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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35화 (433/705)

제431화

드넓은 연무장 한가운데.

이신이 눈을 감고 서 있었다.

바람에 옷자락이 펄럭였다.

이신은 마나 호흡법에 집중했다.

“마나는 자연에서 얻어. 어떤 원소를 느끼냐에 따라서 형의 속성이 결정돼.”

이휘의 말에 이신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이신은 며칠째 신중히 속성을 고르고 있었다.

그에게 감응한 속성은 대지.

하지만 바로 대지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다른 속성은 없을까.

조금 더 기다려 봤다.

오늘까지 감응한 속성은 대지와 바람, 불꽃뿐이었다.

마나를 처음 접한 사람치고는 감응력이 뛰어난 편.

애초에 각성자로서 재능을 타고나서 세 속성이 감응한 것이다.

“이제 속성을 고를 때가 왔어.”

이 이상은 진전이 없었다.

더 감응해 보려고 노력해 봤자 시간 낭비였다.

이신도 이 사실을 어렴풋이 알기에 속성을 선택했다.

그의 심장으로 하늘색 기운이 빨려 들어갔다.

“바람 속성을 선택했구나?”

이신이 선택한 건 바람이었다.

4대 속성 중 공격에 특화된 속성은 불과 바람뿐.

물과 대지는 위의 두 속성에 비해 공격력이 낮았다.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신이 눈을 뜨며 물었다.

“이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마법 인장을 소환해 볼래?”

“이렇게?”

이신이 손을 활짝 펴자 손 앞에 주먹만 한 크기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잘했어. 그게 마법 인장이야.”

“신기하군. 단전이 아니고 심장에서 마나가 움직이는 게 느껴져.”

“벌써부터 놀라면 어떡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다른 손으로 인장 하나를 더 만들어 봐.”

이휘의 주문대로 이신은 반대편 손에 마법 인장을 소환했다.

“어때?”

“마나가 빠르게 소모되고 있어.”

“그게 쌍인장이라는 거야. 보통 마법서로는 흉내도 내지 못하는 기술인데 베네로딕 님의 마법은 이걸 간단하게 펼칠 수 있게 해 줘. 참고로 쌍인장은 7서클은 되어야 사용할 수 있어.”

“7서클이라면 각성자 등급으로 어떻게 되는거냐?”

“AA급. 형이 마법을 처음 배우고 사용한 기술의 난이도가 AA급인 거야.”

“엄청난데?”

이휘는 놀란 이신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도 베네로딕을 만난 후로 저런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다.

기존의 마법보다 더 고차원의 지식을 담은 게 베네로딕의 마법.

누가 걸음을 갓 뗀 아기한테 7서클 난이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하나.

베네로딕의 마법이 특별해서 가능한 것이다.

“형은 쌍인장을 팔과 다리에 각인시켜서 사용하는 체술 마법을 배울 거야.”

“그것도 스킬창에 나온 대로 하면 되나?”

“응.”

“한번 해 볼게.”

이신이 마나 호흡을 하면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쌍인장이 허공에 펼쳐지면서 그의 팔과 다리에 맺혔다.

반바지만 입은 상태라 몸에 마법이 각인 된 게 잘 보였다.

마치 문신처럼.

마법 문자들이 팔과 다리에 아로새겨졌다.

“된 거야?”

“이제는 쌍인장을 펼치고 마법 각인 스킬을 안 해도 바로 체술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어. 스킬창에 있는 체술 마법을 써 봐.”

이신이 곧바로 움직였다.

허공을 향해 냅다 주먹을 꽂았다.

그러나 바람만 일렁였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의아해하며 뒤를 도는데.

몇 초 뒤에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어!?”

“형이 스킬을 사용하고도 놀라냐.”

이신이 다시 몸을 돌리자 일어난 광경.

연무장 건너편에 있던 나무들이 검기에 잘린 듯.

난도질이 되어 있었다.

작은 나무도 아닌, 커다란 나무였다.

그런 나무가 토막이 난 채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바람 속성은 내가 사용하는 불 속성과는 달리 임팩트가 크지 않아. 대신 소리 없이 적을 죽여 버리는 게 특징이야.”

“체술 마법…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해. 무공보다 더 고차원의 스킬 같아.”

“맞아. 무공은 절대 마법을 이기지 못할 거야.”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뭐?”

“스킬창에 체술 마법 말고도 다른 마법이 있는데 이것도 사용이 가능해?”

“형. 각성자 맞아? 스킬창에 있는 건 다 사용할 수 있잖아.”

이휘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신은 스킬창이 낯설게만 느껴져서 동생인 그에게 물은 것이다.

이십 평생 무공 창만 보던 이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법 스킬창을 보고 있으니.

어찌 낯설지가 않을까.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이휘가 이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도 처음에는 형처럼 그랬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거야.”

“알았다.”

이신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법 창을 살폈다.

체술 마법만이 아니라 일반 마법도 있었다.

