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67화 (365/705)

제363화

드넓은 지하실.

수백 구의 시체가 검은 물 위에 누워 있었다.

“사령초와 마정석의 농축액을 넣으면 수라강시까지는 쉽게 만들 수 있어. 마정석의 농도에 따라 수라강시가 천마강시로 진화를 하느냐가 중요한데….”

시체를 살펴보고 있는 한 여자.

천외천의 지주가 시체를 보며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지주. 드릴 말씀이….”

“탈령. 여기서 어떤 재료를 더 넣을까요? 몬스터는 인간과는 다른 배합 재료를 넣어야 할 것 같은데요.”

“절심화가 좋지 않겠습니까?”

“몬스터가 절심화의 독을 버틸까요? 절심화는 인간보다 몬스터에게 더 강한 독이에요.”

“독성이 강하긴 하나, 몸이 버틴다면 그만큼 강한 강시가 탄생할 겁니다.”

“흐음, 다른 방법은 없나?”

지주도 절심화만이 수라강시를 천마강시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완벽한 천마강시는 만들지 못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자 없는 천마강시를 만들려면 하나의 재료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했다.

“천잠은 구하기 힘든데 알아본 건 어떻게 됐어요?”

천잠은 곤충류 영물이다.

누에나방의 유충.

무림에서 가장 질기고 튼튼한 실을 만드는 영물이기도 했다.

지주가 천잠을 잡으려는 건 천잠사를 얻으려는 게 아니었다.

천잠이 뿜어내는 액체.

이거야말로 천마강시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였다.

“이곳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거라도요?”

“네.”

“휴우우. 그렇담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해야겠어요.”

“그래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한국은 안 된다고 하지는

마세요.”

“사령존자가 죽었습니다.”

측근이 죽었음에도 지주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탈령존자에게 되물었다.

“어떻게요?”

“창제에 의해 죽었다고 합니다.”

“거슬리는 이름이에요.”

“인주가 말했듯 조심해야 할 인물입니다.”

“한국에 있었던 사제의 심복들이 전부 축출됐다더니, 얕볼 놈이 아니군요. 이제 막 건너간 사령까지 바로 잡은 걸 보니 말이죠.”

“어찌할까요?”

“하필 한국에 천마강시를 만들 재료가 있을 게 뭐람.”

“몸을 사릴까요?”

“사제의 말대로 하는 게 좋겠어요.”

“내 말을 진작 따랐으면 사령을 잃지 않았잖소. 사형.”

지주와 탈령존자의 대화에 인주가 불쑥 끼어들었다.

“사저? 언제까지 그 개 같은 호칭으로 부를 거지?”

“미안하오. 버릇돼서 그만.”

“한 번만 더 사형 소리가 나오면 네 혼을 소멸시키고 내 꼭두각시로 만들겠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마시오. 옆에 놔두는 놈들은 죄다 잘생긴 놈들만 두면서.”

“호호. 네 얼굴이 못생긴 건 아나 보구나.”

“저 봐. 일부러 날 이딴 추남한테 집어넣었다니까.”

“닥치고, 왜 작업실까지 내려온 거야.”

“오랑캐 나라에 세력을 키우는 건 포기하는 게 좋소.”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아니 사-”

인주가 말을 하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좀처럼 붙지 않는 호칭이었지만 아쉬운 건 자신 쪽이니 꾹 참았다.

“사저를 위한 충고요. 우리의 계획이 흐트러지고 있는 지금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오. 만약 이 사실을 대사형이 안다면 우리 두 사람은 죽은 목숨 아니겠소. 내가 세력도 안 키우고 사저 밑에 있는 것도 다 대사형이 무서워서요.”

인주의 말에 지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현경 끝자락에 있는 그녀조차 대사형인 천주를 생각하면 두려웠다.

무림의 지존.

100년을 훌쩍 넘게 산 초인이자, 마의 주인.

하늘도 죽일 수 있는 인간이라 해서 천살신으로 불리는 지고무상한 존재가 자신들의 대사형이었다.

“대사형은 무리라지만 불러올 수 있는 수족들은 몇 명이라도 넘어오게 해야 하지 않소? 대사형의 인내심은 그리 깊지 않소.”

“알고 있어.”

“아는 사람이 내 제안을 거절한 것이오?”

“게이트를 통해서 넘나드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대사형의 불호령을 받는 건 좋소?”

“그건!”

“이번 한 번만 내 말을 따르시오.”

