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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78화 (475/705)

제474화

서걱-

몬스터의 목이 떨어졌다.

기습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목숨이 끊기고 난 후였다.

나락의 실에서 나온 안개로 인해 동족이 죽었는지도 모르는 몬스터들이었다.

조용석과 음살귀.

파들락과 웨어파드.

그들은 적에게 은밀하게 접근하여 목을 취하고 뒤로 물러났다.

푹-

푹푹-

암살은 굉장히 순조로웠다.

나락의 투명실에서 흘러나온 안개로 인해 활동이 자유로운 상황.

독기 안에서도 호흡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행동에 제약이 없었다.

‘통하고 있어!’

몬스터를 죽이고 사라지기를 반복한 조용석이 검을 꽉 움켜쥐었다.

그가 죽이고 있는 몬스터의 등급은 블랙급.

최하급에 속한 몬스터였지만, AA급 끝자락인 그가 암살에 성공하고 있었다.

한 마리, 두 마리, 다섯 마리, 열 마리.

실패는 없었다.

한 호흡에 한 마리씩.

몬스터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살예… 굉장한 무공이야.’

숙련도가 올라가고 실전에서 사용한 건 처음.

SS-급 무공이라 대단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 정도로 살기가 짙으며 정교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AA급 끝자락인데 블랙급 몬스터를 죽인다는 건 천지가 개벽할 노릇이었으니까.

그만큼 어려운 일을 살예란 무공 때문에 해내고 있는 것이다.

‘더 빠르고 소리 없이 적을 죽일 수 있어!’

서걱-

조용석의 암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해져만 갔다.

처음 몬스터를 암살했을 때만 해도 불필요한 동작이 많았지만.

지금은 행동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조용석을 보좌하는 파들락도 이를 눈치챘다.

‘이게 주인님이 선택한 인간이란 말이지. 암살할수록 실력이 늘어나고 있다.’

실력이 느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실전인 데다가 상대가 블랙급 몬스터란 강한 놈이니.

적을 죽일수록 대량의 경험치를 얻고 있는 거다.

‘주인님의 곁에 있는 인간들은 괴물밖에 없군.’

파들락이 보기에 조용석의 성장은 경이로웠다.

재능이 뛰어나도 성장 속도에 대한 한계가 있지 않나.

그런데 조용석이나 이곳으로 오기 전에 봤던 류가을의 성장은 가히 기적에 가까웠다.

‘곧 등급이 오를 것 같은데.’

조용석은 AA급 끝자락의 벽을 깨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대로만 시간이 흐른다면 벽을 깨고 날아오를 터다.

‘주인님을 추종하는 자 중 한 명이니. 이 파들락이 좀 도와줘야겠군.’

조용석이 마음껏 몬스터를 암살할 수 있었던 건 모두 파들락의 보조 덕분이었다.

그가 실수로 기척을 내든지.

아니면 적의 동료가 도와주지 못하게 만들든지.

조용석이 암살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든 게 바로 파들락이었다.

현재의 조용석을 파들락이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용석의 암살이 대단하다곤 하지만 그는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긴장으로 인해 실수도 있었다.

그러나 파들락이 이를 보조해 주자 암살도 자연스럽게 성공하고 뒤로 빠지는 게 가능했던 것.

파들락이 옆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조용석은 성장하기 전에 위기를 맞이했을지도 몰랐다.

‘이 앞의 놈들을 상대해야겠어.’

몬스터를 암살하면서 전진한 끝에 천외천의 무인이 있는 지점까지 오게 됐다.

조용석이 천외천과 정면으로 부딪치면 십중팔구 죽는다.

하지만 암살이라면 해 볼 만 했다.

[용석.]

암살하고 숨을 고르고 있던 조용석이 고개를 돌리며 입을 뻐끔거렸다.

[예?]

파들락의 시크릿 보이스에 전음으로 답했다.

[이 앞에 천외천이 있다. 한번 암살을 시도해 볼 테냐?]

[해 보겠습니다.]

조용석은 망설임도 없이 제안을 수락했다.

블랙급 몬스터 암살을 성공적으로 하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자신감은 가지되 자만은 살수로서 가지면 안 되는 자세다.]

[명심하겠습니다.]

조용석은 파들락의 충고를 가슴에 새겼다.

[그럼 가자. 보조는 계속 내가 맞춰 주지.]

[예!]

조용석이 유혼보를 사용했다.

귀신처럼 미끄러지듯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눈에 들어온 한 사람.

