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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02화 (602/705)

제585화

백무생 또한 검을 뽑았다.

마검.

섬뜩하리만치 강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웅웅.

백무생의 손이 자주색으로 빛났다.

마검도 자주색으로 물들어갔다.

자하신공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마검과 자하신공.

서로 상반된 기운이 함께 어우러져 나왔다.

백무생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허공에 매화가 피었다.

“자하신공에 이십사수매화검법이네.”

이준은 피식 웃었다.

백무생은 화산파 출신.

화산제일검으로 무림맹주에 오른 인물이었다.

강하긴 하나 역대 화산파 출신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게 다였다.

오히려 인주의 부하 중 사선이 더 뛰어나달까.

아무튼 화산파의 무공 가지고는 자신을 상대할 순 없었다.

콰앙-

이준의 주먹과 백무생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것도 잠시.

“으읍!”

백무생이 벌건 얼굴로 버티다가 이내 뒤로 나가떨어졌다.

“억!”

그래도 명색에 오만의 군주라 그런지.

곧장 자세를 잡았다.

백무생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내가 밀리다니!”

내공만 사용했다더라도 이렇게 쉽게 밀릴 줄 몰랐다.

첫 한 수는 탐색전.

몇 번의 공수를 나누다 보면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탐색전을 하기도 전에 나가떨어진 거다.

믿기지 않았다.

근 몇백 년간 적에게 일방적으로 밀린 적이 있던가.

단연코 없었다.

오만의 군주인 자신을 누가 쉽게 밀어내겠나.

새로운 마왕이라도 절대 불가능했다.

“당연한 걸 뭘 놀라지? 이해할 수 없네.”

“감히 너 따위가!”

“너 솔직히 말해봐. 무림맹주 된 거 강해서 뽑힌 게 아니라 정치질해서 그 자리에 오른 거지?”

“닥쳐라!”

백무생이 버럭 소리쳤다.

그의 검이 다시 자주색으로 빛났다.

이번에는 전보다 짙어진 기운.

허공에 거대한 매화가 수십 송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가 검을 사선으로 긋자.

수십 송이의 매화가 이준에게 날아갔다.

엄청난 속도였다.

대기의 공기조차 없애며 날아가는 매화.

닿은 모든 걸 부수려 했다.

“소용없다고 해도 그러네.”

이준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평소 빛나던 회안이 아니었다.

천극자와 같은 백안.

그 눈에 의해 매화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이익!”

백무생이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무공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했다.

설극이 익힌 무공은 절세의 신공.

자신이 익힌 건 별 볼 일 없는 화산파의 무공이라 여겼다.

그러니 애송이 따위에게 밀리고 있는 거라고 위안을 삼았다.

“무공에 자부심이 없네. 진심이 안 느껴져. 화산파 출신 맞아?”

사선과 싸울 때는 이러지 않았다.

사선은 적어도 화산파에 대한 애착이 느껴졌다.

한데 백무생은 달랐다.

사문의 약한 무공에 대한 불만이 가득 담겨 있달까.

“설극의 무공을 가지고 잘난 척하지 마! 나도 그 무공을 익혔다면 너보다 훨씬 강했을 것이다.”

“하아?”

이준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젠 하다 하다 무공으로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게 아닌가.

별 되먹지 않은 핑계를 대고 있었다.

이준이 고개를 돌려 연아린을 향해 말했다.

“저기 여신선 님. 그쪽에 화산파 출신 신선님 있을까요?”

“응. 있어. 그건 왜?”

“부끄러워하고 있을까 봐 물어봤어요.”

이준의 말에 연아린이 화산선을 보았다.

화산선은 이준 말대로 고개를 땅에 처박고 있었다.

얼마나 민망하고 화가 났는지.

얼굴을 푸들거리기까지 했다.

“백무생을 알아요?”

“…압니다.”

최상위 신선 자리에 최근에 오른 자였다.

“관계가 있을까요?”

“항렬로 따지면… 사백조가 됩니다.”

“백무생은 화산에 어떤 식으로 기록됐나요?”

“화산제일신검. 의협심이 뛰어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협객.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화산의 대영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대.”

“끅끅. 아주 지랄하네.”

이준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백무생이 협객이란다.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인면수심의 대명사라면 몰라도 협객은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 기록 싹 다 지우고 다시 써야겠네요. 화산의 저능아. 제 재능이 썩었으면서 화산의 무공 탓만 하는 패륜아라고요.”