“호왕신을 얻으려고 그렇게 기를 쓰는 거냐?”

인주가 흠칫 놀랐다.

호왕신은 파천혈신의 사대 기보 중 하나였다.

청룡의 청룡무의.

주작의 파멸겁.

현무의 혼원반지.

백호의 호왕신.

이 네 가지 기보를 전부 얻는 자는 파천혈신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하나만 가져도 제왕이 된다는 신물들.

인주는 백호의 호왕신을 탐내고 있었다.

“아니 되오? 사저는 필요 없지 않소. 여자의 몸으로는 호왕신을 신을 수 없으니 내게 주시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어쩐지 백호가 잠든 태안으로 가자고 할 때 알아봤어야 했어.”

“호왕신만 양보해 주면 사저의 편에 서 주겠소.”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긴 해. 어차피 이름도 달라져 있는 신물을 찾는 것도 귀찮고 말이야. 멸겁도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며?”

“어떤 이름이든 꼭 찾고 말겠소. 그러니 내게 양보해주시오.”

백호의 힘이 담긴 호왕신.

하지만 다른 이름으로도 불렸다.

파멸겁이 마겁이라 불리던 것처럼 호왕신의 원래 이름은 수호혼이었다.

“그런데 백호를 깨우는 방법은 알아?”

“정석적인 방법은 모르지만 내게 묘안이 있소.”

인주가 비열하게 웃었다.

백호는 자신이 인정하지 않은 인간은 만나주지 않았다.

다른 삼신수도 마찬가지.

하나 녀석을 나오게 하는 방법은 안다.

사신수들의 콧대는 하늘과도 같이 높았다.

그런데 만약 그들의 영역에 인간도 몬스터가 아닌 놈들이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무조건 노할 것이다.

주변의 생명을 모두 말살해서라도 자신의 영역을 정화하려 할 터.

모습을 드러낼 때 거래를 유도하면 됐다.

자신에게는 백호를 꿰어낼 계책이 있었으니까.

* * *

무사고의 중간고사는 계속되었다.

게이트를 클리어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타 점령 게이트로 가서 싸움을 벌였다.

뺏고 뺏는 점령전.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드디어 특별 1반도 점령전에 들어갔다.

“최장 시간의 중간고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전 같아서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에요.”

“동의합니다.”

선생들은 학생들의 치열한 접전을 보며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열심히 했다.

실전을 치르면서 발전하는 학생들까지 더러 보였다.

선생들의 얼굴에 하나같이 웃음꽃이 피었는데 그 속에서 이준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었다.

‘사령존자의 행적을 생각해 보자. 놈은 우리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정예들을 죽음으로 몰았어. 그리고 그 정예 각성자를 강시화했지.’

강시화한 각성자를 데리고 작전을 수행한다는 핑계로 어딘가로 며칠 사라진 적도 있었다.

‘다시 나타났을 때는 강시가 더 강해졌단 말이야.’

어디론가 가서 강시화한 각성자를 손 본 게 분명했다.

‘사령존자가 굳이 한국을 고집한 이유가 뭘까.’

이준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모니터 화면을 보는 것도 잊은 채 고민에 빠졌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사령존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한국에는 사령술을 강화할 재료가 넘쳐서 좋소. 특히 질 좋은 몬스터의 피와 독은 사령술사에겐 천국과 같은 곳이오.

‘사부님이 계셨다면 강시를 만드는 재료를 알 수 있을 텐데.’

제곁엔 무극자 사부가 없었다.

이제 자신이 직접 정보를 알아내는 것뿐이다.

정말 다행인 건 이곳에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해 줄 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괴개 님. 강시에 대해 아세요?”

“여태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오?”

“수라강시 때문이군.”

괴개와 검제가 동시에 말했다.

“저희라면 몰라도 다른 각성자들이 강시를 만나면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아서요.”

“맞는 말이오. 강시는 기존의 능력의 최소 두 배를 발휘하니, 위험한 놈들이긴 하오. 내가 강시에 대해서는 꽤 아니 물어보시오.”

괴개는 만독암가의 태상가주.

독과 암기의 대가지만 잡기에도 능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강시였다.

하나 강시는 금지된 대법으로 만드는 것이었기에 이론만 알고 있었다.

“현대에서 강시를 만들려면 어떤 재료가 필요할까요?”

“강시의 재료라….”

괴개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마정석을 녹여서 응축한 액이 필요하오. 최상급 마정석일수록 강시의 신체가 단단해진다오.”

