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3화
[전륜마멸진(S)을 펼쳤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두 배로 상승합니다.]
[살상력이 100% 증가했습니다.]
[어떤 속성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주 속성은 광’
[주 속성을 ‘광’으로 선택하셨습니다.]
[전륜마멸진의 속성이 광속성으로 전환됩니다.]
[부 속성을 선택하십시오.]
‘부 속성은 마.’
[부 속성을 ‘마’로 선택하셨습니다.]
[전륜마멸진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광 속성 공격력 +250%]
[마 속성 저항력 –100%]
[마 속성 공격력 +100%]
[광 속성 저항력 –50%]
전륜마멸진으로 인하여 이준의 몸에서 발산된 패기가 더 강해졌다.
인주보다 경험이 부족할지는 모르나 이준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사부가 준 무공과 마신지체, 천살성 같은 특성들.
이 모든 걸 사용한다면 인주의 경험을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쾅!
무극기에 감싸인 파멸겁이 백룡창과 충돌했다.
거대한 기파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조금 더… 뒤로 물러나야 할 것 같다.”
“춘식이 네 말대로 하자.”
검제와 괴개는 이준과 인주로부터 더 멀리 떨어졌다.
쾅!
콰광쾅쾅!
파멸겁과 백룡창이 부딪힐 때마다 육중한 굉음이 울렸다.
눈 깜짝할 시간에 수십 합을 나눈 두 사람.
이준의 표정은 즐거운 듯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반면 인주의 표정은 굳어지고 있었다.
이마에 내 천 자가 깊게 파이며 지워지지 않았다.
‘큭! 갑자기 힘이 증폭됐다. 기를 폭주시킨 건가?’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기를 폭주시켰다면 내기가 불안정해야 정상.
이준의 기운은 불안정해 보이지 않았다.
“윽!”
깡-
인주가 백룡창 대신 수도로 파멸겁을 쳐냈다.
그리고 퇴보를 밟아 몸을 뺐다.
이준은 인주가 빠지는 걸 제지하지 않았다.
인주는 자신의 몸을 살폈다.
‘어떻게 된 거지? 내기가 이어지지 않아. 내 단전에 돌아다니는 이 빌어먹을 기운은 또 뭐고?’
하나의 이질적인 기운이 혈맥을 돌아다니면서 난장판을 치고 있었다.
내기가 이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
이 이질적인 기운을 없애지 않으면 싸우는 동안 자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힐 것이다.
‘왜 잡히지 않는 거냐!’
묵룡기로 이질적인 기운을 쫓았다.
하지만 쉽게 잡히지 않았다.
쥐새끼처럼 잘 도망가는 기운.
그러면서도 혈맥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멍하니 뭐 하세요?”
“널 어떻게 죽일까 생각 중이다.”
“갑자기요? 이상하네. 싸우면서 생각은 못 하는 건가. 아니면… 공격하지 못할 이유라도 있나요?”
이준의 미소가 짙어졌다.
무언가 알고 있는 표정.
인주는 저 잘생긴 얼굴을 뭉개 버리고 싶었다.
마침 내부를 돌아다니는 이질적인 기운을 제압했다.
“오냐! 네 소원대로….”
백룡창에 서서히 뭉치고 있는 검은 기운.
스파크를 튀기며 기가 거대해지자 이준을 향해 힘껏 던졌다.
“죽여 주마!”
투쾅-
공기가 터지면서 백룡창이 쏘아져 나갔다.
엄청난 속도로 이준에게 짓쳐 가는 창.
한 발이라도 맞으면 그대로 몸이 꿰뚫려 버릴 것만 같은 힘이 담겨 있었다.
쿠웅-
하지만 백룡창을 향해 손을 뻗은 이준에게 가뿐히 막혔다.
전륜마멸진을 펼친 그의 전투력은 인주를 뛰어넘은 상태.
극성으로 펼쳐진 투경이라 하나 이준에겐 문제가 안 됐다.
“이걸 보여 주려고 자신만만한 게 아닐 텐데…요…?”
“그렇지. 내 공격은 이게 진짜니까.”
어느새 지척에 나타난 인주의 손바닥에는 강력한 기가 뭉쳐 있었다.
투경은 페이크.
인주의 진짜 공격은 바로 손에 뭉친 장력에 있었다.
