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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61화 (359/705)

제357화

구유진은 현무진과는 달리 공격적인 진이었다.

이름과 같이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진법.

한 번 빠지면 늪이라도 되는 듯,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했다.

특히 언데드 종인 데스템플러에겐 더욱 치명적이었다.

암흑 속성을 가진 이들의 힘을 1/3가량 줄여 주기도 했으니까.

[구오오]

[암흑진이다. 모두 물러나라.]

데스템플러는 이미 구유진 안이었다.

땅 곳곳이 갈라지며 대지 안에선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데스템플러들을 빨아들였다.

[이미 늦었다.]

[암흑진을 무너트리고 빠져나가는 게 옳은 방법이다.]

[크억!]

약한 데스템플러는 구유진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댔다.

[몇 마리면 구유진이 망가질 것 같나?]

[열다섯이면 된다.]

[희생시켜라.]

우두머리의 말에 의견을 낸 데스템플러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이 검게 물들자, 제일 약한 데스템플러들이 갈라진 땅을 향해 뛰어들었다.

잠시 후.

콰광쾅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구유진이 흔들렸다.

데스템플러가 자폭한 것.

열다섯 마리를 희생시켜서 진법을 무너트렸다.

굉장히 빠른 판단.

최소한의 희생으로 많은 목숨을 구했다.

몬스터라고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빠른 결단력이었다.

데스템플러의 행동에 의해 다급해진 건 한지유였다.

구유진 속에서 시간을 끌려던 게 무로 돌아갔다.

‘진법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한 마리라도 죽여야겠어.’

그녀의 검이 빛을 갈랐다.

서걱!

데스템플러 한 마리가 쓰러졌다.

그녀의 검법은 마를 제압하는 무공.

데스템플러를 손쉽게 죽일 수 있는 광속성을 지녔다.

하나,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도 물량을 이기는 건 쉽지 않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구유진이 무너지기 전에 한 마리라도 더 죽이는 것이었다.

서걱서걱!

검강이 번쩍일 때마다 데스템플러들이 쓰러져 갔다.

이준처럼 전륜마멸진을 혼자 펼칠 순 없으나 여러 진법의 패시브 효과를 받고 있었다.

데스템플러의 검과 마법에 막혀도.

한지유가 그들을 죽일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녀가 칼춤을 벌이는 사이.

구유진이 무너졌다.

남은 데스템플러는 무려 90마리.

어딘가에서 계속 나타나던 놈들도 이젠 끝이었다.

그렇게 검을 움직였건만 몬스터는 아직도 많았다.

“쳇!”

한지유가 혀를 찼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를 베지 못했다.

[저 인간이다!]

[지저의 왕께 목숨을 통째로 바쳐라!]

[캬아아악!]

구유진에서 빠져나오자 데스템플러의 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동족을 죽인 한지유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암흑 화살을 쏘거나, 구체를 날렸다.

심지어 땅에서 솟아오른 검은 불 기둥과, 회오리까지.

안 쓰던 마법을 총동원해서 한지유를 압박했다.

“흡!”

수십 마리의 공격이었다.

아무리 SS급 검법을 지녔다지만 상위종 레드급 몬스터를 혼자서 다 상대할 순 없었다.

‘대체 준이는 어떻게 이런 놈들을 혼자서 상대할 수 있었던 거지?’

자신의 무공도 강했다.

특성인 검후의 자격이 각성해서 능력은 더 올라갔으며 각종 장비의 효과를 받았다.

하지만 레드급 몬스터를 혼자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이준은 데스템플러와 비슷한 강함을 지닌 샤크로아를 어떻게 상대할 수 있었을까?

천중호수를 클리어할 때 이미 AA급 끝자락에 든 것일까.

아니면 그보다 높은 등급이었을까.

데스템플러를 상대할수록 이준의 강함이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쾅!

한지유의 앞에서 폭음이 일어났다.

그녀가 딴생각하는 사이 구체가 와서 폭발한 것.

다행히 바로 반응한 덕분에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

대신 검이 그녀의 허벅지와 팔을 베고 지나갔다.

“윽!”

암흑 구체를 맞은 것보다 훨씬 치명적이었다.

허벅지를 다치면 보법을 사용하는 데에 부자연스러웠고, 팔은 검을 휘두름에 있어 불편했다.

깡!

까강깡깡!

어느새 접근해 온 나머지 데스템플러들.

한지유는 아픔을 참은 채 그들의 검을 막아야만 했다.

‘나 혼자선 무리야. 빙결진으로 빠져야 하나?’

진법을 사용했는데 무너지면 쿨타임이 생긴다.

자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페널티.

진법을 최대한 늦게 사용하려는 이유기도 했다.

