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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79화 (476/705)

제475화

탁-

미야와키 칸나가 해운대 모래 위에 내려앉았다.

그녀를 마중 나온 한금만이 반갑게 맞이했다.

“바쁘신 와중에 친히 도움을 주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하지! 그 괴물 녀석만 아니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은서단의 외침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미야와키 칸나에게만 들릴 뿐.

한금만에게는 닿지 않았다.

미야와키 칸나는 한금만에게 정중히 대답했다.

“아니에요. 저희를 먼저 도와주신 건 한국이었으니 당연히 갚아야 할 빚이에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상황은 어때요?”

“많이 불리합니다.”

“하긴… 그분이 뛰어나다고 해도 몸은 하나뿐이니… 제가 빨리 가서 도와드려야겠어요.”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회장님께서요?”

“이곳에서 저보다 경공이 빠른 각성자는 없을 겁니다.”

한금만은 전설의 도둑 문파인 공공문의 무공을 이은 계승자였다.

천잠영이란 경공은 그와 그의 손자, 손녀밖에 익히지 않은 무공이라 이곳에서 제일 빠른 사람은 한금만이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절 따라오십시오.”

한금만이 경공을 펼쳐 앞으로 쭉 뻗어 나갔다.

늙은 몸을 지녔는데도 그의 경공은 굉장히 빨랐다.

미야와키 칸나도 독행신을 펼쳐 한금만의 뒤를 쫓아갔다.

두 사람이 경공을 펼쳐 서울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도 되지 않았다.

“여기입니다.”

서울에 들어서자 사방이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감사합니다. 지금부터는 저 혼자 가 볼게요.”

“이걸 드십시오. 이 안개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약입니다. 사신가의 신의가 만든 약이니 믿고 드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사신가에서 만들었다는 말에 미야와키 칸나는 의심도 하지 않고 단환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약 효과는 곧바로 나왔다.

안력이 높아지면서 안 보였던 시야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 몸조심 하십시오.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암상으로 연락 주십시오.”

혼자 남은 미야와키 칸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가 제일 위험하지?”

[작은 기운이 수백 명 가까이 모여 있는 저곳이 제일 위험한 것 같다.]

“저쪽은….”

미야와키 칸나는 홀로그램에 가문의 배치도와 GPS지도를 켜서 확인했다.

“무사고예요.”

그녀가 무사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몬스터의 시체가 널려 있는 바닥.

얼마나 많은지 산을 쌓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었다니.”

[너희 일본과는 달리 전력이 엄청나.]

“그러게요.”

미야와키 칸나가 변명도 하지 않고 수긍했다.

과거와는 달리 한국의 전력은 이미 일본을 아득히 뛰어넘은 상태.

이제는 일본이 한국을 따라가야 했다.

“일본으로 돌아가면 경각심을 더 갖게 해야겠어요.”

[걔들이 변할지 모르겠다.]

“변해야 해요. 아니면 도태돼서 일본은 더 이상 세계에서 아무런 발언도 하지 못할 거예요.”

그녀는 다시 한번 한국의 저력을 뼈저리게 느꼈다.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있는 이상.

일본은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 *

“후욱… 후욱….”

“…하아… 하아….”

이준과 진무열은 동시에 거친 숨을 내쉬었다.

무려 5일간의 싸움.

잠도 자지 않고 부딪혔다.

두 사람이 싸운 자리는 폐허가 됐다.

무너진 건물과 쓰러진 나무, 나락의 투명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두 사람이 있는 곳은 허허벌판과 다름없었다.

흑염마조가 결계를 쳐 주지 않았다면 서울, 아니.

대한민국이 사라졌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큰 충돌을 계속했다.

두 사람은 연신 호흡을 골랐다.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얼마나 치열한 격전을 펼쳤는지.

진무열의 흑룡포는 찢어진 지 오래였다.

상반신은 알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150년을 넘게 산 사람치고, 근육이 완벽했다.

각진 근육들.

싸움으로 인해 상처가 생겼으나 여전히 성난 근육을 자랑했다.

반면에 이준은 어떤가.

외관상으로는 멀쩡했다.

청룡무의 덕에 진무열처럼 알몸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내상이 심했다.

혼원신공이 내상을 치유하고 있지만 파천멸기가 가만두지 않았다.

상처를 더 벌리려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파천멸기.

혼원신공으로도 진무열의 파천멸기는 완전히 제압하지 못했다.

