해. 그리고 나 신왕성 소속이야. 4대 신계의 왕인 너보다 내가 계급이 높거든. 존댓말 해줄래?”

“당장이라도 널 죽일 수 있다.”

염라대왕의 눈에 겁화가 피어올랐다.

염라전을 가득 메운 검은 불꽃.

그녀조차도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힘이었다.

“넌 여전히 강하네. 그 힘으로 왜 아직도 지옥계 왕을 하고 있나 몰라.”

지옥계는 다른 층계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천계와 마계는 가문이 존재했다.

인간 세상의 가문과 똑같이 혈통으로 이루어져 권력 세습을 가지고 있었다.

신선계 또한 비슷했다.

하나 지옥계만은 달랐다.

지옥의 왕은 총 열 명.

이들이 돌아가면서 지옥계를 관장한다.

가장 길게 왕의 자리에 있는 자가 바로 염라대왕이었다.

“나 같으면 힘의 족쇄를 풀고 마음껏 살겠다. 왜 스스로 금제를 하고 있는 거야 멍청하게.”

지옥계의 왕 중 대다수가 신왕성 소속이었다.

염라대왕은 그들보다 훨씬 빠르게 신왕성에 들 수 있었으나.

그가 거부했다.

“내 질문에 아직 대답을 안 했다.”

“이유는 물어보지 말고 따르면 안 돼?”

“천극자가 죽어서 움직이려 하는 것이냐.”

“신왕성이 겁쟁인 줄 알아?”

사리탈리 아데스가 뾰족하게 말했다.

그녀의 반응에 염라대왕이 코웃음쳤다.

“천극자가 있을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소멸 되고 나니 귀신같이 움직이는 걸 봤는데 의심하지 않을 수가 있나. 누가 목표냐. 신선제냐 아니면 파천제냐.”

“둘 다.”

“천극자가 파천혈신을 보호하고 있어서 움직이지 못한 모양이군. 죽이려는 이유는?”

“신계와 인계를 가리지 않고 나댄 것. 그게 위에서 언짢게 생각하는 부분이야.”

사리탈리가 순순히 대답했다.

이미 염라대왕은 추측을 끝난 상태.

변명해봤자 소용없었다.

“그 또한 거짓말이겠어.”

“진짜야!”

“위에 놈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널 파견했을까.”

염라대왕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이내 눈을 좁혔다.

“신선제에 오른 설극이 크기 전에 죽이려는 모양인가?”

설극은 왕에 오르기 전에도 강했다.

한데 신선제에 오르고 배는 강해졌다.

날이 지날 때마다 성장했다.

이대로 놔뒀다간 제2의 천극자가 탄생할 수도 있었다.

염라대왕이 사리탈리를 뚫어지게 보자.

“마음대로 생각해.”

“멍청한 짓거리다.”

“뭐?”

“두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신왕성의 전언을 무시할 생각이야?”

“벌집을 건드리려는 건 너희들이다.”

“흥. 신왕성이 너희처럼 덜떨어진 곳인 줄 알아? 전대 왕들이 모여있는 괴물 집단이라고.”

그녀는 자부심이 넘쳐났다.

하급 신도 아닌 왕 출신들이 득실한 곳.

정점.

더는 오르지 못한 가장 높은 곳이었다.

소속된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먼저 건드렸다간 나도 더는 못 막는다.”

“어쩌지? 이미 인계로 파견 갔어.”

“누구냐.”

“네 친구. 오랜만에 인계로 내려간다며 좋아하던데?”

“전륜? 너희들이 정녕 미쳤구나.

염라대왕이 눈을 질끈 감았다.

손으로 이마를 탁치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 파천제가 다치면 설극이 미쳐 날뛸 것이다. 그걸 알고도 움직인 거냐.”

“걱정 마. 파천혈신한테는 전대 왕이 두 명이나 파견 나갔어.”

사리탈리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예상과 달랐다.

“어림없다.”

“뭘?”

“설극에게 누가 갔는지 모르겠으나 실패할 것이다.”

“설마. 전대 신선제들이 갔는데?”

“아미와 개방이면 무조건 패배할 거다.”

사리탈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신왕성에서 파견 간 전대왕은 바로 아미와 개방이었으니까.

“너희가 잊은 게 있는데 설극의 무공은 천극자에게서 파생된 무공이다. 경지가 최소 두 단계 이상 차이가 나지 않으면 이기지 못해.”

“파천혈신의 경지가 어디에 있는데…?”

“내가 전에 봤을 때는 탈신경 완숙에 있었다. 지금은 훨씬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사리탈리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우리의 행동이 맞았어. 이번에 죽이지 못하면 신왕성에 위협이 될 거야.”

“가만히만 놔두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

염라대왕이 화를 냈지만 소용없었다.

사리탈리는 이미 설극을 적으로 간주한 상황.

꼭 죽여야 하는 인물이었다.

“너는 괜히 이 일에 끼어들려 하지 마.”

“너희가 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신왕성의 일을 폄하하지 마. 한 번만 더 했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살리탈리가 어깃장을 놓곤 사라졌다.

전언을 다 전했으니 신왕성으로 돌아간 것.

염라대왕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침음했다.

“으음… 이를 어찌하면 좋을꼬.”

그는 원리원칙주의자였다.

천극자와 설극을 만난 후로 일이 꼬여버렸다.

두 사람만 연관되면 원칙에 위배 되는 행동을 하게 됐다.

이번 일도 머리로는 원칙을 지키라고 하지만.

마음은 정반대에 있었다.

“어쩔 수 없구나. 여봐라.”

“부르셨나이까.”

염라전의 관리들이 와서 그의 앞에 엎드렸다.

“신선계로 가서 신왕성이 움직였다고 전해라. 목표는 신선제와 파천제이니라.”

“명을 받들겠나이다.”

“당분간 망자의 처리는 너희가 처리해야 할 것이다. 사자와 야차, 나찰은 무장하고 나를 따르라.”

염라대왕이 바쁜 걸음으로 염라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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