“받아 보거라. 묵룡장이라는 것이다. 크크.”
그가 이준의 옆구리에 묵룡장을 꽂아 넣으려는데.
“당신 움직임. 나한테 읽혔어요. 차라리 창법으로 날 상대하지 그랬어요.”
이준의 비웃음이 들렸다.
인주의 눈에 이준의 옆구리는 온데간데없고 빈 허공뿐이었다.
헛손질을 한 그가 몸을 급히 돌렸다.
푹!
파멸겁의 창두가 인주의 가슴에 박혔다.
“컥!”
“장점을 버리니까 이런 결과를 낳은 겁니다.”
이준은 자신의 메시지 창을 봤다.
[천의무봉(S)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상대방도 천의무봉(S)의 특성을 가져 패시브가 무효화 되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인주를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창법에 녹아 있는 그의 깨달음도 한몫했다.
적이지만 창을 나누면서 즐거움을 느꼈다.
인주에게 밀리긴 하나 손을 나눌수록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쉽다. 한나절만 붙었으면 좋으련만.’
그로 인해 얻은 깨달음도 있었다.
어떻게 창을 움직여야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지.
어떤 구석을 파고들어야 상대가 당황하게 되는지.
조금은 알게 됐다.
무엇보다 고금제일인이란 사부의 무공을 익히고 자신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사부의 무공을 어느 정도 익히고는 처음 장기전을 했다.
이 또한 적응되어 상대의 공격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마신지체를 얻은 후의 효과였다.
상대방의 무공이나, 움직임, 습관.
심지어 내공의 흐름까지.
손을 섞다 보면 다 알게 되었다.
‘사부를 배신한 사형이지만 아깝다.’
아군이었다면 몇 달을 붙잡고 그와 비무를 했을 텐데 말이다.
[오만한 생각하지 말거라. 저 녀석보다 훨씬 강한 둘째도 있다. 지금 네가 첫째를 만난다면 절망에 빠질 것이니 벌써부터 실망하지 않아도 되느니라.]
지주란 놈은 보지 못했지만 첫째인 천주를 봤다.
온 세상을 집어삼킬 것 같은 거인.
악마의 화신이 아직 살아 있었다.
‘그 사람을 떠올리니까 소름이 끼쳐.’
생각만으로 닭살이 일어났다.
천주를 머릿속에 그리자 공포란 감정이 생겼다.
그는 그만큼 강자였다.
‘인주를 잡았다고 방심하면 안 돼.’
마음을 다잡는 사이, 인주가 버럭 소리쳤다.
“어디서 내게 충고를 한단 말이냐!”
인주는 가슴에 창이 박혔음에도 악을 질렀다.
안간힘으로 파멸겁을 뿌리치며 두 손에 내공을 극성으로 모았다.
“장법으로는 절 상대하지 못하신다니깐.”
“닥쳐라!”
인주의 최후 무공은 저 묵룡장이 분명했다.
백영창법보다 강한 무공.
그렇기에 그는 창법보다 장법을 믿고 있었다.
이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파천멸기의 힘이 담긴 쌍장이 날아왔다.
“친절히 말해 줘도 못 믿네요.”
이준이 파멸겁에 무극기를 둘렀다.
그리고 쌍장을 향해 사선으로 휘두르자.
찌이익-
종이가 찢기는 소리와 함께 묵룡장이 네 개로 갈라지면서 땅에 폭사했다.
“어째서냐!”
인주의 분노가 느껴졌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
이준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걸 부정했다.
“어째서 네놈에게 내 무공이 통하지 않은 것이냐!”
인주는 이준을 향해 묵룡장을 마구 뿌려댔다.
사방으로 떨어지는 장력.
하나하나가 엄청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제대로 맞으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힘.
내공이 무한에 가까워 이리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장력으로 인해 피어난 뭉게구름을 뚫고 이준이 인주에게 짓쳐 갔다.
이준의 손에는 파멸겁이 들어 있지 않았다.
맨주먹.
대신 무극기가 내포되어 있었다.
이성을 잃은 인주도 똑같이 권강을 발현했다.
쿵.
이준의 주먹이 인주의 팔을 강타했다.
쿵쿵.
인주 또한 이준의 갈비뼈와 가슴을 때렸다.