무극자 사부가 파천멸기를 보완했듯이.

진무열도 파천멸기를 보완했다.

물론 무극자 사부처럼 무극기와 같은 희대의 신공을 만들진 못했으나.

파천멸기의 폭주 가능성을 굉장히 많이 낮춰 놓은 것 같다.

그러니 저 상태로도 폭주를 안 하는 거지.

“…후욱 이게 끝 후욱… 이라면 실망이군….”

거친 숨을 내쉬던 진무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역룡도로 몸을 지탱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선보일 게 더 없다면 후욱…. 넌 내게 죽을 것이다.”

진무열의 눈이 검붉은색으로 번쩍였다.

밤낮으로 싸웠지만 멀쩡한 듯 기운을 뿜어냈다.

“경험 차이는 하아… 쉽게 좁혀지지 않네요….”

이준은 진무열과 싸울수록 그가 얼마나 강한지 몸소 느꼈다.

파천신공보다 우위에 있는 혼원신공을 지니고도.

파천멸기를 보완한 무극기를 들고도.

진무열을 몰아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다 깨달음의 깊이와 경험 차이 때문이다.

진무열의 깨달음은 족히 100년은 넘었을 터.

자신은 무극자 사부의 무공을 익힌 지 고작 2년 안짝이었다.

생사를 건 싸움도 진무열이 훨씬 많이 했다.

거기서 얻은 경험이 진무열을 여기까지 이끌어 주지 않았을까.

‘이제 선택해야 해.’

진무열과 싸우면서 고민했다.

이대로 계속 싸웠다간 지는 쪽은 자신이었다.

이제 숨겨둔 비장의 수를 꺼낼 때가 왔다.

드래곤 하트를 먹을지.

아니면 혼원반지를 뺄지 말이다.

드래곤 하트를 먹으면 일시적으로 강력한 힘이 생긴다.

하나 이후에는 드래곤의 마력과 혼원신공이 서로 부딪혀서 폭주할 가능성이 컸다.

‘혼원반지도 마찬가지야. 잘못 뺐다간 내공을 제어하지 못할 거야.’

내상을 입으니 내부에서 혼원신공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를 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건 혼원반지였다.

이는 내공의 폭주를 막아 줬다.

이게 아니더라도 혼원반지를 빼는 건 신중해야 했다.

자신은 천살성과 마신지체를 지녔다.

여기에 혼원반지까지 빼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잠자고 있는 모든 힘이 바깥으로 나올 것이다.

힘이 개방되니 강해지긴 하겠지.

그러나 뒷수습이 문제였다.

힘을 제어하지 못했다간 살귀가 될 게 분명했으니까.

오히려 더 강해지는 건 혼원반지를 빼는 일이었지만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니 위험했다.

적어도 드래곤 하트는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으니 괜찮은 선택이었다.

‘지금으로선 드래곤 하트를 먹는 게 최선이네.’

고민을 끝내고 아공간 주머니를 열었다.

그 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물건을 꺼냈다.

“드래곤… 하트?”

진무열의 눈에도 드래곤 하트의 정보가 들어왔다.

“알아보시네요.”

“네가 그걸 가지고 있었더냐.”

“운 좋게 얻었죠.”

이준은 진무열을 보며 씩 웃더니 드래곤 하트를 씹어 먹었다.

역겨운 냄새가 아닌, 달콤한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끝에는 쌉싸름한 맛이 났다.

“제가 준비한 마지막 카드예요.”

이준의 몸에서 푸른 아지랑이가 무수하게 흘러나왔다.

“큭!”

그가 심장을 붙잡았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허리가 굽혀졌다.

“크윽….”

이준의 고통이 심해질수록 푸른 아지랑이의 기세는 더욱 커져만 갔다.

“미친 짓거리를 했어. 사부가 안 가르쳐 줬더냐. 싸움 중에 영약을 먹는 건 자살행위라고?”

영약류는 내공이나 마력을 늘려 주지만.

갑자기 생겨난 힘을 흡수하기 전까지는 안정화 작업이 필요했다.

싸우고 있을 때 영약을 먹으면 안정화는커녕.

그 힘이 폭주하기만 할 뿐이었다.

폭주가 끝나면 얻게 될 힘을 잃을지도 모른다.

더 최악의 상황은 있던 힘까지도 사라질 수 있으니.

어찌 자살행위가 아닐까.

진무열이 아는 상식은 그랬다.