괴개의 말이 끝나자 옆에서 듣고 있던 혈마가 끼어들었다.

“사령초와 어린 남자, 여자아이의 피도 필요합니다.”

그는 세상에 폭탄선언을 해 놓고 아예 무사고 천막에 눌러앉았다.

가문 연맹회의 고위 인사인 검제와 괴개와의 교류를 핑계 삼은 것이다.

일은 뇌마와 살마에게 맡겨 두고 말이다.

“사령초? 사령초도 강시의 재료에 들어간단 말이냐?”

“모르셨습니까? 사령초뿐만 아니라 독룡의 용액, 음양쌍두사의 머리, 태양화리의 내단 등이 들어갑니다.”

혈마는 사파의 거두 진혈마의 진전을 이은 각성자였다.

잡기라면 괴개보다 한 수 위.

강시술에 대해서도 괴개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수라강시 말고 천마강시를 만들려면 어떤 재료가 필요할까요?”

“천잠의 액체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천잠!”

이준이 화들짝 놀랐다.

사령존자가 세작이라고 밝혀졌을 때 집에서 나왔던 몬스터의 시체가 바로 천잠이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천잠은 보기 힘든 영물류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고요.”

“천잠이 있는 곳을 알아요.”

“예!?”

이준은 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사 대주. 나야. 지금 어디에 위치해 있어?”

[울릉도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당장 태안 신너루 해변으로 가서 잠복해. 천외천이 나타날 수 있으니까 잘 감시하다가 이상한 낌새를 보이면 나한테 연락해.”

[명을 받듭니다.]

뚝.

전화를 끊었다.

정보에 의하면 천잠이 있는 곳은 신너루 해변가에 열린 게이트 안.

녹수림이란 곳에 숨어 있었다.

사령존자는 이 게이트에서 천잠을 찾아 자신의 거처로 옮겨 강시의 재료를 뽑아냈다.

“이사장님. 부탁이 있어요.”

“무엇입니까?”

“강시의 재료를 구하는 자들이 있나 알아봐 주세요.”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한민성이 남 비서를 향해 눈짓했다.

남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막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그녀가 말했다.

“비선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제 말이 뒤로 안 새게 해 주세요.”

선생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어디 가서 천막에서 들었던 내용을 말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철혈도 말해 놓겠소.”

“만독도 도와주겠소.”

“안 들키게 은밀히 움직여야 해요. 놈들이 눈치채면 골치 아파져요.”

“천외천의 일이니 최대한 조심하라 하겠소.”

천외천이 다시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

이젠 강시까지 활용할 거라는 생각에 검제와 괴개가 황급히 가문에 연락을 넣었다.

바빠진 어른들과는 별개로 무사고는 학생들의 시험을 계속 진행 시켰다.

* * *

이준은 신기지가로도 모자랐는지 암상의 회장을 만났다.

“오랜만입니다.”

“여긴 여전하네요. 아니, 규모가 더 커졌나? 정식 경매장보다 훨씬 큰 것 같은데.”

“다 창제 님 덕분입니다. 요정의 꿀로 덕을 많이 봤습니다.”

돈 많은 집이라면 요정의 꿀을 안 사 먹은 곳이 없을 정도로.

한 번 사 먹으면 계속 먹게 되는 게 요정의 꿀이었다.

“그러면 편하게 부탁을 해도 되겠네요.”

“제가 어떤 일을 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최근 들어 최상급 마정석과 사령초를 대량으로 구매한 자들의 뒤를 밟아 주세요.”

“무엇 때문인지…?”

“천외천이 이젠 강시까지 대량으로 만들려고 해요. 마정석과 사령초는 수라강시를 만드는 재료기도 하고요.”

구매자의 이동 경로를 알아내려고 하는 건 강시 때문만도 아니었다.

아직도 한국 각성자 중 천외천과 연결된 놈이 있나.

아니면 몰래 밀입국을 한 놈들이 있나 알아보려는 것이다.

죽이고 또 죽여도 생겨나는 게 첩자였다.

천외천같이 질긴 놈들이라면 포기하지 않고 한국의 문을 두드리려 할 테니까 말이다.

“매국노 새끼들이 있나 알아보기도 할 겸 도움을 요청하는 거예요.”

“암상은 제가 철저히 확인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벌써 가시는 겁니까?”

“제가 바빠서요. 그럼 이만.”

이준은 홍대 클럽에서 나와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그는 4대 성지의 금역을 열어 안쪽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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