한지유는 데스템플러의 공격을 막으면서 생명수의 오염도를 봤다.

[생명수가 완전히 오염이 되기까지: 43%]

현재도 데스템플러의 공격으로 인해 오염도가 계속 상승 중이었다.

세 개의 진법이 펼쳐져 있음에도 이 정도.

앞으로 나올 몬스터를 생각한다면 빙결진은 최대한 늦게 발동시키는 게 맞았다.

하지만 뒤로 빠지지 않는다면 목숨이 날아갈 판이었다.

‘조금만 더 버텨 보자.’

한지유는 자신의 내공을 아끼지 않았다.

화력이 대단한 무공도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아이들에게 내공을 회복할 시간을 더 주기 위해.

자신의 내공을 거침없이 썼다.

한지유가 데스템플러를 막아선 지 한 시간이 지났을까.

진법 밖으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언니. 도와드릴게요.”

진경수나, 허수, 정예나가 아닌 이지안이 제일 먼저 나왔다.

* * *

이지안의 합류로 한결 수월해진 한지유.

두 사람은 전륜마멸진을 펼쳐 데스템플러를 막았다.

한지유가 공격, 이지안이 방어.

몬스터의 머릿수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했다.

물론 몬스터 모두를 막은 순 없었다.

두 사람이 몬스터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남은 몬스터가 생명수를 공격했다.

쿵쿵!

데스템플러의 암흑 공격이 생명수에 닿자 오염이 빠르게 진행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염이 60%가 됐을 때쯤 내공을 어느 정도 회복한 아이들이 결계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학생들의 합류로 불리해진 데스템플러들.

녀석들은 최후의 선택을 해야만 했다.

[지저의 왕께 영광을!]

[왕께 영광을!]

[지저의 왕께서 깨어나면 너희 인간들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데스템플러들은 그 말과 함께 생명수를 향해 폭사했다.

그제야 전투가 끝났다.

“허억허억!”

“하악… 점령전을 하기 전에 힘을 다 빼겠어 하악….”

“아직… 절반밖에 안 왔습니다, 후억….”

진이 잔뜩 빠진 학생들이었다.

강력한 데스템플러를 모두 없앤 것.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학생들은 일어날 힘도 없는지 한동안 쓰러져 꼼짝도 안 했다.

학생들을 본 류가을과 조용석은 놀랄 힘도 없었다.

‘데스템플러까지 해치웠어. 이 애들은 능력이 어디까지인 거야.’

‘허, 허수란 놈이 저렇게나 강했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저놈한테 여태껏 깝쳤다니.’

두 사람과는 달리 눈치가 빠른 홍원찬은 짐이 있는 곳으로 가 생수를 챙겼다.

“선배님들 수고하셨어요. 물이라도 드시면서 쉬세요. 쉬시는 동안 제가 망을 볼게요.”

눈치도 빠르고 예쁜 짓을 골라서 하는 홍원찬.

사마련 출신이지만 바른 인성을 가져 기존 특별 1반 학생들이 좋아했다.

“녀석, 알아서도 막내 일을 잘하구만.”

“제가 안 가르쳐도 될 것 같습니다.”

“조용석 저 폐급하고는 완전히 달라. A급이야.”

“아무렴요. 눈치라도 있으면 폐급은 면할 텐데 지금도 입만 벌린 채 가만히 있습니다.”

“헤헤. 제가 용석이 형 몫까지 최선을 다할게요.”

“A급은 달라.”

“물어볼 게 있으면 이 형들한테 말해. 어려워하지 말고.”

“넵!”

홍원찬은 진경수와 허수의 예쁨을 독차지했다.

쓰러져 있던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제가 몸에 난 상처 다 없애 드릴게요.”

이지안이 한지유에게 다가가 상처 난 부위에 내공을 불어 넣었다.

사신수호무 중 현무계 무공.

방어에도 좋지만, 치유력 또한 기가 막혔다.

이지안이 다른 계통의 무공보다 현무계 무공을 집중적으로 배운 게 이 때문이었다.

웅웅!

그녀의 손에서 하얀 광채가 흘러나왔다.

“흣!”

차가운 한기에 의해 한지유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한기가 살을 도려내는 느낌이었으니까.

한지유는 이마를 찌푸린 채 눈을 감았다.

이지안이 손길을 옮길 때마다 고통이 찾아왔다.

몸이 통째로 얼어붙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30분이 지났을 무렵, 고통은 다 사라지고 없었다.

“고마워.”

“아니에요.”

이지안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녀는 다음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움직였다.

또 다른 치유계 무공을 가진 서혜지도 분주히 움직였다.

특별 1반엔 치유계 무공을 소유한 이들만 두 명.

그것도 굉장히 강력한 치유 각성자였다.

