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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18화 (416/705)

제414화

“어떻게 알아보셨소?”

“정말 좋은 일이 있나 보군.”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살마의 음성은 들떠 있었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애써 지우면서 말했지만 혈마의 눈은 피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건 화를 내고 있음에도 전혀 열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좋은 일이면 함께 나눠야지. 뭔데 말해 봐.”

“알면 배 아파할 건데 괜찮소?”

“형제끼리 배 아플 건 뭡니까.”

뇌마까지 거들자 살마가 마지 못한 척 자랑을 했다.

“용석이에게 좋은 일이 생겼지 뭐요.”

“등급이라도 올랐어?”

“아니면 새로운 특성이라도 개화했답니까?”

“특성을 개화했다지 뭐요.”

“오오, 등급이 어떻게 되는데?”

“이번에는 S급 특성이 뜬 겁니까.”

혈마와 뇌마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조용석은 살마의 아들이지만 마벽의 각성자.

그가 강해지면 마벽의 일원으로서 축하할 일이었다.

두 사람의 표정에 살마가 화답했다.

“SS- 등급을 개화했소.”

“헉!”

“S, SS-!”

혈마는 헛바람을 냈고, 뇌마는 말까지 더듬었다.

SS-.

그들조차 여태 보지 못했던 등급이었다.

“자세히 말해 봐.”

“어떤 특성인지 궁금합니다.”

“파천자께서 용석이의 특성을 개화시켜 줬는데 덕분에 무공까지 얻게 됐지 뭐요. 파천자께서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요.”

“무, 무공!?”

“왜 용석이가 먼저입니까?”

혈마와 뇌마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용석은 이준에게 제대로 찍혔다.

만약 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해도 제일 늦게 가르쳐 줄 것 같았는데.

자신의 아들, 딸보다 먼저 무공을 얻었다는 말에 혼란스러웠다.

이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없다랄까.

“파천자께서 생각이 있으시지 않겠소. 두 사람 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오.”

조용석이 먼저 SS급 무공을 얻었다는 사실에 살마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가을이한테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해야겠어.’

‘원찬이의 처세술이라면 파천자 님의 눈에 들었을 텐데, 역시 쉬운 분이 아니시구나.’

혈마와 뇌마는 살마에게 밀렸다는 생각에 두 자식을 더 닦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들의 생각을 모를 리 없는 살마.

그가 승리자의 미소를 지을 때쯤이었다.

“막주! 흑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놈들이 움직였답니다.”

“어디로? 강화? 아니면 평양?”

“그게… 방향이 이상합니다.”

“어디로 가는데 그래?”

“남동쪽인데 아무래도 울릉도가 아닐까 사료됩니다.”

“울릉도? 그거 아주 미친놈들이잖아!?”

울릉도는 파천자를 비롯한 무사고 전교생이 향하는 곳이었다.

“혈마, 파천자께 연락을 드려야겠소.”

“알았어.”

혈마는 일단 배 아픈 걸 집어넣고 황급히 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바다 한가운데.

배 위에서 팔짱을 낀 채 박혁진의

행동을 유심히 보고 있던 이준이 웃었다.

“찾았나 보네.”

이곳에 나타난 크라킹은 일반 몬스터가 아니다.

불사 크라킹.

마정석을 먹고 태어난 변이 몬스터였다.

불사 크라킹은 몸에 핵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자신만의 장소에 핵을 숨겨 놓는 놈들.

적에게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혁진이의 명안만 아니었으면 꽤 고전했을 텐데.”

경지가 높다해서 몬스터를 전부 해치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불사 크라킹 같은 변이종을 상대하려면 몬스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지금처럼 고전을 면치 못할 테다.

박정연이 애를 먹은 건 적은 경험 때문.

경험이 많았거나 박혁진처럼 명안이 있었다면 진작에 몬스터를 제압했을 것이다.

“뭐, 이건 시작에 불과하니깐.”

이미 예견하고 있었지만 박혁진은 생각보다 빠르게 불사 크라킹의 약점을 발견했다.

이제 남은 건 그 약점을 없애는 일뿐이었다.

“얼마나 걸리려나.”

이준은 재밌다는 듯 눈이 반달 모양이 됐다.

한편 박혁진은 바닷속에 숨어 있는 마력 구슬을 찾는 중이었다.

천중수도 견뎠는데 이깟 바다를 못 견딜까.

뇌신공으로 몸을 보호한 채 바다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바닥이 보이는 수심까지 들어오자.

명안으로 보았던 마력 구슬을 볼 수 있었다.

‘하아?’

박혁진은 어이가 없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많은 구슬.

바닥 전체를 뒤엎고도 남을 양이었다.

‘이걸 언제 다 부수고 앉아 있냐.’

저 푸른빛을 뿜는 구슬이 불사 크라킹과 연결된 핵이었다.

이 핵을 전부 깨면 불사 크라킹은 무력화될 거다.