“한데… 폭주인 것처럼 보이지만 뭔가 다르군.”

진무열은 이준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의 눈에 잡힌 건 파란 실선들이 이준의 심장으로 모여드는 게 보였다.

그 실선들은 이준의 상처를 아물게 했으며 기운을 채워놓고 있었다.

저건 마치 내공을 돌려 영약의 힘을 흡수하는 모습 아닌가.

뒤늦게 깨달은 진무열이 역룡도를 뽑아 들었다.

“내가 알던 영약과는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구나!”

쾅-

진무열이 황급히 땅을 박찼다.

그의 도에 파천멸기가 맺히며 사선으로 휘둘러졌다.

* * *

콰아아앙!

도강이 이준에게 폭사했다.

이준을 보던 진무열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도강이 푸른 장막에 가로막혔기 때문.

푸른 장막은 이준을 보호하곤 심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흡!”

이준의 몸이 활처럼 뒤로 꺾였다.

허공에 두둥실 뜨더니 빛이 뿜어졌다.

“윽.”

진무열이 팔로 얼굴을 가렸다.

강렬한 빛에 저도 모르게 신음이 나왔다.

시야를 가렸던 빛이 사라졌다.

허공에 떠 있던 이준의 신형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이준의 손에 있던 반지가 잠깐 빛나더니.

이내 이준의 내공이 안정됐다.

“그 엄청난 마력을 이 짧은 순간에 흡수했어?”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이준은 제 손을 오므렸다가 폈다를 반복했다.

바닥을 보였던 내공이 단전에서 흘러넘치고 있었다.

뿐인가.

드래곤 하트로 인해 새로 생긴 힘이 심장에 자리 잡았다.

그전에는 마력 없이 속성만 새겨졌던 곳이.

지금은 속성 안에 마력이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

불, 물, 바람, 대지.

네 개의 원소가 주인의 부름에 언제든 응답하려고 대기 중이었다.

거기다가 네 원소의 중간.

혼원신공과 같은 느낌의 원소가 있었다.

마치 혼원신공과 똑 닮아 있는 속성이랄까.

어떤 원소인지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으나.

다른 원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 힘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이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형이 진무열의 앞에 나타났다.

진무열은 그 잠깐 사이에 이준의 신형을 놓치고 말았다.

전과는 달리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큭.”

진무열이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았다.

이준의 무극기가 그의 어깨를 지나 허공을 가로질렀다.

쾅 소리와 함께 주변의 결계에 균열이 생겼다.

5일 밤낮으로 싸워도 끄떡없던 결계에 금이 생긴 것.

혼원신공의 내기뿐만 아니라 마력이 담겨 있어서 무극기는 두 배의 힘을 가지게 됐다.

진무열이 뒤로 몸을 뺐지만.

이준의 속도가 더 빨랐다.

날을 세운 수도가 앞으로 뻗어졌다.

무극기가 담긴 수도가 역룡도와 부딪혔다.

쾅-

진무열의 몸이 뒤로 튕겨나면서 바닥을 굴렀다.

그가 몸을 바로 세우려는데 위에서 이준이 나타났다.

이준의 발이 그를 향해 내리쳐졌다.

정말 간발의 차.

나려타곤의 수법으로 바닥을 구르지 않았다면 이준의 발에 머리가 터지고 말았으리라.

이준의 발이 내리쳐진 곳은 땅이 움푹 파여 있었다.

“수세에 몰린 건 실로 오랜만이구나.”

진무열은 나려타곤을 펼쳤으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했다.

파천혈신이 선택한 전인이 강하다는 건 진무열에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하나 그것과는 별개로 분하기도 했다.

“계속해 보거라. 내가 널 인정할 수 있게끔 큭! 더 몰아붙여 보란 말이다!”

진무열의 눈이 검은색으로 번뜩였다.

이준과는 다르게 내공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파천멸기를 피워 냈다.

그의 이러한 모습에 이준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폭주! 드디어 파천멸기의 제어를 풀었어.’

보스 몬스터 공략으로 치면 마지막 3페이지였다.

이것만 넘기면 진무열이 쓰러질 것이다.

“오라. 네게 그동안 갈고 닦았던 모든 걸 보여 주겠다.”

진무열의 기세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하고 강렬했다.

내공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기세를 피우고 있었다.

“빨리 끝내 드리죠.”

이준이 진무열을 향해 쇄도했다.

“건방진 소리!”

진무열 또한 이준을 향해 짓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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