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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62화 (562/705)

제545화

오대 가문과 마벽의 정기회의가 있는 날.

모이면 농담 따 먹기를 하던 가주들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파천자가 말한 천외천의 마인으로 의심되는 자들이 꽤 보이오.”

검왕 박영섭의 말이었다.

이에 철왕 정현재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만독암가에서도 의심되는 자들을 찾았소.”

“마련도 발견했다.”

가주 모두가 천외천의 마인으로 예상되는 자들의 냄새를 맡았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마인으로 의심되는 자들이 옛 15가문연맹회 소속 가문입니다.”

신기학사 한지웅의 말이었다.

천외천의 마인으로 예상된 이들을 조사해 본 결과 모두가 알게 된 사실.

그 때문에 표정들이 심각한 것이었다.

“천외천의 마인이 개수작을 부린 게 분명해.”

혈마 류한길의 눈동자가 불타올랐다.

이번 일에 제일 적극적인 사람 중 한 명.

파천자 이준이 부탁한 일이라 그런지.

마벽의 총벽주가 아닌, 마련의 련주로서 이번 일에 최선을 다했다.

쾅-

류한길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때리며 일어났다.

“내가 직접 나서서 마인 놈들을 처리해야겠어.”

“혈마, 진정하십시오. 쉬이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한지웅이 류한길을 말렸다.

“왜 내가 그놈들 하나 처리하지 못할 것 같아?”

“위험한 자들입니다. 파천자께서 찾아 달라고 하는 이들이기도 합니다.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하시는 그분이 저희에게까지 부탁한 일이니 가볍게 여길 사안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한지웅의 말에 류한길이 자리에 앉았다.

“끄응.”

듣고 보니 한지웅이 한 소리가 전부 맞았다.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었다.

천지인의 주인보다 위험하니.

그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닐까.

지금처럼 각성자들 사이사이에 숨어든다면 엄청난 골칫거리가 될 게 분명했다.

“신기지가에서 큰 단서를 찾았습니다. 현원단을 투입했으니 곧 소식이 올 겁니다.”

“현원단이라면 믿을 만하지.”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하게. 모든 각성자가 강해졌다고 하나 천외천을 가볍게 여길 만큼은 아니오.”

가주들은 부대를 파견함에 있어 굉장히 신중했다.

천외천의 마인들은 현대인이 아닌 게이트에서 넘어온 이들이라 여겼다.

전투 감각.

살인에 대한 면역.

심지어 전쟁 전술까지.

각성자와는 경험 자체가 달랐다.

“임무의 성공보다는 들키지 않고 은밀히 정보를 캐 오라고 했으니 염려 마십시오.”

한지웅의 말이 다 끝날 때였다.

“가주님!”

신기지가의 각성자가 그들이 회의하는 카페, 별다방으로 헐레벌떡 들어왔다.

“무슨 호들갑인가.”

“현원단이 복귀했습니다!”

“부상자는?”

“전무합니다.”

“임무를 진행하지 못했나 보군.”

“그건 아닌 듯합니다. 가주님께 보고 드릴 사항이 있다 했습니다.”

“오오, 현원단에서 정보를 캐 온 듯 하구려.”

“살문의 살수들과 더불어 각성자 최고의 정보단이니 그럴 만도 하지.”

가주들의 칭찬에 한지웅의 어깨가 올라갔다.

“이쪽으로 오라 하게.”

“그리하겠습니다.”

신기지가의 각성자가 고개를 숙인 뒤 카페를 나갔다.

잠시 후.

카페 안으로 ‘현’자 무복을 입은 이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한지웅을 향해 인사했다.

“현원단 전원 가문으로 무사 복귀했습니다.”

“수고했네. 중소 가문의 주인들은 어떻던가? 정말로 천외천의 마인들과 연관이 있는 건가?”

한지웅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현원단에게로 향했다.

“아주 깊은 관계입니다.”

“역시!”

“그러니까 못 보던 사이에 그리 강해졌지.”

“약물과 같은 걸 복용했을 것이오.”

“예를 들어 기력을 폭주시키는 약이라든지, 인간의 생기를 빨아먹었다든지 말이오.”

가주들의 추측에 현원단의 부단주가 고개를 저었다.

“약은 맞는 듯 보이나 폭주시키는 약은 아닙니다.”

“그러면?”

“영약입니다.”

“영약? A급 각성자를 단번에 성장시키려면 적어도 S등급 영약은 되어야 할 터인데….”

