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57화 (557/705)

제540화

그 무렵.

금룡황가의 머저리.

죽은 황종묵의 아들인 황바울에 빙의한 도주가 커다란 원탁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금룡황가의 접객실.

원탁 테이블에는 열 명이나 되는 이들이 앉아 있었다.

“그게 정말인가!?”

“우리의 등급을 올릴 수 있어?”

“농이 지나치네.”

그들은 뿔뿔이 흩어졌던 15가문 연맹회 소속의 중소 가주들이었다.

이씨세가의 가주와 대국건설 사장, 금룡황가의 황종묵과 함께 이준에게 반기를 들었던 이들.

이준의 자비로 쥐죽은 듯 있던 이들이 황바울에 의해 다시 모였다.

그들 앞에는 목갑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제가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도주는 완전히 황바울이 되어 있었다.

벌레보다 못한 자들을 향해 존댓말까지 했다.

도주의 성격상 절대 하지 않는 행동.

황바울이 되겠단 마음을 먹자.

손짓 한 번에 전부 죽일 수 있는 이들에게까지 예의를 다하는 것이다.

“그건….”

“지금의 금룡황가를 보십시오. 아니, 제 옆에 있는 호위 각성자를 보십시오. 어떻습니까.”

황바울이 옆에 서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중소 가주들의 시선이 남자에게로 옮겨 갔다.

남자의 등급을 살펴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마치 안개에 가려진 느낌.

이런 경우는 하나뿐이었다.

자기보다 등급이 월등히 높은 것뿐.

그들은 남자를 자세히 살피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생각한 게 맞나?”

“이 환을 먹고 강해졌다고?”

“믿을 수가 없네.”

중소 가주들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러면서도 눈동자는 탐욕으로 가득했다.

각성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등급.

강해지는 것이다.

한데 테이블에 놓여 있는 환을 먹으면 강해진다니.

안 먹을 필요가 없었다.

아니, 등급이 올라가는 게 맞다면 꼭 먹어야 했다.

“믿고 안 먹고는 가주님들 마음입니다.”

“부, 부작용은 없나?”

“천외천이 개발했던 약은 자신을 잃어버린 부작용이 있다고 했네.”

“그런 하찮은 약과 비교하시다니 좀 실망스럽습니다. 가주님들이라면 이 약이 어떤 건지 아시리라 믿었습니다만.”

황바울은 목갑을 열었다.

알싸한 향기가 방안에 퍼졌다.

단환에서 신비로운 기운이 공기 중으로 올라왔다.

딱 봐도 귀한 약.

중소 가주들은 단환의 정보를 보려고 정보 창을 열었다.

하나 그들에게 똑같은 메시지가 날아갔다.

[각성자 등급이 낮아 아티팩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헉!”

“우리의 등급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영약인가?”

“이런,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어르신들이 볼 수 있게 감정을 해드려.”

“예 가주. 들어와.”

호위 각성자가 밖을 향해 소리치자.

방 안으로 여자들이 들어왔다.

“헙!”

가주들은 또 다시 헛바람을 삼켰다.

방 안으로 들어온 여자들의 복장 때문.

가슴 앞섬이 풀어 헤쳐진 한복을 입고 있는 게 아닌가.

하나 같이 예쁘기도 했다.

한 중소 가주가 버럭 소리쳤다.

“이, 이게 무슨 무례인가!”

“무례라니요. 아티팩트를 감정할 아이들입니다.”

“이, 이들이 감정사라는 게 말이 되나.”

“되오….”

“응?”

“아, 아티팩트의 정보가 보, 보인단 말이오!”

“감정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텐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지, 직접 확인해 보시오.”

황바울에게 소리친 남자가 단환을 확인했다.

[만년지극혈보 – 종합 감정: SS]

“억!”

“마, 만년지극혈보요!”

“신무림사에 나온 그 여단 말이오!”

중소 가주들은 당장이라도 단환을 먹으려 했다.

하지만 그냥 먹었다간 곧바로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황바울 옆에 있는 호위 각성자.

칼처럼 버려진 그의 기세가 방 안을 휘어잡고 있었으니까.

중소 가주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영단을 먹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나.”

“빠, 빨리 말해주게.”

그들은 애타는 목소리로 황바울을 바라봤다.

“제게 충성만 하면 됩니다.”

“그것뿐인가?”

“다 말해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해보겠네.”

“그것뿐이라니요. 충성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겁니다.”

“허.”

