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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64화 (564/705)

제547화

이준은 4대 성지의 금역에서 나와야 했다.

특별 1반 출신들을 수련시키는데 세 신수가 내기를 걸었다나 뭐라나.

참견하지 말고 나가라는 축객령이 떨어졌다.

게이트의 주인은 이준이었는데 세 신수의 성화에 제가 게이트를 나와야 했다.

그러던 중 신경을 거슬리는 하찮은 마기가 느껴졌다.

그 속에 지옥의 기운이 은밀히 섞여 있기도 했고.

마기를 따라 이동을 해 보니 하필이면 가주들이 자주 모이는 별다방이 있는 곳 아닌가.

그래서 알아챘다.

무언가 사단이 났구나 하고 말이다.

결계가 펼쳐진 곳 앞에 서서 가만히 있는데 안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근거리에서 느껴진 사형준의 기운.

이 안에 사형준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한데 결계가 부서지자마자 보이는 사형준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SS급 완숙의 각성자.

천무를 익힌 각성자이기도 한 사형준의 모습은 피투성이었다.

전신에 상처가 가득했다.

대체 누굴 만났길래 이렇게 당한 걸까.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그 때문일까.

이준의 눈동자는 고요했다.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눈빛.

분노란 감정이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낮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상대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했다.

쾅-

저 멀리서 폭음이 들려왔다.

“안 봐도 뻔해.”

이준은 앞쪽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주군 부단주가 위험.”

“안다.”

그의 차가운 목소리에 사형준은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김봉팔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빨리 가서 김봉팔을 구해야 한다고.

말해야 했으나.

목구멍을 뚫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사형준은 죄책감을 느껴야만 했다.

이준의 등 뒤를 죄인처럼 따랐다.

한참을 걸어서야 이준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끄으….”

이준은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김봉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냥 죽지, 아직도 숨이 붙어 있는 거냐.”

“주군…?”

김봉팔이 눈도 뜨지 못한 채 이준을 불렀다.

김봉팔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사형준이 나서려 했다.

“…주군 부단주의 상태가 위독합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죽게 놔둬.”

“주군!”

이준이 김봉팔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사형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은 내 말이 우습나 보지?”

“컥!”

사형준이 가슴을 붙잡은 채 무릎을 꿇었다.

안색도 창백해졌다.

입가에선 선혈이 흘러나왔다.

그저 이준의 음성.

내공도 담겨 있지 않은, 고저 없는 목소리에 내상을 당한 것이다.

사형준이 고통을 느끼고 있는 사이.

“파천자!”

“결계를 부수고 파천자가 나타났소.”

중소 가문 가주들의 얼굴에 희열이 맺혔다.

오대 가문과 마벽의 가주를 이긴 것도 모자라 무극단 단주를 도망치게 했다.

그뿐인가.

가주들에 못지않은 무력을 가진 무극단의 부단주는 죽기 일보 직전.

흥분은 당연했다.

원래라면 쳐다도 보지 못할 이들을 꺾은 것이었으니까.

“크큭. 이참에 파천자도 잡으면 그분께서 좋아하시겠어.”

“우리가 저놈을 잡을 수 있겠소?”

“사형준도 잡았소이다. 두 단계밖에 차이 나지 않는 파천자를 우리가 못 잡겠소?”

“일리 있는 말이오.”

중소 가문 가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 자들을 이겨 어깨가 하늘로 치솟아 오른 상태.

이준이 세계 랭킹 1위 각성자라는 걸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지워 버렸다.

그 탓에 그들은 해선 안 될 행동을 했다.

바로 오만.

오직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

“파천…!?”

그들은 이준을 부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버러지 새끼들이 지금 말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이준의 회안이 번쩍였다.

EX급 마안.

모든 사물을 꿰뚫어 볼뿐더러 마기를 지닌 대상은 마안에 대적하지 못한다.

“읍!”

“…!?”

눈동자가 앞으로 튀어나올 만큼 커진 중소 가문 가주들을 무시한 이준은 할 말을 이어 갔다.

“내가 분명 위험하면 무조건 뒤로 빠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크윽… 죄송합…니다…”

“대답!”

이준이 버럭 소리치자.

그나마 멀쩡했던 건물과 함께 부서진 건물 잔해들이 터져 나갔다.

그의 기분에 따라 자연이 동조한 것이다.

사신수가 특별 1반 출신에서 설명하던 게 바로 이 장면이었다.

“…빠지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다 죽어 가고 있지? 저런 버러지한테.”

이준의 눈동자가 회색으로 다시 한번 번쩍였다.

마안을 마주 본 중소 가문 가주들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준이 노골적으로 까내렸지만 중소 가문 가주들은 누구 하나 호통을 치지 못했다.