S등급 영약은 정말 귀했다.

손에 꼽을 정도로 양이 적었으니 말이다.

한데 중소 가문의 각성자들이 전부 비정상적으로 강해졌다.

그들 모두가 S등급 영약을 먹었을까.

말이 되지 않았다.

그 정도의 양이면 나라를 사고도 남았을 금액이었다.

“영약을 수급하는 게이트를 알아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류한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S등급 영약을 수급할 수 있는 게이트란다.

놀라는 건 당연했다.

“어디인가?”

“게이트를 알아냈으니 당장 급습해야 하지 않겠소?”

“적에게서 가장 중요한 걸 뺏어야지만 그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오.”

가주들은 의욕을 불태웠다.

이준이 부탁한 적을 찾은 것도 모자라 중요한 거점까지 알아냈다.

여기다가 그 거점을 점거하기까지 한다면 숨어 있던 적이 알아서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어디라고?”

“군산 선유도 게이트입니다.”

“선유도! 블랙존 등급의 게이트에서 영약을 수급하고 있다니.”

“대체 어떤 영약이길래 그 약한 놈들이 강해진 거지?”

류한길의 말에 현원단 단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희가 안내할까요?”

“당장 가야지! 안 그런가, 병철이?”

“물론입니다. 저희가 영약을 수급하는 게이트까지 점거한다면 파천자께서 좋아하실 겁니다.”

“그렇담 내가 빠질 순 없지.”

살막의 막주, 조민석도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세 사람은 이준의 추종자.

이준이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라 해도 지체하지 않고 뛰어들 위인들이었다.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현원단의 부단주가 앞장섰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떴다 사라졌다.

“잠깐.”

그때였다.

뒤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준 대신 사신가를 대표해서 정기회의에 참석한 사형준이었다.

그는 여태껏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현원단의 부단주를 불러 세웠다.

부단주는 어색하게 몸을 돌렸다.

“부르셨습니까.”

“부단주님. 다리가 불편해 보입니다.”

“도망칠 때 다쳤나 봅니다. 걱정 감사드립니다.”

“천외천의 마인에게서 어떻게 도망칠 수 있었던 겁니까? 그들은 제 주군도 경계할 만큼 강한 자들인데.”

“비전투 인원에게 당해서 그런 듯합니다. 그들도 엄청 강하더군요.”

“다른 분들도 격전을 치른 듯 보입니다. 며칠 쉰 다음에 출발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 됩니다!”

사형준의 말에 부단주가 소리쳤다.

“왜 안 된다는 말입니까?”

“…저희가 발각되어 지금 쳐들어가지 않으면 언제 잠적할지 모릅니다.”

“그러면 저희만 좋지 않겠습니까? 게이트를 들고 잠적할 순 없을 테니까요.”

“영약이 나오는 곳을 폐쇄할지도 모릅니다.”

사형준이 부단주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영약이 나오는 곳을 부단주가 어떻게 아는 겁니까? 게이트 안의 상황까지 본 듯한 말로 들립니다.”

사형준이 부단주를 추궁했다.

그의 행동에 가주들도 이상함을 느꼈다.

사형준은 가주 정기회의에 참여할 때마다 항상 듣기만 할 뿐.

입을 여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게 전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현원단의 부단주가 큰 정보를 물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되려 추궁했다.

그와 원수지간도 아닌데 이러는 걸 보면 무언가 있는 듯 보였다.

“제 말에 답변을 해 주시겠습니까, 부단주님?”

사형준이 부단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부단주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현원단도 긴장한 듯.

몸이 굳어 있는 게 보였다.

“힘겹게 귀환한 저에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몰라서 묻는 겁니까?”

사형준의 시선이 부단주의 가슴 중앙에 박혔다.

부단주가 움찔했다.

“잘 아시는 모양입니다.”

사형준의 노골적인 눈빛에 부단주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이런, 쉽게 낚을 수 있다고 여겼건만…. 역시 사형준인가.”

부단주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의 뒤에 있던 현원단도 본색을 드러내며 웃었다.

“낄낄. 가주님. 어색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가주님은 연기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닥쳐라! 이놈들아. 여긴 적진 한복판이다.”

부단주의 몸을 차지한 노인.

일필제가의 가주 제영일이 버럭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부단주의 태도 변화에 가주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넌 누구냐!”

“부단주는 어디 있지?”

“정체를 밝혀라!”