어느 타격대 못지않은 전력이었다.

아니, 대한민국에 이만한 부대를 보유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혜지도 치유 겁나 잘하는데, 지안이 쟤는 진짜 너무하네. 의술도 뛰어나. 다 가졌어! 완벽해.”

“동의각주 님의 손녀입니다. 지안이가 의술을 모를 리 없죠.”

“너무 완벽해도 흠인데.”

“왜입니까?”

“너무 완벽하면 누구든 앞에서 주눅 들기 마련이잖아.”

“일리 있는 말 같습니다.”

“지안이는 오죽하겠어? 무공도 강해 의술도 뛰어나, 외모는 말할 것도 없어. 쟤 앞에서 누가 당당하겠냐.”

진경수의 말에 허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선생님 정도가 아니면 지안이 눈에 찰 남자가 있겠어?”

“형님 말이 옳습니다.”

“그래서 흠이라는 거다. 선생님 같은 분이 어디 또 있겠냐? 한 명도 없지.”

세상에 이준 같은 사람은 없을 터이니 이지안의 눈에 찰 사람은 아예 없을 거다.

평생 혼자 살지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진경수.

칭찬이라고 했지만 거의 악담과도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이지안은 신경 쓰지 않고 치료에만 전념했다.

* * *

그 시각.

사마련의 한 모처.

어두운 지하 방에선 은밀한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특별 1반이 생명의 샘 게이트에 들어갔다 한다.”

“오늘로 며칠째지?”

“일주일은 됐다.”

“클리어하려면 아직 멀었군.”

“어쩔 셈이냐.”

“가서 놈들의 자식들을 죽여야지.”

지하 방에 있는 세 사람은 다름 아닌 악인들이었다.

사마련의 여섯 악인 중 세 명.

빙악과 검악, 그리고 음악이었다.

“혈마악이 기겁하겠어.”

“우리를 배신하려는 놈들이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당하는 사람은 우리가 돼.”

“알고 있다. 마뇌악은 예전부터 가문연맹으로 빠지고 싶어 했지.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여길 게 분명하다.”

“그보다 아이들을 죽이면 다음은 어떻게 할 거냐.”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다.”

“뭔데.”

“암사회가 우릴 도와준다고 접촉해 왔다.”

빙악의 말에 검악과 음악의 눈이 커졌다.

“암사회라면 월령검 마츠모토 아카기가 회주로 있는 곳 아니냐.”

“그런 쪽에서 우릴 왜?”

“크크. 앞에선 깨끗한 척하지만 뒤로는 호박씨를 까고 싶은 모양이야. 우리 한국을 먹고 싶은 것 같아.”

“그래도 일본과 손을 잡긴….”

검악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자 빙악이 다그쳤다.

“손가락만 빨다가 혈마악한테 죽임을 당할 생각이야? 혈마악은 이미 우릴 버렸다. 살려면 일본이든 중국이든 도와주는 곳과 손잡아야 해.”

“빙악의 말이 맞다 검악. 여태껏 먹었던 영역을 모두 오대 가문에 토해 낸 것만 봐도 혈마악은 우리를 버린 것과 다름 없어. 그 영역은 너희 흑검장가의 소관 아니었나? 가만히 있으면 네가 제일 먼저 끝날 거야.”

“음….”

“우린 흑도에 가깝다. 한국이 위험에 빠져도 사람들은 우리한테 기대하지 않아. 영웅이 될 수 없는 운명이지. 그럴 바에는 차라리 용의 꼬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빙악의 설득은 계속되었다.

차라리 일본에 빌붙어서 기생하자는 제안.

거래 상대가 일본이라는 게 걸리긴 하나 죽는 것보단 나았다.

검악이 흔들리고 있을 때 빙악이 결정타를 날렸다.

“암사회에서 그러더군. 한국을 점령하면 우리가 대리로 다스리라고 말이야.”

“우리가?”

“서울을 나누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삼등분해서 다스리라는 말을 했다. 수도권, 강원도, 전라도 이렇게. 아, 경상도도 이제 안전지대로 바뀔 거니, 그쪽도 포함인가?”

검악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싸움을 좋아하는 살귀였지만 욕심 또한 그에 못지않았다.

서울을 나눠 먹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나누는 것.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이에 결심한 검악이 고개를 끄덕이며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함께하지.”

“잘 생각했다. 혈마악과 살악, 마뇌악의 자식만 죽이고 바로 일본으로 건너갈 거야. 모두 준비해.”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할 거냐? 생각보다 강한 애들이라던데.”

“이미 암사회에서 지원군을 보내 줬다. 그와 함께 게이트에 들 거야.”

“누군데?”

“사령존자.”

“그자는 누군데?”

“암사회의 비밀부대장 중 한 명이라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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