신경질적으로 나락의 투명실을 검으로 자르고 있는 천외천의 무인이 보였다.

그는 검에 살영의 내기를 주입했다.

검이 예기로 날카롭게 벼려진 순간!

벼락같은 움직임으로 무인의 정수리를 노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나의 그림자가 무인의 기척에 감지되었다.

무인은 자세를 최대한 낮추며 검을 하늘로 휘둘렀다.

깡!

조용석의 검이 뒤로 튕겨 나갔다.

[뒤로 물러나. 내가 저놈을 죽이겠다.]

“웬 놈이냐!”

파들락이 손톱을 드러내며 움직이려 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조용석이 왼쪽 손에 든 검갑을 무인에게 날렸다.

내공이 들어간 검갑.

암기와 같이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만한 문건은 아니었으나 시야를 방해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따위 장난이 내게 통할 것 같으냐.”

무인은 조용석이 날린 검갑을 너무도 쉽게 쳐 냈다.

하지만 그건 무인의 실수이자 패착이었다.

무인의 검이 시야를 아주 잠깐 가린 사이 조용석의 살검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왔다.

이기어검이 아닌, 진짜 검을 날린 것.

이마저도 무인이 막아냈지만.

푹!

그 사이 무인의 뒤를 점한 조용석의 수도가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컥!”

천외천 무인의 목이 옆으로 꺾였다.

조용석은 피가 잔뜩 묻은 손을 거두며 파들락에게 전음을 날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곧바로 죽이지 못해 천외천을 자극한 듯싶습니다.]

[…아니다. 뒤로 몸을 빼고 다시 암살 기회를 엿보면 된다.]

[네.]

조용석이 안개 사이로 몸을 날렸다.

파들락은 죽은 무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방금 전 수법은… 완벽했다. 계산된 행동이었나?’

다시 한번 놀랐다.

천외천의 무인은 블랙급 몬스터보다 강했다.

암살에 성공할 확률은 많게 쳐줘 봐야 50%.

반의 확률이었는데 조용석은 성공했다.

깔끔하게 죽이진 못했으나 어쨌든 적의 목숨을 땄으니 실패는 아니었다.

‘계산된 행동이었다면 살수로서 완벽한 놈이다. 주인이 왜 이 인간을 선택했는지 이제야 좀 알겠군.’

파들락이 몸을 빼자 곧이어 천외천의 무인이 나타나 죽은 동료를 발견했다.

“살수다! 암살자가 있으니 모두 조심해!”

천외천은 뒤늦게 살수의 존재를 눈치챘다.

* * *

천외천이 한국에 쳐들어온 지 벌써 4일이 지났다.

쉘터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안개 때문에 안쪽 상황이 보이지 않아.”

“이기고 있는 걸까.”

사람들의 표정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적의 숫자 때문이었다.

처음 천외천과 한국 각성자들이 격돌했을 때는 한국 각성자가 유리했다.

엄청난 대군의 몬스터를 상대하면서도 밀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각성자들이 힘들어하는 게 눈에 잡혔다.

그런 상태에서 안개가 서울 전역에 깔렸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발 밀리지 않아야 할 텐데.”

“저 안개는 언제 걷히는 거지?”

“안쪽 상황을 알 수 있으면 걱정이라도 덜 할 거 아니야.”

사람들은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씩 했다.

한국 각성자들이 밀리면 쉘터에 있는 그들은 모두 죽은 목숨.

각성자들이 천외천을 막기만을 간절히 빌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부산이나 광주로 내려가야 하나.”

“오대 가문과 마벽이 천외천을 막아 줄 겁니다.”

불안감에 휩싸인 건 일반인들만이 아니었다.

보급과 쉘터의 경계를 담당하는 암상의 각성자들도 긴장이 됐다.

“벌써 4일이나 지났습니다. 각성자라도 체력에 한계가 있는데 저 많은 몬스터를 상대로 괜찮을까요?”

“보통 각성자들이었다면 진작 패색이 짙었겠죠. 하지만 그들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각성자들입니다. 믿어 봐야 하지 않겠어요?”

한상인도 속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적들이 누군가.

파천자가 그토록 위험하다고 말하던 천외천이었다.

그들만이 있는 게 아니고 몬스터들까지 있으니.

머릿수로는 적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일본에 연락을 넣으신다고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어.’

지원군이 필요했다.

오대 가문과 마벽을 도와줄 각성자가.

암상의 회장 한금만은 전쟁이 일어나고 일본에 도움을 청했다.