“세상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배포가 큰 건지…”

“배포가 큰 것만이 아닙니다. 전 재주가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도 할 수 있죠.”

황바울이 옆으로 손을 뻗자 검은색 강기가 만들어졌다.

“무, 무형도강!?”

“자, 자네가 어떻게 무형도강을?”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는데 그건 가주님들이 제게 충성을 한 후에 보여드리겠습니다.”

황바울은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난 황룡금가의 가주한테 충성을 다하겠네.”

“나, 나도.”

“우리 백랑방을 받아주시게.”

모두가 황바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만년지극혈보를 취하려면 이보다 더 못 숙이겠나.

황바울의 가랑이 사이도 기어갈 수 있었다.

“전 맨입으로 말하는 걸 싫어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겠나?”

“여기에 가주님들의 이름을 쓰십시오.”

황바울은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책에 자신의 이름을 쓰면서 중소 가주에게 넘겼다.

“연판장?”

“서약서라고 하죠. 가주님들의 이름에 기운을 남겨 주십시오.”

“알았네.”

“못할 것도 없지.”

“빨리 이름을 써서 내게 넘겨주시오.”

가주들은 책에 이름을 남겨갔다.

“내가 마지막이네.”

이름을 다 쓴 가주가 황바울에게 정중히 책을 넘겼다.

“이제 먹어도 되겠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가주님들.”

“우리야말로 잘 부탁드리오. 황 가주.”

“이제 드십시오.”

중소 가주들은 탐욕이 가득한 눈으로 단환을 집었다.

그리고 단번에 단환을 집어 삼켰다.

영약이라면 곧바로 반응이 올 터.

하지만 이렇다 할 느낌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지?”

가주들은 황바울에게 이유를 묻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황바울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가주님들의 등급에 비해 영단의 등급이 너무 높아 기운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 허무하게 기운을 날려버리고 있다는 사실이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주님들을 도울 아이들이 옆에 있지 않습니까.”

“누구를 말이오?”

“설마 이들을 말하는 겁니까?”

“그 아이들도 각성자입니다. 그것도 가주님들보다 강한.”

“어, 어떻게 우릴 돕는다는 건지?”

“음양교합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아이들과 즐기다보면 영약의 기운이 몸 전체로 퍼져 있을 겁니다.”

황바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게 충성을 맹세한 가주님들에게 주는 두 번째 선물이기도 합니다.”

“화, 황 가주….”

“우릴 이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습니다.”

“그대를 평생 주인으로 모시겠소이다.”

중소 가주들은 감격에 빠졌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 중 하나.

바로 쾌락이었다.

특히 권력에 찌든 인간이라면 쾌락을 중요시했다.

더욱이 자기보다 강자에게 베품을 받는다면 감격은 두, 세배였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황바울은 중소 가주들을 놔두고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뒤따라 오는 수하에게 말했다.

“슬슬 일을 진행해.”

“명을 받듭니다.”

황바울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어렸다.

* * *

벨렌 로레스는 칼바스를 쓰다듬으면서 이준을 보았다.

“내상이 안 낫고 있어.”

이준이 밥도 안 먹고 운공한지 벌써 보름.

한 번도 안 끊고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무리한 것 같더니….”

벨렌 로레스는 이준을 안쓰러워했다.

저 상처는 자신 때문에 생긴 일.

자신을 보호하면서 싸우지 않았다면 내상이 깊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어.”

“크릉.”

칼바스가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은 걸까. 괜히 나 때문에…”

벨렌 로레스가 혼자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내가 욕심을 부린 거지.”

그녀는 검주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른다.

검주가 어느 경지에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검주는 자연경 끝자락.

내상만 입고 끝난 건 엄청난 일이었다.

물론 검주의 오만함도 한 몫 거든 것도 있었으나.

어찌 됐든 자연경 끝자락 무인.

이 정도로 끝난 건 정말 싸게 먹힌 것이다.

“보름 동안 내상이 거의 낫지 않았어.”

“알아. 여기서 치료하는 건 무의미한 것 같아.”

“사신가에 신의가 있다며. 그분께 진료를 받는 건 어때?”

“이 상처는 나 밖에 치료 못해.”

“미안해.”

벨렌 로레스가 정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 욕심 때문이라니까. 넌 잘못한 게 없어.”

혈주를 죽이고 바로 검주를 상대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같은 내상을 당했어도 이보다 상처가 덜했을 터.

연달아 상대하기도 했고 무리하게 혼원반지를 뺐다.

현무의 힘이 깃든 아티팩트.