인주의 주먹에 맞았음에도 이준의 표정은 한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반면에 인주의 얼굴은 계속 일그러졌다.
손을 나누면 나눌수록 손해 보는 쪽은 인주였으니까.
“으아아악!”
그가 악을 지르며 무식하게 공격했다.
맞아주던 이준이 인주의 권강을 쳐냈다.
반동으로 인해 빈틈이 생겨버린 인주.
이준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팔을 휘둘렀다.
퍽!
이준의 손짓에 어디선가 날아온 파멸겁이 인주의 허벅지에 꽂혔다.
“크악!”
인주가 허벅지에 박힌 파멸겁을 뽑으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실력이 형편없어 실망이 크네요.”
“크으… 죽인다. 널 갈기갈기 찢어늑대 밥으로 줄 것이다…!”
“그 실력으로요? 창법은 좋았는데 나머지 무공은 형편없던걸요. 당신 파천멸기 사용법 모르죠?”
“무슨… 말이냐!”
“명색에 파천혈신의 무공을 익혔으면 제대로 사용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사부가 지하에서 통곡하시겠어요.”
이준의 입에서 파천혈신이란 이명이 나오자 인주가 말을 더듬었다.
“네, 네가 그 이명을 어떻게 아, 아느냐.”
파천혈신의 이명은 오직 무림에서만 전해졌다.
그것도 금기시되는 이름.
무림에서도 잊힌 그의 이름이 이 새파란 녀석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왜요? 전 파천혈신을 알면 안 돼요?”
“그 이명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묻지 않느냐!”
인주가 아픔도 잊은 채 버럭 소리쳤다.
“제 사부님입니다.”
“말도 안 돼! 그는….”
“죽었죠. 당신과 사형들이 사부를 죽였잖아요.”
“그것까지!”
인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파천혈신의 무공은 이어지면 안 됐다.
악마의 무공.
무림을 파멸로 이끈 그 무공이 세상에 도래해서는 안 됐다.
이준이 사는 세상을 망가트리려는 인주가 생각하기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인주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진짜 네가 그 뇌괴의 무공을 이은 것이냐?”
“보시다시피요.”
“크크. 크하하하.”
인주가 광소를 터트렸다.
아주 속 시원한 웃음소리였다.
“그 미친 노인네가 드디어 성공했구나.”
분노했다가 의심했다가 이젠 하다 하다 광인처럼 웃기까지 했다.
저 찜찜한 광소에 이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말이에요?”
무극자 사부와 인주를 향해 동시에 묻는 말이었다.
[…….]
하지만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젠 인주가 미소를 머금은 표정을 지었다.
“알 것 없다. 네가 그 미친 노인네의 무공을 이은 게 중요하지. 너는… 파천멸기를 조종할 수 있다고 보느냐?”
“그럼요. 제가 익힌 건 파천멸기를 보완한 무공이거든요.”
“그렇담 내게 제대로 보여주거라. 네 파천멸기를.”
“당신은 안 된다니깐요.”
“네가 조금 전에 물었지? 파천멸기의 사용법을 아냐고.”
“그런데요.”
“파천멸기는 말이다. 우리가 조종이 가능한 무공이 아니다. 지배당해야지만 비로소 그 진정한 힘이 발휘되지. 이렇게 말이다.”
인주가 손을 옆으로 뻗었다.
남아 있던 칠선이 허공에 붕 떠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이, 인주. 사, 살려주세요!”
퍽-
인주의 손이 칠선의 심장에 닿았다.
“크억!”
그는 칠선의 심장을 꺼내 우걱우걱 먹어 치웠다.
“역시. 당신들은 악마네요. 동료도 서슴없이 죽이는 걸 보면 말이죠.”
“크크. 너라고 다를 줄 아느냐. 나중에 알 것이다. 네가 익힌 무공이 얼마나 저주스러운 무공인지 말이다.”
털썩.
인주가 죽은 칠선을 내팽개쳤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인주의 몸에서 섬뜩한 기운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끄어억… 가르쳐… 주겠… 끄윽… 다. 파천멸기의 사용법을… 말이… 다…!”
인주의 허리가 뒤로 젖혀졌다.
눈에서는 검은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점점 거대해지는 기운.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강해지고 있는 인주였다.