가주들의 외침에 제영일의 입매가 비틀어졌다.

“나를 모르는가 보오, 검왕.”

“누구…지?”

“끌끌. 모르겠지. 그 잘난 핏줄을 타고났으니 나 같은 중소 문파의 가주가 어디 눈에 들어오겠어?”

“중소 문파의 가주?”

“어떻게 된 일이지?”

가주들이 혼란스러워하자 제영일이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모르면 알려 주겠다. 난 일필제가의 가주 제영일이자 황룡금가를 받드는 가신이다.”

“일필제가!”

“일필제가 가주가 부단주의 모습을 왜!?”

가주들과는 반대로 사형준은 침착했다.

제영일의 모습을 단박에 꿰뚫어 봤다.

“그 몸을 차지한 지 얼마 안 됐나 봅니다. 기운이 불안정한 걸 보니. 다른 사람들도 똑같고.”

“그래도 너는 이길 수 있다.”

“자신감이 있으니 오대 가문과 마벽의 가주 앞에서 정체를 밝히는 거겠지.”

“그럼… 현원단 부단주를 포함해서 전원 죽은 겁니까 아니면 저 모습으로 변장을 한 겁니까?”

한지웅의 슬픈 목소리에 사형준이 대답했다.

“죽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큿….”

“억울해할 필요 없어. 이 몸을 내가 잘 써 주면 되니까. 앞으로 내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될 거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쾅-

사형준이 땅을 박차며 제영일에게 쇄도했다.

* * *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사형준과 가주들이 있는 곳은 도시 한복판.

높은 빌딩이 큰 충격에 의해 와르르 무너졌다.

도시의 건축물은 마정석으로 만들어진 게 대부분.

이렇게 쉽게 무너질 게 아니었다.

쿵-

쿵쿵-

사형준과 제영일이 충돌하면서 일으킨 파장.

주변의 건물이 휘청거렸다.

“사형준이 고작 이 정도였다니!”

제영일이 검을 휘두르면서 기고만장해했다.

그가 원래 익힌 무공은 만필법.

붓을 이용한 무공을 주로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 그가 사용하는 건 만필법이 아니었다.

도법.

그것도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도법이었다.

검으로 도법을 펼쳐 위력이 반감되고 있지만 그래도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형준의 등급은 SS급 완숙.

한국 랭킹 3위에 등록된 각성자였다.

사형준을 상대한다는 건 같은 등급이어야 가능했다.

“내게 더 즐거움을 주어라.”

기고만장한 제영일과는 달리.

사형준은 묵묵히 권강을 사용하고 있었다.

[단주. 주군께서 연락이 안 되오.]

[현이는?]

[현이 그놈도 마찬가지오.]

그는 김봉팔의 전음에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제영일의 도법을 받아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주군께 위험이 생길 일은?]

[없소. 그 괴물 같은 주군이 위험? 지나가는 개가 비웃겠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4대 성지의 금역에나 들지 않았겠소? 하나 걸리는 건 현이도 연락이 안 된다는 건데….]

[주군과 같이 금역에 든 것일지도 모르지.]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나도 들어가지 못한 곳을 현이가 먼저 들어가다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요?]

김봉팔이 빽 소리 질렀다.

그 속에는 부러움과 질투가 한껏 묻어나 있었다.

[예를 들어서 그렇다는 거다.]

[됐고, 싸움에나 집중하시오.]

김봉팔이 토라져 전음을 끊었다.

나이는 사형준보다 김봉팔이 너덧 살은 더 많은데 이럴 때는 꼭 더 어린 것 같았다.

사형준은 혼자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저들을 죽여도 된다. 제영일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면 골치 아팠을 텐데 다행히 금룡황가가 뒤에 있다는 걸 말했어.’

제영일을 죽여도 금룡황가를 털어 보면 될 일.

제영일이 먼저 오대 가문과 마벽의 가주를 공격했기에.

일필제가를 조사할 명분은 충분했다.

여기다가 금룡황가까지 엮어 버리면 그만.

이참에 샅샅이 털어 버릴 작정이었다.

* * *

그 시각.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한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서해의 기상 이변이 백호의 신변에 문제가 생겨서 일어난 일이라며?]

[서쪽을 수호하는 백호니까 타당성은 있음.]

[더 엄청난 소식은 백호가 숨어 있는 게이트를 찾았다나봐.]

[그게 어딘데?]

[군산 선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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