‘우선 깨… 자…?’

검을 들어 마력 구슬을 깨려는데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마력 구슬이 알 낳듯 생기고 있어.’

방금 전에 봤던 촉수가 분열하는 느낌이었다.

‘저 속도면… 촉수가 잘려 나갈 때마다 알이 생기는 건가?’

박혁진은 차분히 생각했다.

SS급 현경 초입에 있어서 그런지 물에 있다는 압박감은 없었다.

차분히 생각하며 크라킹과 싸우고 있는 학생들을 느껴 보았다.

‘내 생각이 맞아. 촉수를 자를 때마다 핵이 생기고 있어.’

결론을 내린 박혁진이 박정연에게 전음을 날렸다.

[누나. 내가 있는 곳으로 와 봐.]

[지금 바빠!]

[이곳에 크라킹의 핵이 있어. 그런데 나 혼자 처리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아.]

[기다려.]

한 1분이 지났을까.

박정연이 그의 옆에 나타났다.

[이게 크라킹의 핵이야?]

[응.]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그러지?]

[그래야 할 것 같아. 아니면 보이는 것처럼 귀찮아질 수 있어.]

박혁진은 손가락으로 생성되고 있는 마력 구슬을 가리켰다.

[핵을 몸 밖에 놔두고 다니는 몬스터라니 굉장히 특이하다.]

[준이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을까?]

[당연하지. 우리 준이는 모르는 게 없거든.]

박정연은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이준을 치켜세웠다.

박혁진이 피식 웃고는 검을 들었다.

[누나가 내 반대편 맡아.]

[알았어.]

박혁진과 박정연이 뇌신공을 끌어 올렸다.

두 사람의 몸에서 강력한 뇌기가 흐르자 가까운 곳에 있는 마력 구슬이 터져 나갔다.

[하나.]

[둘.]

[셋!]

동시에 구호를 외친 두 사람이 서로 반대편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박혁진의 전뢰검법 3식 뇌강.

뇌기를 잔뜩 머금은 8m짜리 검강이 물을 갈랐다.

검강이 그을 때마다 물이 양옆으로 갈라지면서 모세의 기적을 일으켰다.

반면 박정연은 뇌신검법 2식을 펼쳤다.

그녀의 손을 떠난 검.

회오리치며 물을 가르던 검이 높은 곳에서 멈췄다.

검신이 바닥을 겨누는 순간.

그녀의 손이 아래로 내려졌다.

파직 소리와 함께 검에서 뇌전의 줄기가 뿜어지면서 바닥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떨어졌다.

쾅!

박정연의 벽운이 바닥을 강타하자 마력 구슬이 일제히 터져 나갔다.

초토화가 된 주변.

그 많던 마력 구슬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하나의 꽃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뇌신검법의 두 번째 초식으로 낙영뢰란 이름을 가졌다.

뇌후가 생전에 애용했던 무공으로 박정연의 손에 의해 재현되었다.

[짜릿해.]

그녀 또한 낙영뢰란 초식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뇌후를 가장 잘 표현한 무공이었으니까.

박정연이 몸을 돌렸다.

[하나도 남김없이 파괴했지?]

[응. 느껴지는 핵은 없어.]

[이제 크라킹을 죽이는 일만 남았어.]

두 사람은 SS급 보법인 뇌운보를 사용해서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 * *

서걱!

한지유의 검이 촉수를 잘랐다.

그리고는 분열이 일어날 걸 예상하고 뒤로 물러났다.

최대한 자르지 않고 촉수를 튕겨 내려했지만 녀석도 아는지 격하게 부딪혀 왔다.

하는 수 없이 촉수를 베어 냈다.

“끝이 없어.”

목숨을 위협하는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뒤로 갈수록 상대하는 게 힘들어졌다.

이대로 저녁을 맞이하면 큰일 날 터.

해가 지기 전에 크라킹을 해치워야 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자르는 것도 안 되고 아예 터트려서 죽이는 것도 안 되고.

답은 크라킹의 핵을 찾는 것뿐이었다.

한지유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그때였다.

“촉수가 재생되지 않고 있습니다.”

허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조심해. 언제 다시 재생될지 몰라.”

“예. 누님.”

한지유가 조심스럽게 촉수를 쳐내는데 박정연이 전음을 해 왔다.

[크라킹의 핵을 찾아서 부쉈으니까 크라킹이 죽을 거야.]

박정연의 전음인지라 한지유는 망설임 없이 촉수를 베었다.

이전에 베었던 촉수도 현재 재생이 안 되는 상태.

박정연의 전음대로 크라킹은 힘을 잃은 것 같았다.

“촉수가 재생되지 않아요.”

한지유의 말에 정예나가 내공을 담아 외쳤다.

“모두 총공격해!”

핵이 모두 파괴돼서 그런가.

크라킹의 힘이 전만도 못했다.

