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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65화 (565/705)

제548화

이준은 중소 가문 가주들에게 배후가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모투술이 있기에 고문할 필요가 없었다.

“아흐윽!”

“제발…”

“죽…여 줘….”

그들의 사지는 멀쩡한 곳이 없었다.

몸 구석구석 박힌 얼음 송곳.

쇠로 지진 듯한 화상 자국.

콩알만 하게 뚫린 많은 구멍.

정상적인 몸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쉽게 안 죽인다고 했잖… 큭!”

이준이 웃는 얼굴로 말하고 있는 그때.

엄청난 통증이 올라왔다.

“끄으윽….”

그가 심장을 붙잡고 쓰러졌다.

“주군!”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사형준이 다급히 다가왔다.

“오지… 마.”

이준은 사형준을 제지시켰다.

혼원반지를 빼고 힘을 쓴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요양해야 했다.

이처럼 부작용을 느끼지 않으려면 말이다.

“하지만 주군께서.”

“끄읍… 저놈들이나 처…리해….”

이준의 안색은 너무나도 창백했다.

핏기 한 점 없는 모습.

사람이 죽어 가는 느낌이었다.

“주군부터 먼저… 헉!”

사형준이 이준에게 손을 뻗으려 했으나.

지독한 한기로 인해 손을 거둬야 했다.

일반적인 한기가 아니었다.

이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

SS급 완숙에 있는 사형준도 감히 다가갈 수 없었다.

“…어서 놈들을 죽여…!”

중소 가문 가주들의 몸은 걸레짝이 되었지만 독한 마음을 먹는다면 못 도망갈 것도 아니었다.

이준이 괴롭힌다고 목숨만은 살려 놨으니까.

저들이 먹은 단환은 도주가 만든 것.

낮은 등급의 각성자를 초월급으로 만드는 게 가능한 약이었다.

정신력은 어떻겠는가.

강해진 만큼 정신력도 상승했을 터다.

“예.”

사형준은 마지 못해 중소 가문 가주에게로 움직였다.

“으으….”

“제발….”

사형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을 모두 죽였다.

우두머리가 죽으니 남은 이들을 오합지졸.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사형준만큼은 아니었다.

공포에 잠겨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서로 눈치만 볼 뿐이었다.

사형준이 남은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 움직이는 한편.

이준의 차가웠던 몸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한기에 이어 화기가 몸을 괴롭혔다.

“빌어먹을!”

창백했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여기선 위험하다. 자칫 주화입마가 올 수 있어.]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였다.

‘자리를 옮길 수 없어요…. 혼원반지를 믿어 볼게요.’

혼원반지의 기능 중 하나가 내기의 폭주를 막는 것이다.

[삼두야. 이리와서 네가 호법을 서라.]

무극자 사부는 이준이 걱정되는지.

삼두에게 주변 경계를 맡겼다.

[제가 가장 잘하는 겁니다.]

삼두는 지옥의 문지기, 수문장이었다.

지옥계로 쳐들어오는 적과 가장 먼저 싸우는 자.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옥계를 지키는 일을 하는 게 바로 삼두였다.

삼두가 세 개의 머리를 돌려 가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삼두는 지옥의 사냥개.

마음만 먹으면 이곳에 있는 인간 모두를 물어뜯어 죽일 수 있었다.

이준만 빼고.

삼두가 경계를 해 주자.

이준은 마음 놓고 혼원신공을 돌렸다.

자가 치유력을 가진 내공.

그 어떤 내공보다 빠른 회복을 도왔다.

하지만 지금은 회복력이 너무 더뎠다.

뭐랄까.

회복하려 하면 숨어 있던 강대한 기가 계속해서 몸을 돌아다니며 회복을 방해한달까.

한기와 화기가 번갈아 가며 이준을 괴롭히는 것도 치유의 일환이었다.

몸속에 있는 강한 기를 배출하며 나타나는 현상.

자연까지도 나서서 이준의 회복을 돕느라 주변 공기가 계속 바뀌고 있었다.

“젠장.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딴생각 말고 운공에 집중하거라. 너를 더 돌보라는 말이다. 바보 같은 녀석아.]

무극자는 답답함을 드러냈다.

자기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

그런데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유도로 파견 나간 무극단을 걱정하는 거겠지.

이준이 모투술을 사용하자 신선제인 그에게도 저들의 기억이 전해진 것이다.

“X발!”