현재 일본은 미야와키 가문과 사사키 가문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미야와키 가문과 환락상이 일본을 장악해야 했지만.

해외로 유학 갔던 사사키 가문의 장녀 카즈하가 돌아와 흩어진 사련의 각성자를 규합했다.

이로 인해 세력이 두 개로 나뉜 것이다.

‘요령요화가 도와주러 오면 좋겠지만 미야와키 가문의 가주라서 시간을 낼 수 없을 거야. 남은 건 환락상뿐인데.’

환락상은 정보 단체이자 돈을 움직이는 단체이지 무력이 높은 곳은 아니었다.

물론 일본이 한국보다 각성자의 수준이 높긴 했으나 그건 모두 옛말.

지금은 한국 각성자의 수준이 더 높아져 있었다.

그러니 환락상이 온다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터다.

한상인이 손톱을 물어뜯고 있을 때였다.

띠리링-

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상인 님. 전화 왔어요.”

“앗, 고마워요. 여보세요.”

[서울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느냐.]

한상인의 할아버지인 한금만 회장의 전화였다.

그는 들리지 않게끔 작게 대답했다.

“서울 전역에 안개가 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는데 제 예상으로는 전세가 불리할 거라 판단 돼요.”

[시간이 지날수록 숫자가 적은 우리가 불리해질 수밖에.]

“그런데 왜 전화하셨어요?”

[요령요화가 지원 온다고 환락군자가 전해 왔다.]

“네에!? 요령요화가 지원 온다고요?”

한상인의 목소리에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요령요화라고?”

“미야와키 가문의 가주가?”

“오오! 미야와키 칸나가 한국을 도와주러 오다니!”

“검제 님보다 강한 각성자라며! 정말 다행이다.”

“일본 대균열 때 요령요화의 활약을 봤어! 그녀라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사람들은 미야와키 칸나의 진 세계 랭킹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었다.

대균열 때 일반 블랙급보다 훨씬 강한 카오스 몬스터를 상대로 엄청난 무력을 뿜어내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녀라면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거다.

“할아버지, 어떻게 요령요화가 한국에 올 수 있는 거예요? 사사키 가문이 가만히 있어요?”

[전 가주에게 가문을 맡기고 오려는 모양이다.]

“요령요화가 없는 틈을 타서 사련이 공격해 오면 큰일 날 텐데.”

[괜찮을 듯싶다. 불멸의 마법사가 죽으니 그의 밑에 있던 카즈하도 눈치를 보고 있는 거겠지. 미야와키는 파천자와 동맹 관계니 잘못 건드렸다간 멸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인 듯싶다.]

“그건 또 그렇네요.”

믿는 구석이 없다면 요령요화가 한국에 올 생각이라도 했겠나.

지원 올 여유가 있으니 오는 거겠지.

“언제 도착한대요?”

[곧 도착할 듯싶구나. 나는 요령요화를 마중하러 갈 테니 넌 사신가에 이 사실을 알리거라.]

“알겠어요.”

한상인이 전화를 끊고 쉘터를 나가 사신가가 있는 곳으로 경공을 펼쳤다.

전 가문이 적과 싸움하고 있으니 연락이 안 될 터.

직접 움직여서 지원군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빨랐다.

* * *

부산 앞바다.

한 여성이 물 위를 달리고 있었다.

독행신이라는 무공.

요령이 주인인 은서단의 경공이었다.

‘안 늦겠죠?’

[그 괴물이 버티고 있는데 누가 감히 한국을 며칠 만에 밀어버릴 수 있을까. 걱정할 필요 없어.]

은서단은 미야와키 칸나를 안심시켰다.

그녀는 천주도 보았고, 이준도 보았다.

두 사람은 많이 닮아 있었다.

재능과 성격, 그리고 무력까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준에게는 천살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천살성은 하늘의 저주.

피를 뿌리고 다니는 운명을 지녔다.

그런 저주를 이준은 제어하고 있었다.

무림 역사상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일.

그 누구도 제어하지 못했던 걸 이준은 해냈다.

아니, 스스로 그 운명을 받아들였다.

뛰어난 천재라 해도 천살성을 제어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 이준은 완벽히 동화했다.

황당 그 자체.

저주도 제어하는 이준이 적에게 당한다?

당치 않은 소리였다.

이준이 마음만 먹으면 지구의 파멸은 시간문제였다.

천주가 강하다고 해도 이준을 쉽게 상대하진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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