현재 이준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그 때문인지.

쩌어억-

주변의 공기마저 얼어붙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처맞고 다니라고 천무를 준 것 같아?”

[그럼! 진천무의 요체가 되는 천무를 가지고 맞고 다닌 건 하늘에 계신 천극자 사부님이 통탄할 일이니라.]

무극자 사부가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

천무는 무극자 사문의 뿌리.

천극자 때부터 내려오는 무공이었다.

물론 완성형 무공은 아니었으나.

사문의 근간이 됐다.

그런 무공을 가지고 적에게 지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제자야. 천무의 위엄을 보여라. 다신 기어오르지 못하게 잘근잘근 밟아 없애거라.]

무극자는 더 이상 파천혈신이 아니었다.

신선제에 오른 신선들의 왕.

자애롭고 관대해야 했으며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했다.

하지만 무극자는 여타 신선제와는 달랐다.

생명의 소중함? X까.

그의 기본 원칙은 기어오르는 이들을 징치하고 위엄을 세우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이준이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준비를 마쳤다.

“잘 봐둬. 사 단주. 천무가 어떤 건지. 딱 네가 지닌 내공의 양만큼으로 저 버러지들을 짓밟아 줄 테니까.”

이준은 무극기를 봉인시켜 버렸다.

천무에 무극기가 얹어지면 애초에 오리지널 천무가 아니게 된다.

그래서 아예 무극기를 봉인시켜 버린 거다.

중소 가문 가주들을 압박하는 기운도 거둬들였다.

“우선 천룡격이 어떤 건지 보여 주지.”

쾅-

이준이 땅을 박찼다.

무극군림보의 보법이 아닌 천무의 보법인 호보(虎步)였다.

호랑이의 걸음걸이.

먹잇감을 사냥하듯.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중소 가문 가주들에게 접근했다.

“이익!”

가주 중 한 명이 도강을 휘둘렀지만 이준은 오히려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천룡격.”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이준의 주먹이 그 가주에게 닿았다.

퍽-

이준의 경지라면 몸이 뚫리고도 남았을 터.

하지만 작은 타격음이 다였다.

하나 복부를 시작으로 가슴, 어깨, 옆구리까지.

이준의 주먹이 안 보일 만큼 빠르게 연속으로 타격했다.

퍼버버벅!

천룡격(天龍格)은 뇌기를 지닌 강력한 격투술.

이준이 선보인 건 일반적인 주먹질과 다름없었다.

그 어디에도 최상승 무공인 천룡격은 보이지 않았다.

“큭!”

이준의 주먹질이 끝나자 얻어맞은 가주가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짧은 신음만 할 뿐.

쓰러지진 않았다.

이에 다른 중소 가문 가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별…것도 아니잖아?”

“민 가주가 버틴 것만 봐도 할 만하지 않소?”

“괜히 겁을 집어먹은 것 같소.”

그들이 어깨를 펴려는 찰나.

“푸우웁!”

이준에게 맞았던 민 가주가 피 분수를 토해 내며 허물어졌다.

“민 가주!”

근처에 있던 가주 하나가 민 가주란 사람을 부축하려는데 마치 연체동물인 양 온몸이 흐물흐물했다.

“미, 민 가주의 전신 뼈가… 부서진 것 같소!”

“헉!”

“내가중수법!?”

내가중수법은 상대의 몸을 쳐서 내부를 공격하는 걸 말한다.

고도의 공부.

깨달음에 따라 굉장히 잔인해지는 수법이었다.

대표적인 무공의 사례가 바로 십단금.

무당파의 무공으로 부드러우면서 강맹한 장법이었다.

이 십단금에 닿은 상대는 내부가 조각나기로 유명했다.

정파의 무공치고 너무도 잔인해 익히는 걸 금지시킬 정도였다.

십단금의 위력에 배는 강한 게 바로 천룡격이었다.

“천룡격의 진정한 묘리는 바로 내가중수법에 있어. 사 단주가 사용한 건 껍데기에 불과해.”

사형준의 눈동자가 떨려 왔다.

이준은 일부러 천룡격을 천천히 보여 주었다.

자신이 볼 수 있게끔 속도를 조절한 거다.

“난 한참 멀었군….”

“다음은 주익이다.”

이준은 허공에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을 떠난 붉은 덩어리들이 눈을 크게 뜬 가주들에게 폭사했다.

* * *

“에휴. 그러게 나대지 마시지, 그러셨어요.”

이준을 따라온 심현이는 김봉팔을 보살피고 있었다.

“나… 이제 죽는 거냐….”

“저도 몰라요.”

“말할… 힘도 없다….”

“지금도 말하고 있는데요?”