고통에 욕을 하는 건지 아니면 무극단이 위험에 처했다는 걸 알고 욕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허! 집중하라 하지 않았더냐.]

‘선유도 게이트는 도주의 함정이에요.’

[지금 네 상태로 가면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저 아니면 다 죽어요. 조금만 회복하고 움직여야겠어요.’

[멍청한 놈! 자중할 때도 있어야 하느니라. 소를 지키려다 대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걸 모르겠느냐!]

무극자가 이준을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누가 와도 도주를 막지 못한다.

그는 구천옥의 절대자 중 한 명, 도의 주인이었다.

그런 자를 자신 말고 누가 막는단 말인가.

자신 말고 다른 각성자가 나서는 것이야말로 개죽음이었다.

‘…….’

[준아.]

‘…….’

[이 망종 같은 제자 놈이!]

무극자 사부가 부들부들 떨었다.

화는 나지만 호통을 치지 못했다.

이준은 현재 운공 중이었다.

여기서 무극자가 호통을 치면 내기가 흔들릴 터.

더 큰 내상을 당할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 때문에 무극자는 화도 내지 못했다.

무극자가 부들거리고 있는 반면, 삼두는 홀로 중얼거렸다.

[저토록 거대한 기운이 인간의 몸속에 있는 게 가능하다니. 과연 신선제의….]

그리고 말을 끝맺지 못했다.

염라대왕과 자신만이 아는 사실.

신계 그 누구도 이준의 진정한 정체를 알지 못한다.

만약 자신이 아는 사실이 바깥으로 샌다면.

특히 신선제의 귀에 들어간다면 신계에는 피바람이 불 테니까.

삼두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이준의 기운을 느꼈다.

그러면서 공기 중에 흐르는 화기를 흡수했다.

* * *

“웨어파드를 단 한 번에!”

“대, 대단해….”

“금룡황가의 각성자가 이렇게 강하다니.”

“오대가문과 마벽의 각성자한테 전혀 안 밀려.”

“내 눈에는 저들이 더 강해 보이는데?”

금룡황가를 따라 선유도 게이트에 들어온 각성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게이트에 있는 웨어파드의 등급은 블루급이 아니었다.

적어도 레드급.

최상위종의 등급과 같았다.

그런 몬스터를 도로 한 방에 잘라버린 게 아닌가.

더 가관인 건 금룡황가의 수뇌부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선유도 게이트에 들어와서 줄곧 하위 부대만 나서고 있었다.

가주를 보호하는 금룡대는 나서지도 않았다.

“금룡대는 얼마나 강할까?”

“S급 아니야?”

“무슨 소리! SS급일 수도 있어.”

“설마….”

“저들을 보고도 몰라?”

“금룡황가의 최하위 무력부대인 동룡대가 웨어파드를 도질 한 번에 죽였어. 저 정도면 S급은 되어야 하지 않아?”

금룡황가를 따라온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룡대의 각성자는 웨어파드만 죽인 게 아니었다.

간간이 나오는 블랙급 몬스터 드워프도 죽였다.

엘프 못지 않은 지능을 가진 몬스터.

특히 드워프가 만든 무기는 하나하나가 명기였다.

드워프가 강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만약 드워프가 완전 무장한다면 긴장해야 했다.

웬만한 방어구로는 그들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

등급도 블랙급.

S급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했다.

S급이 여러 명이면 몰라도.

그런데 동룡대는 그런 드워프도 한 수에 보내 버린 것이다.

혼란스러운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금룡황가가 이렇게 강할 줄 몰랐으니까.

“여러분 여기에 베이스 캠프를 설치하겠습니다.”

“헉! 여기에 말입니까?”

“여긴 너무 허허벌판인데요?”

“몬스터가 기습한다면 전멸하기 딱 좋은 곳 같은데.”

각성자들의 불안에 황바울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은 저희 금룡황가가 지켜 드릴 테니 안심하십시오. 보셨다시피 저희의 정예는 나서지도 않았습니다.”

황바울의 자신감에 각성자들은 왠지 모르게 안심이 들었다.

믿음직스럽달까.

불안하던 마음이 싹 가시는 각성자들이었다.

“나도 금룡황가에 들어가고 싶다.”

“금룡황가가 어떻게 강해졌는지 직접 느껴 보고 싶어.”

“나도.”

각성자들은 금룡황가의 무력에 매료되었다.

금룡황가는 중소 가문을 대표했던 곳.

전대 가주인 황종묵도 잘 쳐줘 봤자 AA급 초입밖에 되지 않았다.