그 마법은 근접이 아닌 원거리 마법.

그것도 광역기에 속했다.

‘빨리 써 보고 싶어.’

스킬을 사용할수록 마법을 펼치고 싶은 욕구가 무럭무럭 솟았다.

* * *

낙성각에서는 무극대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휴우우. 새벽부터 훈련을 안 하면 하루가 찜찜하단 말이야.”

김봉팔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습관이 이리 무섭소.”

“더 자고 싶어도 다시 잠에 들지 못하오.”

“저도 그럽니다.”

펑펑-

“그런데 저 양반은 아직도 하네.”

“대주가 지독한 연습 벌레인 건 옛날부터 유명하지 않소.”

“그러니까 SS급에 오른 거지.”

“빨리 가주님을 뵙고 싶어요. 저희가 이렇게 강해졌다는 걸 보여 주고 싶은데.”

“크흠. 주군께서 우릴 대견해하실 게 눈에 보인다.”

“많이 놀라시지 않겠소?”

“당연히 놀라시겠지. AA급이었던 각성자들이 S급에 올랐는데.”

무극대는 돌아오지 않은 이준을 걱정하지 않았다.

이준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엿보였다.

지옥으로 떨어져도 기어코 돌아올 사람이 이준이라는 걸 알기에.

무극대에게 이준은 걱정거리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유학에서 돌아온 이휘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그보다 형님들. 막내 도련님이 가솔들한테 찝쩍대는 걸 포기한 것 같던데요?”

“야. 막내 도련님은 무슨. 그냥 이휘라 불러.”

“그래. 우리 가주님을 인간 취급도 안 한 놈이야.”

김봉팔이 인상을 쓰며 말하자 무극대의 막내 현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희도 처음에는 가주님을 인간 취급 안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특히 부대주님이….”

“무쓴, 소리! 내가 얼마나 주군을 존경하는데 너 자꾸 개소리할래?”

옆에 있던 무극대원들이 김봉팔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형님.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하시오.”

“우리한테 가주님을 무시하라고 시킨 양반이 형님 아니오.”

“야, 안 닥쳐! 너네! 내가 잠시 정신을 놓고 있을 때를 왜 말하냐. 신입들도 있는데 조용히 해라.”

김봉팔이 노발대발하며 난리를 치고 있을 때 다른 막내 세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휘가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폐인이 된 이신을 정상으로 돌려 놨데요.”

“정상으로? 단전이 돌아왔다는 거야?”

“저도 얼핏 들어서 정확히는 모르는데 연무장에 나와 미친 듯 수련한다고 해요.”

웃고 떠들던 무극대원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홀로 수련하고 있던 사형준조차 동작을 멈추고 무극대원이 모여 있는 곳으로 왔다.

“세호야. 더 자세히 말해 봐.”

“이신이 훈련하고 있다는 거요?”

“어디서 나온 소리지?”

“백호단에 있는 친구가 그랬어요.”

“또 다른 건?”

“최근에는 비무까지 한다던데요.”

“비무를? 가솔들이 응해 주지 않을 건데.”

“그게 말이에요….”

세호가 말꼬리를 늘이자 김봉팔이 보챘다.

“뜸 들이지 말고, 심각한 일이냐?”

“가솔들이 반응을 안 하니 가주님을 욕한다고 해요. 이걸 참지 못한 주작단이 비무에 응했다는데 좀 다쳤나 봐요.”

“그런 사실을 우리는 왜 몰랐냐. 기성이 너도 몰랐어? 네가 제일 마당발이잖아.”

“나도 몰랐소… 비무로 다쳤다면 내가 제일 먼저 이야기를 들었을 건데 말이오.”

“백호단 친구가 그랬는데 일이 커지는 걸 원치 않았나 봐요. 그래서 다들 쉬쉬했대요.”

듣고 있던 사형준이 턱을 매만졌다.

“그럴 수도 있겠어. 가솔들은 주군께 무공을 전수받았다. 폐인이었던 놈한테 SS급 무공을 가지고 비무에서 졌다는 건 치욕이지.”

“주군의 얼굴을 뵐 면목이 없을 거요.”

“저희가 알면 가주님의 귀에도 바로 들어갈 수 있으니.”

“안 되겠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가 봐야겠어.”

“나도 따라가겠소.”

김봉팔을 따라 무극대가 일어났다.

사형준도 말은 안 했지만 무극대를 쫓아 이신이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 * *

“푸웁!”

주작단의 옷을 입은 각성자가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그의 몸은 엉망이었다.

멍은 기본이고 칼날에 베인 상처로 가득했다.

“재민이!”

동의각주 이의태가 쓰러진 주작단원에게 갔다.

“자네, 괜찮나?”

“단…주님….”

“아무 말도 하지 말게. 내가 빨리 치료해 주겠네.”

이의태가 주작단원의 몸에 침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치료제를 먹였다.