“네이노오오옴!”

듣고 있던 백무생이 분노를 터트렸다.

그가 흑마력까지 꺼내며 이준을 공격했다.

* * *

백무생의 마법은 무지막지했다.

그가 왜 오만의 군주인지.

마왕을 가장 많이 배출한 가문의 가주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열 개가 넘는 마기의 소용돌이.

그 소용돌이는 모든 걸 집어삼키고 있었다.

바닥에 뒹구는 몬스터의 사체를 순식간에 분해하며 핏물로 산화시켰다.

마기의 소용돌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끄어어어!

꺄아아악!

괴성한 소리와 함께 바닥을 뚫고 해골이 나타났다.

“네크로맨서? 가지가지 하네.”

백무생은 7대 죄악의 모든 마력을 사용했다.

사령술도 그중 하나였다.

내공도 마력도 타 군주보다 월등한 그가 사령술을 사용하니.

처음부터 최상급 언데드가 나타났다.

엄청난 양의 몬스터.

해골들은 죄다 칠흑 같은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대검, 창, 낫, 양날 도끼 등.

다양한 무기를 가진 해골들이 유령마를 타고 있었다.

데스 나이트.

허나 눈앞에 보이는 몬스터는 데스 나이트가 아니었다.

데몬 나이트.

그들은 죽은 마족의 기사였다.

갖은 아티팩트에 유령마까지 탄 데몬 나이트.

그들은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저 버릇없는 놈을 내게 데려오거라.”

“히이이잉!”

유령마가 일제히 몸을 들며 대답했다.

앞발이 땅에 닿은 순간.

데몬 나이트가 바닥을 박차며 달리기 시작했다.

유령마를 탄 데몬 나이트의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경공이나 블링크보다 앞선 속도.

이대로 몸통을 받쳐오면 사지가 분질러질 게 뻔했다.

이준은 파멸겁을 꺼내 들었다.

“천살성이 이렇게 사용했지?”

이준은 진천무를 사용할 때 하나의 초식에 온 힘을 다했다.

반면에 천살성은 어땠나.

초식에 힘을 준 건 맞으나.

한 번으로 공격을 끝내려 하지 않았다.

마치 검강을 검기처럼 사용했달까.

이준도 천살성이 했던 것처럼 따라해 보았다.

“풍살.”

파멸겁의 창두 앞에 미친 듯 기류가 몰려들었다.

이준은 회오리치는 기류가 완성되기 전에 파멸겁을 휘둘렀다.

파멸겁에서 수십 갈래의 화살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퍼벅퍽퍽-

달리고 있던 유령마가 쓰러졌다.

선두에서 달리던 유령마가 바닥에 얼굴을 쳐 박자.

뒤이어 따라 달리던 유령마도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엎어졌다.

이준은 파멸겁을 멈추지 않고 휘둘렀다.

“이게 되네?”

검강을 검기처럼 사용하니.

위력은 배가 되었다.

마치 처음부터 이랬던 무공 같았다.

“난 아직 멀었구나.”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아무리 높아졌다 하지만.

역시나 무림에서 태어난 자를 이기진 못했다.

심지어 전대 신선제의 손자.

천재의 이해도였다.

그나 되니까 풍살을 검기처럼 사용할 생각을 하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이준이 풍살의 진정한 쓰임을 터득하고 있을 때.

뒤에서 데몬 리치킹이 마법을 날렸다.

혹한의 마법.

노바 프로스트였다.

세상을 꽁꽁 얼려버리는 궁극의 얼음 마법이었다.

흑마력까지 더해지니 더욱 강력했다.

노바 프로스트는 그저 시작에 불과한 마법.

빙결 마법이 하늘에 수놓아졌다.

이준에게 유성처럼 쏟아지는 얼음들.

하나만 맞아도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강력한 냉기를 지니고 있었다.

이준이 허리를 굽히며 땅으로 손을 가져갔다.

“사신벽.”

천살성처럼 서 있는 자세 그대로.

멋들어지게 사신벽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무리였다.

아직은 공부가 부족한 나머지.

이렇게 손수 움직이며 무공을 사용해야 했다.

이준의 손을 타고 전해진 기운이 하나로 응집됐다.

거대한 얼음이 생긴 것도 순식간.

빙결 마법이 사신벽에 부딪혔다.