세간에 알려진 사실로는 AA급 초입보다 아래지만.

무튼 오대 가문과 마벽도 아닌 가문이 블랙존 게이트에서 몬스터를 학살하고 다니니.

동경과 경외의 시선을 보내게 된 것이다.

각성자들의 시선을 느끼고 있던 황바울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많은 제물이 모였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죽는다면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너희도 여기서 죽어야지. 여길 벗어나는 건 나 황바울 한 명뿐이다.”

황바울의 눈이 반달이 되었다.

선유도 게이트에 들어온 각성자만 족히 만 명은 넘는다.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선유도에 백호가 있다는데 어떤 각성자가 궁금해 하지 않을까.

중소 가문은 물론 어중이 떠중이 각성자도 들어갔다는데 다른 이들도 불나방처럼 달라붙는 것이 당연했다.

도주가 노린 게 바로 이거다.

인간의 생기로 하늘에 균열을 만드는 것.

게이트 밖에서가 아닌 안에서.

그리고 일반 몬스터가 아닌 절대종에게 죽어야 틈이 더 벌어졌다.

미쳐 날뛰는 절대종이라면 하늘과 땅 사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터.

마계의 문을 여는 동력이 될 거다.

“죽으면 바로 준비한 몸으로 들어가라.”

“그리하겠습니다.”

“괜찮은 제물들이 왔으면 좋겠군.”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사신가의 무극단이 냄새를 맡은 것 같습니다.”

“그래?”

도주는 눈을 빛냈다.

한국의 최고 무력 집단을 꼽으라면 항상 1순위에 뽑히는 이들.

무극단은 사신가의 최정예였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가만히 둬.”

“알겠습니다.”

도주의 수하는 이유도 묻지 않았다.

도주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기에 그의 뜻을 따르기도 한 거다.

“재밌겠어.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어디 사신가의 가주를 끄집어내 볼까?”

황바울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 * *

“끄응.”

“아, 아픕니다.”

“엄살피우지 마시게.”

신의 이의태가 사대 가주와 마벽의 가주들을 치료했다.

신의답게 가주들은 심각한 내상은 피한 듯했다.

“영감! 나한테 불만 있지!”

“어허,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입 닫지 않겠는가?”

이의태는 류한길을 마지막으로 치료를 끝냈다.

우선은 응급 처치뿐.

정식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영감. 파천자 님은 어때?”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

“왜 저러는지 알아?”

“모르네. 알면 내가 자네를 치료하고 있겠는가. 가주님을 치료하지.”

류한길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준을 보았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이준이 운공을 시작한 모습이었다.

“놈들에게 내상을 당했을 리 없어. 안 그래, 병철이?”

“그렇습니다. 파천자 님은 파천혈신도 죽인 초월자십니다. 천외천의 마인이 강하더라도 저 정도의 내상을 입었다는 건….”

믿기지 않았다.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각성자가 파천자였다.

그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은 초인.

파천혈신을 상대할 때도 저토록 심한 내상을 입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기운이 너무도 불안정했다.

가주들의 눈에 보일 만큼 말이다.

가주들이 이준을 보고 있을 때였다.

“가주님 비상입니다!”

“벽주! 잠시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별일 아니면 너 죽는다?”

가문 소속 각성자들이 제 주인에게 보고했다.

“선유도 게이트로 각성자들이 무작정 들어가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멍청한! 블랙급 게이트인 것도 모르고 들어가는 거야?”

“백호가 그 안에 있다고 굳게 믿는 모양입니다. 아티팩트 하나라도 얻으면 인생이 확 바뀌니….”

“병철이 넌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저희가 가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지?”

류한길과 진병철이 이야기하는데 사형준이 도중에 끼어들었다.

“무극단이 이미 갔소.”

“금룡황가도 거기에 있다는데 그러면 더 큰일 아니야?”

가주들이 상대했던 이들은 그저 중소 가문의 가주였다.

그들이 충성한 금룡황가는 더욱 강하지 않을까.

게다가 하필이면 선유도 게이트에 들었단다.

“꿍꿍이가 있을 겁니다.”

“느낌이 싸해.”

“검제 님과 괴개 님께도 도움을 요청해야 할 듯합니다.”

진병철은 이준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그는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검왕. 아이들에게도 연락을 돌리셔야겠소. 나도 경수한테 연락해 보겠소.”

“그러리다.”

이준이 못 움직이는 지금, 가주들이 믿을 사람은 자기 자식들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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