“나도 금방 따라갈 터이니 어서 동의각으로 데려가게.”

“예! 각주님.”

응급 처치를 끝낸 이의태가 분노한 목소리로 뒤를 돌아봤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 겐가!”

“신의께서 이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이신이 능글맞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몰라서 그런 겐가. 며칠째 동의각으로 환자들이 오고 있네. 그것도 목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의 환자가!”

“비무를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너무 흥분하십니다.”

“자네가 힘을 어떻게 찾은지 모르나 이제 그만하게. 가솔들이 너무 많이 다쳤어.”

“그건 무리일 듯싶습니다. 전 이제야 좀 재밌어지기 시작했거든요.”

“정녕 이 일이 커지길 바라는 겐가!”

“전 상관없습니다. 아니면 신의께서 직접 상대해 주시던지요.”

“이 사람이 진짜!”

이의태가 팔을 걷으며 나가려는데.

“아이고 각주님. 굳이 더러운 똥물을 손수 치우실 필요가 있어요? 그런 일은 제가 맡을 테니 귀한 손을 더럽히지 마시지요.”

김봉팔이 나서서 이의태를 제지했다.

“지금 나보고 더러운 똥물이라고?”

이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힘을 찾았으면 쥐 죽은 듯이 수련하지, 누가 병신 아니랄까 봐 꼴깝을 떨고 있냐.”

김봉팔의 폭언에 이신이 폭발했다.

이신의 성격은 다혈질.

힘을 되찾은 데다가 가솔들과의 비무에서 승승장구하니, 예전의 개망나니 시절로 회귀했다.

“버러지 같은 놈이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딴 말을 지껄이는 거야!”

이신이 김봉팔을 향해 쏘아졌다.

김봉팔 또한 몸을 날렸다.

두 사람이 맞부딪치려는 찰나!

김봉팔의 발밑에서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갑작스러운 마법에 김봉팔이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하고 당했다.

“큭!”

거기에 더해 이신의 주먹이 김봉팔의 명치에 꽂혔다.

주먹에 깃든 바람 마법이 김봉팔의 몸을 찢어발겼다.

“커어억!”

“부대주!”

김봉팔의 실력이면 이신의 공격 따위는 가볍게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발밑에서 불쑥 솟은 불기둥.

이휘의 공격은 김봉팔로서도 무리였다.

그 속에 담긴 힘은 SS급 마력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불기둥에 이어 이신의 공격을 아무런 방어도 없이 전부 허용한 것.

몸 하나는 튼튼한 김봉팔이라도 버티지 못했다.

김봉팔이 날아가 처박혔다.

무극대원들이 김봉팔을 향해 움직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가문의 주인에게 하극상이라니 아주 개판이야.”

무극대를 속박한 사람은 이휘였다.

그는 이곳에 더 많은 가솔이 모이길 빌었다.

“사 대주 움직이지 마.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수하들 전부 염라대왕을 볼 거야.

가문의 최정예는 무극대.

마침 저들이 하극상을 일으켰다.

이를 빌미로 모두에게 보여 줄 생각이었다.

자신의 무력을 말이다.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어느곳에 줄을 대야하는지.

알려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형인 이신을 통해 가솔들을 자극해 왔다.

사형준이 이휘를 견제하느라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이신은 정신을 잃은 김봉팔의 어깨를 발로 밟아 뼈를 으스러트렸다.

“끄어어어….”

김봉팔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너 같은 버러지 따위가 나한테 개겨? 너도 내 단전이 부서졌을 때 좋아했던 놈 중 한 명이지? 분명 그럴 거야.”

“으으….”

김봉팔이 이를 악물고 참았는데 신음이 입을 비집고 나왔다.

“꽤 버티는군.”

이신은 김봉팔의 오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자신에게 살려달라고 빌어야 했다.

그가 발의 위치를 옮겼다..

대한민국 각성자에게 가장 중요한 곳.

배꼽 아래 단전 부위를 꾹 누르자.

“아아아악!”

김봉팔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크크. 그래야지. 내가 원했던 건 이런 감미로운 소리란 말이야.”

이신이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남의 고통을 보는 건 즐거웠다.

또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이 짜릿한 기분은 언제나 좋았다.

“날 능멸한 대가는 이 단전을 부수는 걸로 끝내 줄게.”

이신은 김봉팔의 단전을 발로 지그시 밟았다.

그러던 그때였다.

뚜벅뚜벅.

사람들의 귓가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왜인지 모르게 그 발소리는 점점 커졌다.

모두가 숨을 멈췄다.

절로 긴장이 됐다.

그러면서 온 신경이 발걸음에 쏠렸다.

뚝.

소리가 멈췄다.

그들의 시선이 모인 곳에는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가…주님….”

6개월간 가문을 비웠던 이준.

사신가의 가주가 돌아왔다.

그는 가솔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이신을 보고 있었다.

“너 뭐 하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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