“이, 이럴 수가!”

백무생이 입을 떡 벌렸다.

데몬 나이트는 그저 미끼.

진짜 공격은 데몬 리치킹이었다.

녀석들이 사용한 마력은 무려 9서클에 해당하는 마법.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마법이 아니었다.

“속임수다. 저따위 놈이 데몬 리치킹의 노바 프로스트를 막을 리 없어!”

백무생이 하나의 마검을 더 소환했다.

하나는 화염이 타올랐고.

다른 하나는 지독한 냉기가 풀풀 풍겼다.

쌍검을 잡은 그가 총공격을 했다.

“내가 앞장서겠다. 겁먹지 말고 날 따라라!”

백무생이 이준을 향해 호기롭게 덤벼들었다.

* * *

“흐아암.”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준은 백무생의 공격에 적응을 해버렸다.

지금은 그의 쌍검을 하품하면서 쳐내고 있었다.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어. 너 따위를 내가 못 이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

백무생이 노성을 터트렸다.

그러든가 말든가.

이준은 지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이게 다는 아니지? 이제 좀 새로운 것 좀 보여봐. 재미없잖아.”

이준은 일부러 백무생을 자극했다.

그가 좌절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거니까.

과거에는 무극자 사부에게 저항도 못 하고 죽었다.

현재는 어떤가.

자신에게 모든 수단을 다해 공격하지만 먹히지 않고 있었다.

무력감과 함께 짙은 패배감이야말로 백무생에게는 최고의 고통 아닐까.

“닥쳐!”

“할 말이 없으니까 소리만 지르네.”

백무생은 최선을 다해 이준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는 이준을 건드리긴커녕.

도리어 농락만 당하고 있었다.

이토록 무력감을 느낀 건 설극 이후의 처음.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으아아악!”

백무생이 괴성을 지르며 막무가내로 공격해 왔다.

“이제 정신까지 놨네.”

이준이 의도한 대로 됐다.

백무생의 정신 붕괴.

이성을 잃고 미친놈처럼 날뛰는 걸 보니.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듯싶었다.

퍽-

이준의 발이 백무생의 복부에 박혔다.

“커헉!”

백무생의 입에서 침이 질질 흘렀다.

이준의 발이 다시 한번 백무생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실 끊긴 연처럼 날아가 바닥을 나뒹구는 백무생.

어느새 나타난 이준이 백무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준의 발이 백무생의 심장을 천천히 눌렀다.

“끄윽!”

“아프냐?”

“으으….”

“이걸로 아프면 어떡해. 너로 인해 내 사부는 평생을 아파했는데 말이야.”

이준이 발에 힘을 주었다.

그의 발이 있는 곳은 백무생의 마나 하트.

무한한 마력이 깃든 심장이었다.

제아무리 마족이라지만 마력이 숨 쉬는 심장이 부서지면 목숨과 함께 마력은 영영 사라질 것이다.

“널 어떻게 조져줄까 많이 생각했어.”

이준이 백무생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주 재미난 걸 발견한 표정처럼 짓궂은 미소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바로 이거야.”

이준은 게이트를 열어 안으로 손을 뻗었다 뺐다.

그의 손에 든 건 다름 아닌 푸른 등불 꽃이었다.

균열 오염을 정화하는데 특화된 아티팩트였다.

“푸른 등불 꽃이 너희한테 얼마나 해로운지 넌 마족이니까 알겠지?”

“치, 읍!?”

백무생이 말하려는 찰나.

이준은 그의 입에 푸른 등불 꽃을 강제로 넣어버렸다.

백무생 입에 든 건 꽃잎이 전부 떨어진 꽃.

한기와 함께 무시무시한 정화력을 보일 것이다.

“으으으읍!”

백무생이 고통에 발광을 했다.

마족은 마기를 먹고 사는 존재.

균열 오염은 마족에게 힘을 주는 역할을 한다.

비슷한 만큼 푸른 등불 꽃 또한 두려워했다.

마족이 푸른 등불 꽃을 먹는다면 마기의 정화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진 능력마저 사라지니까.

“난 널 죽이지 않을 거야. 대신 널 최상위 마족에서 최하급 마족으로 떨어트려 줄게.”

존엄한 존재에서 노예로 전락하는 것.

꼭대기에 있는 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다.

특히 백무생같은 자들은 더욱 버티지 못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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