수십 개의 검기가 촉수를 잘라 냈다.

잘린 촉수가 바다에 풍덩 빠졌다.

검과 암기, 독과 장력.

다양한 공격에 크라킹이 무너져 내렸다.

배에 착 달라붙어 있던 녀석이 힘을 잃었다.

학생들은 힘을 모아 네 마리의 크라킹을 전부 해치웠다.

“하아….”

“끄, 끝났다.”

“촉수가 계속 재생돼서 죽는 줄 알았어.”

“계속 싸웠다면 지쳐서 쓰러졌을 거야.”

특별반 학생들이 주저앉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치열한 격전이었다.

여태까지 부족했던 실전을 오늘 전부 채운 듯했다.

널브러진 학생들 사이에 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사람.

조용석이 검을 꽉 쥐고 있었다.

엄청난 무공을 개화했음에도 이번 싸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새로운 무공을 배운지도 얼마 안 됐고, 익숙하지 않은 무공 탓에 되려 실수를 많이 했다.

그 전의 무공은 각성자 시스템 창으로 인해 알아서 무공이 잘 펼쳐졌으나.

새로 배운 무공은 각성자 시스템 창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아 실수를 많이 한 것이다.

“젠장!”

조용석이 자책했다.

며칠 전 화장실에서 이준에게 잘하라는 격려를 들었는데 추잡한 꼴을 보이고 말았다.

“선생님께서 얼마나 실망하셨겠어!”

파천자의 차별 없는 행동과 격려에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용석아.”

자책하는 조용석을 이준이 불렀다.

“서, 선생님.”

“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죄, 죄송합니다. 앞으로 선생님의 기대에 최선을 다해 부응하겠습니다.”

“오늘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그, 그게….”

조용석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준을 실망시켰다는 것이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부담감은 덤.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크라킹의 촉수를 자르면 재생해. 무한으로 반복되는 굴레에 갇히지. 그러면 살수인 네가 해야 할 일은 뭘까?”

“제가 해야 할 일은….”

“대답 못 하면 크게 실망할 것 같은데. 난 네가 기본은 탄탄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실망할 것 같다는 말을 듣자 조용석의 이성이 되돌아왔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적에 대한 정보 파악입니다.”

“잘 아네. 그런데 왜 아무것도 안 했어?”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무공이 강하다고 해도 넌 살수야. 특히 살종의 무예는 그 기본기를 필수로 하는 무공이고.”

“아.”

조용석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 상황에서도 선생님은 자신을 가르치고 있었다.

1:1의 과외.

세계 랭킹 3위에 올라 있는 절대자의 가르침이었다.

‘이 크라킹은 부족한 나를 가르치기 위한 재료였어.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지?’

조용석은 단단히 착각에 빠졌다.

이준이 크라킹을 부른 이유를 온전히 자신 때문이라 여긴 것이다.

이 많은 학생을 고생시키면서까지 자신에게 가르침을 내려 준 거라고 생각했다.

“듣고 있냐?”

“이해했습니다. 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어도 살수의 본분을 다하라는 말씀 아니십니까.”

“잘 아네. 그런데 왜 멍하니…”

“명심!”

“…있었냐…?”

“또 명심하겠습니다. 선생님!”

조용석이 90도로 인사했다.

얼굴을 든 그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흠모에 빠진 눈동자라 해야 할까.

‘이 새끼 왜 이래?’

조용석을 갈구려고 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허수나 진경수와 같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야, 그딴 눈으로 보지 말아라.”

“제가 세계 랭킹 3위에 오른 위대한 각성자께 훈련받고 있다는 게 벅차서 그랬습니다.”

녀석의 사탕발림에 이준이 코를 쓱 닦으며 무안해했다.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별거 아니라니요! 선생님께서는 한국의 모든 각성자의 우상이십니다.”

대놓고 칭찬하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나.

이준도 칭찬에는 약했다.

“나도 알아 인마. 너도 날 따르려면 열심히 해야지. 알겠냐?”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다른 말을 하는 이준이었다.

“발끝이라도 쫓아가 보겠습니다. 선생님.”

“그래. 앞으로 잘해.”

“네!”

조용석이 인사를 하고 조금 전 얻은 깨달음을 수습하러 갔다.

녀석의 등 뒤를 보던 이준이 중얼거렸다.

“왜 사부님이 떠오르냐. 지랄 같네.”

무극자 사부도 칭찬에 굉장히 약했다.

그 사부에 그 제자 아니랄까 봐.

이준 또한 칭찬에 약했다.

의도한대로 안 됐지만 어쩌랴.

자신을 존경하는 녀석을 밟아줄 수도 없지 않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는 게 선생으로서 도리였다.

‘앞으로는 칭찬하지 못하게 더 갈궈야지.’

생각을 정리하고 바다에 둥둥 떠 있는 크라킹의 다리를 보고 있을 때.

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는 혈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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