무극자 사부가 함부로 반지를 빼지 말라는 이유가 있었다.

제어하지 못하는 힘은 폭탄.

제 몸을 망가트리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봤는데 다시 돌아가야겠다.”

“내가 같이 가줄게.”

“대륙간 포탈을 이용하면 돼.”

“널 혼자 보낼 순 없어.”

“벨렌이 내 보호자 같다?”

“지금은 네 보호자 할래.”

“크릉!”

벨렌 로레스가 이준의 오른쪽 팔을.

칼바스가 왼쪽 팔을 잡았다.

“움직일 순 있어.”

“내가 미안해서 그래.”

그녀의 얼굴에 수심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뜬 수줍은 미소.

설레는 얼굴이었다.

그때였다.

[너희들은 누구냐?]

케르베로스, 삼두가 게이트에서 나왔다.

잠시 지옥계에 다녀왔다.

귀여운 아기 강아지가 모습을 드러내자.

벨렌 로레스가 이준의 팔을 놔두고 삼두에게 달렸다.

“귀여워!”

그녀가 삼두의 세 머리를 번갈아 가면서 만져줬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지옥의 문지기인 내 머리를 만진단 말이냐!]

삼두가 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삼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멍!”

이제 막 눈을 뜬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내었다.

“꺄아아. 짖는 것 봐. 이준. 얘 네 애완동물이야?”

“응. 삼두라고 불러.”

“삼두, 이름도 귀여워.”

벨렌 로레스는 외국인이라 그런가.

삼두라는 뜻을 몰랐다.

부르는 어감이 뭔가 귀여워 보여서 좋았다.

[삼두 아니다. 위대한 케르베로스라 불러라!]

‘사부님이 지어준 이름이 싫다는 거야?’

[그, 그건…]

‘사부님이 많이 실망할 텐데 괜찮겠어?’

[아, 아니다. 계속 듣고 보니 삼두가 좋다.]

삼두는 똥씹은 표정을 했다.

신선제, 아니 파천혈신이라는 폭군이 지어준 이름이다.

지옥계의 왕도 제어하지 못하는 그인데 이름이 싫다고 어떻게 말할까.

심기가 불편해지면 괜한 핑계를 대면서 괴롭힐지 몰랐다.

그냥 잠자코 삼두란 이름을 받아들이는 게 마음이 편했다.

[난 삼두다. 앞으로 삼두로 살아갈 것이다.]

케로베로스가 자기를 삼두로 각인시키고 있을 때도 벨렌 로레스는 좋다고 녀석을 만지고 있었다.

[제에엔장! 위대한 지옥의 문지기가 인간의 손길을 허용하다니!]

녀석은 화를 내는 것과는 달리.

꼬리를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와 같았다.

생각과 몸이 따로 놀고 있었다.

“이준. 내가 안고 가도 돼?”

“마음대로 해.”

[지옥의 왕이시어. 소신이 무엇을 그리 잘못했길래 시련을 내리시나이까아아아!]

삼두의 절규가 이준에게 들렸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은 대륙간 포탈을 이용해서 한국으로 돌아갔다.

* * *

한편 4대 성지의 금역에선 지옥 훈련이 펼쳐지고 있었다.

오로지 실전.

흑염마조가 손수 박정연을 비롯한 아이들과 싸워주고 있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땀이 한가득했다.

비를 맞은 듯 온몸이 젖어 있기도 했다.

“일어…나.”

박정연은 말할 힘도 없었다.

얼마나 싸운 지 모른다.

잠도 자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쉬는 시간조차도 운공.

밥 먹고 운공.

이후에는 흑염마조를 상대로 계속 검을 휘둘러야 했다.

“하악… 한계야…”

[작은 주인이 체력 단련을 시켰는데 아직도 형편없군.]

아이들의 무기가 한없이 떨려왔다.

무기를 들 힘도 없는 지경.

온몸이 후들거리고 있었다.

[한심한 놈들. 이 상태로 목에 힘을 주고 다녔단 말이냐!]

게이트 하늘로 흑염마조의 화염이 솟아올랐다.

주변이 삽시간에 엄청난 고온으로 변했다.

그러던 그때.

[아이들을 몰아붙인다고 강해지는 게 아니다. 주작.]

현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한다.]

뒤이어 들리는 청룡의 음성.

청룡도 현무의 말에 동조했다.

이에 주작이 버럭 소리쳤다.

[네깟 놈들이 뭘 안다고 지껄이느냐. 인간을 가르쳐 보기라도 해봤느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