“…죽을래?”

“와 부단주 정말 대단하세요.”

“…이제 알았냐?”

“곧 죽을 사람이 계속 말하고 있어.”

심현이는 김봉팔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그러면서 보급받은 단환을 꺼냈다.

“진짜 허억! 죽는…다….”

“이거나 먹어요.”

심현이는 김봉팔의 입속으로 단환을 밀어 넣었다.

“끄으으….”

김봉팔은 연신 신음을 토했다.

그가 먹은 단환은 로티틸이 만든 회복 약.

마정석에서 추출한 액체와 빙하지대의 암반수, 지옥지대에서만 피는 화생화를 재료로 만들었다.

생명만 끊기지 않으면 누구든 살릴 수 있는 SS급 회복제였다.

물론 대량으로 만들기란 불가능.

빙하지대의 암반수도 순도 높은 것만 사용되었고 화생화는 지옥지대에서도 몇 송이 피지 않았다.

보물급에 해당하는 회복약임에도 불구하고 무극단은 하나씩 소지하고 있었다.

이준이 그만큼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오우야.”

심현이는 김봉팔에게 단환을 넣고는 고개를 들어 이준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혐오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부단주 때문에 가주님이 빡돌았잖아요. 뒷감당 가능하시겠어요? 그냥 이대로 죽는 게 마음 편하실 거예요.”

중소 가문 가주의 몸에 불이 붙었다.

손과 다리에.

마치 날개를 연상시키듯 불이 활활 타올랐다.

가주는 몸에 붙은 화염을 끄려고 발광했지만 전혀 꺼지지 않았다.

도리어 불의 날개가 더욱 커지기만 했다.

타닥타닥 타는 소리.

역겨운 고기 타는 냄새.

찢어질 듯한 비명.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순간.

푸확-

머리만 남기고 사지가 몸에서 분리되었다.

주익의 불꽃은 상대의 살과 뼈를 좀 먹으면서 내공이 밖으로 나갈 방향을 모조리 틀어막는 무공이었다.

그래서 팔과 다리를 잘라 버린 것이다.

“저라면 그냥 죽었, 악!”

심현이가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신음에 겨워하던 김봉팔이 고통스러워한 채 몸을 일으키며 심현이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누구 놀리냐, 아 쓰벌….”

도강에 잘린 가슴을 어루만지며 욕을 뱉는 김봉팔이었다.

그가 일그러진 얼굴로 이준을 보려는 그때.

머리 세 개 달린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이면서 입을 열었다.

[죽음의 기운이 사라졌군. 쩝. 오랜만에 괜찮은 놈을 지옥으로 인도하려고 했는데 아쉽군.]

왈왈!

삼두의 목소리는 김봉팔에게 닿지 않았다.

그저 강아지가 짖는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샹. 이젠 하다 하다 똥개까지 지랄이구만.”

김봉팔의 욕에 삼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감히 나 지옥의 문지기를 보고 똥개라 지껄였단 말이냐!]

왈왈!

삼두가 김봉팔을 향해 지옥의 무서움을 보여 주려 했다.

그런데 하필.

[삼두야. 조용히 하지 못하겠느냐. 너 때문에 집중이 안 되느니라.]

삼두의 머리에 무극자의 근엄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신선제 이전에 파천혈신이란 정체를 알아서 그런지.

삼두가 꼬리를 말았다.

[죄, 죄송합니다. 신선제여.]

깨갱-

삼두의 귀가 모두 아래로 푹 내려갔다.

김봉팔은 그걸 보고 히죽 웃었다.

“현이야 봤냐 내가 무서워서 꼬리를 만 거?”

“부단주 쫌! 무극단의 체통을 지키세요. 귀여운 강아지 몬스터한테 괜히 화풀이세요. 으구. 미안하다. 못난 아재라 생각해. 내가 대신 사과할게.”

심현이가 삼두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달랬다.

한편.

중소 가문 가주들은 사색이 되었다.

사형준도 이겨서 해 볼 것 같았는데 이준의 잔인한 손속에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도, 도망가야 하오.”

“그, 그럽시다….”

중소 가문 가주의 수하들은 이준의 잔인함에 치가 떨렸다.

황바울이 준 단환을 먹고 그 누구도 두렵지 않다고 여겼건만.

이준 앞에선 예전의 형편없는 각성자 때로 돌아갔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통하지 않으니 공포가 배로 몰려왔다.

“으으… 으아악!”

“사신가를 건드렸으면 목숨은 내놓아야지, 어딜 도망치려고. 너흰 절대 쉽게 죽이지 않을 거다.”

이준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심기가 불편할 때 보이는 표정.

사람들은 이를 악마의 미소.

마소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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